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Korean Folk Town.
한국 민속촌은 방한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인기 명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낭군!"
"응?"
"나 안다! 안다!"
"뭐얼?"
―뭘 ㅇㅈㄹㅋㅋㅋㅋㅋ
―아빠 미소 보소
―낭군 에바라고!
―민속촌 와봄?
데이트 코스의 첫 장소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름은 이곳에 와본 적이 없다.
'외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건 맞는데.'
전체 비율에서 따졌을 때 극소수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그런 느낌이지, 역사나 유적지 쪽으로는 인지도가 높지 않다.
"나 여기서 사냥했다!"
"그래?"
"저 새끼 죽였다!"
"죄송합니다."
지나가던 선비 알바생을 가리키며 밝게 미소 짓는다
GMS 유저들에게 Korean Folk Town은 친숙할 수밖에 없는 장소다.
'한국에서는 산 아랫마을이라고 부르지.'
단풍잎스토리의 마을 중 한 곳이다.
당연하게도 해외 서버에도 존재하고,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그냥 던전이다.
그것이 현실 세계에 있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혹시 뜬금없으면 어떡하지 생각했는데 기대에 부응해서 다행이다.
─치즈치즈떡볶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친구들이랑도 안 가봄?
"친구 없대."
"있다! 있다! Just……. I didn't hear yet."
―너무 흥분해서 영어가 나왔네ㅋㅋㅋㅋ
―울디 마
―대학원생이면 오래 있었을 텐데……
―여무무였누
대신해서 변명을 해주자면 바쁠 것이다.
애초에 유학 생활이 탱자탱자 노는 것이 아니다.
'연구생들은 더 바쁘지.'
숨 돌리러 갈 때.
우리 심심한데 민속촌이나 갈까?
이런 젊은 세대가 많을 리가 없다.
한국 사람들이 민속촌을 가봤긴 해도, 잼린이 시절 현장학습이 대부분이다. 놀러 가기 위해, 청춘을 불태우기 위해 가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한복 입어야 한다."
"지금?"
"그렇다. 매우 중요하다. Because discount."
"할인! 할인!"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여름의 첫 경험을 성대하게 장식한다.
근처 한복 대여점에서 풀세트로 차려 입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긴 한데.'
자연스러운 의첸에 의미를 둔다.
여자BJ의 의상 체인지는 뭇 남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국뽕치사치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와ㅋㅋ 독도는 우리땅 외치면 2천 개
"1004개 감사합니다. 갑자기?"
"Why not? 독도는 우리땅!"
―이걸 해주넼ㅋㅋㅋㅋㅋㅋ
―BJ 다 됐누
―ㅇㅈㅇㅈ
―독도 미국땅이었음?
딱히 노출은 없지만 말이다.
유교의 나라 한국의 전통 의상답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다 가렸다.
'난 그래서 개인적으로 몸매 좋은 사람한테 한복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해.'
반대로 몸매 안 좋은 사람한테는 정말 좋다.
펑퍼짐해서 배 나온 것도 가려주니까.
그런 아쉬운 점을 접어두더라도.
"낭군!"
"응?"
"나 다 했다! Korean Folk Town quest!"
볼거리가 많은 장소다.
더군다나 GMS에서 여러 경험을 했을 경험 많은 여름이라면 더더욱이다.
'여성 게이머들이 다 비슷하지.'
퀘스트 욕심이 엄청 많다.
우리 봄이만 해도 다른 건 잘 못해도 파티 퀘스트 부심 하나는 하늘을 찌른다.
『퀘스트 스페셜리스트의 훈장[일반 칭호]』
├ 제한 : 無
├ 조건 : 완료한 퀘스트 수 800개(이벤트 제외)
├ 훈장 옵션 : STR +3, DEX +3, INT +3, LUK +3, 회피치 +10, 점프력 +10└ 기타 :
이런 걸 따기 위해서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렇게 퀘스트를 깨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나쁜 년! 나쁜 년!"
"죄송합니다."
"내 fame 내렸다! 정말 나쁘다!"
한국의 전래동화 말이다.
민속촌 안에 들어가자마자 구미호 분장을 한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흥분한다.
디즈니랜드에 온 그런 느낌 아닐까?'
실제 퀘스트 중 하나다.
구미호를 조지는 게 하나 있는데, 조지고 돌아가는 길에 낯선 처녀한테 말을 잘못 걸면 아이템을 갈취 당하고 인기도가 내려간다.
