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봄식당 vs 쿤식당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그래."
"꾸웨엑……."
봄이가 왔다.
딱히 노래를 끊으려고 한 게 아니라 이후 가사를 모른다.
'그대여 너를 처음 본 순간 나는 바로 알았지.'
하지만 이후에 뭘 할지는 안다.
냉장고로 쪼르르 달려가 쥐새끼처럼 훔쳐 먹는다.
주말이기 때문이다.
평일과 달리 중식과 석식이 안 나온다.
톰슨가젤이 풍부한 먹이를 찾아 세렝게티 초원을 헤매듯, 집구석에서 내 자취방으로 도망 온 것이다.
"오빠 저 진지해요."
"그렇구나."
"주말만 되면 정말 굶주리고 살아요."
ㅋㅋㅋ
어머니께서 식사를 맛있게 해주신다.
그 건강식이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그래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만.'
내통 관계는 이어지고 있다.
우리 봄이와 지속적인 만남을 위해서도 식량을 함부로 내줄 수는 없다.
평소였다면 유도리를 발휘했을 텐데.
"꾸웨엑…… 너무 아파요."
"볼따구 늘어진 거봐 증말!"
너무 많이 처먹었다.
방학 동안 꾸역꾸역 꾸역꾸역 처먹은 인과응보는 봄이의 몸에 붙어있다.
'애가 또 가성비도 안 좋아서.'
보기 좋은 곳에 몰려서 붙으면 장려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애새끼다 애새끼.
볼따구 찹쌀떡 중량이 아주 혜자가 되셨다.
"봄이 간식 먹을래?"
"정말요?"
"그래."
"정말, 정말요?"
원칙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봄이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이 아이가 굶주리고 사는 모습을 좌시할 수가 없다.
"어떤 걸까요? 어떤 맛있는 걸까요?"
"푸딩 같은 거야."
"푸딩!"
떡볶이나 치킨처럼 칼로리 폭탄은 안돼도 칼로리가 적은 것은 가능하다.
맛도 좋고, 포만감도 있어서 분명 좋아할 것이다.
"어때?"
"맛이 없지는 않아요."
"근데 왜 입이 댓발 나왔어?"
"150ml를 먹었는데 2칼로리밖에 안돼요! 먹는데 소모한 칼로리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곤약 젤리.
과일 푸딩처럼 맛있고, 액체가 아니기 때문에 나름 요깃거리가 된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발전해 칼로리가 대폭 낮아져서 우리 봄이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아 너무 재밌다.'
굶주려서 힘이 없으면 놀리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봄이의 반응을 보기 위해 주문한 보람이 차고 넘친다.
"그래도 맛있잖아 푸딩."
"푸딩 아니에요!"
"푸딩 같은 거지."
"푸딩이면 푸딩이지 푸딩 같은 건 용납할 수 없어요."
ㅋㅋㅋ
불만을 뱉으면서도 마지막 한입까지 짜 먹는다.
탱탱한 입술로 쪽쪽 빨아먹는 모습은 정말 먹는 칼로리가 더 들 것 같다.
바닷물로 갈증이 안 가신다는 걸 알면서도 마시는 표류자를 관찰하는 느낌이다.
'이게 인생이지.'
개학 이후 봄이는 주말에만 오고 있다.
따라서 최근 나도 주말이 기다려진다.
직장인의 기분이 백분 공감이 간다.
"오빠 저 진짜 진지하게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정신 차려."
"정신도 차리고 점심도 차려야 돼요. 맛있는 걸로 차려야 돼요!"
ㅋㅋㅋ
곤약 젤리를 하나 더 짜 먹으며 4kcal를 획득한다.
모르긴 몰라도 입술 힘주는 데만 그 이상의 칼로리가 소모되어 무척 배가 고플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없을지에 대해 말이다.
'진짜 진지하게.'
* * *
BJ하와와의 한시적 휴식.
충분히 예상된 수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니, 그냥 급식 먹는 걸 방송하면 안됨?
매일매일 메뉴도 바뀌고
콘텐츠 짤 걱정도 없어서 개꿀일 텐데
└니 인생이 콘텐츠냐 X발 새끼야?
└급식 먹방은 X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휴 ㅉㅉ
└미친놈인가 트루먼 쇼도 아니고
이미 한 번 전례가 있다.
급식충으로서 숭고한 의무를 수행했다.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때와 한 가지가 달라졌다.
