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그건바로나하람님, 별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리아야 어제 재밌었다ㅋㅋ
"헐……, 하람 오빠 3만 개 감사합니다. 어제도 맛있는 거 사주셨는데 제가 너무 고마워서 어쩌죠?"
―고마우면 리아가 다음에 밥 한 끼 사!
―ㅁㅊ 3만 개
―회장님 클라스가 ㄷㄷ
―이게 그 섹스 데이트인가 뭐시기냐?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도 이슈가 되었던 데이트 방송 이후, 하람의 선물 공세는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상황을 봐서, 이유를 만들어서 각을 봤지만.
─리아방은 만개가 뉘집 개이름처럼 터지네
무슨 화폐 단위가 다른 거 같아
상대적 박탈감 개오짐
└거의 회장 아재가 쏘는 거 아님?
글쓴이― ㅇㅇ
└그 아재 뿅갔음ㅋㅋㅋ
└원래부터 큰손이긴 했는데 요즘은 꼴아박는 수준임
인간이란 자제가 잘되는 동물이 아니다.
마음속 선도 날이 갈수록 경계가 희미해진다.
불과 2주일이 지나지 않아 일반 시청자들도 전부 알 정도로 말이다.
─그건바로나하람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일하다 잠깐 들렸다ㅋㅋ
"와 하람 오빠 오늘도 감사합니다……."
애초에 너무 임팩트가 크다.
100만원이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데 그걸 신경 끄라고 하는 게 더 무리다.
필연적으로 소문은 퍼지게 된다.
「뭐야?」
「갑자기 왜 초대했어」
「여긴 무슨 단톡방이냐」
「아니 들어보세요」
「뭘」
「하람 형님이 글쎄……」
큰손 단톡방.
일부 멤버들은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것이 현실화되자 몇몇은 모여 빠르게 대책을 강구한다.
이는 다른 큰손들도 마찬가지다. 큰손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물소는 많다.
심상치 않은 소문은 여캠방 전체를 뒤흔든다.
─리아 요즘 풍력 우주초월급 아니냐?
[월간 별풍선 랭킹]
1. BJ리아★
2. 김가린
3. BJ철꾸라지
별풍선 혼자 쓸어먹고 있네
└일간 먹은 건 봤는데
└월랭킹 1위는 ㅎㄷㄷ
└2위랑 반배는 차이나더라
└캠 바꾼 거+ 데이트 방송 효과
별풍선 랭킹은 공식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반대로 비공식적으로 집계하는 사이트는 있고, 시청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다.
최상위권은 대부분 여캠.
보라풍이 잘 터진다, 겜비 시청자가 많다 그래도 노른자는 결국 여캠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으로 잘 나간다.
"형님 협조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
그것도 업체 소속이 아니게 된 여캠이 말이다.
얼마 전까지 리아를 데리고 있던 유광석으로서는 속이 타들어간다.
'아니, X발 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인 거야?
나름대로 짱구를 굴렸다.
리아가 스스로 원해 돌아오도록 말이다.
골머리를 썩을 거라 생각했던 방송 장비가 손쉽게 해결되고, 협조를 약속했던 큰손들도 헬렐레 빠져서 제 상태가 아니다.
<귀걸이요? 이번에 회장님이 선물로 주셔 가지고……. 아 당연히 억지로 끼는 건 아니고요.>
그런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다.
정말 가슴에 불이나 있던 상황이다.
질투심이라는 이름의 화염이 더욱 거세게 타오른다.
<제가 피부가 예민해서 순금이 아니면 착용을 못하거든요. 빨갛게 막 일어나서. 그래서 액세서리가 거의 없는데 회장님이 신경을 써주셨어요 헤헤.>
―잘 어울려요!
―ㄹㅇ 고귀하게 태어났네
―리아 피부 정도면 그럴 수밖에 없지
―목걸이 슴골 퐁당 ㅗㅜㅑ
액세서리가 가진 의미.
남자라면 대부분 민감하다.
안 그래도 불이 붙어있던 열혈간의 경쟁이 심화된다.
'살결이 얼마나 야들야들하길래 순금 아니면 못 받아들이냐.'
