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아이템 복사하는 방법
<단풍잎스토리 레전드 패치를 지금부터! 여러분의 뜨거운 환호! 함성과 함께 시자아아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익숙한 외침과 함께 막을 올린다.
겨울방학을 맞이한 단풍잎스토리 특유의 대형 패치가 그 구체적인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오 괜찮지 않아?"
"또 신박한 캐시템이나 출시하겠거니 했는데……."
패치 발표를 듣기 위해 찾아온 기자들.
깔 거리가 없나, 이슈될 게 없나 눈을 부릅뜨던 그들마저 만족을 시켰다.
─레전드 패치 괜찮은데?
돈슨 이 새끼들 긴장 빤 게 보인닼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괜찮음?
글쓴이― ㅇㅇ
└신규 직업이 3개라 그걸로 땡칠 줄 알았더니 웬일
└단풍잎은 정말 전설이다……
물론 그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무려 3개의 신규 직업 출시!
단풍잎 페스티벌 당시 공개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유저들을 위함이냐?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지금까지 당한 게 너무 많다.
─신규 직업 밸런스 개판이면 까려고
각 잡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레전드 패치 내용 보니 그럴 필요도 없겠네
└ㄹㅇㅋㅋ
└이 새끼들 얼마나 빨아 먹으려고 3개나 출시하나 했는데 └요즘 신규 직업 공장임글쓴이― 나 때는 어? 전사, 마법사, 도적, 궁수 4개밖에 없었다 이 말이야~
대놓고 OP로 출시한다!
유저들이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기존 직업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아 X발 ㅈ 같으니 키워야지!
그 비용이 정말 한두 푼이 아니다. 아이템도 아이템이지만 캐시템을 긁어야 한다.
신규 직업은 같은 계정 내에서도 캐시템을 공유할 수 없게 만들었다.
스킬을 배우는 마스터리북까지 캐시로 팔아 치우는 횡포를 저질렀다.
『신규 직업 피드백 게시판』
№. 1 듀블 개ㅈ사기 어쩔 건데 [10] +5
№. 2 지금 장연수 듀블 키움 ㅇㄱㄹㅇ [55] +169
№. 3 테섭에 나온 데슬 사기적인 스펙 정리. txt [21] +15
다행히 해결된 문제다.
오정환과 이를 도와준 일부 유저+BJ들의 활약으로 돈슨측에 서약을 받았다.
신규 직업 피드백 게시판의 신설.
일정 이상의 추천을 받은 게시물에는 책임자가 답변과 패치안을 제시한다.
민주적인 해결책을 확립한 것이다.
이외 캐시템과 관련된 불공정 사항도 기존 직업과 동등하게 개정시켰다.
─정보글) 레전드 패치 내용 요약. txt
1. 신규 직업 × 3
2. PVP 컨텐츠 대난투
3. 2배 이벤트 매우 자주 할 것
굵직한 것만 정리해뜸
└단풍잎에 PVP가 생긴다고??
└ㅁㅊ 다 뒤졌닼ㅋㅋㅋㅋㅋㅋㅋ
└SP랑 AP초기화 주문서도 판다더라
└오 갓패치 맞네
단풍잎 유저들이 신바람이 날 만도 하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긍정적인 반응들이 줄을 잇는다.
그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다시 대세 게임은 단풍잎스토리 아니냐?
부정할 수 없는 결과물이 이윽고 떠오른다.
「PC방 점유율 종합게임순위」
1. 단풍잎스토리 RPG △1
2. 로드 오브 레전드 AOS ▼1
3. 블레이드 & 소울 RPG ―
4. 피파온라인3 Sports △5
5. 디아블로3 RPG ―
PC방 점유율.
인기 게임의 절대적인 척도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분명 있지만, 한국 게임 시장에서 가장 신빙성 있는 자료인 것도 사실이다.
방학을 맞아 다시 순위 변동이 생긴다.
단풍잎스토리가 고고한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커뮤니티의 반응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예상된 떡상이긴 하나.
"휴……."
"한시름 놓아도 되겠죠?"
"그렇겠지. 한 번 궤도에 오르면 방학동안은 적어도 문제없을 테니."
돈슨에서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특별 대응팀을 꾸려 이번 사태를 전담 마크했다.
대기업에서는 드물지도 않은 일.
특히 게임 업계는 여론에 민감하다.
책임자인 자연수로서도 한시름 놓는다.
'정말 말이야.'
단풍잎스토리의 現디렉터.
무슨 사고가 나면 책임지는 것은 자신이다.
설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도 변명이 통용되지 않는다.
더욱이 고동빈 전무이사가 눈을 부라리고 있다.
사내 서열 2위인 그의 입김을 무시하는 건 하늘에서 떨어지는 갱플랭크의 궁극기를 무시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거의 성불 직전까지 가셨다고."
"그렇게 좋아하셔?"
"예, 아주 싱글벙글 흡족해 하십니다!"
이를 해냈다.
상부에서 성과를 인정 받았다.
이만하면 충분히 만족을 해도 되겠지만.
'그럴 수야 없지.'
지금이야 LOL의 엄청난 추격 때문에 사내 전체가 긴장 중이다.
이 사태가 지나가면?
결국 결과라는 이름의 성적표만 남는다.
퍼준 덕분이다.
어차피 1위할 거였다.
그런 식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 성과 또한 흐지부지해지며 복장이 터진다.
'다 빌드업이야 빌드업.'
오정환과 하루이틀 어울린 게 아니다.
당한 만큼, 꼴아박은 만큼 배웠다.
어떻게 큰 그림을 그리는지.
원조인 그가 훼방을 놓는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지만 최근 잠수 중이다.
