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이따금 있는 일이다.
대기업BJ들간의 분쟁.
사이가 나쁜 케이스는 당연하고, 좋은 케이스도 심심하면 터진다.
"마아아아아―!!"
"아 고막 떨어져요 진짜."
"내 가슴은 더 아파. 가족 같은 철크루 내에서 뭔 일 생겼다고 들을 때마다 가슴이 막……."
"뭐 여유증 있어요?"
"므아아아아―!!!"
―여유증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 진짜 여유증이다
―옷 좀 입어
―철꾸 흑두 꼴린다
같은 크루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설사 당사자들이 생각이 없어도, 팬덤끼리 X랄똥을 싸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나와 김군.
사이가 썩 별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해결을 위해 철크루가 긴급 소집되었다.
"아니 즈즈즈즈기요? 오정환씨?"
"네."
"댁이 먼저 선빵을 쳤잖아요. 이렇게 쁘안히~ 증거가 있는데도 인정을 안 하세연?"
"안 해요."
"므아아아아―!!"
그 해결이 아니었어도 모였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건수.
보라판에서는 싸움도 하나의 콘텐츠다. 정확히는 콘텐츠화시킨다.
커뮤니티에서 이토록 난리가 났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
어그로로 먹고 사는 BJ로선 오히려 환영이다.
─철빡이74호님, 별풍선 109개 감사합니다!
ㄹㅇ 공지는 빼도 박도 못하지
"끼요오오옷!! 철빡이 형님 109개 나이쑤 멍멍! 왈왈!"
사태의 시발점이 무엇인지.
과몰입 시청자들이 알아서 정리를 해뒀다.
철꾸라지가 방송국에서 관련 제목의 게시글 하나를 클릭한다.
"끼야아아악―!! 귀신 사진을 왜 올리는데?!"
"바보에요?"
물론 어그로 시청자도 있다.
가장 추천을 많이 받고, 댓글도 많이 달린 게시글을 찾아서 클릭한다.
─오정환이 김군 엿 먹일 의도가 확실했던 이유. Fact
공지― 『토&일요일 오후 7시 봄식당 오픈합니다.』
일반인 하와와의 먹방 콘텐츠 Comeback!
창의적인 요리와 맛있게 먹는 봄이가 공존합니다
봄이 마음대로~♪ 「봄식당」
입장료 안내
☞그딴 거 없습니다
얼마 전 올렸던 봄식당의 공지사항이다.
커뮤니티 반응도 봤기 때문에 딱히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
"제가 한 가지만 말할게연."
"네."
"장난이라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건 제가 용납 못합니다. 2만 시청자를 대표해서 말하는 겁니다. 아시겠어연?!"
"그건 댁이 맨날 하는 거잖아요."
"마아아아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딜교 오지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철꾸 특!
―오정환 많이 컸어
이러한 방송은 진짜 콘텐츠다.
'해명 방송'이라고 규격화가 돼있다.
지난 번 어지간한 아이돌 사태 때도 했던 그것이다.
'물론 사태가 가벼울 때만 콘텐츠이긴 한데.'
김군은 대기업BJ다.
그만큼 팬덤도 크고, 과몰입한 시청자도 많다.
철꾸라지의 말대로 얼렁뚱땅 넘어가면 불씨가 남는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연?!"
"좀 닥치시고요."
"마아아아아!!"
"이게 왜 논란이 되는지 이해가 안돼서 한 번 좀 알아봤어요."
생판 모르는 남이면 모를까.
아는 BJ끼리는 콘텐츠를 베끼기도 한다.
심지어 베낀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포맷부터가 전혀 다르다.
'과민반응을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거지.'
그것을 나만 아는 게 아니다.
커뮤니티에서도 거론이 되고 있다.
아니, 김군을 놀려 먹기 위한 자료로 애용된다.
─김군이 오정환에게 빡친 진짜 이유를. Araboza
김군은 정말 공지를 베껴서 화낸 걸까?
이성적인 갠방갤러라면 알겠지만 둘은 같은 철크루 소속이고, 오정환이 방송 포맷을 그대로 갖다 쓴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김군이 진짜 화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
.
간단한 이야기다.
도둑이 제 발을 저렸다.
자신도 베꼈으니 그것을 비꼬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쿤식당 운식당 그대로 베낀 거잖아 ㅉㅉ
―오정환 빠꾸 없누
―순수한 거야? 모르는 거야?