'크~ 격이 맞는 액세서리가 필요하긴 하지.'
'내가 딱 맞는 반지를 봐둔 게 있는데~.'
선례가 없었다.
주기에도 눈치가 보였다.
한 명이 시작하자 너도나도 선물 공세를 시작한다.
"봉박 오빠 맞으세요?"
"어, 응! 날씨가 좀 덥지?"
"네, 헤헤."
"한 잔 적실까? 가볍게 맥주로?"
데이트를 한 열혈팬도 늘어간다.
입소문이 퍼지는 건 시간 문제 불과하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와……
「봉박형 어때요?」
「빨리! 빨리빨리 후기 좀!」
―뭐 말이 안 나온다
―그냥 미쳤어
―존나 예뻐
「캠이랑 똑같은 수준인가」
「한 잔 적시고 봐서 그런 거 아닙니까?」
―적시기 전의 감상이야
「아래도 적신 거 아니죠? ㅋ」
이는 또 다른 기폭제가 된다.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어도, 소규모 단톡방에서 나오는 오피셜은 귀가 솔깃해진다.
그만큼 반작용도 클 수밖에 없다.
「하람형 보고 있어요?」
「입이 있으면 말 좀 해봐요ㅋㅋㅋㅋㅋㅋ」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거지……」
「다른 여캠 찾아가 이 발정난 놈들아」
「아니ㅋ」
「형은 나이도 있는데 30대 여캠 찾아가던가요」
「뭐 이 새끼가? 말뽄새 보소」
「모 오쪼라구요~? 한 대 치게요?」
파프리카TV의 여캠을 좌지우지하던 큰손 단톡방이 분열될 조짐을 보인다.
서로간의 신뢰가 깨진 상황이다. 유지가 돼더라도 마음은 이미 멀어졌다.
파프리카TV이기에 더욱 희귀한 S급 여캠. 리아를 두고 일어난 신경전은 커져만 간다. 질투라는 이름의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러다가 눈 뜨고 놓치겠는데요?"
"……."
"뒤늦게라도 수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생각 있어?"
"있고 없고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어떻게든……."
"어떻게든이라."
업체측에서도 말이다.
* * *
리아의 컨설턴트.
머릿속 계획이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조금 상정하지 못했던 사태가 터지기는 했지만.
'그건 시간 차로 조지면 될 일이고.'
배달 기사가 저지른 해프닝 말이다.
글자 그대로 해프닝이다. 대외적으로 그렇게 보여지게 하는 것이 옳다.
사고가 났을 때의 대응법은 누구보다 빠삭하다. 괜히 초장 대응한답시고 고소하고 그러면 도둑이 제 발 저렸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손 놓고 있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으니까.
사태가 마무리된 후에 처리를 진행하고 결과를 공표해서 경종을 울릴 생각이다.
딩동―♪
그렇게 법으로 해결도 될 일이 있다.
세상에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만 있지 않다.
여캠으로서 한층 성장한 리아는 열혈들까지 잘 다뤄낸다.
촵!
쪼옥―
나는 아직 턱도 없지만 말이다.
리아가 오자마자 입술을 부딪힌다. 두툼한 혀가 알코올 냄새와 함께 얽혀온다.
맞닿는 피부는 땀 때문에 미끄럽다. 체온도 평소보다 확연히 달아 올라있다.
발정이 나있는 리아를 억지로 떼어내자.
"취했냐?"
"취해쩌여♡"
"샤워하고 자."
"시저여. 오빠아앙!"
억지로 밀어붙인다.
하이힐을 신으면 눈높이가 나와 비슷하다.
그 몸집에 술까지 취해 기대니 뒷걸음질이 쳐진다.
털썩!
침대 위에 눕혀진다.
노려보는 눈동자가 무섭다.
리아가 내 가슴팍을 열며 목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핥아댄다.
'이건 진짜로 발정 났네.'
평소에도 밝히기는 한다.
하지만 먹히는 걸 좋아하지, 이렇게 먹는 쪽의 취향은 아니다.
그 이유에 대해 짐작 가는 바가 하필 있다.
아주 간혹 생긴다.
