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10화 (210/846)

210화

정상전쟁.

승부를 가른 분기점은 의외로 허무했다.

[02 : 59]

철꾸라지가 자랑하는 이색 먹방이다.

'푸드파이트'는 여러가지 미션을 걸고 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띄바! 딸배 이 씹새끼가 신호등 다 무시하고 왔나?! 뭐 이렇게 뜨거운데!"

―뜨거우면 좋지

―갖다 줘도 지랑이네

―응 튀김이라 바닥에 깔고 먹는 것도 못해ㅋㅋ

―부숴 먹나?

걸린 미션은 제한 시간 3분.

먹는 음식은 튀김과 떡볶이.

빠른 시간 안에 식히는 것이 불가능하다.

촤아아―!

분명 그래야만 했다.

자신의 사전에 불가능이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한순간에 식힌다.

앞선 간장 샤워로 물바다가 된 바닥.

김말이를 쥐고 바닥에 쭉― 훑자 간과 온도 조절이 동시에 된다.

으적으적!

간장이 뚝뚝 떨어지는 튀김을 질질 흘리며 씹어 먹는다.

떡볶이도 간장물에 헹궈서 덜 맵게 먹는다.

―역시 철꾸라지다

―튀김에 철꾸라지 발냄새 오질 듯

―간장 재활용 ㅆㅅㅌㅊ

―이방 시청자들은 다 미침?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하다.

하지만 콘크리트인 철꾸라지의 팬들은 기립 박수다.

─철빡이74호님, 별풍선 2500개 감사합니다!

크~ 대단하십니다 행님!

"2500개……, 74호 이 새끼 꼭 500개씩 덜 쏜다니까 블랙 하기도 애매하게."

자극적인 방송.

가축들은 이미 길들여져 있다.

그보다 더한 행태를 보여도 이미 혀가 마비돼있다.

"아니, 74호 형님 또 미션이요? 5천 개요?! 하죠. 예, 무조건 하죠. 근데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형님."

―태세 전환 우두루급이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 가는 거임?

―어디긴 어디야 화장실이지

―뉴비들 토컨 모르누 ㅉㅉ

불닭볶음면을 가끔 먹는 사람은 있어도, 주식으로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극소수의 철꾸라지 팬들은 후자인 셈이다.

매운맛이 일상이기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뇌세포가 건재하다.

하물며 시간도 주말의 저녁이다.

한참 배고플 때.

혹은 먹었을 때.

역겨운 장면을 계속 볼 수 있을 만큼 비위가 강한 사람은 일반인 중에서 극히 드물다.

─갤질 하다가 홍보 보고 철꾸라지 방송 갔는데

아니 X발

저녁 먹은 거 올라온다

└대체 왜?

└그렇게 못생김? ㅋㅋ

글쓴이― 아니 음식으로 장난질 치잖아 ㅡㅡ

└철꾸라지 방송을 본 니 능지가 레전드

평소와는 달리 유입 시청자가 많다.

누군진 모르는데 들어는 봤어.

호기심을 느낀 일반인들이 레전드 콘텐츠를 한다고 하니 와봤다.

그런데 기상천외하다. 상식을 너무 벗어나 있다.

뱃속의 저녁을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은 자연스럽다.

『현재 시청자 순위』

1. 오정환_ ?21, 892명 시청

2. BJ철꾸라지_ ?18, 031명 시청

3. 마포고 매콤주먹_ ?10, 981명 시청

빠져나간 일부는 2위인 오정환의 방송을 채운다.

어떻게 보면 둘 다 일반 먹방의 궤도를 벗어난 건 맞지만.

─오정환도 이상한 콘텐츠 하길래

철꾸라지 의식하다가 이미지 조지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깔끔하게 잘하네

└1점 짜리 식당 리뷰ㅋㅋㅋ

└봄이만 고생이지

└봄이빨

└방송 취지가 괜찮더라

내용물은 비슷해도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

먹방이라는 콘텐츠의 본질을 해치지 않고 진행된다.

─봄버지망생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봄이 맛있는 것 좀 맥이라니까 ㅡㅡ

"아 죄송합니다. 근데……, 오해가 있어요. 이게 절대 맛없는 음식이 아니에요."

―만개 쏜 열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굴복한다고?

―변명 ON

―네 다음 1점 따리

물론 불편한 사항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조금 독특한 먹방일 뿐이다.

