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195화 (195/846)

195화

9월.

대학생들의 개강이 시작되는 달이다.

각 대학의 대학로는 벌써부터 그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캬~ 진짜 X발 여름 맞다."

"이게 여름이지 흐흐."

옷가지가 얇아지고, 표면적도 좁아져 실용성이 떨어진다.

어디 날카로운 모서리에라도 걸리면 찢어지는 거 아니냐?

여성 학우들에 대한 걱정으로 시선을 떼기가 힘들다.

물론 모든 학우를 걱정하는 건 아니다.

신체적 구조는 사람마다 다르고, 건강한 사람은 알아서 잘 헤쳐나갈 수 있다.

연약한 학우를 더 위하게 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아니, 진짜 와…… 미쳤다."

"쟤 서은이잖아."

"한서은? 우리과?!"

어느 대학교라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위하게 되는 학우는 유명하다.

이렇듯 길거리를 가다 보이기만 해도 절로 이타심이 치솟는다.

'쟤가 저 정도였나?'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대 3학년 이호종은 지난 세월의 변천사를 매우 잘 기억하고 있다.

복학생이기 때문이다. 입대 전은 당연하고, 제대 후에도 파릇파릇 돋아난 여성 학우들과 친밀한 교우 관계를 이어나갔다.

그녀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힌다. 서은은 신입생때도 분명 눈여겨보았다.

하지만 그래봤자 학생은 학생일 수밖에 없다.

"혹시 뭐 연예인 준비라도 한데?"

"글쎄……, 니 학과는 니가 알아야지 나한테 물으면 우짜냐?"

"아니 저년이 자꾸 선배가 불러도 안 나오는데 어떡해."

한국대는 그 점이 보다 두드러진다.

몇몇 지방의 대학들과 달리 오늘 하루를 불사른다는 정신이 부족하다.

나름 명문대 축에 드는 대학이다.

서울대의 김태희처럼 이레귤러가 있다고는 해도, 글자 그대로 이레귤러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어 서은아!"

"안녕하세요 호종 오빠."

"나 기억해? 아니, 난~ 혹시 기억 못하면 어떡하지 하고 가슴 조렸거든."

"에이, 다 알죠 히히."

정말 엄청나게 수준이 높다.

연예인 실물을 본 적은 없지만, 본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 졸라 예뻐졌네. 여름 방학 동안 대체 뭘 한 거야?'

여자들이 가장 달라지는 시기이긴 하다.

하물며 2학년.

아직 고등학생 티를 못 벗은 신입생과, 학점과 과제에 찌들게 되는 3, 4학년의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다.

원래부터 예뻤던 애가 아주 탐스럽게 무르익었다.

호종의 이타심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르익는다.

물론 접근은 신중하게 하는 편이 옳다.

"남자친구라도 생겼어? 요즘 너무 안 보이길래……."

"히히 그건 아니고 알바 때문에 바빠서요."

"무슨 알바?"

"사무직? 친척 삼촌네 회사 도와드렸어요."

"아~~."

임자가 있다면 귀찮아진다.

있어도 어떻게든 수를 짜내겠지만, 기왕이면 없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진짜 오랜만인데 어때? 한잔할까? 오빠가 살게."

"과에서 하는 거예요?"

"그건 아니고…… 과 애들도 부를 거야! 개학 했는데 친목 도모 해야지 응?"

둘이서 만나는 게 당연히 좋다.

그렇게 일을 서두르다간 그르칠 수 있다.

그렇게 보이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호박씨를 깐다.

'야 알지?'

'우리는 판만 깔아줄게.'

'협조 좀 해라. 형 진짜 진지하다;'

마음의 허들이 낮은 단체 술자리. 많이 먹일 수만 있다면 같은 결과로 귀결된다.

테니스 동아리 회장이자, 학과 실세로서 후배 한 명 어떻게 하는 건 어렵지도 않다.

'애새끼네 애새끼. 생각하는 게 뻔해.'

그런 호종의 생각을 꿰고 있다.

예상을 했다기보다는, 눈빛만 봐도 아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르바이트의 영향이다.

일하다 보는 사람들이 다 유흥업 관계자니 직업병처럼 눈치가 생긴다.

"그, 그럼 이따 보자?"

"네~ 톡 보면 갈게요."

"장소 톡으로 할게! 꼭 와 꼭!"

표정부터가 헤벌레.

자신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심한 선배와 한참 떨어진 후 서은은 중얼거린다.

'보면 간다고.'

못 보면 못 가고.

안 읽은 메시지를 굳이 하나하나 클릭할 필요는 없다. 강의가 끝나고 배가 고프면 생각해본다.

3살이나 위인 선배임에도 전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 그냥 생각일 뿐이다.

괜히 자신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만한 일은 지양하고 싶다.

끼익―!

정환 오빠가 시켰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학점 관리부터 빠듯이 해둬야 한다.

물론 우직하게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

남자 선배들과 동기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래도 출석은 해야 돼서 전공 강의실에 왔는데.

