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06화 (206/846)

206화

여캠을 속박하는 방법.

업체라고 강압적인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속 편하지만은 않다.

양심의 유무는 둘째 치고.

법에 저촉되면 여러가지가 골치 아프다.

자칫 공론화라도 되면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가장 바라지 않는 사건이다.

업체에게 여캠은 혁명적인 비즈니스. 이 시장은 두고두고 꿀을 빨아야 할 곳이다.

심지어 혼자 쓰는 것도 아니다. 발을 담근 업체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고를 치는 순간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힌다.

여캠 시장은 물론, 본업에서도 크게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아예 쫓겨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암묵적인 룰로 지켜지고 있지만.

"어, 어때? 어떻게 됐다고 그래?!"

"그게 그…… 실패했다는 모양입니다."

"아니 X발! 줘도 못 먹……."

"괘, 괜찮습니다! 그래도 헤어질 땐 깔끔하게 헤어졌다고."

예외는 당연히 있다.

리턴이 리스크를 아득히 상회할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면 어떡해서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

'…울고 불고 일이라도 벌리면 ㅈ되는데.

유광석은 리아에게 목줄을 씌우기 위해 최적의 선택지를 골랐다.

너무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사건을 일으킨다.

큰손 한 명과 밀약을 했다.

자금을 지원해 작업을 도와줬다.

데이트 과정에서 리아를 한 번 먹으라고 부탁하며.

"집에 가서 알아챈 거 아니야?"

"딱히 물뽕을 쓴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애디에 수면제를 조금 섞은 정도입니다."

"그래서?"

"진짜 밝히는 년이면 눈깔 뒤집혀서 떡칠 남자 찾으러 갈 수도 있겠지만 리아잖아요."

"그렇긴 하지."

자고 있을 때 사진을 찍어 협박한다.

무서움을 못 이겨 자신들을 찾게 만든다.

아싸리 협박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비교적 신사적인 방법이다. 딱히 강간을 한 것도 아니니까.

리아가 충격을 받고 여캠판을 떠나거나, 재기불능이 되는 건 광석도 원하지 않는다.

'아니, 내가 너무 물렀나?'

그것이 안 먹혔다.

같은 수단을 또 쓰기에는 여러모로 걸린다. 일단 밀약을 한 큰손이 손사래를 칠 게 분명하다.

재시도는커녕 리아방에 들어가기도 눈치가 보인다.

진짜 걸리기라도 하면 글자 그대로 인생이 쫑나는 수가 있다.

"리아집 주소 알지?"

"예, 당연히 파악해두고 있습니다. 근데 왜……."

"말로 해서 안 들으면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그런 더러운 일.

생업으로 삼는 몸이다.

이제 와서 빨간 줄 하나 더 그여봤자 훈장밖에 안된다.

'애초에 찍소리도 못 할 년이고.'

오냐오냐 곱게 커왔을 게 뻔하다.

겁을 좀 주고, 업체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면 알아서 서명을 할 것이다.

안 하면?

진짜로 강압적인 수단도 불사할 생각이다.

안 그래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리아는 최근 완전히 우화해 백조가 되었다.

큰손들의 별풍선을 쓸어담고 있다.

본래라면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와야 한다.

그 꼴을 눈뜨고 봐줄 만큼 참을성이 많지 않다.

따르릉~♬

빠르게 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즉시 실행에 옮긴다.

리아가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듣게 할 방법만을 하루종일 고심하고 있었는데.

'익태? 이 새끼가 나한테 무슨 용무야?'

분노 조절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 * *

리아는 이미 잘 나가는 여캠이다.

최근에는 그 위상이 더욱 더 높아졌다.

본래 소속돼있던 곳을 제외해도 눈독 들이는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다고 하네요."

"그걸 니한테 말했어?"

"아……, 네 뭐. 원래 친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저도 책임이 있다 보니까."

심익태.

이 돈독 오른 양반도 예외는 아니다.

전부터 리아에 대해 노골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이용해 먹기도 쉽고.'

속을 다 알고 있다. 꼬드기는 것은 쉬운 일이다.

물론 선은 잘 그어야겠지만 말이다.

"리아가 있던 업체 새끼들이 작정하고 장비를 다 몰수해간 거네. 그걸 니가 다시 설치해준 거고."

