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개인 방송의 주제는 다양하다.
그리고 꼭 각고의 준비 끝에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원피스덕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해군 vs 흰 수염 싸움 수준 ㄹㅇ 실화냐?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다ㄷㄷ
그냥 즉흥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후원 메세지를 기점으로 채팅창에서 토론이 이어진다.
―흰 수염은 ㅇㅈ이지
―솔직히 열매빨 있음
―아니, 패기만 해도 삼대장 찜 쪄먹을 텐데 열매빨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원피스충들 쳐내!
굉장히 유명한 만화다.
그만한 수준을 넘어 거의 일반 명사화가 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어그로가 굉장히 잘 끌리는 화제이기도 하지.'
커뮤니티에 악마의 열매 먹을 수 있으면 뭐 먹음?
이런 글 올려두고 두 시간 뒤에 오면 아직도 토론 중이다.
그 하급 어그로가 내 방송에도 상륙했다.
적당히 무시를 해도 되지만, 그대로 화제를 이어나가는 것도 개인 방송의 묘미다.
"확실히 흰 수염이 밸붕이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세대 교체를 빌미로 빨리 퇴장시킨 것 같기도 해요."
―정환이도 원피스 보네?
―당연히 보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싸 만화 기준: 원나블
―ㄴㄷ^^
'원피스'는 오다 H. 로 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현 시대 최고의 만화 중 하나다.
상업적 측면만 본다면 가히 비교의 대상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내용도 좋다.
만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한 번쯤 읽어 봄직하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행방불명이 되신다.
─에이스씹트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에이스 죽은 거 너무 아쉬움 ㅠㅠ
"그렇죠. 하필 원피스 세계관에서는 마그마가 불을 태울 수 있는 바람에."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때 실종되셨다고 한다.
육다부터 십다까지 여러 대필 작가들의 손을 거치며 원피스의 스토리는 완전히 망가진다.
그러다 2019년에 기적적으로 생환하여 다시 펜을 잡는다.
의로운 사황 카이도와 손을 잡은 루피가 천인공노할 대악당 오뎅을 처단하는 에피소드를 집필하신다.
'쓰레기도 그런 쓰레기가 따로 없지.'
0살에 자신의 유모를 던지고, 6살에 성의 공금을 훔쳐 빡촌에 드나들고, 8살에 도박장에 출입하며, 10살에 체포 당해 채석장에서 죄수로 복역하고, 15살에 연인이 있는 여성들을 납치해 하렘을 차리고 되찾으려는 가족들을 베어버리며, 장례식장에서 화장하는 유체로 오뎅탕을 끓여먹는 희대의 사이코패스다.
웬만하면 캐릭터를 죽이지 않기로 유명한 불살의 오다가 오뎅만은 기름탕에 튀겨버린다.
그야말로 악당 다운 최후.
원피스팬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대작가의 귀환을 축하하는 것은 10년 후의 이야기다.
─원피스매니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열매 하나만 먹으면 무조건 뭉게뭉게 아님?
"아 뭉게뭉게 좋죠~."
―당연하지 흰 수염 열매인데
―나는 실용적인 문문 열매!
―우걱우걱 열매 먹고 소지섭 잡아먹으면 소지섭 될 수 있나여??
―오우 쉣
현재의 원피스는 1부가 끝나고 2부가 진행 중이다.
오다 센세가 실종되어 육다가 대필하고 있지만 스토리가 완전히 붕괴된 시점은 아니다.
'오뎅은 정말 생각만 해도 빡이 안 칠 수가 없어.'
십다가 싸질러 놓은 똥을 오다 센세가 치우지 않았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미래의 이야기는 접어두고 현재의 원피스를 논해보려 한다.
<하늘의 구름은 나의 일부!>
원피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편집한 짤방을 보고 있다.
1부의 마지막 에피소드 정상 전쟁에서 최고의 임팩트를 선사했다고 손꼽힌다.
―와ㄷㄷ
―이게 만화지!
―뭉게뭉게 열매 너무 사기 아님?
―구름이랑 합체하네
살아있는 전설이자 원피스 세계관 최강의 사나이.
흰 수염이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선보인다.
뭉게뭉게 열매의 힘으로 구름과 일체화해 주먹을 내리친다.
콰과과광───!!
천벌(天罰)이 마린 포드에 직격한다.
