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굿바이 철꾸라지
사도 먹방.
음식으로 장난질 치는 걸 뜻한다.
'수위만 조절하면 대박이 보증된 콘텐츠지.'
일단 먹방 자체가 트렌드다. 자극성까지 더했으니 잘 먹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변질되기도 쉽다. 조금만 엇나가도 문제가 터지기 십상인 양날의 검이다.
─봄이못잃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1점 짜리 식당에서 상한 음식 주면 어쩌려고……
"식품안전처에 문의해서 단속됐던 식당들은 거르고 있습니다. 저도 먹고 있고요."
"정말요?"
―(의심의 눈초리)
―신뢰 잃었누
―근데 ㄹㅇ 반찬 재활용은 의심해봐야 함
―오정환특) 병 주고 약 잘 줌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
봄식당 시즌2는 7시에 맞춰 정확히 영업을 시작한다.
일부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음식으로 장난 치면 안되는 건 전 세계의 불문율이다.
이를 깨는 사도 먹방은 리스크를 각오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알고 있으니 괜찮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불편은 생기게 돼있다.
자주 터지는 문제점을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대처법도 기억한다.
애초에 봄이 먹이는 것이다. 신경을 쓰지 않았을 리 없다. 이는 피해를 볼 수 있는 식당 쪽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엄굴소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메뉴 다르면 분업 하지도 않음? 어제 족발/갈비찜
"물론 그런 경우도 있죠. 근데 오지랖을 좀 부리자면 메뉴의 가짓수를 줄이는 편이 난 것 같아요."
백종원 아저씨가 괜히 타노스 빙의하는 게 아니다.
요리 솜씨가 별로면 선택과 집중이라도 잘해야 한다.
'족발집에서 갈비찜을 판다는 것부터가 신뢰성이 팍팍 떨어지기도 하고.'
핏물도 제대로 안 뺀 듯 질기고 냄새가 심했다.
단순히 내 입맛에 안 맞아서라고 이해해주기 힘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을 느끼는 건 결국 내 주관이다.
BJ로서 항상 명심, 또 명심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가 따로 리뷰를 남기거나 이 집 장사 망해라! 저주를 퍼붓진 않았지만 만에 하나 방송을 봤다면 고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충분히 퍼부었는데?
―2만 시청자가 몰려가면ㅋㅋㅋ
―어딘지만 알면 진짜
―봄이도 거르는 집
소위 말하는 '선'이다.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되는 거 아닌가?
남들이 괜찮다고 한다고 방심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유명 스트리머, 유튜버들이 괜히 사고를 치는 게 아니야.'
분명 깨끗하고 사고 안 칠 것 같은 사람이 갑자기 뻥―! 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대부분이 판단 한 번을 잘못했다는 허망한 이유다.
'사회적 기준'이라는 것은 사고가 터진 후에 세워진다.
일례로 2020년 경에 이슈가 된 뒷광고 논란도 그전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남들 다 하는 거니까.
자기 주관 없이 행동하다가는 언젠가 크게 데인다.
BJ라면 자신의 판단에 명확한 기준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미제키보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봄이 괴롭히나요?
"……."
―봄버지는 개뿔
―이 새끼가 만악의 근원임
―에휴
―제발 정상적인 먹방 좀 해……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거나, 안전한 길만 걸어도 될 만큼 BJ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직업이다.
'철꾸라지도 처음부터 간장을 먹진 않았어.'
의외로 정상적인 BJ였다.
선비갓 딱 쓰고 "여러분 스타크래프트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하는 평범한 게임BJ였다.
실력이 다소 모자랐을 뿐.
프로 경력은 있지만 사실상 준프로 수준에 인지도도 낮아 방송인으로서 내세울 것이 부족했다.
그러다가 또라이짓을 하면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많이 준다는 걸 깨닫는다.
이를 연거푸 반복하다 보니 뇌세포가 희미해진 것이다.
응당 져야 할 책임 의식이 결여됐다.
도 넘은 인터넷 방송! 자본주의가 만든 괴물이 되어버린 진짜 속사정이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봄이 맛있는 것 좀 먹여요 경고입니다 ㅡㅡ
"아! 뼛속 깊이 와 닿는 경고 감사합니다! "
"저 오늘 또 맛없는 거 먹어요 살려주세요!''