―오정환 시동 걸렸다 못 막는닼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말하기가 뭣하다.
볼드모트를 말하면 죽는 병에 걸린 것처럼, 대놓고 말하기에 굉장히 껄끄러운 사안이다.
채팅창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김군의 표정이 썩은 것을 보면 더욱 확실하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꺼내든 건.
"방송 포맷이라는 게 비슷할 수 있어요. 저만 해도 여캠을 잘 모르다 보니 초기에는 김군형 방송을 많이 돌려봤거든요."
"근데?"
"근데 그게 김군형 방송을 베꼈다고 볼 건 아니잖아요?"
잘 알기 때문이다.
보라판BJ들의 성격이 워낙 배배 꼬였다.
특히 김군에 대해서는 거의 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친했거든.'
이전 생에서 말이다.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당연히 업계 사정을 몰랐다.
연예인이고, BJ로서 인기도 많더라?
와 대단한 사람이네!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술을 좋아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운식당, 쿤식당, 봄식당, 골목식당 등등 여러 식당이 있는데 베꼈다는 프레임을 씌우지 말고 시청자님들이 각 식당의 매력을 즐겨줬으면 좋겠어요."
"음~."
"저도 동의합니다!"
"단골 식당 하나만 갈 필요 없잖아요? 이번 화제의 시발점이 된 운식당의 BJ의진맨님도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굉장히 가식적이다.
그리고 체면치레를 중요시한다.
즉, 체면을 세워주면 무조건 좋아하게 돼있다.
─쿤☆회장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나도 논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음
"맞아. 나도 그분한테 미안해 가지고 콘텐츠명을 바꿔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다니까?"
"진짜 어그로가 문제야."
"쿤회장 형님 철구개! 끼야아아아아악―!"
―정환이가 정리 잘한다
―ㅇㄱㄹㅇ
―그 와중에 철꿐ㅋㅋㅋㅋㅋㅋ
―지 혼자 간장 퍼먹고 난리 났네
세탁 방송의 일종이다.
훈훈한 척 정리를 하는 것 말이다.
정말로 일단락이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뭐, 어쩔 수 있나.'
고래 싸움에 낀 시점에서 새우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의진맨에게 있어서도 최선의 결과다.
내가 이끌고 싶던 결과이기도 하다.
단순한 오해로 끝맺는다.
표절 프레임을 벗겨주고, 립서비스까지 해준 약효가 돈다.
크루 내에서 싸움이 나봤자 좋을 게 없다.
커뮤니티 어그로를 이용해 먹었으면 뽕 뽑았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철꾸라지와 준호가 가세하자 얼렁뚱땅 넘어가게 된다.
"리아 너는 뭐 여왕님이야?"
"아 모!"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잖아!"
"급 떨어져서 그런가 보지."
"……."
―리아한테 처맞눜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씹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진짜 가불기다
―오정환 이 새끼 업보임
이런 전시 상황에 섞여드는 것이 힘든 리아도 신경 써주고.
자칫 일촉즉발이 될 수 있었던 간만의 합방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기애애하다.
고작 그런 이유로 판을 깔았을 리 없다.
* * *
"아니, 저 새끼 저거 어……. 아~ 음……. 그래!!"
마치 한국 야구를 보는 기분이다.
묘한 답답함과 덜컥덜컥 걸려오는 암, 그렇기에 더욱 기다려지는 화끈한 한 방!
철크루의 합방을 보는 심익태는 손에 땀을 쥔다.
방송의 주제가 워낙 신경 쓰고 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새끼들은 그냥 결과만 보고 받는 게 낫지.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한다니까.'
마치 한국 야구처럼 말이다.
다행인 점은 알고 있다.
어떤 결말이 나올지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메인MC라고 할 수 있는 철꾸라지에게 지시를 해뒀다.
오정환과 김군을 어떻게든 좋은 분위기로 만들어라.
방송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보니 수단은 전적으로 맡겨야 했다.
불안한 나머지 봤다가 10년 감수할 뻔했다.
"정환 오빠 방송 봐요?"
"아 깜짝이야! 너는 노크도 안 하냐?"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다고…… 떨어질 애도 없으면서."
완전히 집중해서 보고 있던 탓에 몰랐다.
어느새 서은이 등 뒤까지 다가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너는 있냐?'
하나쯤 만들어주고 싶은 몸이긴 하다.
