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88화 (188/846)

188화

돈슨이 팍 망한다!

장연수가 실업자 신세가 된다!

그것이 당장은 시원하더라도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안다.

괜히 개돼지겜이 아니니까.

꼬리 자르기에도 정평이 나있다.

궁뎅이 게이트급 사건이 터져도 결국 콘크리트층이 먹여 살린다.

'근본적인 변화가 안돼.'

이전 생과 마찬가지의 흐름이다.

한 명의 돈슨 유저로서 늘 안타까웠다.

그렇기에 가진 바 패를 쓰는 게 아닌, 손에 쥐고 흔들기로 했다.

"싸대기를 좀 맞더라도 사정 설명……, 그러니까 변명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 대 때려도 돼요?"

"……."

일단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다.

포장 방송이라는 게 있다.

조금 까놓고 말하면 이미지 세탁 말이다.

'그거 있잖아 그거.'

무릎팍도사, 힐링캠프, 아는형님 등.

초― 자가 붙을 정도로 유명한 국민 예능에서도 이따금 논란이 된다.

걸을 때마다 도박도박 소리가 난다거나.

여기저기서 수근수근 대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그런 인간들이라고 하기에는 전세계 평균 인권이 우려돼서 말하긴 민망한 이들을 복귀하게 만든다.

"아~ 그렇구나!"

"어떻게 좀 이해가 되세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풍잎스토리 최대 골드가 21억 4748만 3647골드잖아요?"

공중파에서도 그렇다는 소리다.

스트리머 업계에서는 보다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진다.

'당연히 맨입으로 안 해주지.'

수백만 원 정도가 아니다.

최소 수천에서 많게는 억 단위를 호가한다.

파프리카TV의 유명한 세탁기로는 철꾸라지가 있다.

극우적 성향과 헤비 일베 유저임이 드러난 저모씨.

방플과 대리를 빼도 박도 못하게 걸린 강모씨.

그 외에도 많은 BJ들이 이용했다.

철꾸라지 옆에 있으면 그 어떤 이의 죄도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봤자 철꾸 Mk2의 인성 개차반이 되는 걸 피해갈 수 없지만.

─롤언제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21억이 시스템적 한계라 회복을 넣었다는 거네

"그런 의미 같은데요? 여제 체력이 회복량 합하면 300억 정도로 기억하거든요."

"예, 맞습니다! 저희가 아직 32비트 체제를 쓰다 보니 불가피하게……."

내가 돌리는 건 착색이나 되는 싸구려가 아니다.

방송에 앞서 충분히 리허설을 해봤고,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변명을 찾아봤다.

시스템적 한계는 그중 하나다.

32비트 정수는 2^31―1(=21억 4748만 3647)보다 큰 수는 저장할 수 없다.

이보다 큰 수가 입력되면 오버플로라고 하여 음수로 표기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같은 사례가 있지.'

유튜브 조회수가 마이너스로 집계됐던 현상이 그래서다.

차후에는 64비트로 체제로 업그레이드되지만 현재는 그 과도기다.

정상 참작의 여지가 생긴다.

"확실히 이전까지의 보스는 단일 체력이 21억이 넘어가는 케이스가 없긴 했죠."

"빅뱅 패치로 유저들이 워낙 강해져서…… 사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요령은."

"운명의 수레바퀴?"

"아니, 그게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

―은근히 존나 맥이네

―실드로 후려침

―담당 일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이래 봬도 BJ짬밥을 1, 2년 먹은 게 아니고 세탁 방송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빠삭하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도.'

방송 분위기를 띄우고, 죄 지은 걸 희화화시켜서 웃어 넘길 수 있다.

적어도 내 방송 내에서는 시청자들을 속이는 게 가능하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꼴이라 그렇지.

저모씨는 여전히 일베고, 강모씨는 롤의 神이다.

양지에서의 활동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알겠어요. 무한 회복의 이유도 알겠고, 난이도도 제 기준에서는 쉽지만 다른 유저들 기준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예, 모쪼록 이해를 해주시면……."

"근데 문제는 이런 일이 또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애매한 결말을 돈슨이 납득할 리 없다.

돈슨은 양지에서 활동하는 기업이고, 반쪽짜리 해결법은 만족스럽지가 않다.

'나로서도.'

고작 푼돈이나 벌자고 벌인 일이 아니다.

돈슨이 미웠으면 그냥 사태만 터트리고 수수방관하며 콘텐츠로 이용했을 것이다.

귀찮은 일에 뛰어든 건 원하는 결말이 있기 때문이다.

