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화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신흥 주자 LOL과 기존의 패권을 지키고 있던 단풍잎.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드디어 세대 교체냐?
아니다, 또다시 역습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 롤충들 슬슬 PTSD 오는 이유. Fact
[방학 시즌 단풍잎 점유율. jpg]
개학 시즌 빈집털이로 1위 찍었는데
방학 시즌 오니 방 뺄 준비에 벌벌 떪ㅋㅋㅋㅋㅋㅋ
└네 다음 면제겜
└돈슨겜 하는 개돼지들이 아직도 있넼ㅋㅋㅋㅋ
글쓴이― ㅈㄹ 그럼 롤은 돈 안 쓰냐?
└응 안 씀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단풍잎스토리의 순위 하락은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매년 되풀이되니까.
흔히 방학 한정 흥겜이라 불린다.
잼린이와 급식 유저들이 많다 보니 유저 수 변동이 큰 것이다.
─진짜 이번 겨울방학 패치가 레전드인 게
「[뉴스]겨울방학 전설의 시작? 단풍잎스토리 레전드!」
글자 그대로 레전드 패치임ㅋ
신규 직업 무려 3개 나옴
한 개만 나와도 대박인데 3개면 그냥 ㅎㄷㄷ하지
└진짜 레전드넼ㅋㅋㅋㅋㅋㅋ
└롤충들 눈물의 뒤로 가깈ㅋㅋㅋㅋㅋㅋ
└방학 시즌 패자는 단풍잎이지
└나 이거 페스티벌 때 봄!
그리고 대형 패치.
유저 수 변동과 더불어 돈슨이 항상 칼을 갈고 준비한다.
이번 방학 패치는 뭥미?
그래서 두 배 이벤트 함?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화두가 꽃핀다.
그 기세를 몰아 1위 자리를 되찾겠다.
단풍잎스토리의 복권 소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이지만.
─아니 요즘 RPG를 누가 하냐고ㅋㅋㅋ
할 거 없으니까 한 거지
스타 망하고 반사 효과 본 걸로 자위 하는데
요즘 그 쁘띠리니지 하는 건 손가락 없는 ㅄ이나 틀딱들밖에 없음└팩트) 롤도 브실골플이 98%다
└골플은 손가락 있짘ㅋㅋㅋㅋㅋㅋ
└근데 PC방 가면 급식들 롤 많이 하긴 하더라
└롤드컵으로 터지긴 함
만만치 않다.
롤드컵 이후 확실하게 대세 게임 반열에 올랐다.
올초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인지도는 대중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 잡았다.
과연 어느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
붙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분위기다.
두 게임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단풍잎이 면제겜 소리 듣는 이유를. Araboza
1. 남자는 단풍잎 여캐하지 마라 ㄹㅇ
[호르몬약 인증. jpg]
2. 정신과 5급이다 질문 받는다
[5급 인증. jpg]
3. 루나 최초 외국인 탄생
[캐나다 귀화. jpg]
4. 단풍잎 하는 사이비 종교?
[비슈누여 777만원에서 77만원을 단풍잎에 사용하라. jpg]
5. 역대 디렉터들 면제
장연수 現디렉터: 면제
김원기 前디렉터: 면제
그만 알아보자……
└실화였누
└드립이 아니라 진짜 면제겜이었네;;
└장연수는 산업기능요원일 걸?
└심지어 네글자, 구해조 같은 단풍잎BJ들도 면제 받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순한 감정 싸움으로 번진다.
서로가 하는 게임을 음해하는 것이다.
결론이 나오는 건 시간 문제이다 보니 유치한 말다툼밖에 할 게 없다.
─롤이 씹덕겜인 이유를 알아보자. Fact
럭스: 동방 프로젝트의 키리사메 마리사가 모티브
요우무의 유령검: 동방 프로젝트의 콘파쿠 요우무가 사용하는 누관검이 모티브리글의 랜턴: 동방 프로젝트 리글 나이트버그의 퍼스트 네임을 그대로 차용 동방 프로젝트??
대체 뭐길래 패러디한 걸까?
[키리사메 마리사 .jpg]
[동방쇄환전/콘파쿠 요우무. jpg]
[리글 나이트버그 팬아트. jpg]
아;;
X랄 났다 씹덕겜!
└역시 국내 1위 게임ㅋㅋㅋㅋㅋㅋ
└면제겜 vs 씹덕겜
└응 면제보단 씹덕이 나아
└의문의 대동단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격렬한 커뮤니티의 반응.
