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04화 (204/846)

204화

열혈 데이트

여캠과 회장의 만남.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알 방도가 없다.

─리아갑 이걸 만나주네 ㄷㄷ

─별풍 몇 개 쏴야 여캠 영접 가능?

─리아방 열혈컷 몇 개냐

─떡밥 뭔데 설띵 좀

.

.

.

그 기회가 왔다.

최근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여캠.

리아가 독특한 콘텐츠를 꾸리게 된 것이다.

공지― 『회장님이랑 데이트하게 되었어요』

사석에서 만나 뵙는 건 처음이라……

방송을 킬 수 있는지 여쭤봤는데 허락해 주셨어요!

부족하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

물론 본인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방송을 하게 된 건 딱히 콘텐츠 욕심 때문이 아니다.

그와 별개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여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항상 궁금하던 부분이다.

─여캠들 원래 회장 만나주고 그럼?

평소에 안 봐서 모르겠네

└뒤에서 다 만나지 않을까?

└섹스 데이트 해준다는 소문 있던데ㅋㅋ

└응 ㅈㄹ 별풍 셔틀이지

└방송 키고 만나는 건 철크루 영향인 듯

이를 해소시켜준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파프리카TV 4대 여캠 리아와 적어도 천만 단위의 후원을 했을 열혈 회장이다.

어째서 별풍선을 쏘는지.

저 열혈이란 새끼들은 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

알래야 알 수 없던 부분까지 속시원하게 긁어준다.

─리아 근데 타이밍 너무 안 좋지 않음?

이번에 방송 세팅 새로 했던데

회장한테 실물 공개하면 실망각 아님?

└니 면상이나 걱정해

└아이돌급 여캠한테 오지랖ㅋㅋㅋㅋㅋ

└시기가 별로긴 함

└회장이 콩깍지 가득 씌어서 만나면ㅋㅋㅋ

그리고 실물.

방송보다 실물이 더 예쁘다는 연예인과 달리 여캠은 항상 구설수에 오른다.

증명을 했다고 끝도 아니다. 인간은 망각 주기라는 것을 가진다.

또한 외모라는 건 절대불변의 가치일 수 없다.

'평소 캠방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일련의 사실을 열혈들도 알고 있다.

특히 큰손 단톡방.

여캠과의 데이트를 한두 번 즐겨본 이들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힌다. 하람은 파프리카TV에서 유명한 큰손 중 하나이며 회장을 달아본 여캠은 손가락이 부족할 지경이다.

직접 만나본 적도 많다.

캠의 모습과 전부 차이가 있었다.

아주 간혹 로또도 있지만, 9할 5푼은 실망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3할이 평타.

나머지는 똥 밟은 경우까지 있어 난처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다행히 리아는 실물이 어느 정도 보증됐다.

「형님 후기 꼭 좀요!」

「오늘 홈런 치실 생각?」

「방송 켜있어서 힘들 거 같은데……」

―보고ㅋㅋ

「보라BJ들이 실물 쩐다고 입 털긴 하던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딱 그 정도다.

애초에 큰 기대가 없다.

그렇게 예쁘면 연예인 하지, 여캠을 하겠냐는 일침을 누구보다 잘 안다.

'괜히 기대하고 가면 실망하거든.'

예쁜 여자를 만나고 싶다.

그런 거라면 텐프로나 고급 오피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직접 여캠을 만나서 관계를 형성하는 것까지 포함되는 놀이다.

만약 실망스럽게 생겼다면?

그조차 재미를 느끼는 요소 중 하나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실상을 혼자 알고 있는 셈이니까.

여차하면 약점으로도 잡을 수 있다.

가지고 놀다 적당한 때 손절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기에 진짜는 더욱 돋보인다.

<회장님~ 저 거의 도착했어요!>

―와 진짜 만나네

―만나서 뭐 하나요!

―데이트 아님?

―아ㅋㅋ 회장 어케 생겼을까

이윽고 만남의 순간이 이제 곧이다.

하람은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있고, 리아는 택시를 타고 오는 중이다.

'저건가?'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폰으로도 방송을 체크할 수 있다.

저 멀리서 오는 택시의 탑승자가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

끼익―!

뒷문이 열린다.

십중팔구 리아가 내릴 것이다.

회장으로서의 위엄, 대화의 주도권을 위해 엄숙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어, 어……?'

