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화
정상전쟁
올바르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필요하다.
'엎질러진 물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이미 너무 주목 받고 있다. 일반BJ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능성을 논할 이야기 자체가 아니다.
"오빠."
"왔어?"
"저 꼭 안아줘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발정 났구나 또?"
"아! 아! 그건 잊어줘요!"
흔히 있는 일이다.
이미지가 굳어진 연예인의 활동 방향성이 제한되는 것 말이다.
그래서 페이와 상관없이 작품의 출연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그와 비슷한 맥락이다.
'좋든 싫든 여캠을 할 수밖에 없지.'
너무 뿌리 깊이 박혔다.
이제 와서 다른 콘텐츠를 시작한다?
역풍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건 선례가 너무 많다.
연예인들도 이미지 변신을 꾀할 때 단계별로 밟아나간다. 리아도 최전성기인 지금은 여캠에 전념해야 한다.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하다.
"사실은 여기에 고속도로가 개통됐는데."
"아, 아니에요. 오빠하고밖에……."
"그 한 대가 9톤 트럭급이잖아?"
국내 도로교통법상, 공도에서 운행 가능한 차량 제한은 총중량 40톤 이하, 축중량 10톤 이하이기 때문이다.
투철한 준법 정신만 아니라면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양심이 찔릴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여캠판 자체가 그런 걸 따지기에는 수심이 깊지만, 나름대로 순수한 리아는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
"오빠 나빴어요."
"그래서?"
"책임져 달라는 건 아니지만……, 좀만 더 사랑해줘요."
"싫은데?"
딱히 거짓말은 아니다.
사귀지도 않고, 사귈 생각도 없다.
실제로 열혈과 사귀게 되는 여캠도 상당히 많다.
'돈도 돈이지만, 직업의 특수성도 분명 있어서.'
BJ들끼리 사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캠은 일반BJ들보다 시청자가 적고, 열혈이 가지는 존재감이 큰 편이다.
열혈 데이트 등 현실에서도 만남을 가진다.
진지한 관계로 이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은 것이다.
"우우~ 좋아는 해도 되는 거죠?"
"그래, 나도 좋아해."
"나빴어."
"싫어?"
"……잔뜩 좋아해줘요. 오빠가 하란 대로 하고 왔으니까."
의상을 그대로 입고 왔다.
씻지도 않고.
밝고 뜨거운 조명, 그리고 여름의 날씨 탓에 피부가 찐덕찐덕하다.
"아! 아아……."
겨드랑이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야한 신음을 흘린다.
데오드란트를 뿌린 듯 뽀송뽀송하지만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달라진다.
가슴 밑이 흥건하다.
배꼽도 미끌미끌하여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다.
여캠 의상이 그렇고 그렇듯 노출이 심해 손 넣을 구석이 많다.
'반응도 재밌고.'
수줍은 처녀처럼 부끄러워한다.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가늘게 떠는 피부는 묘한 흥분감을 불러일으킨다.
"저 희롱하면 재밌어요?"
"개꿀잼."
"나빴어. 저도 오빠 그럼 남자로 안 볼래요."
"그럼?"
"선생님~ 리아한테 성교육 알려주세요. 알고 싶은 부분이 많아요 헤헤."
그럴 만한 행위도 잘하고.
맛있게 먹히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타입이라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 것 보면 귀엽다.
'뭐, 그럴 생각은 없지만.'
아직 해도 지지 않았다.
여름이라는 걸 감안해도 잘 시간은 아니고, 만나자마자 힘 빼면 애교 받아주는 것도 귀찮아진다.
"……또 술잔."
"너도 마시던가."
"치, 몰라요!"
시끄러운 술잔의 입에 술을 따른다.
잔뜩 볼을 부풀리고 있어서 그런지 많이 들어간다.
'진짜로 중요해.'
술이라는 게 혼자 즐겨도 되는 거지만, 같이 마시면 배는 맛있는 법이다.
입술도 상당히 맛있어서 달달하게 잘 들어간다.
하지만 지금 따른 술은 데킬라다.
