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22화 (222/846)

222화

동서양 문화 교류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단풍잎 페스티벌에서 진행되는 짝 2편은 분명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아니 근데 갓직히 결말 뻔하지 않음?

여캠이 쟤네랑 썸 타겠냐?

연결 안되면서 흐지부지 끝나겠지

여캠 수준이 너무 높아서 도리어 기대가 안됨

└ㅇㅇ 킹능성이 없지

└그나마 동피누 정도?

└동피누도 걍 회사 이벤트라 참여한 거 같은데

└아 걔 돈슨 직원이었짘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그 결말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게임쪽 커뮤니티와 달리 개인 방송 갤러리의 유저들은 닳고 달았다.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결말 스포가 올라올 지경이다.

눈치가 빠르다고 자부하는 유저들에 의해 말이다.

─[속보] 오정환 짝 결말 유출. txt

펑: 펑이! 펑이!

구: 아쉽네요

네: 나는 진짜 진심이었는데 신혼집도 사줄 수 있는데……

환: 떡볶이녀 시즌3 찍겠다

오정환 봄이랑 엮이고 나머지 다 안될 예정이다

미래에서 보고 옴 ㅇㄱㄹㅇ

└들린다 들려……

└또 우려 먹겠눜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래에서 왔냐?

└봄이 뽑은 시점에서 뻔했지 봄버지쉨

빅데이터라는 게 있다.

네놈의 공격 패턴 강약약 강강강약 강중약! 처럼 오정환의 방송을 한두 번 봐온 게 시청자들은 안다.

여자가 귀찮다!

봄이가 제일 예쁘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레퍼토리가 반복될 거라는 게 중론이었는데.

─아뿔싸! 잊고 있던 보라감!

─ㅈ정환 폼 안 죽었눜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 통수 얼얼하겠네

─여름좌 찐텐으로 놀란 거 같은데??

.

.

.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진행된다.

커뮤니티가 난리가 날 만도 하다.

본인 스스로 예고까지 했던 커넥션을 집어 차버렸다. 대신 실리를 택한다.

그 충격적인 실상이 생방송으로 송출됐다. 그리고 여전히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아니, 오정환이 자기 뽑으라고 해놓고 뒤통수 친 거야?"

"진짜 쓰레기다 쓰레기~."

"저 정말 충격이에요."

뒤풀이 방송을 통해 말이다.

연이 없었던 남은 남녀들은 친구 사이, 혹은 동업자로 돌아와 회식을 한다.

이 또한 방송 콘텐츠 중 하나.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인해 시청자 어그로가 잔뜩 끌리고 있을 뿐이다.

"와~ 정말 애 데리고 뭐 하는 거냐. 이게 보라냐 씨풋?!"

"한 잔 마셔. 이런 날에는 마셔야지."

"콜라가 써요. 이게 바로 인생의 쓴맛이에요."

―애 데리고 뭐 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의 쓴맛ㅋ

―우리 봄이 어른 다 됐누

―앜ㅋㅋㅋㅋㅋㅋㅋ

한 명의 공적과 함께 치킨 다리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다.

이번 짝 콘텐츠로 원하는 바를 이룬 건 단 한 명이었다.

공지― 『여름이와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임했던 이벤트였는데

여름이와 저의 마음이 운명의 장난처럼 맞아 떨어졌네요^^시청자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데이트 방송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다른 참가자와 달리 선택이 갈리지 않았다.

여자 4호와 남자 4호가 맺어졌다.

순수하게 축복하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Best Comment]― 장난은 니가 쳤겠지 ㅅㅂ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乃652

[Best Comment]― 대체 어디까지 바라본 설계였던 거냐…… 乃369

[Best Comment]― 정환이 ㅈ 있었누ㄷㄷㄷ 乃174

어그로가 끌릴 수밖에 없다.

워낙 예상치 못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자라는 밈까지 있을 정도다.

봄이 하나는 그토록 싸고 돌았다.

방송을 챙겨보던 애청자일수록 의아함이 사무칠 만하다.

─그냥 오정환이 여름좌 띄워주려고 빌드업 짠 거 아님?

지가 방송 꼬시기도 했고

학연인지 뭔지도 얽혀있다며

└이번 기회에 혈연도 얽히려는 거 아님?