섬 자체를 부숴버릴 만한 파괴력이다.
기술명에 어울리는 어처구니없는 클라스의 타격도 고작해야 서막에 불과했다.
<세력에서 우위라고 승리를 자신하지 마라. 최후를 맞는 건 우리일지도 모른다. 저 사내는, 세계를 멸망시킬 힘을 가지고 있어!!!>
해군 원수가 진중하게 소리칠 만도 하다.
곧이어 진동의 여파로 쓰나미가 밀려온다.
수십m에 이르는 거대한 해일이 마린 포드를 삼켜버린다.
"뭉게뭉게 열매의 구름 인간 흰 수염……. 진짜 사기적인 힘이긴 해요."
―다른 자연계랑은 비교가 안되네
―진짜 에이스 없었으면 혼자 마린 포드 부쉈다
―ㅈ이스 ㅅㅂ놈
―이거 결국 삼대장이 얼려서 막았음!
원피스는 엄청난 스케일의 세계관을 자랑하는 만화다.
팬들 입장에서는 최강자들이 납득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길 바란다.
'이를 보란 듯이 보여준 거지.'
정상 전쟁 에피소드는 원피스의 최전성기를 이끈다.
그런 대사건이었던 만큼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최대 화두다.
─원피스초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왜 처음 주먹에 요새 안 부숴짐? 거품 같은데
"저도 검색해서 안 건데 흰 수염 대비용 특수 강철벽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해루석이 포함된."
거물급 해적, 해군과 대형 떡밥이 술술 쏟아지다 보니 자세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많다.
그와 완전히 상반되게 안습한 부분도 존재한다.
<넌 내가 처리한다 밀집모자!>
기존 강자들이 약골처럼 묘사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림을 받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스모레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흔들흔들 열매는 진짜 쓰레기 다 됐네ㅋㅋㅋㅋㅋㅋ
"처음 나왔을 때는 개사기 같아 보였는데 파워 인플레의 희생자 같아요."
―흔들흔들 블로우!
―무슨 진동 안마기도 아니고
―지도 딸칠 때만 쓴다는 게 정설ㅋ
―뇌가 담배 연기로 꽉 찬 ㅄ임
해군본부 준장 스모크의 능력이다.
엄청난 진동으로 상대를 안에서부터 파괴시키는 탓에 고무 인간인 루피한테는 잘 먹히지만, 기본적인 파괴력은 비능력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냥 지가 잘 못 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말도 있다.
스모크는 뭉게뭉게 열매를 먹어도 약했을 거라고.
원피스 팬들 사이에서 스모레기라 불리며 전투력 측정기 취급을 받는다.
<케하하하!!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는 어둠의 인력, 모든 것을 파괴하는 구름의 힘!!! 나야말로 최강이다!!>
반대로 강해진 자.
검은수염은 원래부터 작중 최강자 중 하나로 손꼽혔지만 정상전쟁에서 흰 수염의 능력까지 빼앗는 쾌거를 거둔다.
기존 원피스의 틀이 바뀐 대사건.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를 끌 만도 하다.
그동안 안 보던 독자들도 관심이 생길 만큼 말이다.
─원피스왜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검은수염은 뭔데 열매를 두 개나 먹음? 한 개만 먹을 수 있는 설정 아니었음?
"그것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가장 흔히 거론되는 것이 인격이 세 개란 설이다.
각각의 인격이 악마의 열매를 먹을 수 있다.
근데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다중 인격자가 한두 명이겠냐고.
'어차피 몸은 하나기도 하고.'
원피스 자체가 워낙 진도가 느리다.
죽기 전에 끝나면 다행인 수준이라 나도 모든 실상을 알진 못하다.
그래도 원피스 덕후들이 세운 그럴 듯한 가설을 몇 가지 정도는 기억한다.
"검은수염이 사실 세 쌍둥이인데 전대의 우걱우걱 열매 능력자가 셋을 하나로 합쳤다. 그래서 열매를 2개 이상 먹어도 이상이 없다."
―?
―아니, 그건 좀;;
―와포루가 부하들 먹어서 합쳤을 때 무등 타기 수준이었는데 ―창의력 머장 납셨누
정말 개씹소리 같을 수 있지만 의외로 설득력이 있다!