여성BJ의 찰진 리액션과 의외의 발견까지 이어지며 흐름을 만든다.

「구경온1인」

1시간 전。

#봄식당#개꿀잼#시즌2ㅋㅋ

[1점 짜리 떡볶이, 치킨, 족발, 피자, 갈비찜. jpg]

다섯 개 합쳐서 별점 5점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다이어트1개월차」

1시간 전。

#봄식당#개꿀잼#1점 리뷰

[봄이 1점 치킨 먹방. jpg]

다이어터 먹방이라며!

겁나 맛있게 먹음ㅋㅋㅋㅋㅋ

「탱글탱글」

1시간 전。

#봄식당#맛조타치킨#왜1점?

[맛조타 치킨 사진. jpg]

누가 여기 1점 줌?

바로 5점 때려 박았다

.

.

.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다.

일반인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철꾸라지의 유입 시청자가 옮겨간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웩! 우웨엑―!"

이를 알 수가 없다.

스피커에서 연신 구역질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몸이 아픈 거라면 걱정이 드는 것이 사람 심리겠지만.

―진짜 토하는 거임?

―토컨 모르냐고 뉴비들아 ㅡㅡ

―아……

―BJ분 어디 아픈가요? 이를테면 머리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더 먹기 위해서 토까지 한다.

먹는 방식도 기괴하기 짝이 없다.

"촉! 촉! 퉤! 퉤! 퉤에엑! 그르르릉―!"

―진짜 히드라 같네

―닭도리탕 히드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철꾸라지는 이 맛에 본다 ㄹㅇ

―;;

닭도리탕을 씹어서 간장 바다에 통통 빠뜨린다.

그 모습은 테란을 사냥하는 한 마리의 히드라리스크처럼 보이기도 하고, 전위 예술 같은 측면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철꾸라지는 예술가가 아니다.

도가 지나치다.

아무리 콘텐츠라 해도 말이다.

충성스러운 시청자 몇몇이 지적을 해줬다면 개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텐션 미쳤다

―역시 인방 대통령 ㄷㄷ

―몸을 사리는 건 철꾸라지가 아니지

―간장에 섞어 먹어보잨ㅋㅋㅋㅋㅋㅋㅋ

철꾸라지의 팬덤은 맹목적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다.

일반인들의 감상에 부합하는 피드백이 나올 리 만무했다.

'아니, X발 왜 시청자가 줄었지?'

때문에 철꾸라지는 알 수 없다.

시청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일삼는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인 그 악순환의 고리가.

「보라) 오정환. 봄식당 시즌2 개업합니다」_ ?25, 892명 시청

「보라) BJ철꾸라지. 간장맨이 돌아왔다! 시키면 다 함!」

_ ?15, 235명 시청

격차가 벌어지는데 크게 일조한다.

'정상전쟁'이라 이름 붙여진 오정환과 철꾸라지의 대결은 오정환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린다.

* * *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삼성이 내걸었던 유명한 광고 문구다.

누군가는 "야! 2등도 잘한 거야!!" 버럭 소리를 지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철꾸라지에 한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속보) 철꾸라지 급방종

─시청자 1만 차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포고한테도 모가지 따이겠는데?

─탄핵각 세게 잡혔다

.

.

콩 까는 소리도 파릇파릇한 콩에서나 맑게 울린다.

철꾸라지가 지금껏 이어온 행태는 퍼석퍼석 쭉정이나 나올 법한 상한 콩이다.

"이거 어떻게 통제하지?"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야……."

"난 몰라 X발."

정상적으로 쌓아온 인기가 아니다.

반감 여론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높은 인기와 극성 팬덤이 억누르고 있었을 뿐.

─정상전쟁 한 장 요약 간다

[런닝맨 합성짤. jpg]

오정환만 보면 튀어라!

퇴철꾸라지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잘 튈 것처럼 생겼네

└간장 원툴 씹퇴물

└철크루에서 환크루로 바꿔야겠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진짜 이번 거는 역겨웠다

누를 힘이 없으면 튀어 나온다. 용수철처럼 더욱 강하게 말이다. 그렇기에 정상전쟁에서의 패배는 의미가 크다.

개인 방송 갤러리.

철꾸라지를 까는 추천글이 수십 개나 올라온다.

반감을 가졌던 이들이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내뱉는다.

