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02화 (202/846)

202화

개인 방송 갤러리.

팬덤들의 각축전과 대기업BJ들의 대리 전쟁으로 항상 시끄러운 곳이다.

하지만 의견 대립만이 일상인 건 아니다.

아주 간혹 We are the World를 외칠 때가 있다.

그것은 십중팔구 여캠에 대해서다.

─아니 진짜 리아가 그럴 줄은 몰랐네

순수하고 도도한 이미지라

적어도 뒤에서 호박씨는 안 깔 줄 알았는데

└그래봤자 챙녀는 챙녀지

└ㄴㄷㅊ

└이런 놈들 때문에 별창들이 먹고 살지

└음머어어~! (물소 울음소리)

가만히 앉아있으면 물소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쏴준다.

그것도 100개, 200개도 아닌 수천, 수만 개를 펑펑 말이다.

너무 쉬워 보인다.

그런데 할 수가 없다.

남자로 태어난 시점에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방송을 잘하는 거면 그러려니 하지. 아니면 인정할만한 고생을 하거나.

단순히 외모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떼돈을 버니 배가 아프다.

─추천글 떡밥 글쓴이인데

이렇게 불타오를 줄 몰랐네……

갠방갤 2년차인 데도 가끔 보면 무섭다

└너는 괜찮음?

└직장 잘리겠누

글쓴이― 기간제 알바라 ㄱㅊ

└작정하고 터트린 거네 씹악질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대형 사고.

사회적 혹은 도의적 물의를 빚는 BJ들이 있다.

그런 일이 한 달에 한 번씩 안 터지면 심심한 것이 인터넷 방송이다.

그 둘에 전부 부합된 것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공공의 적이 된다.

사건의 시발점은 한 배달 기사가 올린 글로부터였다.

─인증有) 운송 알바 하다가 오정환 만났다

[수취인 오정환 인증. jpg]

이름이 오정환이길래 설마~

단순히 이름이 같은 거겠거니 하고 갔는데

.

.

.

BJ도 당연히 사람이고, 자신만의 프라이버시가 있다.

이따금 그것이 노출될 때가 생긴다.

별일이 아니라면 웃고 넘어가겠지만 만약 별일이라면?

└안쪽이 여자집 같았다고?

└흠터레스팅

└응 주작 ㄴㅇㅁ

└그 새끼 박을 ㅈ은 있나

실제로 종종 수면 위로 올라온다.

남자BJ와 여자BJ가 사귄다!

연애쪽 화두는 호불호가 없고, 화제성이 발군이라 조명 받기 쉽다.

특히 물소들. 평소 사심이 있던 이들은 민감하다.

설마 진짜야?

애타는 마음으로 조사까지 이어진다.

─개추요청) 오정환&리아 휴방일 겹친다

오늘 둘 다 방송 안 킴

리아는 뜬금없이 휴방 공지까지 올림

이건 뭐 킹리적 갓심이고 나발이고 대놓고 우연찮은데 ㅋㅋ└이거네

└그래서 먹었다는 거야 안 먹었다는 거야

└물소 새끼들 발작 버튼

└수백만 꼴아박은 열혈들 피눈물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장 보편적인 조사 방식이다.

그렇다는 건 걸리는 사람이 있다는 거고, 확률 표본도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이야기다.

확률이 꽤 높다.

BJ끼리 만나려면 휴일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렇듯 증인까지 나왔으니 킹리적 갓심이 더더욱 올라간다.

─배달 기사썰 진짜일 확률 높아 보이는데?

[리아가 말한 동네 음식점 정리. txt]

[구글 스트리트 뷰 음식점 사진. jpg]

일단 동네 같아 보임

내가 건빵이긴 한데 리아방 죽돌이라 저거 다 직접 들은 사실임 ㄹㅇㅍㅌ└건빵쉨ㅋㅋㅋㅋㅋ└큰일은 건빵이 한다!

└작성자도 정상은 아니네 한 발 삐끗나면 범죄자일 새끼 └아무튼 꿀잼이라 ㄱㅊ

기타 등등.

BJ라는 직업은 사생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특히 광적인 팬들이 많은 여캠들에겐 자주 일어난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전까지 깨끗한 이미지였다고 해도 말이다.

갑작스레 터진 사태는 어중간한 진화로는 안될 분위기다.

─급 떨어진다고 언플 해놓고 지가 만나넼ㅋㅋㅋㅋㅋㅋ─아니 진짜 열혈 불쌍해서 어카냐

─오정환과 리아 사이가 전조가 보였던. EU

─리아 나락 가나요?