"이게 지금 엎질러진 물이잖아요."

"맞습니다.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계시네요."

유저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돈슨의 입에 발린 말을 믿어주는 것도 슬슬 지친다.

'이렇게 대화가 통할 때가 그나마 나은 거야.'

미워도 다시 한 번!

차후에는 그 X랄을 해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돈슨 신작 게임이 수십 개가 기획되어 단 하나도 빛을 못 본다.

수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증발한다.

글자 그대로 땡전 한 푼 건지지 못했다는 소리다.

돈슨이 죽은 회사가 돼버린다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빅뱅 패치 이후 저희가 급하게 달려오다 보니까."

"본론만."

"…무자본 유저분들이 소외됐다는 의견이 많다고 운영팀을 통해 들었습니다."

평소였다면 무시했을 것이다.

그걸 들었으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기업편으로 특별 출연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요구를 한다고 순순히 들어줄 리가 없잖아.'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돈슨의 경우 너무 창출해서 문제긴 하지만 아예 돈을 안 벌 수는 또 없다.

더욱이 총괄 디렉터는 왕이 아니다.

섣불리 개혁하다간 모가지 날아가기 십상이다.

더 돈독 오른 쓰레기가 자리에 앉게 될지도 모른다.

그나마 이야기가 통한다.

민하씨라는 비장의 수도 사용했다.

건네준 아이디어 자체가 워낙 탁월하다는 점도 크다.

─메이플유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스타포스라니 이름부터가 괜찮네요!

"내용물은 더 괜찮습니다! 무자본 유저들도 장비 강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골드만 있어도 장비를 강화할 수 있다.

본래라면 2년 후에 출시되는 시스템이다.

지나친 사행성 유도로 유저수가 급감하자 특단의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전에 싸지른 똥이 워낙 커서 효과는 제한적이었지만.'

그렇게 되기 이전이다.

미워도 내 새끼라고, 한국 게임계가 중국 회사에 침식 당하는 것보다는 0.01% 정도 미세하게 더 낫다.

민심을 회복하고도 남을 갓패치다.

『수상한 큐브 』

장비 아이템의 잠재능력을 새롭게 설정시켜 주는 미라클 큐브지만 왠지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

소문에 따르면 등급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진짜일까?

물론 장연수 좋으라고 준 게 아니다.

게임 내 지나친 사행성을 때려잡아야 한다.

잠재 능력 강화에 사용되는 큐브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본인들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진짜일까?' 써놓은 거 너무 추하지 않아요?"

"아니, 그게 내러티브적인 설정을 추가 시키려고……."

"됐고! 등급 내려가는 건 개오바에요. 안 그래도 등급 올리려면 한두 개 드는 게 아닌데."

―내러티브가 뭐임

―됐고!

―삐슝빠슝! 등급이 내려가는 캐시템이 있다??

―속 보인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질을 안 하면 게임을 할 수 없게 만들어뒀다.

모바일 게임에서나 볼 법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까놓고 말해서 유저들 피 빨려고 환장을 했다고.

'이 X발 새끼들아!'

25개나 되는 부위에 강화+큐브를 떡칠한 랭커와 하나도 바르기 벅찬 일반 유저와의 격차가 하늘과 땅일 수밖에 없다.

내가 돈슨 보고 패드립을 먹어도 싼 새끼들이라고 하는 건 저지른 패악질에 비하면 신사적인 표현이다.

─큐브매니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저거 둘을 바로 해주는 거임? ㄷㄷ

"저희가 시간이 없어서 바로는 좀……."

"시간 없다는 게 제일 못난 변명인 거 아시죠?"

"저희도! 당연히 바로 하고 싶은데 패치라는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큐브에 관련된 부분은 늦어도 다음 패치까지는 적용을 시켜 놓겠습니다."

―오~

―그때까지 큐브 안 사야지ㅋ

―이미 사놓은 건 어케 도미?

―돈슨이 일을 한다니!

눈에 보이는 확실한 전리품을 쟁취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전례로 남아 유저들의 권익을 향상시킬 것이다.

돈슨이 사행성 캐시 아이템을 추가할 때 눈치를 지금보다 훨씬 보게 된다.

'그래봤자 하겠지.'

제 버릇 개 못 주는 법이다.

여러가지 장난질로 유저들의 눈을 가린다.

어떤 식으로 구멍을 팔지 14, 000, 605개의 미래가 전부 보인다.

딱히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니다.