짜게 마시는 것이 보편적이고, 내가 리아에게 한 가지 요구를 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 더러워요!"
"가만히 있어봐."
일단 소금을 핥는다.
그리고 데킬라를 마신다.
마지막으로 라임을 한입 깨물어 입가심한다.
데킬라의 도수는 최소 40도 이상. 독한 알코올 때문에 라임이 시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대중적인 음용법이다.
"맛있네."
"오빠 진짜 변태에요!"
"……."
멕시코 노동자들에게 소금은 사치였다.
그들은 손등에 고인 자신의 땀을 안주 삼아 데킬라를 마시곤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대찌개 같은 거지.'
미군 부대에서 먹다 남은 잔반으로 끓인 꿀꿀이죽.
그렇게 아픈 역사를 가진 음식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다르다. 부대찌개는 맛있는 음식 중 하나다.
지금 내가 하는 음용법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서양 영화에서도 자주 보인다.
비키니 입은 여자의 몸에 데킬라를 뿌리고 핥아먹는 장면은 옛 멕시코 노동자들의 고생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근데 데킬라 숙취 쩔지 않아요?"
"쩔다니 나쁜 말하지 마."
"몰라요. 오빠한테 나쁜 건 정말 다 배웠어요."
"……."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데킬라는 호세 쿠엘보다.
이는 여러가지를 섞어서 만든 저가 라인으로, 폭탄주가 그러하듯 섞은 술은 숙취가 심하다.
반대로 고가 라인.
100% 용설란으로 빚은 데킬라는 숙취가 없다.
대신 가격이 나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데킬라 자체가 비싼 술이 아니라서.'
멕시코 국민술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소주다.
소주보다는 당연히 비싸지만, 알성비를 생각해보면 부담 못 할 금액도 아니다.
안주도 따로 준비 안 해도 되고.
소금과 라임 혹은 레몬이면 족하다.
독특한 향이 있는 술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아 졸라 맛있네."
"술이요, 제가요?"
"둘 다."
가끔은 달콤한 것도 필요하다.
삐진 리아의 입술을 삼키듯 빨자 기다렸다는 듯 호응한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단단해진 꼭지를 꼭 잡아 비틀자 야한 신음을 흘린다.
'좋은 여자야.'
나 같은 놈한테 아까울 만큼 말이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을 떼자 거친 숨소리를 뱉으며 흥분에 가득 차있다.
눈도 살짝 돌아가 있다.
간접 음주의 영향이다.
그대로 들어서 침대 위에 눕힌다.
"오빠 제가 더 맛있어요~ 저도 먹어주세요."
"혼전순결이라며?"
"아앙~ 오빠는 선생님이니까…… 여러가지 가르쳐줘도 되니까."
먹기 좋게 알아서 속옷을 벗는다.
기특한 리아의 오줌보를 통! 쳐주며 아래쪽을 체크한다.
이미 흥건히 젖어 바로 본방에 들어가도 된다.
"좋아?"
"좋아요. 너무 좋아요. 너무 행복해요……."
끝나고 나자 팔목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낀다. 부끄러움도 있겠지만, 여러 감정이 혼합된 반응이다.
생각이 많은 건 좋지 않다.
입술로 막으며 날숨을 불어 넣어준다.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얌전히 마신다.
"오빠."
"응?"
"좋아해요."
"나도."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사랑해요……."
힘이 빠진 팔다리로 나를 안으며 바들바들 떤다.
근육을 너무 써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최근 여러가지 경험을 해왔다.
'무섭지.'
가만히 앉아서 별풍선을 받는다.
굉장히 쉬운 직업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생기는 부담감도 있다.
무섭다.
저 사람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수백, 수천 만원씩 쓸까.
뒷사정을 모르고 있던 리아는 힘들었을 것이다.
일류 여캠은 악녀가 돼야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다.
차라리 나빠지는 쪽이 마음의 부담을 덜기 쉽다.
"오빠, 저 갈게요."
"그래."
"다음에 올 때도 말하세요. 창피하지만 오빠가 원하는 플레이 맞춰볼 테니까."
