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03화 (203/846)

203화

사실 고사양 게임을 할 게 아니라면 원컴으로 방송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 말이 투컴이 필요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다.

'당연히 사양이 높은 게 안 높은 것보다 좋지.'

전자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남는 리소스를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딱 기본만 한다면 원컴으로도 충분한 게 사실이니까.

─그건바로나하람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리아야 오빠 왔다ㅋ

<와 하람 오빠 인사 드리긴 했는데…… 10000개 정말 감사합니다.>

―뜬금포 만 개ㄷㄷ

―방금 샷

―슴골 ㅓㅜㅑ

―열혈들 긴장 잔뜩 빤 거 보소ㅋㅋㅋㅋ

어떤 것이든 기본 이상을 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리아의 얼굴 표정이 밝다. 기분 문제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화면이 말이다.

'리소스를 훨씬 많이 쓸 수 있게 된 덕분이지.'

GTX 1080이라는 방송용 그래픽 카드의 표준이 없던 시절이다.

대부분의 컴퓨터는 사양이 높지 않았고, 이는 방송을 하는 BJ에게 큰 애로사항이다.

투컴을 활용해 이를 높여주었다.

웹캠도 비싼 브랜드를 찾아서 구입했다.

프레임이 끊기지 않아 부드럽고, 화질 자체도 크게 상승했다.

─오정환 이 새끼 뭐 마술사임?

대체 뭘 했길래

리아 캠빨을 200% 상승시켰냐

└컴잘알

└그냥 화질이랑 조명 올린 거 같은데

└캠빨은 X발 기본 와꾸가 ㅆㅅㅌㅊ니까 가능한 거지

└아무튼 갓정환 ㅇㅈ임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괜찮다.

갠방갤 새끼들이 X랄을 안 할 정도면 말 다 했다는 소리다.

'고생 좀 했어.'

여캠마다 잘 받는 세팅이 다르다.

다행히 리아는 쉬운 편으로, 기본기에만 힘을 줘도 충실히 올라간다.

하지만 이는 절대로 만능이 아니다.

─마르리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피부가 진짜 고우시다……

<마르리타 오빠 1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사실 많이 들어요 헤헤.>

―아니ㅋㅋ

―여자는 피부 맞지

―여캠 실물갑 소리 듣는 이유가 있었네……

―언니 파데 13호 쓰시죠??

양날의 검이니까.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잡티 등도 드러난다. 그래서 일부 여캠들을 화질을 일부러 낮추기도 한다리아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다.

나도 못 가는 비싼 마사지샵에서 관리를 받고 있다. 애초에 타고 나기도 잘 타고 났다.

'엄청 부드럽긴 해.'

특히 지방과 어우러지는 가슴쪽 촉감이 예술이다.

그런 기본적인 피부 외에도 골격과 몸매 라인이 더욱 두드러진다.

―))

―((

―))

―))

―((

―중력아 고마워!

물론 가장 두드러지는 건 따로 있다.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일정한 주기 운동을 하는 과학 현상은 진자 시계와 가속도계, 지진계 등의 과학 도구 발명을 이루어냈다.

'과학이라는 게 절대 일상에서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지.'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리아의 별풍선 리액션이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적당히 춤을 추고 있을 뿐인데도 방송 분위기가 절로 흥겹다.

─여캠고인물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100% 참이네 하앜하앜

<천사개 감사합니다 고인물 오빠. 가슴 말씀하시는 거예요?>

―어케 구분함?

―흔들리는 거 보면ㅋㅋ

―수술한 애들은 딱 티가 나는데 리아는 찐임

―그냥 개쩐다 ㅅㅂ

물리학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리아의 방송이 어찌 되나.

관전을 하고 있던 나도 시간 가는지 모르고 봤다.

'엄밀히 따지면 캠빨도 있긴 한데.'

단순히 해상도만 올렸을 리 없다.

소위 말하는 캠빨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꼼수도 사용되었다.

사진 조명으로 쓰는 큰 램프가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

보정 프로그램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한다. 여캠들은 기본적으로 다 하는 것이다.

리아도 이를 해서 효과를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심심하게 끝냈을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1977랩소디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동안 보정도 안 하고 방송했던 거임? ㄷㄷ

<아뇨, 안 한 건 아닌데…… 제가 잘 못했나 봐요.>

―철크루 방송할 때랑 거의 차이 없었지ㅋㅋ

―다른 여캠들은 코가 안 보일 정도임

―눈나 나 죽어!