돈슨 유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이를 제한시킬 수 있는 카드를 하나쯤은 구비해두어야 한다.

"또."

"또, 또요? 충분히 반응 좋아 보이는데……."

"우리 시청자들이 착하니까 호응해주는 거지. 커뮤니티는 돈슨이 그럼 그렇지 하고 있을 거예요~."

"돈슨 맞는데……."

유저 친화적 패치의 일환이다.

할 수밖에 없도록 여론을 무기로 구워 삶는다.

얼핏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 포장 방송의 목적이다.

'해주는 쪽은 해주는 쪽 나름의 목적이 있지만.'

철꾸라지에게 세탁을 받은 BJ들의 운명.

사실상의 노예 계약이다.

목줄이 단단히 묶여, 평생 방송적으로 이용 당하게 된다.

내가 그 정도로 악인은 아니다.

무슨 비선실세도 아니고.

돈슨이라는 대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리 없다.

장연수 하나 정도라면 못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다.

* * *

시리우스 여제의 무한 회복으로부터 촉발된 항의 사태.

오정환의 방송으로 이어져 돈슨 유저들의 We are the World를 낳았다.

─싸대기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영자 싸대기 캐시템으로 만들면 대박 난다 ㅇㄱㄹㅇ─그래서 대가리 언제 박는데 ㅡㅡ─이게 인방인가?

.

.

.

수만 명의 시청자와 그 이상의 관심을 기록하며 엄청난 이슈몰이를 한다.

하지만 그 끝이 지지부진해서야 실망만 배가 될 뿐이다.

생각 이상의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요약 개추) 단풍잎 운영자의 신규 패치 공약. txt

1. 장비 강화 시스템 추가

2. 잠재 능력 시스템 개선

3. 전투 분석 시스템 추가

1, 2번은 무자본 유저들한테 개꿀인 갓패치 ㅇㅈ임

1번은 시간 좀 걸리고, 2번은 바로 다음 패치 예정

3번은 잘 모르겠는데 덤인 듯

└돈까스 시킬 때 나오는 천사채 같은 건가?

└응 천사채 줘도 안 먹어~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괜찮네

└말로만 씨부렸으면 본사 엎었지 ㄹㅇ

이러니저러니 그럴 듯한 약속은 너무 많이 들었다.

한국의 양치기 소년이 된 돈슨의 말을 믿어주는 게이머는 아무도 없다.

눈에 보이는 성과.

진심이 느껴진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단풍잎스토리에 향수를 느끼는 팬들은 많다.

─오랜만에 단풍잎 한 번 해볼까?

중딩때 한 럭키세븐 했는데ㅋㅋㅋ

└럭셐ㅋㅋㅋㅋㅋㅋㅋ

└단도가 진리 아님?

└라떼는 일찐들이 지건 대신 새비지 블로우 날렸제~

└찐피셜) 요즘은 벽력일섬임

학생때 안 해본 사람이 없다.

다시 해보려고 들어가 보면 높은 진입 장벽에 좌절하여 로그아웃을 누를 뿐이지.

그 장벽이 낮아졌다.

무자본 유저들을 생각해준다며 공언했다.

한 번쯤은 속아줄 수 있을 만큼 추억이 서려있다.

<응답하라 복귀유저!>

―성장 지원 프로젝트―

대상: 4주 이상 접속한 기록이 없는 계정

지급: 컴백 보너스 패키지, 쑥쑥 성장 버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커뮤니티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이벤트를 열며 신규 유저와 복귀 유저들을 맞이한다.

갑작스런 대형 화제.

생각보다 괜찮은 결말.

그 두 가지 키워드가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단풍잎 원래 방학 한정 흥겜 아니었음??

[헤네시소 사냥터Ⅰ. jpg]

이제 곧 개학인데 헤네시소 사냥터에 사람 왜케 많누

부캐 키우려다 슬라임 10마리도 못 잡고 껐네 씹것

└이번에 엄청 유입됐잖아!

└초딩들 없어서 쾌적해

└오정환 방송 보다가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됨ㅋㅋㅋ

└이런 단풍잎이면 할 만하지

단풍잎스토리에 방학 시즌은 의미가 깊다.

잼민이, 급식충, 학식충이 엄청나게 유입된다.

반대로 말하면 방학이 끝난 이후에는 시들해진다.

개학 시즌이 되면 유저 수가 훅 빠진다.

마치 밀물·썰물처럼 매번 반복되는 역사였다.

항의 사태로부터 이어진 관심과 신규 패치가 처음으로 그 고리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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