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진정한 캠빨
띵동딩~♪ 띵동딩~♬
이미 한 번 와봤던 장소다.
길은 구태여 물어볼 것도 없다.
'안 가르쳐줘 봤자 시간 문제라는 거지.'
갑작스러운 집 방문.
보통은 반가워하지 않는다. 평소 청소가 취미가 아닌 이상 말이다.
그 외에도 개인 물품들이 즐비하다. 특히 자취방에는 별의별 게 다 있다.
그래서 온 것이기도 하다.
"오, 오빠 조금만 기다려줘요 조금만……."
리아가 현관문을 찔끔 연다.
머리가 젖어있고, 피부도 뽀송뽀송하다.
방금 샤워를 마친 모양이다. 음식은 따듯할 때 먹어야 제맛인 법이다. 어렸을 적 배운 식습관을 어른이 되어서도 지키고 있다.
촵!
쪼옥―
입술을 빨며 혀를 끌어당긴다.
평소보다 따듯하며 두툼한 식감이 녹아날 것처럼 부드럽다.
옷도 평소의 여캠 의상이 아니다.
가벼운 흰티에 돌핀팬츠를 걸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화려한 것보다 담백한 맛이 취향이다.
'옷에 주름 생길까 신경 안 써도 되고.'
사과도 껍질째로 먹는 걸 즐기는 편이다. 사과처럼 둥그런 힙을 손바닥에 힘을 주어 꽉 움켜쥔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버둥대지만 그대로 끌어안는다.
가슴이 뭉개질 정도로 안은 손에 힘을 주자.
"아, 아흐……. 아아!"
기묘한 신음소리를 내며 부르르 떤다.
가랑이 둔덕을 손 끝으로 통통 쳐주니 그대로 주저앉아 다리를 비비 꼰다.
"오빠 들어갈게?"
"아, 안 되는데 으…… 아!"
리아의 집에 오는 건 오랜만이다.
아니,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은 합방했을 때고.'
신데렐라 콘텐츠 말이다.
그 이후로는 방문을 한 적이 없다.
가기 귀찮다기보다는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리아가 우리집에 온다.
그걸 들키는 건 어찌저찌 변명이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사태의 중대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더럽지는 않네.'
갑자기 들이닥쳤음에도 말이다.
가끔 보면 쓰레기장처럼 하고 사는 애들도 있고, 여자 중에서 그런 애들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
깔끔까진 아니어도 이 정도면 합격이다.
15평 정도로 보이는 자취방은 네 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작은 화장실과 복도 같이 좁은 부엌.
그리고 방송용 방과 본인의 침실이다.
내가 살펴보고 싶은 건 당연히 침실 쪽이다.
리아가 평소 쓰고 있을 방이다.
내 예상이 맞다면 재밌는 개인 물품들을 찾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위이잉~!
딱히 특이할 건 없다. 집에 하나쯤 있을 만한 물건이다. 부모님한테도 드리면 효자 소리 들을 것이다.
'제품 기종을 신경 쓰는 게 좋겠지만.'
쓰는 건 여자들이지만, 보는 건 남자들인 제품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Made in Japan.
아무리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일본 제품 불매가 일상화돼도 몇 가지는 인정 받는다.
드르륵!
그 외에도 재미있는 것들이 보인다.
서랍을 열자 내가 선물해준 장난감과 그전에 사두었을 보다 작은 사이즈의 장난감이 굴러다닌다.
"오빠! 그, 그… 하지 마아 꺄아!"
지인의 집에 찾아가면 가장 재밌는 짓이다.
남녀가 바뀐 듯한 것은 기분 탓이다.
적당히 골려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남녀 간의 뜨거운 시간을 보낸 후의 뒤처리.
리아의 집 화장실은 작긴 하지만 욕조가 있다.
어차피 몸은 씻어야 하고, 따듯한 물 안에서 가지고 놀면 풍치가 있다.
'잘 뜰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몸에 지방이 많은데 양 가슴이 몰캉몰캉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언제 한 번 데리고 해수욕장이라도 가보고 싶다.
"오빠 근데요."
"응?"
"우리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는 거예요?"
"……."
그런 가볍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리아의 집에 온 이유.
한가하게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함이다.
띵동딩~♪ 띵동딩~♬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온다.