아니,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여자를 꼬실 때 편법을 쓰는 나부랭이들 말이다.
뒷세계라 할 수 있는 여캠판에서는 더욱 공공연하다.
업체가 여캠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약의 사용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기도 한다.
"오빠 섰다 헤헤헹."
"……."
"넣어도 되죠? 넣을게요. 넹? 저 못 참아요."
모든 여캠이 업체 말을 잘 듣는 건 아니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술에 떡이 된 채 발정까지 나서 돌아왔다 상태를 보니 당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잠자코 재우긴 힘들어 보인다.
흔들어대는 엉덩이를 찰싹! 때려 주도권을 잡는다.
"아, 따듯하다……."
"그래."
"헤헤헹. 키스해줘요 키스."
애정을 갈구해오는 리아를 꼭 안아준다.
땀냄새와 화장품 냄새가 뒤섞여서 좁은 방안에 가득 찼지만 거부감이 일거나 하진 않는다.
쏴아아―!
반쯤 정신이 혼미해진 리아를 따듯한 물로 씻긴다.
머리를 말려준 후, 온몸에 치덕치덕 로션을 발라준 다음 침대에 눕혀 잠을 자게 한다.
"아, 아응! 아……."
* * *
다음 날 아침.
때아닌 신음 소리에 눈이 떠진다.
또 발정이 난 듯 엉덩이를 비비고 있다.
"잠 좀 자자."
"오빠. 이거……."
"잠 좀 자자고."
"아야! 아, 아니 몸 좀 빼달라고요."
"……."
엉덩이를 한 대 파앙! 치자 리아가 성을 버럭 낸다.
아무래도 안는 베개로 쓰이고 있던 게 불편했던 모양이다.
'나도 불편해.'
아침 댓바람부터 움직이게 만들면 말이다.
쫑알쫑알 떠드는 입을 입술로 막는다.
꽉 안으니 따듯하고 부드럽다.
"너, 너무해."
"너무한 건 너거든? 오빠를 감히 덮치고."
"네?"
"기억 안 나?"
"아, 설마……."
그제서야 떠오른 듯 얼굴이 붉어진다.
벗어나려 하지만 여전히 꽉 잡고 있다.
배를 통통! 두들기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상한 신음을 흘린다.
"오빠 저……"
"응?"
"오줌 마려워요."
"근데?
"근데가 아니라 빨리 빼주세요!"
"베개가 말을 하네."
귀엽기만 한 반항이다.
물론 너무 놀리다가는 이대로 지도를 그릴지 모른다.
하도 많이 싸는 탓에 뒤처리가 굉장히 곤란해질 수도 있지만.
'안 되지.'
신체 구조상 불가능하다.
방광이 압박을 받는 탓이다.
리아도 포기했는지 허벅지를 베베 꼬며 참는다.
"그래서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딱히 별 건……."
"말하면 싸게 해줄 테니 싸게싸게 말해."
"그, 그러니까 얼마 전에 열혈이 한 명 들어왔는데요."
열혈 데이트.
모든 여캠들이 하는 달래기 방식 중 하나다.
굳이 관계까지 안 가더라도 이 정도 선에서 만족하는 열혈도 있다.
리아는 실물이 뛰어나다. 뒤쪽의 소문도 전혀 없다.
엔조이가 아닌 플라토닉을 바라게 만들면 롱런이 가능하다.
연예인급 메이크업으로 실물의 힘을 확 줬다.
캠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급이 안 떨어지는 아이돌 느낌이 충분히 나온다.
"엄청 많이 쏘시기도 했고, 매너도 좋으신 분 같아서 어제 사석에서 식사를 했는데……."
"했는데?"
"술을 좀 마셨거든요. 생각보다 빨리 취해서 택시를 불렀어요."
"집에 안 가고 나한테는 왜 왔어?"
"갑자기 오빠 생각 나서 헤헤……."
이후의 반응을 생각하면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하지만 그것이 사태의 해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해결될 문제라면 세상에 범죄가 없겠지.'
여캠들이 업체와 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필요악.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독도 쓰임에 따라서는 충분히 약이 될 수 있다.
이 이상의 해코지를 막기 위해서라도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