"……."
최선을 다해온 밤새도록 리아를 달래줬다.
남의 고생을 모르는 듯한 리아를 현관문 앞에서 혼찌검 내준다.
성욕 항아리가 아직 다 차지 않은 듯 입술이 촉촉하다.
'아오 진짜.'
근 반년 사이에 몰라보게 야해졌다.
테크닉도 가르쳐주는 대로 늘어 보람이 있다.
하지만 슬슬 시간이 다 됐다.
"표정 풀어."
"헤헤……."
"따먹혔다고 자랑하고 다니게?"
"♡♡"
내 손을 잡고 자신의 뺨에 비벼댄다.
귀엽기는 해도 의존도가 차츰 걱정될 정도다.
그러면서도 일은 잘 하고 있어서 뭐라 할 말은 없다.
"오빠."
"빨리 가."
"나중이라도 좋으니까 저 꼭 세컨으로 삼아주세요."
"뭔 소리 하는 거야 대체."
"돈 많이 벌어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노후 걱정은 안 해도 될지도 모르겠다.
* * *
리아의 부상.
철크루의 홍일점이기도 한 그녀의 급상승은 보라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진지하게 리아도 사황급 아니냐?
사실상 빅맘 포지션 아님?
└빅맘 X발앜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안티임 내가 봄
글쓴이― 팩트) 젊은 시절에는 예뻤다
└ㄴㅇㅁ
물론 그것이 균형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잘 나가도 여캠은 여캠.
기본적인 시청자 수가 일반BJ들에 비해 크게 적다.
여캠방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0명 안팎의 열혈이 수익의 9할을 차지한다는 건, 그들의 입김이 강하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아니 X발 리아방 강퇴 당함 ㅡㅡ
'처자 우유통이 마음에 드는군'
딱 이 한 마디 쳤는데 강퇴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님?
└매니저 일 잘하네
└우유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당할 거라 생각한 게 레전드
└이 병신이랑 별개로 열혈들 갑질 심하긴 하더라
사심으로 똘똘 뭉쳤으니까.
파프리카TV는 어그로가 많다. 코어 시청자층인 보라판에는 더더욱이다.
채팅창 수질 관리가 빡세다. 일반 시청자는 채팅조차 눈치 보인다. 분위기가 자유로운 방송으로 떠나게 돼있다.
"끼요오오오옷!!"
―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ㅅㅂ
―이게 보라지!
―몸에서 간장 쩐내 ㅈ되겠다
철꾸라지의 방송.
예상 외의 어그로 분산으로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결국은 다시 자신의 위용을 뽐낸다.
파프리카TV에서 가장 어그로 잘 끈다는 것 말이다.
특유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보라판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킨다.
[02 : 59]
3분의 타이머가 걸린다.
그 안에 먹어야 하는 음식이 놓여져 있다.
철꾸라지가 기껏 뜯어놓은 젓가락을 집어던진다.
―이게 철꾸라지지!
―ㅁㅊ 손으롴ㅋㅋㅋㅋㅋㅋㅋㅋ
―예상했다
―젓가락은 사치다
음식을 맨손으로 먹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
필리핀,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먹는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은 한국이다.
중국집 볶음밥과 짜장면.
손을 푹푹 넣어서 떠먹는다.
그것만으로도 기괴하기를 넘어 실화인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인데.
─마르리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응 존나 뜨거움^^
"마아아아!!"
보통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손가락 껍질이 다 벗겨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무리 제한 시간 내 먹기 위함이라고 해도 말도 안 된다. 더 말이 안 되는 짓을 해서 상황을 뒤집어버린다.
―우웩……
―저 먼지범벅을 먹는다고?
―뉴비들 많누
―비벼먹기 왜 안 나오나 했넼ㅋㅋㅋㅋㅋㅋ
음식을 책상 위에 엎는다.
공기와 맞닿는 면적이 많아지니 빠르게 식는다.
다소의 형용할 수 없는 문제점이 생기지만 개의치 않는다.