―자본주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삼촌 입갤
―저분이 진짜 봄버지네
―어휴 돈독 오른 새끼
하지만 회장님은 이야기가 다르지.
BJ로서 시청자들의 민심과 열혈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다.
그것이 지나치면 철꾸라지 같은 케이스가 된다.
여론을 의식하되 뚜렷한 자기 주관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보글보글!
의지가 약한 인간은 변하기 쉬운 곳이 BJ의 세계다.
굳이 따지면 장점은 아니지만, 남이 하는 말에 잘 안 흔들린다.
"족발이 딱히 상한 건 아니니까. 단순히 맛이 없을 뿐이거든요? 적당히 간해서 동파육으로 만들면 먹을 만합니다."
―오오
―정환이 은근히 요리 잘함
―엄마급 마술이네
―봄머니 ㄷㄷ
처음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1점짜리 음식을 어찌 처리할지 말이다.
음식 가지고 장난을 잘 치면 곧 요리가 된다.
누린내를 잡을 수 있는 마늘, 양파, 파, 생강을 듬뿍 넣는다.
명색이 봄식당인데 요리를 빼놓으면 섭하기도 한다.
'솔직히 아깝잖아.'
1점짜리라고 5점짜리보다 특별히 싼 게 아니다.
돈 낭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며,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것도 고생이다.
"오빠 이거 완전 밥도둑이에요!"
"그래."
우리 봄의 위장 속으로 잘 들어간다.
햇반을 하나 데워주니 신이 나서 동파육이 된 족발이랑 해치운다.
'장하다. 우리 봄이 족발을 네 손으로 멸망시켜 버리렴.'
또 하나가 남았다.
피자는 구제가 힘들지만 갈비찜 정도는 약간의 기교로 재탄생 시키는 게 가능하다.
보글보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
봄이가 좋아하는 콜라의 단맛.
잡내를 지워줄 부재료까지 함께 넣고 끓이면 먹을 만하게 변모한다.
"오빠가 저를 구박하긴 해도 먹을 거는 잘 챙겨줘요~!"
"그래, 많이 먹어."
―코건 맞지
―병 주고 약 주고……
―봄이 개잘먹어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맛있음?
그리고 갈비찜은 맛없기도 힘들다.
자신이 어째서 다이어트를 했는지 망각한 듯 기어코 햇반을 하나 더 까버린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다람쥐처럼 미련하게 볼따구에 쑤셔 넣는다.
어차피 집에 가면 굶어야 할 운명이지만 말이다.
'한동안 풀만 먹겠지.'
어머님과는 여전히 내통 중이다.
여기서 많이 먹는 만큼 집에 가서 식단이 조절된다.
그렇게 봄이는 두 번째 햇반을 싹싹 긁어 비운다.
"오빠 정말 잘 먹었어요!"
"그래."
"다음 주도 오늘만 같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거예요~."
ㅋㅋ
바로 앞의 미래를 꿈에도 상상 못한 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봄식당은 성황 리에 끝이 난다.
이런 콘텐츠.
적당히 잘 소화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고정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철꾸라지는 패착에 빠진 모양이다.
「벌써 가을이구나. 니가 나를 떠난 그 가을~.」
긴급한 연락이 걸려온다.
* * *
사건이란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
엄청난 대형 사고처럼 느껴졌던 것도 단순한 해프닝이 되기도 한다.
"아니, 형 지금 뭐하세요?! 빨리 일어나셔야죠!!"
"갑자기 왜?"
"오정환이 오고 있는데 슬슬 튈 준비를 해야죠."
"마아아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준호가
―철꾸라지 동네북 다 됐누?
―아 그저 ^무^
철크루의 방송.
지난 김군 사태와 마찬가지로 긴급 소집된다.
표면적 이유는 내분의 해소와 방송 어그로를 이용해보겠다는 심산이다.
'X발…….'
물론 속사정은 다르다. 사태가 크게 번졌다.
심익태의 귀에도 알려졌고, 패배한 철꾸라지는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오정환이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모를까.
의기양양하게 오고 있다.