.

.

.

커뮤니티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 * *

이따금 있는 일이다.

특히 보라 업계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여캠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진다.

─갠방갤악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아 귀찮게 왜 그래요 진짜……."

―이 새끼가?

―철판 깔았누

―ㅊㄲㅇ

―환피셜) 반박이 불가능해서 귀찮다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이슈.

이는 내 방송국 민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도 X랄병이 나다 보니 한사코 무시할 수가 없다.

해명 방송을 켜게 되었다.

방송은 어그로고, 살릴 수만 있다면 콘텐츠가 되는 법이다.

한 가지 유별난 점이 있다면.

'진짜라는 거지.'

사귀는 사이가 아니다.

엔조이도 아니다.

그래도 엄밀히 따졌을 때 그렇고 그런 관계인 것도 사실이다.

어제 리아의 집에 갔을 때.

운송을 시킨 기사가 사고를 친 모양이다.

살짝 쪼개는 게 느낌이 쎄해서 안 들여보냈던 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집단 지성의 힘을 빌려 결국 이루어냈다.

나와 리아의 연관성을 찾아낸 것이다.

아닌 척 잡아떼는 건 하책이다.

"제가 리아집에 간 건 맞습니다. 개인적인 용무가 있어서 들렸어요."

―너무 뻔한데?

―개인적인 용뭌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좀 더 굴리고 말하지

―그걸 믿겠냐

리아를 직접 본 건 아니다.

그렇다 해도 결국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이고, 눈치를 봐야 할 건 시청자쪽만이 아니다.

'업체들이 그런 걸로도 협박 잘해.'

잘못 말하면 약점을 잡힐 수 있다.

거기 리아집 맞는데?

그런 소름 끼치는 연락이 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다.

보라판에서는 공공연하다. 그래서 사고는 웬만하면 피해야 한다.

사고를 치고, 대처를 하는 게 바로 내 전문 분야다.

"일단 어제 리아가 휴방을 한 이유부터 말하자면……."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선을 긋는다. 그들도 찔리는 바가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방송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 이를 설치해주기 위해 불려갔다.

찔릴 이유가 하나 없는 실제로 있었던 상황이다.

─여캠스토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운송 기사가 막 샤워한 것처럼 비누 냄새 났다는데? ㅋㅋ

"저도 인간이에요 씻고 살아야죠. 그럼 제가 꾀죄죄~하게 엉덩이 벅벅 긁으면서 갈까요? 그것도 여캠한테."

―그건 ㅇㅈ

―하긴 이 새끼 고자였지

―준호면 100% 그럴 텐데

―그저 ^무^

평소에 잘 대비를 해두면 말이 꼬이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알리바이를 한두 개 준비해둔 게 아니다.

'여하튼.'

해명을 하는 건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물증을 논파했으니, 나머지는 갈파하는 것만 남았다.

─오정환 이 새끼 치졸하네ㅋㅋㅋ

여캡집에 갔다= 트루

샤워 하고 갔다= 트루

이거 두 개면 그냥 뻔한데

지는 뭐 어쩌고저쩌고~ 혀가 길어

└오정환 이미지가 있어서

└이미지는 X발ㅋㅋㅋ 이쁜 여자는 따먹고 싶은 게 남자 심리 아님?

└이 새끼 고자 컨셉으로 너무 성역화되긴 함

└오정환도 뭐 하나 나올 때가 됐지ㅋ

모든 의심이 불식된 건 아니다.

특히 남 ㅈ되는 걸 좋아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이유가 없어도 어떻게든 짜맞출 게 뻔하다.

그조차 예상을 했다는 이야기다.

"백보 양보해서 그런 목적으로 갔다고 쳐요. 알고 보니까 내가 리아한테 사심이 있던 거지."

설득력을 만들면 된다.

상황을 혼란시키면 사람들은 보다 재미있고, 흥미가 이는 쪽에 귀가 기울기 마련이다.

─보라판고인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기사가 운송했다는 물건이 그럼 컴퓨터임?

"예. 전표를 보여드릴 수도 있는데 컴퓨터 2대랑 모니터, 기타 등등이에요. 무게로만 따져도 20kg가 족히 넘을 텐데 막말로 성인용품을 그렇게 많이 샀을 리는 없잖아요?"

―그건 너무 막말이고;;

―개청자보다 더 선 넘네

―여캠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ㅡㅡ

―아 이 새끼 미친놈이었지……

사람 심리라는 게 그러하다.