뒤통수가 얼얼했던 기억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런 동심을 간직한 게 귀엽기는 하지만 슬슬 알바생들 눈치가 보인다.
"괜찮아요~."
"예, 처음 와봐서 흥분했나 봐요."
"정 미안하시면 저쪽에서 육회나 간을 공물로 바치시면 됩니다."
"……."
―삥 뜯기눜ㅋㅋㅋㅋㅋㅋ
―사주면 먹음?
―캬~ 아리다
―너프가 좀 많이 됐는데 ㅎㅎ
하지만 그렇게 고리타분한 곳이 아니다.
알바생들이 잘 놀아줘서 가끔 오면 재밌다.
'특히 유튜브각 뽑기가 정말 좋지.'
여름이 개인 방송을 하도록 꼬드긴 것은 맞다.
그 말이 파프리카TV에서 BJ만 하게 만들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도 그럴게 당연하다.
길고 긴 파프리카TV의 역사 속에서 성공한 외국인BJ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감성이 안 맞기 때문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여름의 경우 BJ보다 유튜버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
─아리원챔충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구미호 선물 주고 생간 먹방 ㄱㄱ?
"500개 감사합니다! 시도해볼까요?"
심지어 이미 성공한 외국인 스트리머가 와서도 쫄딱 망했다.
특유의 단합과 크루 시스템 때문에?
물론 그 점도 없지는 않다.
'그걸 하자고 하니까 질려서 토이치TV로 돌아갔었지.'
아무래도 회귀 전.
철꾸라지 등 더럽고 혼탁한 쓰레기들이 파프리카TV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굉장히 부끄럽다.
그렇다는 사실을 막 알게 되었던 때다.
이번 생에는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싫다! 싫다!"
"저번에 선짓국 잘 먹었잖아?"
"Are~~ you~~~ kidding?"
―그 푸딩ㅋㅋㅋㅋㅋㅋㅋ
―온몸으로 거부하네
―생간은 좀
―ㄹㅇ 블러드 푸딩임ㅋㅋㅋㅋ
탱글탱글한 생간을 기름장에 푹 찍어 먼저 먹는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는 여름의 표정이 가관이다.
'원래 싫어하는 걸 시키는 게 제일 재밌어.'
단일 민족인 한국인들에게 외국인은 항상 신기하다.
차후에 외국인 유튜버가 수천 명씩 생기는 이유다.
빠르게 선점해볼 생각이다. 여름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는 인재다. 파프리카TV 내에서는 내가 키워주면 되니까.
"Um……, Um……. it's really terrible!!!"
"그렇게 싫어?"
"밉다! 싫다! 화난다! 삐졌다!"
―생간은 에바참치지!
―어휘 폭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혐성
―오늘 방송 레전드구연ㅋ
구미호 처자가 먹는 걸 보고 용기를 내서 시도해봤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인상을 잔뜩 구기고 억지로 삼키더니 째려본다.
'이런 게 딱 유튜브 감성이거든.'
자극적인 면이 분명 있지만 밋밋하다.
불닭볶음면 소스도 모잘라서 캡사이신 범벅을 하는 수준인 파프리카TV에서는 안 먹힐 만도 하다.
"밥 먹으러 갈까?"
"우우~!"
"진짜 맛있어. 파전이랑 소고기국밥 얼큰하게."
"낭군! 낭군!"
먹히게 만들면 그만인 일이다.
* * *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서양녀가 한복 입고 떡 치는 사진. ㅓㅜㅑ
[여름이 한복 입고 떡 만들기 체험 中. jpg]
뭐 병신들아
└ㄴㅇㅁ
└생방으로 봤는데 떡 존나 음탕하게 잘 침
└졸라 같이 떡 쳐주고 싶다 (물론 먹는 떡)
└각도기 뿌숴진 놈 여럿 보이누ㅋㅋ
성황 리에 진행된 짝의 결말.
예상치 못한 오정환의 기행은 의문을 낳았다.
선택도 선택이지만 저런 캐릭터였나?
그를 알고 있는 보라판 시청자들로서는 의아하다.
여러가지 뇌피셜을 쏟아내며 평소처럼 떠들어 재낀다.
─정환이 꼬추 있었눜ㅋㅋㅋㅋㅋㅋ
─ㄹㅇ 사심이었어??
─누가 오정환 하드 조사해봐라 100% 서양물만 나옴
─저 서양녀도 설마 BJ냐
.
.
.
그토록 목석 같았다.
날고 기는 여캠들과 합방을 하면서도 사심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런 오정환이 찐텐을 보이는 상대?