―지금도 딱히 보정 없는 거 같은데

여캠용 화장법을 가르쳐줬다.

딱히 드문 개념의 이야기가 아니다.

'연예인들만 해도 방송용 화장이랑 평소 화장이랑 기법이 완전히 다르거든.'

마찬가지로 캠빨을 잘 받는 기법도 따로 있다.

그냥 보기는 어색해도, 방송용으로는 보다 적합하다.

수년간 축적해온 노하우.

리아의 미모를 더욱 살려준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급 떨어지는 아이돌이 급이 안 떨어지는 아이돌이 되었다 그냥 연예인급이 된 것이다. 개개인의 미적 기준이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예뻐졌다.

그런 만큼 방송적 흥행은 당연히 따라온다.

'여기까지는 예상된 흐름이지.'

아무래도 전문 분야다.

직접 여러가지 만져가며 세팅까지 했으니 잘될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문제는 열혈들의 단합.

장비쪽을 해결해도 산 넘어 산이다.

지금은 분위기가 좋아도 언제 또 난처한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목걸이요? 아 이거 정환 오빠가 선물해준 건데…….>

이래 봬도 멀리 내다보는 편이다.

* * *

여캠 리아의 대변신.

이는 직전에 터진 이슈와 맞물려 큰 화제성을 자아내고 있다.

─리아 환골탈태 한 거 맞지

화경에서 현경으로 ㅇㅇ

└아 코건 맞지ㅋ

└무협 아시는구나!

└난 도도한 극마 누님이 취향인 거신데

└원래도 이뻤는데 지금 미침ㄷㄷ

파프리카TV 시청자는 남성 시청자 비중이 높다.

그리고 남자라면 싫어할 수가 없는 화두다.

여자!

예쁜 여자!

물론 여캠은 호불호를 타고,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화력요청] 갠방갤 일동은 선언합니다

리아는 4대 여캠이 아닙니다.

파프리카TV 여캠계의 유일신입니다

박이브, 움댕, 김현서, 앳지 등과 비비지 않겠습니다

―개인 방송 갤러리 일동―

└ㅇㅈㅇㅈ

└실물갑좌

└그동안 모래 주머니 차고 방송하고 있었네

└심지어 나이도 훨씬 어림ㅋㅋㅋㅋㅋ

하지만 민심이 좋다.

평소 보라BJ들과 합방을 자주 한다.

다른 여캠들처럼 앉아서 별풍선만 소리를 안 듣는다.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다.

대기업BJ 팬덤이 작정하고 실드를 쳐준다.

개인 방송 갤러리를 중심으로 위상은 더욱 높아져 간다.

「리아 완전 떴네요」

「쩝」

「경쟁 빡세지겄네」

「내릴 분들은 지금이 타이밍인 듯!」

큰손 단톡방.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리아의 인기가 많아지는 것이 달갑지가 않다. 가성비가 떨어지게 되니까.

전보다 훨씬 많은 별풍선을 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으니 관심이 떨어진다.

'내리는 놈 없나?'

'탄환도 적으면 다른 여캠으로 걍 꺼지지.'

'한 명이라도 탈락시켜야 공사가 쉬워지는데…….'

속마음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파프리카TV는 넓고, 여캠은 많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단톡방 회원들이다.

진짜 알맹이는 몇 개 없다.

그나마도 남들이 이미 다 따갔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솟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에 반해 리아.

아직 때가 타지 않았다.

돈이 아쉽지 않은 그들에게 가성비는 논할 것이 못 된다.

「헐 하람 형님 리아방에 만 개 쏘셨네ㄷㄷ」

「허허 부회장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음~」

「저까지 막차 타도 되나요?」

압도적인 희소성.

남들이 원하는 것일수록 더욱 불타오른다.

큰손 단톡방은 딱히 결속력 있는 단체가 아니다.

공통된 목적을 위해 협력할 뿐. 원하는 게 겹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속으로는 애타는 마음을 죽인다.

아직 방아쇠가 당겨지진 않았다.

누군가 당긴다면 총성 없는 전쟁이 되어버린다.

돈 아까운 걸 모르는 게 아니기에 눈치를 살피던 형국인데.

"목걸이요? 아 이거 정환 오빠가 선물해준 건데……."

리아의 방송.

뜬금없이 나온 화제가 불을 지핀다.

어느 정도 예고돼있던 필연이기도 하다.