이는 게이머들이 해당 화제에 엄청난 관심을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에 따라 논란은 전파된다.
특히 파프리카TV.
흥행하는 게임은 시청자 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롤 할 거냐고? 음;; 고민 중인데."
"저도 개인적으로 아이디 만들어서 해보고는 있어요."
"아~ 그거 너무 어려워 게임이! 카오스 하던 애들이나 재밌게 할 만하지~"
BJ들 입장에선 엄청나게 고민이 된다.
계곡보다는 호수, 호수보다는 강, 강보다는 바다에서 낚시하기 더 좋듯이 보다 큰 게임이 기회를 잡기 쉽다.
시청자 유입의 기회.
LOL은 확실히 군침이 흐르는 콘텐츠다.
문제가 있다면 가볍게 해볼 만한 게임이 아니다.
─펑이조급식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요즘 롤 대세던데 펑이조는 생각 있음?
"하겠냐? 단풍잎 근본인 내가?"
―오
―의리 보소
―펑이조 근본력은 ㅇㅈ이지
―그냥 컨트롤 ㅈ박아서 안 하는 거 아님?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진입 장벽.
LOL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없는 것은 또 아니다.
AOS 자체가 대부분의 한국 게이머들에게 낯선 장르였다.
그냥 게이머면 모를까.
BJ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된다.
기존팬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어야 하고, 변화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좀 그렇다.
─펑이조는 단풍잎 남기로 했넼ㅋㅋㅋㅋㅋ
이 새끼 이러니저러니 해도
뚝심 하나는 인정해줘야 함
└저 ㅈ노잼 노가다 게임을 몇년씩 하는 것만 봐도……
└조선족 사태때는 어떻고?
└욕 먹어도 인기 있는 애는 이유가 있음ㅇㅇ
└펑이조 응원한다!
자신의 방송 색깔.
확고하게 신념이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모든 BJ가 별 생각 없이 게임만 하는 게 아니다.
어떤 동아줄을 잡아야 할지. 이번 사태를 상당히 진지하게 주시 중이다.
갑작스레 긴 휴식을 취하게 된 오정환의 행보에도 말이다.
* * *
이사는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정든 단칸방을 떠나 판교에 위치한 아파트로.
"여기도 방음 처리하실 거죠?"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루 아침에 짜잔! 옮기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시간과 공사가 필요하다.
단순히 주거 공간으로서 활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방음은 기본이지.'
내가 누구누구처럼 괴성을 지르고, 물건을 때려부수고, 간장으로 샤워를 하진 않아도 방송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소음이 유발된다.
특히 밤에는 조그만 소리도 거슬리기 쉽다.
방송용 스튜디오와 일부 공간에 방음 시공을 하고 있다.
업체에서 온 아저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뚝딱뚝딱 벽면에 방음 자재를 부착하는 광경을 구경 중이다.
딩동―♪
집주인으로서 당연한 사명.
그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겸사겸사 이른 집들이로 지인을 한 명씩 불러서 해결한다.
"오빠!"
"야, 일하고 계셔."
"헤헤 알아요. 그래두."
리아가 오자마자 내 팔을 꽉 안듯이 붙잡는다.
워낙 큰 걸 달고 있는 탓에 가슴 살결에 팔이 조여진다.
남사스러운 짓 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고 싶지만.
'안 받아주면 덮치기라도 할 기센데.'
눈빛이 무섭다.
점점 요염해지는 몸매와 행동거지도 얕잡아 보기 힘들다. 그런 리아의 존재감이 신경 쓰이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오오……."
"여자친구분 오셨어요?! 먼지 흩날리는 공사 중이라 어째."
"아는 동생이에요. 이사한다고 하니까 놀러 온 건데."
"네?"
"빵 내놔."
빈손으로 왔을 리 없다.
뭐 쓸데없는 거 사는 것보다는 업체 아저씨들 드실 간식거리나 한가득 사오라고 시켰다.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 듯 혀를 찬다.
볼을 부풀리며 현관문 앞에 바리바리 내려놓은 비닐 봉투들을 가져온다.
"직접 사오신 거예요? 와~ 맛있겠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이렇게 이쁘신 분이 주시는 걸 황송하게……."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전혀 황송할 것은 없지만 확실히 맛은 있게 생겼다.
요즘 애들답게 빵 고르는 센스가 제법 있는 모양이다.
"오빠 것도 있어요."
"그래."