자신도 모르게 침 삼키는 걸 잊는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여캠을 만나왔고, 비단 여캠으로 한정하지 않아도 밤문화를 즐겼다.

그 외 업무 차원에서 만나본 연예인도 한둘이 아니다.

그렇기에 긴장이라는 걸 할 거라고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하람 오빠 맞으세요?"

'어……. 맞아."

"안녕하세요~ 헤헤."

힘을 빼고 있었던 만큼 충격은 훨씬 크게 다가온다.

난데없이 망치로 얻어맞기라도 한 듯 정신이 멍해진다.

꿀꺽!

어디 흠잡을 구석이 없다.

그런 일반인에게나 따지는 소거법이 적용될 대상이 아니다.

상상 속 이상형보다도 완벽하다.

현실 여자가 그럼 그렇지라는 소리가 쏙 들어간다.

굳어있는 하람을 향해.

"오빠."

"으, 응!"

"오빠가 안내 안 해주면 저 계속 서있어야 하는데."

"그, 그렇지. 갈까?"

"어딜요~?"

"아니, 그…… 예약 잡아 놨거든 식당."

―식당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긴장했는데?

―회장님 찐따였누

―여자 첨 만나나ㅋㅋㅋㅋㅋㅋㅋ

묘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평소였다면 일단 터치부터 시도했을 손이 고장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 정도였어?'

어지간한 연예인에게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만큼 급이 높은 연예인들에게는 간혹 있다.

이른바 아우라라는 게 말이다.

범접하기 힘든 거리감.

재미를 본 여캠이 한둘이 아니고, 만나본 여캠까지 따지면 수십 명인 하람에게도 처음 있는 경험이다.

"오빠는 평소에 이런 데서 식사해요? 맛있는 거 드신당~."

"흠! 업무차 가끔……?"

"혹시 무슨 일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마치 맞선이라도 나온 듯 뻣뻣하게 긴장하여 자기 PR을 늘어놓는다.

아무래도 신상과 관련되어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팔팔한장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 통신사 임원 ㄷㄷ

"SKT? KT? 유플? 저 폰 KT 써요!"

"방송에서 말하기는 좀 그렇지. 둘만 있으면 상관없는데."

―오 대기업 임원

―여캠 회장 할 만하네

―둘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구라 아님?

하람은 KT에서 근무하고 있다.

상당히 높은 직급으로 어디 가서 꿀릴 만한 위치는 아니다.

'…임원은 아니지.'

정확히는 이사대우다.

하지만 임원에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고, 연봉도 남 부럽지 않게 받고 있다.

가정도 꾸리지 않아서 여유 자금도 넉넉하다.

그럼에도 목이 탄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

본능적으로 눈앞의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코스는 예약해둔 그대로 주시면 되는데……, 데일리 와인을 이걸로 바꿔 주실래요?"

"샤또 오 브리옹 2011년산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글라스로는 서비스되지 않는 품목인데 보틀로 괜찮으실까요?"

"예, 보틀로."

큰 마음 먹고 비싼 와인을 시킨다.

코스 요리 자체도 인당 30만원을 호가하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녀석이다.

'좀 오반가? 급이 떨어지는 걸 시켜도 됐나?'

폼을 재고자 시켜 놓고도 스스로 아차 싶을 만큼 말이다.

음식값과 합치면 한 끼 식사에 별풍선 2만 개를 넘는 사치가 된다.

아무리 재정적 여유가 있어도 돈X랄이다. 상류층들도 이렇게 물 쓰듯이 쓰진 않는다.

물론 하람에게 있어 돈은 큰 문제가 아니다. 리아방에 쏜 액수만 해도 그 이상이니까.

문제는 알까?

화면에 표시되는 별풍선과 달리 그 가치를 웨이터와 자신만 알고 있는데.

"와~ 샤또.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 알아?"

"엄청 유명한 와인 이름이라고 들었어요. 마셔본 적은 없지만."

"흠! 리아랑 마시는데 이 정도는 따야지."

눈치채준다면 상관이 없다.

세컨드도 아니고 퍼스트 라벨.

자신도 입에 대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하람은 위세를 부려본다.

─리아♡두근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음식점에 샤또가 있는 것도 대단한데 그걸 아무렇게나 시키시는 회장님 클라스가ㄷㄷ

"두근 오빠 천사개 감사합니다……. 둘이 있는데 리액션 하면 좀 그런가?"