차후 악마의 열매에 '각성'이란 개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와포루는 병신이라 완전한 합체를 못 했지만, 좀 진지한 능력자면 킹만하다는 이야기지.'
검은수염이 드럼 왕국에 쳐들어간 이유도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우걱우걱 능력자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보면 앞뒤가 들어맞는다.
─원피스덕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냥 케르베로스 열매 먹은 거 아님?
"그럴 수도 있죠."
―개개 열매 환수종 모델 케르베로스!
―머리가 세 개니까 열매를 두 개 더 먹을 수 있는 거지 ―나도 그 생각함!
―원래 비능력자였다고 나오지 않음?
검은수염 해적단의 깃발에 세 개의 해골이 그려졌다.
대놓고 떡밥을 흘렸으니 온갖 추측이 나올 만도 하다.
'여하튼.'
그냥 친구들끼리 떠들어볼 만한 이야기.
가끔씩 원피스 콘텐츠를 진행하면 나도 추억 생각나서 재밌고, 시청자들 반응도 괜찮다.
주제 잡아서 떠들면 하염없이 시간이 잘 간다.
대수롭지 않은 짓을 하는 것도 개인 방송의 묘미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만 생기지 않는다.
카톡!
스트리머는 몰라도 BJ는 말이다.
* * *
"하아! 하읅……."
호텔 방.
한 남녀가 멥쌀이나 찹쌀, 또는 다른 곡식을 찧어서 빚어내는 음식을 치고 있다.
어느 호텔에서도 하루 수십 번은 일어날 별일은 아니다.
"오빠 쌌어요?"
"어."
"그럼……, 한 번 빨아드려요? 아님 샤워실?"
남녀의 나이대가 차이 나는 것 또한.
세상에는 여러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방식에 맞는 사정도 있다.
쪽, 쪼옥―
입으로 하는 것이 보다 성향에 맞다.
훑어내는데 만족하지 않고 한 번 더 시원하게 자신의 사정을 해결한다.
그렇게 거사를 마치고 샤워를 한다.
본래 복장으로 환복을 한 후 애인처럼 팔짱을 낀 채 방 밖으로 나온다.
"오빠, 살펴가세요~."
"어, 수고했다."
"그럼 방송에서 뵐게요. 네?"
호텔 입구에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현자 타임에 들어간 하람은 혀를 찬다.
'사 먹으면 반백만 원도 안 들 년이.'
애인 사이가 아니다.
굳이 따지면 업소녀에 가깝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비슷한 측면이 있다.
파프리카TV의 여캠.
열혈들이 그녀들에게 별풍선을 쏘는 이유다.
단순한 호구도 있지만, 확실한 목적을 가진 이들도 존재한다.
「방금 지수랑 홈런 쳤다 질문 받는다.」
「헐ㅋㅋㅋㅋㅋ」
「아 지수 서비스 좋죠」
「구멍 동서 많나 보네 ㅋㄷ」
그런 이들이 모인 열혈 단톡방.
이야기를 아주 가볍게 주고받는다. 정말 업소 같은 느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훨씬 문이 좁다. 보통 사람들은 알지도 못한다.
그 희소성이 보다 높은 쾌감을 만들어준다.
'지수도 처음에는 좋았는데 슬슬 맛탱이가 갔어.'
희소성.
그래서 오래 가지 못한다.
음식처럼 먹다 보면 질리게 돼있다.
그리고 입맛이 고급져진다.
훨씬 빼어난 수준을 원하게 된다.
애초에 여캠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기도 하다.
「리아는 홈런 친 사람 없음요?」
「리아…….」
「나 일단 공은 들이고 있다. 나름 수확도 있고」
「오~ 어디까지요?」
그렇기에 최근 단톡방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진짜 수준이 높은 여캠.
먹기가 힘든 여캠.
경쟁이 불붙는다. 먼저 홈런을 치는 쪽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글자 그대로 게임 같은 것이다.
「철크루에 아는 동생이 한 번 만나봤는데 진짜 예쁘다더라…… 그렇게 예쁜 사람 연예인 말고는 처음 봤다네」
「그 정도에요? 실물갑이라고는 듣긴 했는데」
「산삼보다 귀하나?」
「일단 업체쪽에 문의를 좀 해봐야겠다」
「그러게 알아서 연락 줄 줄 알고 가만히 있었더니 이 새끼들이 일을 안 해~」
게임에는 딜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