방송을 가장한 쇼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왜 자꾸 방송 시간을 겹쳐 가지고 일을 만드는 거야."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아니, 뭐가 그럴 수가 있어! 먹토를 저녁 7시에 굳이 왜 하냐고 뇌세포가 간장에 절여진 것도 아니고."
"……."
―개처맞네 그냥
―간장 뇌세퐄ㅋㅋㅋㅋㅋㅋㅋ
―간장을 하도 처마셔서 능지도 떨어짐
―철하다 추꾸라지!
일단 처맞는다.
수만 명의 시청자 앞에서 조리돌림을 당한다.
화가 난 민심이 내뿜는 뜨거운 김을 한 차례 빼는 과정이다.
오정환의 질타를 들으며 쩔쩔맨다. 패배했다는 사실이 기정 사실화된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속이 시원해지게 만든 후에.
─족구알바님, 별풍선 1009개 감사합니다!
김군때도 그렇고 이 새끼들 일부러 이 X랄하는 거 아님?
"끄아아아악!! 큰손님 철구개 감사합니다 앙 기모띠!"
"욕을 처먹으면서도 별풍선이 좋아요?"
"기모띠!"
"에휴, 저걸 형이라고."
―천개 받았으면 ㅇㅈ이지
―진짜 추함 그 자체
―응 원래 추했어
―생긴 것부터가 범상치는 않지ㅋ
심익태의 직원 한 명이 준비된 멘트를 띄운다.
사전에 말을 맞춰 놨기 때문에 방송은 수월하게 진행된다.
이러한 세탁 방송.
이미지가 좋은 경우에는 쉽지 않다.
이미지가 나쁜 철꾸라지이기에 그럼 그렇지 하면 받아 들여진다.
─철크루는 일부러 싸우는 거 아니냐?
지들끼리 콘텐츠 만들려고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빌드업 짜는 거지ㅋㅋ
└철꾸라지가 개병신 능지처참도 아니고 주말 저녁에 먹토쇼 한 것부터가 큰 그림임글쓴이― 정말 대가리에 총 맞은 새끼가 아닌 이상 그럴 리가 없지!
여론이 진화된다.
청개구리 본능이다. 이번 사태 자체가 사실 철크루의 설계였다면?
철크루의 안티들은 놀아난 것 같아서 입을 다문다. 철크루의 팬들은 팬이니까 편들어준다.
방송 목적을 가볍게 이뤄낸다.
"철꾸야."
"죄,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너는 역시 학습 능력이 부족해."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을 왜 하는데?"
"죄송합니다……."
"대가리가 부족하면 몸으로 배워야지. 그치?"
"……."
물론 표면적인 것이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심익태의 노여움은 가라앉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꿀을 쪽쪽 빨고 싶은 그는 내분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진짜 존나게 패야 돼 그냥.'
김군과 달리 철꾸라지는 마음 놓고 패도 된다.
흉터가 안 남는 배와 다리를 부러지기 직전까지 개 패듯이 두들긴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끄엑……."
"야 이 새끼야. 형도 주먹이 아파."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니 병신 새끼인 건 내가 모르겠냐? X랄을 할 거면 최소한 내분은 일으키지 말라고!"
경고를 말이 아닌 폭력으로 몸에 새긴다.
더 이상 자신의 눈에 엇나가는 일을 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버린다.
"형님 여기 계란이랑 얼음입니다."
"간장도 가져왔습니다."
"마아! 간장을 왜 가지고 오는데?!"
"계란 먹고 싶어지실 까봐 키킼."
떡이 되도록 맞은 철꾸라지는 자택 겸 숙소로 돌아온다.
잔뜩 맞고 돌아온 자신한테 장난질을 치는 직원을 보며 분개한다.
'이번 일로 확실해졌어.'
하지만 머릿속은 냉정하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고민을 할 것도 없이 확실하게 깨달았다.
정상의 자리를 되찾지 못하면 평생 눈치나 보는 인생이다.
심익태의 아래에서도 언젠가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강간 퍼포먼스? 칼춤?"
"아 그 정도는 해줘야 어그로가 끌리죠~!"
"5천 개 이상 터졌을 때 강길태 퍼포먼스 한 번 해주면 반응 미칠 걸요? 키히히힣."
"야 그런 거 더 찾아와. 싹 다!"
심익태에 의해 경쟁은 막혔지만 방법은 있다.
그 방법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