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91화 (191/846)

191화

봄식당.

딱히 운식당을 베낀 쿤식당을 베낀 그런 정체불명의 콘텐츠가 아니다.

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다.

"오빠 봄이에요 봄이! 봄이가 왔다구요!"

"그래."

"꾸웨엑……."

우리 봄이 밥 맥이는 것이다.

싱그러운 봄 향기가 코끝을 찌른다.

상큼하며 담백한 맛이 나는 것으로 미루어봐.

"오빠 저 너무 슬퍼요."

"어째서?"

"점심을……, 엄청 건강하게 먹었어요."

ㅋㅋㅋ

식단이 아주 잘 지켜지는 모양이다.

거짓말을 하는 맛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미 미각으로 느꼈다.

―봄이다!

―무슨 얘기하고 있는데

―캠 각도 좀 X발 ㅡㅡ

―제발 빨리

시청자들도 청각으로 느끼고 있다.

봄이 특유의 고음은 수백 미터 밖에서도 들려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크려면 한참은 남았다.

간단한 메이크업 정도는 해야 꼬맹이 티를 벗는다.

한두 번 발라본 게 아니기 때문에 오래 걸리진 않는다.

봄식당의 유일한 출연 멤버인 봄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안녕하세요. 봄이에요."

"왜 이렇게 입이 댓발 나왔어?"

"저 요즘 정체 모를 풀떼기만 먹고 살아요."

ㅋㅋㅋ

딱히 연기를 요구할 필요도 없다.

손바닥으로 찰싹! 때려주고 싶을 만큼 오리 주둥이를 내밀고 있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봄이 맛있는 것 좀 사주세요……

"삼촌팬님 1000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쩌죠? 우리 봄이가 다이어트 중인데."

"아니에요. 저는 하고 싶다고 한 적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사적인 거봐

―먹튀각?

―볼살 탱탱해지긴 했음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급식이 맛있어져서 꾸역꾸역 꾸역꾸역 처먹었는데, 방학 동안 또 꾸역꾸역 꾸역꾸역 처먹고 운동도 안 했으니 본인 업보다.

한동안 먹고 싶을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운명이다.

"그거 아세요? 우리 엄마는 고기도 없는 쌈을 줘요."

"그래."

"풀에 풀을 얹어서 쌈장에 찍어 먹어야 돼요. 완전 토끼였어요. 저 한 마리의 토끼가 된 기분이었어요."

ㅋㅋㅋ

그럼에도 꾸역꾸역 잘 먹고 있지만 메뉴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봄식당을 기획한 최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1000개나 받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되겠죠. 봄식당은 간단합니다! 우리 봄이의 주린 배를 달래줄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거예요."

"정말이에요? 맛있는 거 사주는 거예요?"

―눈동자 땡그래짐ㅋㅋㅋㅋㅋㅋ

―봄이 리액션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네 ㄹㅇ

―봄이야……

―그럼 다이어트가 안되잖아!

다이어트와 만족스러운 식사.

그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묘미다.

이번 콘텐츠는 봄이도 봄이지만 나에게도 상당히 높은 난이도가 요구된다.

"리퀘스트를 한 번 받아볼게요. 우리 봄이가 뭐 먹고 싶나."

"버거킹 먹고 싶어요!"

"뭐라고?

"맥도날드 먹고 싶어요!"

"뭐라고?"

"햄버거랑 감자튀김 먹고 싶어요~."

"……."

―정신 못 차렸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덜 굶었구나?

―느그 봄잌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님 당신은 대체 어떤 싸움을……

상당히 많이 높은 난이도가 요구된다.

* * *

같은 시각.

김군의 방송에서도 쿤식당이 진행되고 있다.

콘텐츠 초기에는 운식당을 베꼈다는 오명도 있었으나.

"오빠 이거 너무 맛있다~ 진짜 오빠가 만든 거야?"

"다, 당연하지. 오빠한테 시집오면 이런 거 맨날 먹을 수 있어."

"모래~ 키키키킼."

―속지 마요. 사온 거예요!

―김군 이 새끼 잔머리 잘 굴리누

―팩트) 밥만 함

―밥도 햇반임ㅋㅋㅋㅋㅋㅋㅋ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데 성공한다.

음식 만들기 → 손님 초대하기 → 같이 먹기라는 운식당의 포맷은 요리의 비숙련자가 소화하기엔 벅차다.

처음 한두 번이면 모를까.