* * *
남자와 여자는 샤워 시간이 상이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먼저 나와서 손님을 맞이한다.
"여기 두시면 됩니다. 제가 알아서 가져갈게요."
"안에 안 들여놔도 되나요? 히힛."
"예, 수고하셨습니다."
택배를 시켰다. 정확히는 퀵 서비스.
물품들을 가져온 배달원의 호의를 반려하고 돌려보낸다.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혼자 사는 여캠이다.
외간 남자를 들여보내서 좋을 것은 없다.
그 외에도 이상한 이야기가 생길 여지가 있다.
그런 기우는 그렇다 치고.
택배의 내용물은 다름이 아니다. 장비를 압수했다고 하니 새로 깔아줄 생각이다.
"오빠 뭐해요? 박스들은 다 뭐고……."
혼자 작업한 지 1시간.
샤워를 하고, 드라이와 화장까지 다 마친 듯한 리아가 목욕 가운을 걸친 채 문을 연다.
'뭐, 설명을 해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어쩌고저쩌고 장비들을 사서 세팅 중이다.
말해봤자 끄덕끄덕밖에 못할 것이기도 하거니와 그전에 해보고 싶은 게 있다.
일단 탈의시킨다.
그리고 앉힌다.
책상과 의자 사이의 빈 공간에 밀어 넣는다.
"봉사해."
"안 도와줘도 돼요?"
"봉사하는 게 도와주는 거야."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기타 등등의 명언이 뜻하는 바는 다름이 아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배워라. 뭐라도 좋으니까 조금씩 해봐라.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사장님들도 많이 한다며.'
비서들의 고생이 많다고 들었다.
나도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들이 하는 일부터 따라 해보려고 한다.
타닥, 탁!
BJ의 기본 세팅은 당연히 투컴이 좋다.
하지만 적지 않은 BJ들이 원컴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려워서다.
'신경 쓸 게 좀 많은 게 아니니까.'
보통 사람들이 컴퓨터를 한 대 쓰지, 두 대 쓰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어색한데 문제는 외관만이 아니다.
일단 소음이 엄청나다.
방 온도도 엄청 올라간다.
전선도 여기저기 얽혀서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세팅이라는 것은 그런 것까지 포함이다.
어설프게 한 BJ들은 컴퓨터 두 대 사고, 하나만 쓰는 경우도 실제로 많다.
'얼마나 중요한 건데.'
여캠이다.
일반 방송인보다 캠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화질을 말하는 게 아니라 조명 등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된다.
막말로 A급도 B급으로 나올 수 있고, B급도 A급으로 나올 수 있는 게 캠빨이다.
여기에 프로그램까지 사용하면 정말 주작 수준도 못할 게 없다.
'구독냥이 하는 아줌마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지.'
다른 사람 장사에 이러니저러니 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건 리아가 그동안 손해를 봤다는 부분이다.
다른 여캠들과 달리 전문적인 캠 세팅이 부족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불공정 계약서로 묶어두지 않았으니 그만큼 투자도 가벼웠던 것이다.
웹캠이 작고, 가볍긴 해도 함부로 대해서는 절대 안된다.
"잘했어."
"저 도움 됐어요?"
"그래."
"헤헤헤……."
리아가 봉사해준 덕분일까.
세팅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애초에 내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이 했으니 헷갈릴 부분도 없다.
일일 비서 업무를 수행한 리아가 기지개를 켠다.
가슴 살덩이가 위험천만한 반작용을 가진다.
어쩔 수 없이 두 손으로 떠받들 듯 받쳐준다.
'어쩔 수 없어.'
무중력 공간인 우주에서 1년을 보낸 우주인의 키는 5cm나 늘어난다고 한다.
사람들이 평소에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지구의 중력은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오빠 저 진짜 열심히 봉사했는데~"
"응?
"저도……, 해주시면 안될까요?"
자신이 말하고도 부끄러웠는지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실컷 해놓고 왜 그러는 건지.
이야기를 조금 잘못 들었다.
"물소짓이 그렇게 좋았어?"
"물소요?"
"몰라?"
"아……, 그게 그런 뜻이었구나."
입으로 해주는 것에 맛이 들린 모양이다.
부끄러운지 손으로 가랑이를 가리며 허벅지를 베베 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는데.'