장난을 치다가도 어, 저건 좀 그렇지 않나?

역으로 선을 확 넘어버리면 오히려 긴장을 하게 된다.

'이 분위기만 만들면 나머지는 손쉽지.'

눈에 확 보이는 인증이다.

컴퓨터 부품 사이트의 주문/배송 조회 기록을 확인하면 된다.

그렇게 여론은 간단하게 진정시켰다.

─ㅈ없는ㅈ정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호구왔능가……

"뭔 호구예요. 친하면 그 정도는 해줄 수도 있는 거지."

―눙물

―그러니까 여캠집에 가서 그냥 컴퓨터만 설치해주고 온 거네 ―내 대학 시절 보는 거 같누―시킨다고 다 함?

―정환이가 2살 위 아니었나

―개먹혔네 그냥

―나도 먹히고 싶다ㅋ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다소의 부작용은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씨는 남아있긴 할 것이다.

그래봤자 시간이 지나면 진화될 사소한 수준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한 번 불타오른 화재는 불이 꺼져도 탄 흔적이 남는다.

화제 또한 마찬가지의 측면이 있어 한동안은 어그로가 꼬일 것이다.

그리고 방송은 곧 어그로.

이용할 수만 있다면 콘텐츠 짜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이 모든 것을 내다본 한 수였음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리아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방송 장비가 급 떨어져서 올려주고 왔네ㅋ

"……."

빌드업을 쌓아올린 계획이 빛을 발한다.

* * *

수많은 시청자 앞에 선다.

오해와 루머를 안고 사는 것은 BJ의 숙명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 대처 능력도 BJ가 가져야 할 소양 중 하나다.

─아니 간만에 재밌는 스캔들 터지나 했는데

─오정환 이눔은 줘도 못 먹누

─역시 발 새끼(씨가 없다는 뜻ㅋ)

─결국 고자 엔딩이네ㅋㅋ

.

.

.

무난하게 종결된다.

워낙 인지도가 높은 두 BJ다 보니 주목 받은 거지.

사실 엄밀히 따졌을 때 썸띵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진 않았다.

─오정환이랑 리아 합방할 때는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사석에서는 친하나 보네

└친하니까 디스 하지 ㅄ아

└정확히는 리아만 갈굼

└업보 존나 오래 가는 중ㅋㅋㅋㅋ

└사석에서도 호구 취급 받는 거 아님?

화제가 진화되는 것도 금방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태의 일단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게 잘 나간다.

최근 가장 핫한 인기의 여캠이다.

남자BJ와 물의를 빚는 건 열혈들이 안 좋아한다.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세팅을 정말 열심히 잘 해놨기 때문에……."

그렇기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과연 오정환이 진실을 말한 게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건 결국 방송이기 때문이다.

─개추요청) 오정환 탈고자 사태 해명 완벽 정리. txt

1. 고자 맞다

2. 호구 맞다

3. 방송 장비 세팅 잘 해놔서 캠빨 더 잘 받을 듯

└졸라 핵심만 적어놨네

└결벽증급 정리ㄷㄷ

└그래 X발 캠빨이나 함 보자

└으이구 노ㅈ정환

의심이라는 건 쉽게 재발한다.

첫 진화에 실패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수가 있다.

오정환의 해명은 분명 깔끔했다. 말했던 바가 사실이라면 말이다. 여론이 뒤집힐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진짜 뭐 있는 거 아니야?」

「남비랑 썸 탄 년은 좀 그런데」

「기둥서방 있는 년들도 있더라고요ㅋㅋ」

「창녀들 본성 어디로 가겠습니까~」

이미 몇몇 열혈 단톡방에서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던 여캠이었던 만큼 반응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 투자를 해봐야 하나?

아니면 이쯤에서 손 떼는 게 맞나?

간을 보고 있던 그들에게 확신을 가져다주는 순간이다.

"안녕하세요. 오빠들~ 어제 사정이 있어서 휴방을 했는데…… 방송국에 글이 많더라구요."

화제의 중심에 있는 그녀가 방송을 켰다.

처음에는 기존 시청자, 그리고 유동 시청자 사이에서 호응을 이끌었지만 커뮤니티로까지 전파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캠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달라지네 ㄷㄷ

─이게 여캠이다 희망편ㅋㅋㅋㅋㅋㅋㅋ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그 급 떨어진다던 리아가 맞나??

.

.

.

리아가 방송 인생 두 번째 데뷔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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