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철크루에 들어온 목적.
시시껄렁한 친분이나 쌓기 위함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하며 목적 의식이 옅어진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애초에 원한도 없어.'
오히려 몇몇은 친했을 정도다.
나쁜놈인 건 당연히 알지만, 원래 친분이라는 게 그 사람의 선악과는 전혀 별개의 감정이다.
개인적인 악감정 때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파프리카TV에서 그런 병신 같은 새끼들이 퇴출돼야 보라판에 유익한 변화가 생긴다.
─철꾸라지UP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어제 철꾸라지 3만 따리 레전드 방송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렇구나. 아무튼 100개 감사합니다."
―저걸 왜 일일이 보고를
―철빡이특) 지 주인 자랑 못해서 안달 남
―어휴 가축 새끼들
―100개 ㄱㅇㄷ
그를 위한 계획.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창하게 세워둔 것은 없다.
'계획도 없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철꾸라지에 한해서는 말이다.
* * *
보라판은 항상 격변의 연속이다.
정상대전의 여파로 철꾸라지가 잠잠해진 것도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끼요오오오오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이 한국의 롤로노아 조로입니까?
―미친놈일세
―별풍 쏘면 뭐든 다 함?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본격적으로 말이다.
이전 이상의 똘끼를 과시하며 방송 흥행에 성공한다.
─철꾸라지 칼 제대로 갈아왔넼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진짜 칼 들고 춤 춘다
이번 콘텐츠 진짜 미쳤어!
└진짜로 미친 거 같은데?
└아니 미친 짓도 정도껏 해야지;
글쓴이― 네 다음 환견 네 다음 쿤견 네 다음 지빡이
└귀 틀어막았누
어그로가 안 끌릴 수 없는 수준이니 당연하다.
철꾸라지의 바람대로 시청자 몰이를 해내고, 그토록 이를 갈던 김군과 오정환까지 추월한다.
「[포커스] 도 넘은 ‘인터넷 개인방송’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연합뉴스] 철꾸라지 이색 행태에 인터넷 방송 규제 요구 봇물」
「[쿠키뉴스]“앙 기모띠” 내뱉으며 ‘또라이짓’을 돈벌이 삼는 BJ들」
그 부작용도 만만찮지만 말이다.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 자유롭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고, 일반 시청자들이 보기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태도 있다.
─철통령의 재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전설급 또라이짓!
─우리 철꾸라지가 맞습니다 ㅠㅠ
─4만 돌파 가나요??
.
.
.
일반 시청자가 아닌 철꾸라지 팬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엄청난 인기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
흥분한 팬덤이 미쳐 날뛴다.
─철꾸라지 진짜 감탄스러울 정도로 또라이짓 잘하긴 하는데 저러면 정지 안 먹음?
└응 운영자도 족구 방송 봄ㅋㅋㅋㅋㅋㅋㅋ
└원래 또라이 방송하는데?
└네 다음 견제하는 환견^^
글쓴이― ?
그 광경.
철꾸라지이기 때문에 가까스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문제가 있고, 제재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이거 어떡하죠?"
"우리쪽 기자들한테 실드 기사 써보라고 하고, 청구는 철꾸라지한테 해."
"알겠습니다!"
서로 이해 관계가 성립돼있다.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 대응 메뉴얼이 짜져 있을 정도다.
인기가 워낙 많아서 섣불리 건들 수 없다는 측면도 크다.
「보라) BJ철꾸라지. 간장맨 접었습니다. 새로운 철꾸라지가 왔다!」
_ ?40, 050명 시청
개인 방송으로 4만 명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한다.
기상천외한 행태를 벌인 만큼 방송 수익도 엄청나고, 이는 당연히 파프리카TV의 수익과도 직결된다.
"매니저 채팅 확인 바랍니다? 아니, 운영자님 왜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드디어 운영자 떴다
―철꾸라지 정지 먹는 각이냐?
―찐이네 ㄷㄷ
―운얼무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일개 운영자가 함부로 건들 수가 없다.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였다면 최소한의 선 정도는 지켜졌을 것이다.
※『매니저 채팅』
―안녕하세요. 파프리카TV 운영자입니다. 저 철빡이인데 어제 녹방 받을 수 있을까요? 지워져서;;
―헐 운영자가
―와 철꾸형 클라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있습니다 영자님!