쫙 달라붙는 스키니와 펑퍼짐한 박스티. 별 거 아닌 옷차림임에도 남자를 혹하게 만드는 색기가 있다.
하지만 함부로 손댈 수는 없다.
채무 관계도 거의 끝났거니와, 오정환의 속내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원이다.
"정환이는 뭐라 그랬는데?"
"아 진짜! 자꾸 만지면 10만원이에요?"
"눈앞에서 방댕이나 흔들어 대면서……. 줄 테니까 말하기나 해."
쓰다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부드러운 살집이 아쉬운 마음을 더욱 부채질한다.
'만지는 것도 존나 아저씨처럼 만져.'
물론 만져지는 입장에서는 다르지만 말이다.
부드럽다는 건 연약하다는 것이다.
역겨운 건 둘째 치고, 피부가 당겨져서 아프다.
그럼에도 참아야 한다. 그에게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자신이 하는 말을 하나부터 열까지 믿게 만든다.
"오빠한테 물어봤는데."
"그랬는데?"
"자기는 괜찮대요. 오해가 생긴 거면 반드시 풀고 싶다고."
"그래? 그냥 그렇게 말했어?"
"뭐 더 필요해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크흠! 됐어. 잘했네."
손 대는 걸 허락하는 한이 있더라도.
처음에는 죽는 것보다 치욕스러웠지만, 진짜를 경험한 이후에는 치한 한 번 당한 셈 치고 있다.
'하, 잔망스러운 년. 언제 한 번 진짜 조져줘야 하는데 흐흐.'
그런 서은의 사정을 알 리가 없다.
자신의 사정만이 머릿속에 꽉 차있다.
심익태의 주도 아닌 주도로 오정환과 김군의 대면이 성립된다.
* * *
철크루에 들어온 목적.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기 위함이다.
그 계획은 착착 이루어지고 있지만, 당시에는 김군이 포함돼있지 않았다.
'둘은 원래 앙숙 같은 사이인데.'
어쩌다 보니 미래가 바뀌었다.
그렇게 말을 할 만큼 큰 사건은 아니다.
원래 보라판이라는 게 이해 관계에 따라 뭉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 또한 목표였다는 사실이다.
기왕 처리를 한다면 한꺼번에 묶어 쓸어버리는 것이 뒤처리가 훨씬 깔끔하다.
"아~ 그럼요, 그럼요. 개청자들 말을 신경 쓸 필요가 없죠. 애초에 형님 방송은 공중파에 가깝잖아요?"
"바로 그거지! 정환이가 방송을 좀 아네."
룸을 잡고 마시고 있다.
BJ들이 마신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런 쪽이다.
'있어 보이는 걸 정말 좋아해서.'
버는 족족 갖다 박는 부류도 흔할 정도다.
윗물이 맑지 않다 보니 이어지는 악폐습이다.
특히 김군.
위치가 굉장히 애매모호하다.
이 당시만 해도 연예인이 BJ를 하는 건 드문 수준이 아니었다.
"니가 방송을 진지하게 하고 싶으면 BJ스러운 것도 좋지만……, 어? 크게 되려면 격식이 있어야 되잖아."
"맞습니다."
"막말로 언제까지 간장 마시고, 무 국물 원샷 하면서 방송할 수 있을 것 같애? 안되지. 그런 애들은 딱 한계가 있어."
그렇기에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다른 BJ들을 낮잡아보는 경향이 있다.
비록 안 나가는 개그맨 출신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박쥐 같은 입장이지.'
그것은 김군의 엄청난 콤플렉스다.
동시에 가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살살 긁어주면 좋아 죽는다.
김군의 호감을 따는 법은 차고 넘치게 알고 있다.
경계심이 강해서 접근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그 부분을 해결했다.
서은이 고생해준 덕분이다.
설계 또한 긴 시간 들여 차근차근 진행한 보람이 있다.
이제는 그 달콤한 과실을 수확하기만 하면 된다.
"너 다음 주말에 시간 있냐?"
"주말이요? 주말에는 봄식당 진행해야 하는데."
"당연히 끝나고지~ 형이 요즘 술에 좀 빠졌거든."
"아, 그래요? 저도 술 좋아합니다."
남은 것은 시간 문제.
그리고 끈기 있는 노력이다.
다행히 그쪽 분야라면 맞춰주는 게 어렵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