귀엽고, 앙증맞고 깜찍하고 사랑스럽기만 한 여고생이 아닌, 한 명의 어엿한 먹방BJ로 발돋움한 것이다.
「아롱사태」
2일 전。
#하와와#먹방#안함?
개학 했다고 진짜 방송 안 해?
가끔도 안 해?
「포고스턱」
2일 전。
#먹방#볼거#없다
요즘 먹방 왜 괜찮은 게 없냐
개씹돼지 새끼가 식욕 채우는 방송들 역겹네
.
.
.
그것도 최고의 자리로 말이다.
단순히 인기만 많아진 게 아니다.
실제 방송의 퀄리티 자체가 가장 월등하다고 평가 받는다.
수준이 떨어지는 다른 방송으로 만족이 안된다.
그러한 일부 시청자들의 마음과는 별개로 먹방 콘텐츠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요즘 먹방 뭐 보냐?
쿤식당 보면 되나?
그게 제일 청자 많던데
└믿고 보는 김군이지
└가끔 젖도 주무르고 좋음ㅋㅋㅋ
└젖군 어디 안 갔누
└먹방 첨이긴 한데 괜찮게 보고 있음!
아쉬우면 아쉬운 데로 살아가는 게 사람이다.
어떤 사람한테는 많이 아쉬울 수 있어도, 어떤 사람한테는 덜 아쉬울 수 있고, 또 어떤 사람한테는 오히려 취향에 맞기도 한다.
이미 파이는 커졌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와 닿는 형국이다.
─김병만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지나가던 정글러인데 너무 맛있어 보여서 들려요!
"100개 팬가입 땡큐. 형이 좀 맛있게 먹긴 하지."
―정글러가 뭔데 씹덕아
―롤충 수듄……
―정글러 아시는구나! 맛있는 라인에만 들리는 포지션으로 겁.나.귀.찮.습.니. 다 ―하도 드럽게 처먹어서 정글인 줄 안 거 아님?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어설픈 대체제가 먹히고 있다는 탄식도 있지만 흘려들어도 될 만큼 잘 나간다.
타BJ 팬덤의 질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도 될 입장이다.
대기업BJ인 김군.
최군 먹방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하와와가 사라진 먹방판을 그가 차지하게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쿤식당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
나름 볼 만하네
진행 능력도 나쁘지 않고
└하와와보다?
글쓴이― 그냥 방송 컨셉이 달라서 뭐라 비교하기 뭣하네 └김군은 먹기만 하는 게 아니니까 └쿤식당 재밌다 ㅇㅈ?
그에 따라 점점 고정 팬층이 형성된다.
하와와의 팬들도 여전히 많지만 비교를 하려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장본인이 급식을 먹고 있다.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학교를 자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복귀 날짜는 요원하다.
─하와와 먹방이라고 해봤자 먹는 게 끝 아님?
요리하고
게스트 초대하고
시청자 심심할까 봐 게스트 젖도 주무르고
콘텐츠 괴물인 김군과는 급이 다르지 ㅇㅇ;
└빈집털이지 그냥 블루 오션빨이야
└하와와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본 새끼는 있음?
└여고생도 묻으려고 하네 인방판 무섭누;;
방송을 하지 않으니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
좋을 대로 떠드는 김군의 팬덤을 제지할 방도가 없다. 인방판에서 대세BJ의 힘은 막강하다. 이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유다.
하와와는 링 위에 설 수조차 없으리라 생각됐는데.
공지― 『토&일요일 오후 7시 봄식당 오픈합니다.』
일반인 하와와의 먹방 콘텐츠 Comeback!
창의적인 요리와 맛있게 먹는 봄이가 공존합니다
봄이 마음대로~♪ 「봄식당」
입장료 안내
☞그딴 거 없습니다
의외의 복병이 등장한다.
하와와의 지인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오정환의 방송에 출연이 예정됐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커뮤니티가 들끓는다.
─속보) 하와와 복귀 확정!
─김군 줬됐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각 노린 거 아니냐?
─??? : 휴방하겠습니다
.
.
.
공지의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확신을 할 수는 없어도, 뇌피셜은 충분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오정환 이 새끼 김군 대놓고 꼽주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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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10시 쿤식당 오픈합니다.』
연예인 김군의 먹방 콘텐츠 Comeback!