"그렇죠."

"그리고 이후에 그런 사건까지 터지고……. 그런 큰일이 있으면 일단 형한테 말해야지! 서운하다 야."

"예, 제가 좀 안일했습니다."

중간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믿을만한 인간은 아니긴 해도, 여캠으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뒷배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명분이 있지.'

남의 나와바리에 함부로 끼어들면 업체들간의 항쟁으로 번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충분히 연관점을 찾을 수 있다.

"니가 아직 잘 몰라서 그래. 업체가 형처럼 다 착하지 않아. 진짜 무서운 새끼들도 많거든."

"아~."

"내가 봤을 땐 빼박이야. 리아가 하도 잘 나가니까 목줄……, 아니 계약을 강압적으로라도 연장하려는 거지!"

철크루에 소속돼있으니까.

장사 수법도 거의 꿰듯이 한다.

굳이 부연 설명을 안 해도 사정을 다 알고 있다.

'똑같은 놈이니까 잘 알 수밖에.'

명분을 두 가지나 잡았다.

이는 상대쪽의 아킬레스 건이기도 하다.

발을 빼게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의 계약.

그쪽 업체가 아니더라도, 해코지를 할 만한 인간들은 분명히 있다.

보호해줄 뒷배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리아가 요즘 대세긴 한가?"

"저도 잠깐 봤는데 배가 아파서 더 못 보겠더라고요."

"왜?"

"만 개가 뭐 시도 때도 없이 터져요. 시도 때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그것도 업체의 영업이 안 들어간 상태에서 말이다.

설명을 안 해도 잘 알기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쉽다.

"리아가 워낙 좀 순수한타입이잖아요."

"그렇지. 몸매는 존나 야해 가지고."

"아~ 그거 인정하죠."

리아가 잘 나가는 이유 또한.

괜시리 지레 겁먹게 만들면 안된다. 대화를 이끌며 자연스럽게 원하는 결과를 유도한다.

"그런 나쁜놈들 차단 해주면 알아서 잘할 것 같아요."

"확실히 리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

"……예, 그렇죠."

이쪽 세계에 대해 굳이 가르쳐줄 필요가 없다.

열혈들의 담합와 업체의 해코지만 몰아내면 된다.

'황금알은 모르겠고 황금 오줌은 잘 싸긴 해.'

이게 여자 오줌인가 싶을 정도로 쏴아아―! 엄청 시원하게 폭포수가 흐른다.

본인한테 말하면 발작을 할 테지만 말이다.

협상은 무난하게 진행된다. 실수익의 2할까지 끌어내렸다. 이만하면 상당히 괜찮은 조건이다.

실제 유튜브 매니지인 MCN 같은 경우도 30%를 기준으로 삼는다.

현재 시점과, 여캠 착취를 생각해보면 후한 대우다.

"너 근데 혹시 리아한테 사심 있냐?"

"제가요? 그래 보여요?"

"아니,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동생 같죠 그냥. 그리고 저도 걔도 BJ경력이 짧잖아요. 약간 동기 같은 느낌."

"음~ 그렇긴 하겠네."

그리고 내 입김도 있다.

가끔 하는 숙제도 잘 처리해주고 있고, 대체할 사람도 없으니 진지하게 고려를 할 수밖에 없을 거다.

'어쩔 수 없지.'

이런 폐단을 마음 같아서는 확 뿌리 뽑고 싶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아주 처절하게 깨달았다.

지난 생에서 말이다.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

"크~~~ 그래도 아쉽네."

"어떤 게요?"

"리아가 몸매가 존나 야하잖아."

"그렇긴 하죠."

"인기가 언제까지 하늘을 찌르진 않을 테고,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것도 하나의 자기 어필이 될 수 있는 건데~!"

적은 어디까지나 적.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법이다.

여캠은 굴리면 돈이 된다. 꼼수 쓸 각을 보려 할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도 당연히 대비를 해뒀다.

"근데 그 점은 어쩔 수가 없는 게."

"?"

"들어보니까 그런 게 있더라고요. 리아가 종교적 신념 때문에……."

* * *

종교의 영향력.

흔히 느끼기 힘든 것이고, 때로는 악폐습처럼도 느껴진다.

신은 죽었다!