―앜 혹시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직원들도 보려고 하는데 꼭 좀 부탁드립니다 ㅎㅎ
운영자라 해봤자 대부분이 20대고, 많아봐야 30대다.
업무도 파프리카TV 순찰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방송을 많이 본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하다. 개중에 몇은 대놓고 철꾸라지의 팬이다. 팔이 안으로 굽듯 어지간한 일은 눈감아준다.
'에이, X발 뭐 ㅈ도 없잖아? 괜히 주의했네.'
기사도 뜨고, 주위 동생들도 만류하고.
인기가 생기며 배가 두둑해진 철꾸라지는 한동안 자극적인 방송을 지양해왔다.
가진 것을 잃는 것만큼 두려운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다시 해보니 괜찮다.
인기도 많고, 돈도 잘 벌린다.
『애청자 증가수」
1. BJ철구라지 ↑5
2. 오정환 ↓1
3. 러너맨 ↑3
4. LetTheKillingBegin ↓2
정체되었다고 느끼던 방송의 상승세가 확연하다.
파프리카TV 1위를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더 커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내가 확고부동한 1위가 되면 심익태 그 새끼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지.'
혹은 다른 빽을 얻어 그의 아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푼 기대를 안고 철꾸라지는 막장 방송을 이어나간다.
"이 X발년! X발년! 존나게 조이네 X발! 싼다악! 끄아흐읽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자 강간임?
―아니 ㄷㄷ
―설마 이거 흉악범 강길태 흉내 내는 거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오토바이의 최후는 자명했다.
* * *
한 남자가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시야에 걸린 의자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더니 들고 있던 몽둥이로 갑자기 후려치기 시작한다.
"이런~ 쭈꾸미 같은 놈!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철꾸라지 이 새끼가 뭘 하는지 아세요? 성폭행 살인범 강길태 리액션 하는 거라고요~!"
먹방의 창시자로 유명세를 달렸던 윾신.
영구 정지 처분을 당한 이후 콜팝TV로 방송 플랫폼을 옮겼다.
자신을 쫓아낸 파프리카TV와 보라BJ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
때마침 터진 이슈를 신나게 물고 늘어진다.
―ㄹㅇ임?
―와 의자에 박는 건 빼박이네
―우유까지 뿌리는데 당연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놈이다
실제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강길태는 한국에서 손에 꼽는 흉악범이다.
죄질이 지극히 불량하여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런 이를 언급한 것도 아니고, 방송에서 범죄 현장을 따라했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쳐줄 수 있는 실드에도 한계가 있다.
"사장님……, 이번에 그 철꾸라지가 말입니다."
"뭐해. 정지 안 먹이고."
"네?"
"사태 커지기 전에 빨리 영구 정지 처먹여!"
"아, 알겠습니다."
남수길 대표 이사의 귀에도 보고가 들어간다.
철꾸라지의 팬은 어디까지나 20·30대의 일부 운영자.
간부와 임원급 중에는 눈엣가시로 보는 이들이 더 많다.
'사고를 앵간치 쳐야 내가 널 살려둘 이유가 있지.'
아무리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득보다 실이 많다면 쳐내기 마련이다.
파프리카TV의 빠른 대처는 효과가 있어 유야무야 사건이 진정된다.
─최근 홍보글 올라오던 철꾸라지 근황. jpg
[방송국 영구정지짤. jpg]
별풍선 받고 강길태 리액션 하다가 영정 처먹음 ㅇㅇ
└저 정도로 미친놈이었어?
└아 토 나와 진짜 싫어
└인간인가 저게
└웃음 소재로 쓸 게 있고 써선 안되는 게 있지…… 사람이 맞나 싶네요
물론 장본인의 이미지는 더욱 더 나락으로 갔지만 말이다.
여러 커뮤니티에 퍼지며 지금까지 해놓은 이미지 세탁 작업이 전부 무위로 돌아간다.
"죄, 죄송합니다……."
"아으 웬수 새끼."
"때리시면 맞겠습니다."
"나는 손이 안 아픈 줄 아나 이 새끼야!"
유리로 된 재떨이가 철꾸라지의 이마빡에 명중한다.