└바로 그거였눜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댓글이

└유전자 세탁 에반데

그 진의가 무엇인지.

오정환과 여름의 합방에 이목이 모아진다.

* * *

이유는 존나 간단하다.

'이걸 뭐 구구절절 설명까지 해야 돼.'

내가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이유?

간단하게 말해서 그년이 그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년이 그년이 아니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거지.

<아니, 그런 방송적인 걸 협의도 없이 그냥 해버리시면;;>

사소한 문제는 생기지만 말이다.

장연수씨가 스피커 너머로 하소연 해오고 있다.

"방송이니까 방송적인 걸 하죠."

<아니, 그냥 그 고등학생 친구분이랑 노셔도 되는 거잖아요!>

"걔랑은 나중에도 놀 수 있어서."

<…….>

떡볶이 사준다고 하면 침 질질 흘리면서 헐레벌떡 뛰어올 텐데.

그게 아니더라도 주말마다 진행하는 봄식당도 있다.

그에 반해 여름이는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다.

'데이트 권유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건수 잡아서 만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특히 방송 콘텐츠.

BJ들끼리 스캔들이 자주 나는 건 확실히 이유가 있다는데 동의한다.

"아무튼 별일은 아니잖아요."

<별일이 될 수 있으니까 그렇죠! 그리고 저희가 명색이 단풍잎 페스티벌인데 관련 검색어가 오정환 ㅈ정환 이런 게 나오면 어떡합니까?>

"……."

약간의 사심이 섞였던 게 사실이다.

굳이 이실직고할 필요는 없으니 그냥저냥 넘긴다.

'솔직히 말해서 할 만큼 했지.'

광고주가 바란 홍보 효과가 100이라면 1000, 2000만큼은 했다고 본다.

그걸 약간 깎아낸 정도로 투정을 부리면 섭하다.

"아무튼 잘됐잖아요."

<그렇긴 한데 주의 좀 부탁드립니다. 최소한 사전에 설명이라도 좀;;>

"네, 네."

네네치킨 점주가 된 기분으로 수긍을 해준다.

마음 같아서는 할 말이 많지만, 잡다구리한 건 빠르게 넘기고 싶다.

약속 시간이 곧이기 때문이다.

시야 저편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여름이 힘찬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인사를 건넨다.

"안뇽! 안뇽!"

"커험! 안녕."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 한 마디 하면서 눈치 보네

―오정환 네 이놈……

―꼭 봄이를 입양 보내야 속이 후련했냐!

흔히 보기 힘든 서양 처자다.

이국적이면서도 왠지 낯익은 느낌이 취향이다.

동서양의 문화 교류에 욕심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옷 입는 스타일부터가 신선하다니까?'

쌀쌀해진 가을 날씨를 방증하듯 껴입고 왔다.

후줄근한 느낌의 스웨터 가디건이 시골 처자 같아서 사랑스럽다.

"쩡환!"

"응?"

"우리 뭐 한다?"

한국어 패치도 매우 귀엽게 돼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온다.

불가피하게 잡혀버린 금일 데이트 방송의 코스를 말이다.

"우리 사귄다."

"What? What?"

"Just 방송. 그런 느낌."

"Um……, OK! 알겠다!"

―에반데

―달달각을 벌써 잡는다고? ㅋㅋㅋㅋㅋㅋ

―오정환 텐션 왜 이럼?

―이 새끼 100% 사심임 ㅉㅉ

콘텐츠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런 말을 안 해도 돼서 다행이네.'

다행히 분위기가 좋다.

그도 그럴게 세컨드 타임이다.

그녀와 보냈던 처음은 정말이지 아찔했다.

─훼방하러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여름님 싫으면 거절해도 돼요! 보수적이라 이해함!

"닥치세요 X발!"

―트럼프 지지자는 ㅇㅈ이지

―그러게 이걸 받아주네

―하꼬 갑질 아님?

―ㄹㅇㅋㅋ만 치라고!

물론 데이트 말이다.

어떻게 볼 것도 없이 대놓고 데이트고, 썸까지 탄다는 확답도 받았다.

'그리고 짝 콘텐츠도 잘 진행했잖아.'

무슨 상팔년도도 아니고.

겨우 데이트 정도로 철벽을 까는 건 에바참치다.

실제로 단풍잎 페스티벌때도 일정을 잘만 소화했다.