할 수 있는 요리의 가짓수가 씨가 마른다.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는 먹방 진출이 늦어졌던 연유다.

'아무튼 처먹으면 됐지 귀찮게 뭔 요리야.'

그렇다면 안 할 수 있는 포맷을 만들면 된다.

직원들이 머리를 굴려 짜냈고, 김군은 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오빠 나 치킨 먹고 싶은데."

"치킨도 잘하지. 말만 해."

"굽네치킨처럼 해주세요 그럼~."

"똑같이 해줄게. 굽네에서 시킨 것처럼 크크!"

게스트가 원하는 음식을 직원들이 사온다.

마치 자신이 한 척 그럴 듯하게 식기에 담아 내놓는 방식이다.

물론 티가 난다.

시청자도 바보가 아니고, 게스트도 그렇게 잘 속아주지 않는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오빠가 이렇게 다빈이 먹고 싶은 거 해줬는데 다빈이도 뭐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앙~ 다빈이 돈 없어요."

"돈이 없으면 어? 몸으로 내야지!"

"꺄아~!"

―사심충쉨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젖군!

―케미 좋네

―김군은 젖 주무르는 맛으로 보는 거지 ㄹㅇ

어차피 김군이 가장 내세우는 특기는 여캠과의 합방이다.

요리나 음식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정도면 된다.

실제 포맷을 바꾼 이후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군 이 새끼 드디어 정신 차렸누

와갤 요리 쳐만들고

딱 봐도 싫어 보이는 게스트한테 억지로 먹이는 거 ㅈ같았는데 김군 니는 그냥 젖이나 잘 주무르면 된다

└와갤 요리 ㅇㅈ

└진짜 요리는 아님

└그냥 그 새끼는 젖 주무르는 거랑 미사일 쏘는 거 말고 잘하는 게 없어 └일침 지리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존 시청자들 입장에서 익숙하다.

완전히 다른 유형의 방송에 적응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볼 수 있다.

요리를 잘 아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편안하다.

레토르트 식품 데워 먹듯 어설프게 만드는 것보다 사서 먹는 게 낫다.

『현재 시청자 순위』

1. 예능인[김군]_ ?13, 892명 시청

2. 오정환_ ?8, 825명 시청

3. cgvMax_ ?5, 771명 시청

이는 시청자 수에도 반영된다.

이미 맛본,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김군의 방송에 시청자가 몰린다.

최근 대세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오정환이 단풍잎을 할 때 김군은 보라와 먹방에 집중했다.

그 보람이 있을뿐더러.

─몰래 온 손님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맥의 김군ㄷㄷ

─남들 한 번 부르기도 힘든 연예인 게스트를 밥 먹듯이 부르네 ─그래서 군대는 언제 가지?

.

.

.

김군이 가진 조커 카드.

연예계 인맥까지 빛을 발한다.

평소와 비슷한 진행이라고 생각했던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정주나요 안정주나요~ 늘 정주는 날 알아줘~!"

"와…… 대박이다. 미쳤다 미쳤어 오빠 뭐야 진짜!"

"내가 존경하는 형님이야. 인사 드려."

―정주나가 또 온다고?

―미쳤다

―오늘 2만 찍겠네

―먹방에 식신이 왔으면 겜 끝났짘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본 노래다.

국민 예능 무도에서 방영되어 한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수준이다.

그런 정주나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나타난다.

그 완벽한 연출에 김군은 스스로에게 도취해버릴 만큼 만족한다.

'……섭외비가 한두 푼이 아니긴 한데.'

그는 웬만한 수준의 연예인이 아니다.

탑 중의 탑으로, 만약 예능에서 불렀다면 수백 만원은 가볍게 깨진다.

물론 인방에서 그 정도로 줄 수는 없다.

정주나도 알고 있고, 그에게는 용돈에 불과할 백만원대로 타협을 봤다.

콘텐츠 기획비와 별풍선의 수수료를 생각하면 확실한 적자 장사.

그럼에도 김군은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아니, 월클 형님이 오셨는데 너 의상이 그게 뭐냐?"

"아앙~ 모 오때서."

"의첸 좀 하고 오라고. 형님 불편하시면 어떡할 거야."

"난 괜찮아! 괜찮아! 이쁘고 좋네 뭐~."

딱히 여캠의 의상이 꼴리기 때문이 아니다.

김군이 자랑하는 진행과 정주나라는 탑급 게스트가 합쳐졌다.