피가 철철 흐르고, 담뱃재에 몸이 범벅이 되면서도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한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해버렸는지.
그 정도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다.
유일한 동아줄이 심익태라는 것 또한.
'언제 한 번 사고 칠 줄 알았어 이 새끼는.'
마음 같아서는 반쯤 죽여 놓고 싶다.
그런다고 없는 개념이 생길 놈도 아니고, 이런 사건이 한 번쯤 터질 것도 알고 있었다.
"하란 대로 다 했지?"
"예, 원본 영상은 바로 내렸고. 직원들 동원해서 글 같은 것도 삭제시키고 있습니다."
"그래, 한동안 방송은 쉬고 있어."
"어, 언제까지 말입니까……?
"자숙하라고. 내가 안 보이는데 짱박혀서 이 새끼야!"
"죄, 죄송합니다;;"
애초에 철꾸라지와 인연이 이어진 것도 정지 때문이다.
늦든 빠르든 무조건 사고를 쳤을 녀석이다.
한 번쯤은 교육용으로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대체할 인재도 있고.'
철꾸라지가 빠져도 자신의 사업에 전혀 지장이 없다.
철크루.
그 일원 중 둘은 철꾸라지보다 훨씬 똘똘하고 도움이 된다.
"어쩌려고 하필 강길태를 따라했어요?"
"아이 씨……, 방송 흐름 타서 그렇게 된 거지."
"강길태는 아무래도 좀 민감한 화두잖아요."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
"모르셨다는 게 대단하네요."
오정환이 철꾸라지를 위로해준다.
성격도 싹싹하고, 여캠쪽 일처리는 더할 나위가 없을 지경이다.
'물론 철꾸라지도 필요하지.'
더러운 일을 맡기는데 제격이니까.
몇 달 정도 ㅈ뱅이 좀 구르게 하다가 시기를 봐서 복귀시킬 생각이다.
"복귀가 가능해요?"
"형님이 누구냐. 남수길 사장님이랑 형·동생 하는 사이야."
"오~."
다 방법이 있다.
쟁점은 결국 강길태 리액션.
그게 아니었다고 둘러댈 수 있으면 된다.
'그 점만 신경 쓰면 못 해줄 것도 없다고 말씀하셨지.'
철꾸라지와 직원들을 시켜 관련 발언을 삭제한다.
시간이 흘러서 여론이 잠잠해졌을 입을 싹 닫고 나타난다.
"적당한 이유 붙어서 복귀각 잡아준다고 그랬거든."
"네, 다행이네요."
"너만 알고 있어라. 저 새끼는 반성해야 하니까."
* * *
철꾸라지의 영구 정지.
그렇게 되리라는 건 너무나도 뻔한 결과다.
'이전 생에서도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녔는데.'
이번 생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관심과 돈을 위해 막장 방송을 지향해온 필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 새끼처럼 잘 살아난다. 영구 정지를 한두 번 먹은 게 아님에도 말이다.
'적당한 이유라.'
사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파프리카TV는 매출을 원하고, 업체는 이를 벌어다 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남들이 뭐라 해도 실보다 득이 많다면 계속해서 거래를 이어나갈 것이다.
계획을 세우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형님들~ 강길태 보다 더 시원하게 박았다고 생각하시면 팬가입이라도 좀 해주세요 쪼옴~!》
―아ㅋㅋ 이건 해야지
―진짜 강길태 퍼포먼스였네 ㄷㄷ
―철빡이지만 이건 좀;;
―이걸 알고서 한다고?
그래서 계획은 아니고 큰 그림을 그린다.
세간에는 풀린 건 짧은 29초짜리 영상뿐이지만 지금 내가 보는 것은 풀버전이다.
삭제되기 전에 수집을 해두었다.
'아까 나눴던 대화는 서은이가 녹화해뒀을 테고.'
잡초라는 것은 풀 부분을 잘라낸다고 제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충 뿌리를 뽑는 정도로도 어림도 없다.
한두 뿌리만 남아있어도 다시 자생하는 골칫거리다.
처음 뽑을 때 제대로 공을 들여야 한다.
이를 알고 있기에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증거를 모으고 확실하게 묻을 시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딱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