"아니, 아니 괜찮아! 그런 거 가지고 마음 안 상하지."

―샤또가 대단한 거임?

―5대 샤토 아시는구나!

―와인계의 발렌타인 30년산이지 ㅇㅇ

―나 신의 물방울에서 봄ㅋ

그것이 별풍선을 쏘는 맛이니까.

1004개도 10만 400원, 수수료까지 따지면 11만원을 넘지만 그조차도 자신이 들고 있는 이 붉은 와인 글라스 하나값에도 미치지 못한다.

'와 오빠 진짜 족집게네…….'

소주를 참이슬, 처음처럼, 좋은데이, 한라산 기타 등등 브랜드별로 알 수는 있어도, 와인에 대해서는 어디 들어볼 기회가 없다.

그것은 리아도 마찬가지고, 샤또라는 보르도 지방 와인명은 더더욱이다.

오정환이 말해줬다.

십중팔구 와인을 마실 테고, 이 정도는 교양으로 알고 가는 편이 좋다.

그 예시 중 하나가 정확히 명중했다.

"헤에……, 덥다."

"아, 혹시 술 못 마셔?"

"못 마시진 않아요. 2잔까진?"

주량도 늘었다.

하도 입에 고도수를 담그고 있다 보니 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품격도 있고, 술도 잘 마시고…… 너무 이상적인데?'

필요 이상으로 말이다.

가벼운 엔조이로 왔던 자리가 조금 진지한 장이 돼버린다.

어느새 방송이라는 것도 잊고 만남을 즐기고 있다.

당연히 외모도 중요하다.

하지만 하람은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나이고, 이 나이쯤 되면 내면의 깊이를 중요하게 살핀다.

굉장히 흡족하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이 느껴질 만큼 말이다.

하다못해 나이라도 비슷하면 모를까.

―회장님 매너 깔끔하시네

―대기업 임원이래잖아!

―ㄹㅇ 주접 떠는 놈들도 있던데

―챗창 관리 좀;;

―오늘 시청자가 너무 많네요. 욕과 비하는 강퇴될 수 있습니다!

―ㅊㄲㅇ

어떻게 보면 나이도 취향 중 하나다.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상대방 마음에 들면 그만이다.

채팅창 반응을 슬며시 살펴본 하람은 머리를 굴려본다.

'내가 재산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직장도 안정적이고, 경쟁자만 안 생기면 충분히…….'

호감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면, 능력와 인성을 어필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두 시간 가량의 짧은 데이트가 끝난 후 질문 공세가 이어진다.

「하람 형님 후기요!」

「실물이 그렇게 좋았어요?」

「급 떨어지는 연예인급은 된다던데……」

「형님 수줍어하시던데 실화입니까ㅋㅋ」

「말씀 좀 해주세요 빨리~」

큰손 단톡방.

예상했던 흐름이다.

하람은 계획했던 대로 무덤덤한 반응을 늘어놓는다.

―잘 나가는 여캠값은 하더라고

「별로에요?」

「그런 것 치곤 샤또를ㅋㅋㅋㅋㅋ」

―평소 먹던 거 시킨 거지 그냥

―예쁘긴 한데 키가 너무 크더라 비율이 별로야

「오~ 실제로 보면 그래요?」

경쟁자가 생긴다면 이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파프리카TV 큰손들이 모인 장소니까.

그 관심을 돌려놓기 위함이다.

「오우 샤또를 평소에」

「그래도 먹버 하기엔 ㄱㅊ은 급 아닙니까?」

「피부랑 몸매만 좋아도 흠……」

―일단 키가 너무 커

―여자로 안 보인다니까?

―요즘 거품 붙기도 했고 욕심 낼 정도는 아니더라

「키 작은 분들은 먹다가 현탐 올 수도 있겠네요ㅋㅋ」

「들고는 못 먹겠네ㅎ」

작전이 먹혀든다.

자신밖에 본 사람이 없고, 하루이틀 단톡방에 있었던 게 아닌 만큼 속이는 건 일도 아니다.

'진짜로?'

'아~ 수상한데.'

'찐텐으로 반응해놓고 저렇게 정색하면 뭔가 있다는 소리밖에 안되지!'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문제지.

목적과 취향이 비슷할 뿐, 친분과는 거리가 있는 집단이다.

리아가 가진 포텐셜.

단 한 번의 방송으로도 차고 넘치게 부각된다.

수면 위로 관심이 올라오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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