같이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본인이 너무 불만이 쌓여 보이고, 직업 특성상 뭔가 좀 그런 게 있다.
'어떤 일하세요? 라고 물었을 때 대답하기가 좀 곤란하잖아.'
BJ 합니다.
BJ를 알아도 문제고, 몰라도 문제다.
문제가 생길 일 자체를 안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끼익―
혼자 살기에 넉넉하고도 남는 39평 아파트.
방도 여러 곳 있어서 프라이버시가 존중된다.
이를 더욱 특화하기 위해 만든 장소다.
"냄새 나요."
"아직 다 안 빠져서."
방송용 스튜디오와 일부 공간에 방음 시공을 하고 있다.
이곳은 그 일부 공간.
이미 방음 공사를 마치고 새집 냄새가 빠지는 걸 기다린다.
"여기 제 방 해도 돼요?"
"내 집이거든?"
"방 많잖아요~ 이런 신혼집에서 살구 싶다 헤헤."
귀엽게 부탁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특히 이 방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조성했다.
'그래서 더 확인할 게 있지.'
한 마디로 힐링룸이다. 단순한 휴식이라면 공원 벤치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람이라는 게 사생활이 존재한다.
"엄마!"
리아를 민다.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은 곳은 푹신한 침대 위.
아직 매트 커버만 덮어두긴 했어도 아프진 않을 것이다.
"와 되게 푹신하다. 샀어요?"
"전에 쓰던 침대는 오래됐으니까 아무래도 바꿔야지."
"완전 동의! 사실 좀 허리 아팠어요."
"……."
실사용자에게서 비교 감상도 들었으니 확실하다.
그 푹신한 침대에 앉아있는 리아의 겉옷을 손수 벗겨준다.
스르륵
하얀 요 위에 리아의 옷가지가 차곡차곡 쌓인다.
얇은 피부 아래로 흐르는 혈액의 격류가 평소보다 빠르다.
"오빠 그……, 하게요?"
"왜 싫어?"
"시, 싫은 건 아닌데 아무래도 헤헤."
아무것도 없는 벽을 바라본다.
정확히는 그 너머. 만나자마자 가슴 비비던 녀석이 부끄러운 줄은 아나 보다.
'그래서 한 거야.'
방음 시공.
이 안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왁자지껄 떠들고 있을 아저씨들의 잡담도 조용하다.
"아! 아윽……. 오빠 저 진짜……."
귀에 입을 맞추며 살갗을 쓰다듬는다. 별 거 아닌 행위임에도 민감한 반응이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완전히 흥분했다.
'안 된다는 애들이 더 좋아한다니까?'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가 촉촉하다.
흥분했다는 걸 방증하듯 그 위로 비치는 실핏줄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그대로 체중을 실어 깔아 뭉갠다.
얇은 몸이 푹신한 매트 사이로 파고든다.
어느 쪽도 부드러워 엎드려 자고 싶을 정도다.
"신음 내봐."
"그, 그래도……."
"오빠 못 믿어?"
"믿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아요."
"책임져줄 테니까 하라는 대로 해."
숨이 막힐 정도로 꽈악 입술을 삼키고 놓아주자 리미트가 풀린다. 이곳저곳 두들겨줄 때마다 간드러지는 소리를 격하게 흘린다.
이대로 맛을 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애를 태우기로 했다.
리아가 놀러오면 쓰게 될 장난감 두어개를 던져주고 자가발전 시킨다.
끼익―!
그리고 문을 닫고 나온다.
이미 간식을 다 먹은 듯 업체 아저씨들은 시공에 착수해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마무리 작업은 내일 와서 할 것 같고요. 안쪽은 일전에 다…… 했나?"
"했어, 했어!"
"했다고 하네요."
방음 시공만 끝나면 그대로 짐을 풀고 이사를 마칠 것이다.
그 방음 시공을 대충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 번 할 때 제대로 해두는 게 좋다.
'소리라는 게 정말 까다로워.'
겉으로 보이기에 완벽한 컵도 작은 금 하나 가 있으면 말짱 도루묵이듯 소리도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새나갈 수 있다.
시공하는 업체가 완벽하게 다 해주면 좋겠지만 기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아! 아흑 아아앙~♡"
벽에 귀를 갖다 대자 야리꾸리한 소리가 들린다.
공사 중이라 시끄러워서 지금은 문제가 없어도.
'새벽에는 또 아닐 수 있는데 리아 덕분에 쉽게 확인했네.'
마감을 좀 더 완벽하게 부탁드려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