보라 시청자들의 관심이 폭발한다.
게임 시청자들은 당연하고.
─아랫마을이 한국 민속촌임?
ㅅㅂ 처음 알았네ㅋㅋㅋ
└Korean Folk Town(한국 민속촌) 표기가 같음
└ㄹㅇ 현실 단풍잎이네
└겁나 좋아하는 게 눈에 보임ㅋㅋㅋㅋ
└아랫마을 현실판
한국 단풍잎 유저라면 안 가본 사람이 없는 장소다.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말이다.
그 연관성.
외국인 유저가 느끼자 신선하다.
가장 신선하고 생생한 반응이 쏟아지는 곳은 다름이 아니다.
「인싸이트」― 찌라시 뉴스 미디어
30분 전。
#오정환#서양녀#생간#먹방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엘프녀가 생간을 먹게 된 이유. jpg]
―와 오정환 아시는구나!
―여기 부지런하네
―콘텐츠로 먹은 건가요? 나도 저건 잘 못 먹는데ㄷㄷ―혐한 제조+1 ㅋㅋㅋ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감성은 유튜브와 크게 흡사하다.
예쁜 서양 처자가 생간을 먹다니?
그 신기하면서 재밌는 떡밥에 자연스럽게 눈이 향한다.
「김민정」
25분 전。
#오정환#백마#썸
[소고기국밥 맛있게 먹는 여름. jpg]
생간만 싫어하는 거임
다른 한국 음식은 잘 먹네요ㅋㅋㅋ
「여행매니아」
23분 전。
#오정환#미국누나#BJ#부럽다
[BJ와 데이트하는 미국누나. jpg]
미모 실환가;;
진짜 현실 엘프 강림이네
요즘 BJ가 대세긴 하나 봐 여자도 잘 꼬이고
「사랑해고마워」
22분 전。
#오정환#서양녀#대한미국년
http://bj.pafreecatv.com/dkssud32
오정환이랑 합방한 서양 처자분도 방송하네요!
유학생이라는 듯ㅋㅋ
.
.
.
그리고 오정환.
가지각색의 콘텐츠를 진행하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익히 알려졌다.
그런 그와 합방을 진행한다?
인지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녀 본인도 방송을 한다고 하니 더더욱이다.
─오정환은 진짜 대단하긴 하다
「대한미국년 (dkssud32)」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인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름좌 애청자 2만 넘음
└아니 벌써
└봄이 다음은 여름이눜ㅋㅋㅋㅋㅋ
└리아, 동피누, 쥬아 다 오정환 때문에 떴을 걸?
└요즘 파프리카 대통령 오정환 맞지
딱히 드물지도 않은 신인 키우기.
이 방면에서 오정환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 어지간한 중견급 BJ를 뚝딱 만들어내는 셈이다.
최근 오정환이 가진 위상을 적나라하게 시사한다. 데뷔한 지 고작 1주일도 되지 않은 여름이 파프리카TV 내에서 입지를 쉽게 다진다.
"쟤는 누구길래 갑자기 떴어? 익태네 새 여캠이야?"
"와 무슨 백마도 키우나 보네;;"
물론 순수하지 않은 시선도 있다.
갑작스러운 여캠의 성장.
파프리카TV의 뒤편에서는 숙제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왕왕 있다.
대기업BJ에게 돈을 주고 홍보를 의뢰하는 건.
한두 푼이 얽힌 시장이 아니다 보니 무료로 해줄 리가 없다.
'오정환 이 새끼는 무슨 꿍꿍이지……?'
심익태만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정도 인지도 상승이라면 최소 억이 넘어가는 옵션.
"자기 대학교 지인이라던데요?"
"그렇다고 저걸 그냥 해줘?!"
"사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개인적인 일 같습니다."
직원의 설명을 듣자 복장이 더 터진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마음 가는 대로 휙휙 해주다니.
'아무리 지인이라도 어? 계산할 건 해야지.'
철크루, 아니 이제는 개인적인 관계다.
그 수장이 영구정지를 당했으니 공중 분해는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가 되진 않는다.
나머지 인원들의 위세가 등등하다.
그중에서도 오정환은 철꾸라지의 전성기 이상이다.
"주의를 줄까요? 철꾸 형님 정지 당하고 너무 활개치는데;;"
"냅둬. 냅둬."
함부로 대하기가 껄끄럽다.
오정환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여차할 때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 하이지만.
'서은도 있고, 애초에 반항적인 녀석도 아니야.'
적어도 심익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