"아니, 걸레질 좀 똑바로 하라고 걸레질!"

"네?"

"아, 아니 그…… 대청소하고 있거든."

자신의 호칭이 되어버린 두 글자가 고막을 때린다.

강의실 내부를 훑어보자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간다.

"서은이 왔구나!"

"서은아!"

"어제 실습 하다가 개판이 돼서;; 오늘은 이 강의실 못 쓰고 3층에서 하게 될 거야."

휴강 내지 강의실 이동이다.

이따금도 아니고, 심심하면 생기는 일이다.

조교 오빠와 선배들이 친절하게 사정을 설명해준다.

"저 강의 시간 좀 남왔는데 도와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괜찮아!

"우리가 할게!"

"서은이가 그런 거 하면 안되지. 오빠들이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친절한 게 아니라 호구다.

파프리카TV에서는 물소라 불린다고 한다.

평소에도 과제도 도와주는 이용해 먹기 좋은 남자들이다.

"저도 청소 정도는 할 수 있거든요?"

"옷 구겨질까 봐 그랬지 헤헤;"

"그럼 그 밀대라도 밀래?"

"걸레 할게요 걸레. 저 걸레질 잘해요."

그렇기에 더 관리를 해둬야 한다.

이런 별 거 아닌 일.

한 번 해주면 알아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성심성의껏 도와준다.

그런 남자들의 생각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훨씬 해박하게 알게 되었고, 학교 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나는 오빠 전용 X레년, 오빠 전용 행주년, 오빠 전용…….'

진짜 이유는 따로 있지만 말이다.

남 같지가 않다.

걸레, 행주에 특별한 애착이 생겼다.

듣는 것은 물론, 보고 만지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다.

두 손으로 비틀어서 꾹 짜버리면 몸이 조건 반사를 한다.

주르륵 떨어지는 걸레 물과 함께 흐를 것 같은 아랫도리를 꽈악 조이며 묘한 쾌감을 맛본다.

'진짜 착하다.'

'다른 여자애들이랑 다르다니까?'

'이쁘기는 너무 이쁘고…… 서은이랑 사귀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 보는 선배들 입장에서는 착각할 만하다.

학과의 궂을 일을 거의 당연한 듯이 남자들이 하고 있다.

알아주기만 해도 고마운데, 도와주기까지 하니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걸레.

여자들이 짜면 물이 줄줄 흘러서 아주 바다를 만들어 놓는다. 짜기도 정말 잘 짰고, 닦는 것도 몸 사리지 않고 구석구석 잘 닦는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흔들리는 모습을 눈앞에서 감상한다.

게다가 하필 걸레라니.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글자를 세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니 남자들의 허리가 움츠러든다.

"오빠들 저 여기 다 닦았는데."

"고, 고마워!"

"고맙지…… 여러모로."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 이러다 강의 시작하겠다. 얼른 가봐."

"저 그럼 강의 때문에 먼저 가볼게요. 오빠들 수고하세요!"

꾸벅.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돌아가는 서은을 훈훈하게 배웅한다.

청소는 아직 한참 더 해야 하고, 서은이 해준 부분이래봤자 한 줌에 불과하지만 마음은 이미 만족이다.

'오늘은 이거다!'

'농담 아니고 상상만으로도 딸감 되겠다. 가슴도 가슴인데 힙라인이 X발.'

'한국대 여신이 우리 학과라 햄볶는다…….'

굳이 그렇고 그런 사이까지 안 가도, 예쁜 여자가 주위에 많으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

원래부터 과탑으로 이견이 안 갈렸는데 최근 들어서는 캠퍼스 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너무 예쁘니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다.

선배들이 꼬시고, 다른 과에 불리고, 별별 일이 많아진다.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우리 학과가 지키자! 단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아…….'

서은은 다른 쪽 질이 문제였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한숨을 푹 쉰다.

최근 정환 오빠에게 안기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 대체제로 여러가지를 해봐도 애타는 속만 더 깊어져 간다.

정말 크고 두꺼운 물건으로 쑤셔박히며 미친 듯이 험하게 다뤄지고 싶다.

<ㅈ같이 생긴 년이라 그런지 ㅈ은 존나게 밝히네. 하루라도 비어있으면 미칠 것 같지?>

그래서 가끔 듣는다.

녹음한 통화 내용 중 욕 부분만 편집한 것이다.

파일로 만들어서 저장해뒀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를 폰에도 옮겨 두었다.

이어폰에서 울리는 목소리 탓에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정환 오빠의 목소리라 그런 것도 있지만 학교라는 장소 탓도 크다.

'들키면 진짜 인생 쫑나는 거 맞네…….'

그렇기에 더 흥분으로 몸이 달아오른다.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몰래 듣고 있음에도 배덕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사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쫑났다.

만약 빚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대학은커녕 어디 외진 곳에서 몸이나 팔 운명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냥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하다. 이 남자라면 무슨 짓을 당해도 상관없다.