정말 죽었나?

니체가 던진 한 마디가 시도 때도 없이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말?」

「그렇다고 하던데요?」

「그걸 직접 물어봤어? ㅋㅋ」

「대단하다 진짜」

「아니;; 말하다 보니 어쩌다 나온 거죠」

전세계의 인구의 11.9%는 무교자다.

반대로 말하면 90% 가량은 종교를 믿고 있다는 소리다.

이러니저러니 욕을 먹어도 영향력은 막대하다.

한국은 무교자의 비율이 절반에 해당하지만, 종교계의 힘은 어떠한지는 설명이 필요가 없을 정도다.

「신앙이 독실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렇게 예쁜데 주위에서 가만 둔다고?」

「너무 예쁘면 오히려 못 건들여요」

「아 그거 무슨 소린지 알지;」

「만나보면 느끼잖아ㅋㅋ」

특히 이러한 현상은 상류층에서 두드러진다.

큰 힘을 가진 이들이 뭉치기 위해서는 단순한 친분, 혹은 이해관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용하는 구심점 중 하나가 종교.

절대 가볍게 봐선 안된다는 사실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뼈저리게 깨닫는다.

'리아쯤 되면 재벌가에서 콜이 와도 이상하진 않지.'

'천주교. 나도 천주교 믿는데!'

'확실히 언행부터가 다른 여캠들이랑 다르긴 해.'

'연예인들도 혼전순결 많이 하니까.'

큰손 단톡방.

속해있는 인원들이 상류층은 아니다.

하지만 돈이 있고, 상류층을 만날 기회도 많았다.

알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 콩깍지가 씌었다면 더더욱 말이다.

큰손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소문이 퍼지고.

─리아방은 유명 큰손들이 정모 하는 수준이네

존나 예쁜 건 맞는데

이 정도로 풍력이 집중될 수 있나?

일반 시청자들은 모르는 뭔가가 있나?

└큰손끼리는 서로 다 알 걸?

└씹예쁘니까

└실물이 쩔잖아

└보통 여캠들 다 캠빨인데 리아는 아니니까 그렇지ㅋㅋ

리아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더 올라갈 곳이 없다고 생각한 1위의 자리에서도 고고하게 존재감을 뽐낸다.

월간 별풍선 랭킹 1위.

여캠 중 가장 많은 시청자.

커뮤니티의 언급 빈도까지 말이다.

─리아 갑자기 뜨는 거 수상하지 않음?

여캠들 별풍 받고

뒤에서 영업한다는 소문 있던데

└너 고소

글쓴이― 고양이가 썼습니다

└원래 뒤에서 대주는 거 아님?

└ㄹㅇ 챙녀들은 믿을 수가 있어야지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진다.

잘 나가는 것에 비례해 안 좋은 이야기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저 X발련은 뭐야!"

"저년이 내 열혈 뺏어갔어."

"아 기다려봐. 오빠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그리고 보라판.

타BJ에 대한 견제가 일상인 곳이다. 이는 여캠판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아니, 더 심한 측면도 있다. 불특정 다수인 일반 시청자와 달리, 열혈의 이동은 확실하게 눈에 보인다. 질투와 시기가 꽃필 수밖에 없다.

뭔가 케케묵은 비즈니스가 있는 거 아니냐?

악의적으로 루머를 퍼트리는 이들까지 생기니 커뮤니티에도 악질적인 글이 많아진다.

그 장본인도 귀에도 들어올 정도로 말이다.

"자꾸 여쭤보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데……."

큰손들도 궁금하다.

아무리 자신들의 네트워크에서 들은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한두 푼도 아니고 거금을 움직이는 일이다.

"열혈 오빠들이 저를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지금 계신 분들 중에도 사석에서 뵌 오빠들이 있어요. 하지만 방송 때와 마찬가지로 식사만 하고 헤어져서 딱히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그랬지

―누가 자꾸 뭐라 그래?

―우리 리아 자꾸 누가 건드냐

―갠방갤 문디 자슥들 ㅡㅡ

그 보상을 원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짧은 만남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안 좋은 오피셜지만, 반대로 오랜 수확을 염원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다.

"저도 오빠들을 사랑하지만, 가벼운 관계는 제가 개인적 믿음 때문에 지양하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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