―목걸이도 해주네 ㄷㄷ

―갓정환 센스 ㅇㅈ

―진짜 잘 어울려요!

―딱 봐도 준나 비싸 보인다

그 큰 가슴팍에 걸려있다.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장소에 말이다. 진자 운동의 실험과 함께 더더욱 주목받는다.

평소 안 하던 액세서리.

그 출처가 오정환이라는 오피셜이 들리자 잠자코 보고 있던 열혈들은 질투심이 샘솟는다.

'끽해야 100만 원 하겠구만.'

'나는 그냥 다이아몬드 큼지막한 거 박아줄 수 있는데.'

'박는 것도 내가 더 잘해!'

열혈들이 쏜 별풍선만 해도 최소 만 단위다.

그 이하 가격인 선물이 부담되지 않는다.

특히 귀금속 액세서리는 가격을 아낄 이유가 없다.

소유욕.

실제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의 선물은 프로포즈의 의미를 가진다.

이를 착용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족된다.

─그건바로나하람님, 별풍선 10002개 감사합니다!

리아야 오빠 회장 됐다ㅋ

"하람 오빠 천이개……, 아니 와 만두개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하긴 한데 오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리아방 회장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 ㅋㄷ

―진짜 큰손ㄷㄷ

―아까도 만개 쏘지 않음?

―리아방 풍력 돌아버렸네

그런 팬들의 선물.

아무나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리아의 방송은 이전부터 철벽으로 유명했다.

그토록 인기가 많음에도 다른 여캠들보다 열혈들의 관심이 소원했던 이유다.

하람도 당연히 알고 있고, 그 점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래 봤자 회장말은 못 어기지.'

천만 원이 넘는 거금을 쏟아부어 회장까지 단숨에 달렸다.

본래는 좀 더 천천히 공을 들일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리아야^^

「네, 하람 오빠」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절하는 이모티콘. jpg)」

―ㅋㅋ

―뭐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후발 주자들 때문이다.

선두 주자로서 격차를 확실하게 벌려둬야 안심이 된다.

방송이 끝난 직후, 열혈 특권으로 카톡을 하며 히죽댄다.

'흐흐 이모티콘도 귀여운 거 쓰네.'

파프리카TV의 여캠방에서 열혈 회장은 막강한 실권을 가진다.

고작해야 시청자 한 명 주제에 어떻게?

이는 특수한 수익 구조에서 기인한다.

고작 20명에 불과한 열혈들이 여캠을 먹여 살린다. 그리고 회장은 그들 중 가장 많이 후원한 사람이다. 돈도 돈이지만 영향력 자체가 클 수밖에 없다.

―오빠가 말이야

―이번에 회장을 달았잖아?

「네, 말씀하세요」

―우리 리아 밥 한 끼 사주고 싶은데 어때?

―맛있는 거 사줄게^^

회장의 말을 안 듣는다?

이 방은 별풍선을 쏴도 대우를 안 해주는구나.

다른 열혈과, 예비 열혈들도 그렇게 생각해버린다.

이를 악용해서 여러가지 요구를 할 수 있다. 여캠 열혈을 한두 번 달아본 게 아닌 하람은 그 방법에 대해 이골이 나있다.

'겨우 데이트권도 안 받아주면 폭동 나는 거지.'

큰손 단톡방.

그렇기에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리아 방송의 열혈 중 상당수가 이에 속해있다.

말을 짜맞추는 건 일도 아니다.

여캠방이라는 좁은 세계의 여론을 겉잡을 수 없이 흔들 수 있다.

「괜찮기는 한데요……」

―한데 왜?

「저 팬오빠 만나는 게 첨이라 ㅠㅠ」

―진짜?

―그전 회장님은?

「한 번 약속은 잡으셨는데 바쁘셔서 못 나오고 여차저차 시간이 흘렀어요」

―그래?

햇병아리 같은 먹잇감이라면 더더욱.

아무리 인기가 많은 여캠이라고 해도 남녀간의 1 대 1이라면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흐흐흐, 생각보다 쉽겠는데?'

큰손 단톡방 멤버와, 다른 열혈들을 꼬드겨서 여론을 만들기만 하면 '어, 그런가?' 하고 넘어올 것이다.

간만에 산삼보다 좋을 걸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하람은 들뜬다.

'일단 정환 오빠가 하란 대로 하긴 했는데…….'

생각이 있는 건 리아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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