놀리는 용도로나 가끔 한다.
하지만 열심히 도와준 공로를 인정해서 한 가지 조건하에 해줄 수는 있다.
꿀꺽! 꿀꺽!
삼다수 500ml를 원샷 시킨다.
그전에 마신 두 병과 합하면 글자 그대로 생수 한 통이다.
"꺼억! 히끅……."
"하, 트림도 귀엽게 하네."
"진짜…… 보고 싶어요?"
"그래, 이 오줌싸개야."
조금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진다.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나와 리아의 유대 관계의 확인을 위함이다.
'정말 나쁜 놈들은 이런 걸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서 남기거든.'
단순히 변태적인 성취향이 아니다.
방송 중, 혹은 사생활에서 노출되는 부끄러운 사진들을 찍어서 협박하는 업체들도 있다.
그 정도면 양반이고.
아예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기도 한다.
여캠들이 방송을 할 수밖에 없도록 목줄을 잡는 것이다.
"이게 뭐예요?"
"사 달라며."
"와……,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비싼 거 아니면 안 매잖아."
"설마요~! 헤헤."
본인이 원했던 목걸이.
잘 어울릴 만한 것이 보여서 샀다.
예상했던 대로 하얀 가슴골에 예쁘게 고인다.
'울적했던 기분도 풀어졌고.'
장비 세팅도 완벽히 해두었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된 건 아니다.
업체측의 입김을 뿌리쳐도, 열혈 관리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 * *
업체에게 있어 여캠은 혁명적인 비즈니스다.
기존의 업소와 같은 방식은 아무리 룸살롱, 키스방, 안마방 등 간판을 바꿔 달아도 결국 성매매 업소다.
법에 저촉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소리다.
항상 맘 졸이며 장사를 해야 하고, 조폭과 부패 경찰 등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래서 수익이 억 단위로 나와도 실상 손에 쥐어지는 것은 직장인 월급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리스크에 비하면 리턴이 턱도 없다. 다른 시장을 넘보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유광석에게 있어 인터넷 방송은 유토피아와도 같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저희쪽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열혈 형님들도 도와준다고 하십니다."
"그렇다고 너무 강압적으로 가지 말고."
"예, 알고 있습니다!"
켕기는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여자 관리라는 게 엄청나게 까다롭다.
단순한 이해 관계만으로는 안된다.
'그냥 가축으로 봐야 돼.'
그것이 유광석이 내놓은 해답이다.
처음에는 챙겨도 주고, 원하는 것도 해주고, 고민도 들어주고 여러가지 해봤지만 늘어가는 것은 짜증 뿐이었다.
그럴 바에야 목줄을 죄어 놓자.
계약을 하고, 약점을 잡아 놓으면 딴 마음 먹지 못한다.
업소처럼 빡세게 굴리는 것도 아니다 보니 여자들도 순순히 따른다.
중요한 건 첫 단추.
리아는 아직 잡은 고기가 아니다.
하지만 한 발만 발을 디디면 단물이 빠질 때까지 쪽쪽 빨아먹을 수 있다.
"평소처럼 방송 진행하지 못하게 만들면 우리의 고마움을 스스로 깨닫겠죠."
"열혈 형님들까지 나서준다면 확실하겠지 흐흐."
그렇기에 평화적으로 꼬드긴다.
괜시리 겁을 먹어서 아예 업계를 떠나버리는 건 유광석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사심이 있는 열혈들도 마찬가지다.
업체에 소속이 돼야 안심하고 별풍선을 쏠 수 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다 보니 손을 잡게 되었다.
'당연히 싸게 싸게 굴릴 생각은 없지만.'
리아는 새로운 파프리카TV 4대 여캠이라 칭송받고 있다.
다른 4대 여캠들과 달리 경력도 짧고, 뒷소문은 아예 없어서 큰손들이 침을 줄줄 흘린다.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단가가 최소 0 하나, 잘하면 0 두 개도 노려볼 만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지게 됐다는 사실에 흥분이 가득 찬 찰나.
"사,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왜? 갑자기 무슨 소란이야?"
"그게 그 리아 말입니다……."
"말해."
"오정환이랑 스캔들 났다고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그건 뭐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상상치도 못했던 소식이 날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