─철꾸라지가 파프리카TV의 왕이 맞는 이유

[정상전쟁 지표. jpg]

아무리 못하고……

[간장 샤워하는 짤. jpg]

혐오스럽고……

[닭도리탕 히드라. jpg]

추해도……

철빡이와 가축한테는 무언가가 보인다!

철꾸라지는 대단한 BJ다!

철꾸라지는 대통령이다!

아 그저

.

.

.

^벌거숭이 임금님^

└뭔데 무댓에 추천이 50개씩 박히냐 주작 새끼야

└응 주작 아님

└내가 추천함^^

└아닙니다! 우리 철꾸라지가 이럴 리가 없습니다 흑흑!

조리돌림의 대상이 된다.

철꾸라지 본인도 본인이지만, 철꾸라지 팬덤의 패악질도 만만치 않았다.

여론은 순식간에 등을 돌린다.

철꾸라지의 평가가 절하되는 것도 더 이상 놀려 먹는 수준이 아니다.

─철꾸라지를 유재석에 비비는 게 병sin같은. FACT

유재석= 연예대상 최대 수상자, 국민MC

대한민국 대표 방송인으로서 대체 불가 수준의 능력 보유 20년 방송 생활동안 그 흔한 흑역사 하나 없는 철저한 자기 관리 철꾸라지 = 인기는 많지만 대체할 BJ들 여럿 있음

vs방송 능력 오정환승

vs인지도 김군승

유일하게 내세울 게 간장인데 ㅈ반인도 맘만 먹으면 가능하지만 ㅈ반인이 유재석 흉내 내는 게 가능한가?

때려 죽여도 불가능ㅋ

└팩트로 두들겨 패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병신 같은 비유 하는 놈은 지능 떨어지는 가축들밖에 없지 └밉상 게이지 MAX └철꾸라지는 인기 떨어진 순간 나락 확정임 ㅇㄱㄹㅇ

퇴물이다!

나락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및 보라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나오는 화두다. 와닿는 정도가 다르다.

이미 몇 번이나 오정환에게 패배했다. 철꾸라지 직원들의 여론 조작도 한계에 부딪힌다.

"어떡하죠 형님?"

"니들이 콘텐츠를 짰으면 책임을 져야지!"

"아니;; 저희는 그래봤자 직원이고요."

"형님 일단 지금 싸울 때입니까?"

심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꾸라지가 최고의 자리를 고집하는 이유.

자존심도 있지만 가장 큰 건 밀려났을 때 받게 될 취급이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많은 사람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찰리 채플린의 반영웅주의적 명언은 철꾸라지의 좌우명이다.

그 진의에 대해 이해는 못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어떻게든 다시 만회를 해야 돼.'

엄청나게 사고를 치고 다닌다.

그럼에도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병신짓도 수많은 시청자 앞에서 하면 콘텐츠라 불리는 게 인터넷 방송이다.

반대로 시청자 수가 적다면 단순한 병신짓이 돼버린다.

"형님, 저희가 한 번 생각을 해봤는데요."

"믿을 만해?"

"형님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목표는 단 하나.

수단도 단 하나.

더 어그로 끌 만한 방송을 해서 이전보다 훨씬 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어떻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 콘텐츠도 먹히지 않았다.

저녁 시간대가 아닌 다른 때 방송을 한다고 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콘텐츠를 짰다고?"

"예! 저희가 보기에 이제 간장은 좀 약한 것 같습니다."

"훨씬 더 병신 같은 짓을 해야 형님의 병신스러움이 살아나죠 키킼."

"마아아아!!"

그런 철꾸라지의 귀에 솔깃한 아이디어가 들어온다.

평소였다면 듣는 둥 마는 둥 했겠지만 지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김군이나 오정환은 믿을 수가 없어.'

아예 찍어 눌러 부하로 만들지 않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놈들이다.

그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여러가지 수단을 써온 이유다.

그런데 오히려 져버렸다. 커뮤니티의 여론은 불리하게 돌아간다.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큰 거 한 방이 절실한 시점이다.

"어차피 이미지도 씹창이시니까 진짜 또라이짓 한 번 해보죠."

"그러다 정지 먹으면?"

"익태 형님 계시잖아요."

"설마 정지까지 먹이겠습니까? 눈치 줄 때 빼면 되지 히힠."

"으음……, 일단 짜서 갖고 와봐."

훨씬 더 어그로를 끌 수 있는 방송.

그것이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큼 철꾸라지의 머리는 이성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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