―주나 형님도 역시 남자네ㅋ

―쒸, , , 불, , 년

―벅지 탱탱한 거봐

―연예인도 사석에서는 못 참는구나

시청자 반응이 폭발적이다.

채팅창 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시청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주나 형님 들어가셨대?"

"갠방갤 보면 모르냐?"

"아니 씹 걔네가 우리를 봐야지 우리가 걔네를 왜 봐!"

김군의 부하 직원들이 열일을 하고 있는 덕이다.

아무리 인기 방송이라도 커뮤니티에서 피드백이 생기는 데엔 시간이 걸린다.

─지금 갠방갤 하고 있는 놈들 특징. txt

무도의 정주나가 게스트로 나왔는데 인생 절반 손해봄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응 개솔 ㅅㄱ

└김군방에 진짜 나왔잖아 ㅄ들아

└우와 진짜네! ㅁㅊㄷ ㅁㅊㅇ

이를 인위적으로 앞당긴다.

파프리카TV의 대기업 보라BJ들이 가장 흔하게 쓰는 마케팅이다.

이렇게 한 번 불을 놓으면 알아서 번져 나간다.

평소 같았으면 더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겠지만.

'저희는 시키는 대로 잘 수행했습니다 형님.'

워낙 엄청난 게스트를 초대했다.

정주나의 이름값과 방송 진행 능력이면 시청자들이 자진하여 떠들고 다닐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섭외비를 챙겨줘도 연예인들이 인방에 쉽게 나오려 들 리 없다.

착실한 조사와 준비가 뒷받침됐다.

───2012년 7월 20일───

―안녕하세요 주나 형님!

―「한약재 사진. jpg」

―별건 아니고 형님 요즘 스케줄 바쁘신데 몸 걱정돼서 보냅니다ㅎㅎ

「그래?」

「고맙다 잘 먹을게!」

───2012년 7월 30일───

―안녕하세요 주나 형님!

.

.

.

연락이 닿는 연예인들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평소에도 깍듯하게 문안 인사를 올린다.

그 노고가 이렇듯 필요할 때 싹을 틔운다.

* * *

요리라는 건 확실히 쉽지 않다.

어설프게 한다면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

내가 무슨 백종원도 아니고.

요리 하나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 수 있었다면 진작에 BJ 때려치고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아그작!

아삭! 아삭!

그런 정석적인 맛은 주특기가 못된다.

대신 고고하신 요리사들은 하지 못할 법한 다양한 발상을 주특기로 삼고 있다.

"어때 감자튀김 맛은?"

"이건 감자가 아니잖아요……!"

"아무튼 어때 맛은?"

"맛있어요. 맛있는데 화가 나요. 저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

우리 봄이가 맛있게 먹는다.

원하는 대로 패스트푸드를 만들어줬다.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조리했을 뿐이다.

─봄이팬클럽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잔머리 미쳤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개 감사합니다. 요리는 사랑이잖아요. 우리 봄이를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습니까?"

"화가 치밀어 올라요."

―봄이 빠쳤눜ㅋㅋㅋㅋㅋㅋㅋ

―이세계 감자튀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들부들!

―봄이야 그것도 감지덕지야……

연근과 마, 그리고 토란.

감자와 비슷한 맛을 내는 뿌리 채소다.

건강에도 훨씬 좋으니 다이어트 중인 봄이에게 제격이다.

─봄이가왔다구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래도 튀기면 칼로리 높을 텐데

"괜찮습니다. 에어 프라이어로 굽듯이 튀긴 거라서."

식재는 물론 조리법도 건강에 중점을 뒀다.

우리 봄이의 볼따구가 푸들푸들 떨리고 있는 이유다.

"튀김인데, 분명 튀김인데 기름기가 하나도 없어요."

"아니야. 스프레이로 뿌렸어."

"마, 말도 안돼요. 이건 튀김이 아니에요. 전 인정할 수 없어요!"

기름기를 살짝 코팅해서 튀김의 느낌을 살렸다.

사용된 뿌리 채소는 거의 소화되지 않는 다당체로 이루어져 있어 칼로리가 매우 낮다.

'맛도 한없이 감자에 가까워서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지.'

화를 내면서도 잘 먹는 게 증거다.

조리 과정이 다소 번거로운 게 흠이다.

물에 담가 녹말을 빼내야 하고, 튀기는 시간도 최적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번거로운 거지, 어려운 게 아니다.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해봄직한 난이도다.

자취 경험을 살린 비정석적인 요리로 한때 약 빤 백종원이란 별명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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