─철꾸의셔틀님, 별풍선 3000개 감사합니다!
인정합니다 ㅠㅠ
"먹었어요! 먹었잖아요! 빨리 내놓으세요! 하아~~~ 3천 개 감사합니다아―!!"
―이걸 받네
―ㅇㅈ이지 이건
―역시 파프리카TV 대통령다우십니다
―그냥 역겹기만 한데;;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는 콘텐츠.
어디서 볼래야 볼 수가 없는 그 기행은 어그로를 끌기에 최적화돼있다.
「보라) BJ철꾸라지. 간장맨이 돌아왔다! 볶음밥+짜장면 3분컷 레전드 미션」_ ?26, 974명 시청
이는 가시적인 시청자 수로 증명된다.
안 그래도 인기가 많은 철꾸라지의 주가는 상승세를 달린다.
겉보기에는 말이다.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그래도 오늘은 바닥에 발라놓진 않으셨군요."
"책상에 음식물 쓰레기를 발라서 문제지 히힠."
스튜디오 청소.
언제나 그렇듯 보통 일이 아니다.
청소 업체에서 줄줄이 퇴짜를 맞는 바람에 웃돈을 주고 협상을 하는 것도 일이다.
그래도 보람은 있다.
시청자 어그로가 끌리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약빨은 먹으면 먹을수록 효과가 약해진다.
"형님, 최근 방송 보고를 해도 되겠습니까?"
"배 아파! 피곤해! 소화제나 가져와."
"먹토 하시지 말입니다 히힠."
대기업BJ는 직원을 거느린다.
이는 철꾸라지도 마찬가지다.
콘텐츠를 짜주고, 방송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한다.
'X발…….'
그 내용이 썩 좋지 않다.
간장을 마시고, 방에 뿌리고, 헤엄을 치고, 음식물을 다른 나라의 방식으로 먹었음에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
"간장맨이 돌아왔다……, 초기 어그로로 3만 명까지 뽕 뽑긴 했는데 요즘은 2만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아 물론! 요즘 2만 명 나오는 BJ 거의 없어요. 딱히 긴장은 안 하셔도 되는데."
물론 잘 나간다.
괜히 삼대장급 BJ가 아니고, 파프리카TV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생긴 게 아니다.
하지만 전자는 몰라도 후자에는 이름값이 아쉽다.
─보라늅인데 철꾸라지는 왜 유명한 거임?
김군처럼 연예인도 아니고
오정환처럼 콘텐츠 잘 짜는 것도 아니고
간장 좀 잘 마신다고 왜 인기 많은지는 모르겠음
└남들은 안 마시니까ㅋㅋ
└네 다음 쿤견
글쓴이― ??
└ㅊㄲㅇ
독특하고 기괴할 뿐이다.
그것이 방송적 역량을 증명했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비약이 심한 것도 사실이다.
'어그로'로서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이미 보여준 것들이다.
자극성을 좀 더 높인다 하더라도 처음 선보였을 때 만한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그리고 형님 시청자풀이……."
"가축들이 왜?"
"자극적인 방송이 메인이다 보니까 어지간한 맛에는 호응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
마치 불닭볶음면을 매일 먹은 것처럼 혀가 점점 단련이 된다.
핵불닭볶음면을 출시하거나, 디진다 돈까스처럼 혁신적인 변화를 줘야만 한다.
'아니, X발…….'
그것이 철꾸라지한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BJ로서 새 콘텐츠를 꾸리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자신의 최대 콘텐츠가 안 먹히는 건 충격일 수밖에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탈환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참고 있었으니까.
이를 했음에도 만족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건 의미가 무겁다.
"참신한 걸로 하나 짜와."
"까나리액젓이라도 먹을까요? 히힠."
"니나 처마셔 새끼야!"
하지만 시간은 있다.
생각보다 부족할 뿐 충분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인기가 지속되는 사이에 다음 콘텐츠를 준비하면 되는 일이다.
「보라) 오정환. 봄식당 시즌2 개업합니다」_ ?15, 892명 시청
그 시기가 보다 앞당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