"페스티벌 재밌었어?"

"그렇다! 그렇다!"

본인도 재미있게 즐겼다고 한다.

단풍잎스토리 매니아인 그녀로서는 뜻 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성지순례 같은 느낌이겠지.'

그런 시간을 쌍놈의 새끼와 소비한 게 아쉽긴 하지만 큰 상관은 없다.

그 이상의 행복을 선물하면 되는 거니까.

"우리 일일 커플이다."

"응응!"

"한국에서는 커플끼리 호칭으로 부른다. 미국에서도 그런 거 있지?"

"My Darling?"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기분 좋게 고막을 긁는다.

영어 특유의 억양이 섹시하면서도 신비스럽다.

'아, 표정 관리 안 된다.'

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 정말 골려주고 싶다.

하지만 시청자의 말대로 마음의 문이 닫혀있다.

태생적으로 닫힌 사회에서 태어났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천천히 열어젖혀 마음의 거리를 좁혀보고자 한다.

"I say 여보. You say 낭군. 오늘은 서로를 이런 호칭으로 부르는 거야. 알겠어 여보?"

"낭군! 낭군!"

―사심 작작 챙기라곸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뜻인지는 앎?

―정환이 돌았누

―봄이 오열

짧게 끊는 혀 짧은 목소리가 앙증맞다.

여러가지 호칭 중에서 발음하기 쉬운 것을 엄선해봤다.

짝 콘텐츠의 애프터.

딱히 사귀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강압적으로 가면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그냥 데이트땡이지.'

일전에 했던 것의 연속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그녀는 이제 한 명의 어엿한 BJ다.

─어제차이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름좌 방송국 대한미국년인 거 니 작품이지?

"맞습니다."

"낭군이 하라고 했다!"

―그럴 줄 알았다

―하와와도 그렇고 아이디어는 진짜ㅋㅋㅋㅋ

―앙 진짜 낭군이라 부르다니

―그냥 여름이라고 하지

반짝 출연이 아니다.

방송을 간간히 하고 있다.

그런 만큼 방송국명도 진지하게 지어야 한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이번 콘텐츠만 생각한다면 여름이라고 지어도 하등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내 컨설턴트는 그 사람의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다.

보라와는 시청자층이 다르다.

게임과도 연관이 있지만 주류는 아니다.

외국인이라는 어필이 되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보."

"낭군!"

"여보~."

"낭군!"

이런 걸 아무한테나 해주진 않는다.

정말로 유망하고, 내 사람이 될 수 있고, 여러 의미로 아무튼 저하튼.

'방송 선배로서 현장 지도를 해줄 좋은 기회지.'

BJ들끼리 많이 사귀는 이유?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다.

평소에 사적으로 이용하진 않지만, 나도 Flex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은 굉장히 뜻 깊은 장소에 갈 겁니다."

"어디 간다?"

"단풍잎스토리가 굉장히 오래됐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전설 같은 게 있어요."

―이 새끼 뭐하려고

―아 불안하네

―난 전설 따위 믿지 않아……

―모텔 가서 파워쎅쑤 함 뜨나?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지나친 방송적 욕심은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일전에 한 번 실수를 했기도 하다.

친숙한 것부터 접근해 나간다.

'단풍잎 말이야.'

PC방 데이트?

요즘 시대에 그런 것도 나쁘진 않다. 특히 한국 PC방은 외국인들 입장에서 컬쳐 쇼크다.

하지만 진부하다. 했던 걸 또 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담겨있지 않은 건 내 감성이 아니다.

"한국에는 게이머 커플이 많다."

"Really? hehe."

"그런 사람들이 다녀갔던 장소를 둘러볼 계획이다. Is that okay?"

"알았다 낭군!"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게 좋은 법이다.

지금은 아직 손을 내밀어야 겨우 닿는 거리이지만, 이 데이트가 끝난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옛날 생각나네.'

철없을 때는 악용했던 적이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원래 100% 순수하기만 한 사람은 있을 수가 없고, 전세계의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주니 오히려 문제다.

─훼방하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아 꼬추 있는 척 애쓰지 마^^

"닥치세요 X발!"

약간 정도는 사심이 필요하다.

방송 콘텐츠를 빌미로 가까워진다.

동서양의 문화 교류에 이바지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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