'근데 지금은 진짜에 박히고 싶다 으…….'

걸레를 쥐어짜듯 목을 꽉 조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바탕 박히고 나면 속이 진정될 것 같다.

안 그래도 흥분한 상태에서 녹음 파일까지 듣자 제정신이 아니다.

화장실이라도 가서 몸을 달래자.

인적이 드문 곳을 알고 있다.

하루이틀 다닌 학교가 아니니 빠삭하다.

종종 걸음으로 빠르게 도착해 들어가려던 찰나.

"읍! 읍읍!"

정체불명의 괴한이 서은의 입을 틀어먹는다.

반항하지 못하게 몸을 잡고, 가슴을 더듬으며 자신을 화장실 안으로 끌어들인다.

'뭐, 뭐야 X발!'

낮에 껄덕거리던 오빠?

학과 선배 중 하나?

아니면 이름도 모르는 스토커?

얼굴은커녕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버둥거려 봐도 남자와 여자의 완력 차이 탓에 고개조차 돌릴 수 없다.

* * *

길가다 아는 지인을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도 있고, 마주치기 전까지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별별 사람 다 있겠지만 나는 인사는 하는 편이다.

"너 반항도 안 하더라?"

"그게…… 몸이 안 움직여서."

"박히기만 하면 아무래도 좋지? 이 태생이 행주인 년아."

"끄히……."

엇나가지 않도록 연장자가 길을 인도해줘야 한다.

한창 성욕에 빠지기 쉬운 나이대다.

'어중간한 경험으로는 흔들리지 않도록 교육이 필요하잖아.'

성교육의 업그레이드판이다.

자제심이 낮다면 필요할 수 있다.

그래도 가끔은 봐줘야 하는데 최근 좀 바빴다.

쏴아아―!

등을 토닥토닥하여 진정시키고 더러워진 부분을 씻도록 한다.

성별이 달라서 시간이 겁나 걸리지만 기다려준다.

"오빠……, 오빠!"

"왜 이렇게 달라붙어."

"너무 오랜만에 보잖아요 히히."

"카톡은 맨날 넣으면서."

"딴 것도 넣어줘요~."

하기 시작하면 미쳐서 그렇지 가만히 있을 때는 썩 귀여운 성격이다.

닫히기나 할까 걱정된 아랫도리가 어떻게 잘 갈무리됐나 보다.

일단 겉보기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나라고 막 대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사과의 의미를 담아 입술을 빨아준다.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까치발을 들며 받아들인다.

'여하튼.'

한국대에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군 휴학 기간이 끝나서 일반 휴학으로 전환해 휴학을 연장하기 위함이다.

"?"

"왜?"

"우리 학교 컷 높은데……."

"죽을래?"

지금은 이 꼬라지라도 왕년에는 나름 공부를 했다.

그래봤자 1년 빠듯하게 한 거지만, 대한민국 고3들이 다 그럴 것이다.

'인생 뭐 있나. 뽀록 한 번 터지면 되는 거지.'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 년도 이렇게 살 줄 몰랐을 것처럼 말이다.

모교에 온 두 번째 이유는 서은에게 직접 근황을 듣고 싶어서다.

"근데."

"네!"

"표정이랑 목소리 좀 죽여."

난잡한 성생활 말고.

심익태의 업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받는다.

카톡으로도 받고 있지만, 직접 만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주위의 시선을 끌어서 문제다.

파프리카TV에서 여캠과 합방 하면 어그로가 끌리듯, 현실 세계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주객이 전도되긴 했는데.'

대학로 카페에 왔다.

학교 내 카페를 피했음에도 학생이 많다.

만약 복학이라도 했다면 굉장히 귀찮을 일이 생겼을 거란 예감이 든다.

"그랬어요."

"따로 저장은 하고 있고?"

"그럼요. 백업 드라이브까지 따로 만들어뒀어요."

"잘했어."

"혹시……, 상 기대할 수 있을까요?"

"하, 여기서?"

"히이……."

무슨 상상을 하는지 눈동자를 굴려가며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간다.

빨가벗고 춤이라도 추라고 하면 진짜로 춰버릴 기세다.

다행히 당장 복학할 예정은 없다.

귀찮은 후배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놓여진 일이 그 이상이다.

'정보가 있어서 망정이지.'

한결 수월하게 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다. 서은이 자신의 역할을 너무 잘해준 덕이다.

본인의 복수라는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다.

X레, 행주 그러지 말고 가끔은 진심으로 잘 해줘야 할 듯싶다.

남학생들 시선 보니까 학교에서는 인기가 좋은가 보다.

성취향만 빼면 나름 반반한 것도 사실이다.

"오늘 한가해?"

"한가…… 한가하죠! 당연히 한가하죠!"

원하는 것도 딱히 없고.

가끔 놀아주는 게 어디 대수일까.

내 정기 빼먹는 짓거리만 아니면 시간 정도는 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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