창의적인 요리와 신랄한 비평이 공존합니다
김군 마음대로~♪ 「쿤식당」
입장료 안내
☞그날의 MVP, 혹은 별풍선 200개로 룰렛 구입하여 김군의 요리를 맛볼 기회를 얻으십시오!
+―――――――――――――――――――――――――――――――――――――――――쿤식당 공지 그대로 베껴서 올렸는데 선전포고로 봐도 되지?
└빼박 의도인데?
└'그딴 거 없습니다' 레전드ㅋㅋㅋㅋㅋㅋ
└정보) 김군의 쿤식당은 의지맨의 운식당을 그대로 베낀 콘텐츠다 └대단하다 표절쿤!
둘은 같은 크루 소속이다.
친분이 있는 만큼 장난일 수도 있다.
단순한 장난이다, 저격이다, 꼽주는 거다, 군대 가는 거다 기타 등등 논란이 분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의식하게 된다.
김군은 평소 방송에서도 많이 내뱉었다.
안 그래도 자존심이 센 김군이 간지러운 입술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감동실화) 이쯤에서 보는 김군의 하와와 멸시. Real
"하와와님 상심하지 마요~."
"비가 오면 옷 젖듯이 당연한 거야."
먹방 1위 찍고 잘난 척했던 거 이번에 꼭 증명하길^^
└이 새끼 본방때 자존심 살살 긁으면 무조건 대답함
└열등감
└또 ㅈ됐다 젖군!
└어라 왜 콧물이……?
그 업보가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커뮤니티의 논란은 점점 가중된다.
경쟁이 붙으면 누가 이길지를 따지는 건 물론, 도망가는 것조차 패배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김군 이 새끼 100% 휴방각 잡음ㅋㅋㅋㅋㅋㅋ
오정환한테 ㅈ털렸던 거 PTSD 오자너~
└피아노 학원 가겠눜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웅변 학원이야~
└팩트) 엄마 심부름 때문에 휴방이다
└군대 가는 거면 ㅇㅈ인데
개인 방송 갤러리.
하루 24시간의 20시간 이상은 싸움이 펼쳐진다.
그만큼 흔히 있는 일이지만 고래 싸움은 아무래도 희귀하다.
새우 등 터지는 일은 없어도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BJ들의 대리전이라는 성격도 있어 당사자들도 무시하기 힘들다.
'이 새끼가…….'
술에 절어서 대낮이 돼서야 일어난 김군의 심기가 더욱 불편해진다.
숙취의 두통을 역으로 상쇄시키는 깊은 빡침이다.
오정환의 공지.
장난스럽게 생각할 수도 분명 있다.
어젯밤 썩 좋지 못한 기억이 있던 탓에 부정적인 쪽으로 기운다.
"야 박도현!"
<박도현 선생님이라 불러…… 아니, 형님이십니까? 저 방금 일어나 가지고.>
"저녁에 쿤식당 알지? 무조건 대박 콘텐츠로 준비해둬라. 아이템이나 게스트 아꼈던 거 다 꺼내."
<저 진짜 지금 정신 없는데;; 시우랑 얘기해보고 연락 바로 하겠습니다.>
그게 아니었어도 어차피 한 번은 보여주려고 했다.
BJ로서의 능력과 연예인으로서의 품격이 무엇인지 똑똑히 가르쳐준다.
* * *
사실 콘텐츠라는 게 별 게 아니다.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니, 뭐 공중파 예능이 아니잖아.'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애초에 몸집이 하늘과 땅인데 똥꼬쇼를 해본다고 좁힐 수 있는 격차가 아니다.
─베어그릴스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늘 봄식당 오픈하나요?!
"예, 오픈합니다. 근데 딱히 거창한 건 아니니까 가볍게 즐겨주세요."
―하와와만 오면 돼……
―봄이에요 봄이가 왔다구요!!
―요리도 봄이가 함?
―이 집도 과연 정글러가 들릴까?
그렇다고 뱁새가 매력이 없는 새냐?
조그맣긴 해도 오밀조밀 예쁘게 생겼고, 자신만의 독특한 귀여움을 지니고 있다.
개인 방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콘텐츠로 살리는 게 가능하다.
'공중파였으면 일단 부장님한테 서류부터 올려야지.'
몸집이 작은 만큼 더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 순간을 잡아내 포커스할 수만 있다면.
딩동―♪
황새에 필적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초인종이 울리고 손님이 찾아온다.
봄식당의 유일한 출연 멤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