떠도는 소문으로는 이사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네이버News] 방학 시즌 맞은 단풍잎스토리 예고된 흥행돌풍……, 동시접속자 62만명 돌파!」
「[돈받는News] 돈슨, 단풍잎스토리 레전드 업데이트로 역사 새로 썼다」
「[찌라시News] 단풍잎 9년간 노하우 집대성! 신규 업데이트 `레전드`」
.
.
.
속전속결.
그것이 충분히 되고도 남는 상황이다.
겨울 방학을 맞아 진행한 대형 패치는 전례 없는 흥행을 거두고 있고, 돈슨 친화적인 기자들이 부채질을 하며 자리를 점점 굳혀 간다.
"아니, 잠깐만 X발 이게 무슨 일이야!"
그렇게 단풍잎스토리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소신 및 의리를 지키는 발언을 한 펑이조도 말이다.
시청자 수가 크게 늘었다.
호감도 또한 크게 상승했다.
방학 시즌 단풍잎 꿀을 빨 일만 남았는데.
─펑이조잼민이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개ㅈ됐네 큐브 처음부터 다시 돌려려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큐브에 꼴아박은 돈이 얼만데 이걸 처음부터 다시 돌리라고?? 말이 돼 X발?!"
―진짜 돈슨 어디 안 갔음
―유니크도 ㅈ 빠졌는데 레전드리는 어케 띄워 ㅡㅡ
―단풍잎 근본인 펑이조도 빡쳤네……
―곰펑이로 도박 방송하던 시절 삥 뜯기던 시청자도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패치.
그것도 사전에 고지가 안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패치는 테스트 서버에서 실험을 거치고, 페스티벌 혹은 기자 회견에서 발표를 하고, 본서버에 완성된 형태로 발을 디딘다.
─현재 난리 난 레전드리&마스터 큐브 사태 요약. txt
1. 기존 잠재 능력 등급은 레어/에픽/유니크였음
2. 갑자기 최상위 레전드리 등급이 추가됨
3. 유니크템들 어리둥절행
심지어 레전드리 등급은 마스터 큐브라는 기존 큐브보다 2배 비싼 걸로만 나옴ㄷㄷ
게임 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험 단계를 거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하지 않았으니 유저들이 단체로 뿔날 만도 하다.
[Best Comment]―요약: 돈슨이 돈슨했다 乃174
└이거였네
└돈슨이 돈슨 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ㅋㅋ
└원래 유저 개돼지로 보는 기업이었잖아! 뭘 새삼스럽게~
하지만 여파는 크지 않다.
워낙 익숙한 상황이기도 하거니와, 기존 패치의 만족도가 썩 괜찮다.
돈슨이 그럼 그렇지.
그래도 이 정도면 어디야?
물론 우려스러운 시선도 적지 않게 있다.
─아이템 하나 잠재 상옵 맞추는데 수십만 드는데ㅋㅋㅋ최상옵 맞추려면 수백만 들고 근데 이걸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가격 2배짜리 큐브 내놓고서?
에이, X발 돈슨 같은 놈들!
└돈슨 맞는데
└팩트) 돈슨이 맞다
글쓴이― 어떻게 회사 이름이 돈슨이야 ㅅㅂ
└솔직히 나 같은 서민은 별로 상관없는데 랭커들은 화 나긴 하겠다
상위권 랭커들이 엄청난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
그들이 들고 일어난다면 불씨는 겉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다.
그야말로 폭풍 전의 고요.
일촉즉발의 사태가 조성된다.
일부 유저들을 중심으로 민심이 굉장히 흉흉하다.
─펑이조 진짜 어카냐
얘 단풍잎에 현질 천만 단위로 꼴아박아서
모든 부위 유니크 최상옵으로 맞춘 걸로 아는데
레전더리 나와서 처음부터 다시 돌려야 함;
└걘 금수저라 ㄱㅊ
└방금 현질 500만 지르고 큐브작 중!
글쓴이― 아 그럼 됐네ㅋ
└멍꿀멍꿀!
물론 하는 애들은 한다.
뭐,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고. 당하고 싶지 않으면 애초에 돈슨 게임을 안 했어야지.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없다. 패치 만족도는 전체적으로 좋다.
사태는 유야무야 덮이는 듯했는데.
* * *
BJ 생활을 하다 보면 이따금 있다.
장기 휴방.
자의 혹은 타의로 휴방을 길게 하는 경우 말이다.
'철꾸라지와 달리 전자라 상관없긴 한데.'
내 선택에 의한 것이다.
이사라는 인생의 중대사 중 하나를 풀어가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한사코 얼굴을 안 비출 수는 없다.
경쟁BJ들의 추격이나, 시청자들의 기다림 기타 등등의 사유 이전에.
─고라니너무세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이걸 돈슨이 큰 그림을 그리네ㅋㅋㅋ
"100개로 팬가입 감사합니다. 아니, 뭐 그래서 온 건 아니고."
―덕분에 오정환 옴ㅋㅋㅋㅋㅋ
―돈슨 씹새끼들 진짜
―담당 일찐 ON
―이번에도 강냉이 털어주나요??
재밌는 화제가 일어났다.
그것도 내 전문 분야에서 말이다.
일단 이 분야의 권위자로서 참석하지 않으면 섭한 노릇이다.
─펑이조학식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펑이조 진짜 배신감 느낌 ㅡㅡ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대기업 상대로 따지고 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러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펑이조의 일부 시청자들이 실망을 한 듯 내 방송에 와서 공감을 요구하고 있다.
'나야 보라에 한 발 걸쳐 있으니까.'
여차할 때 아쉬울 일이 크게 없으니 마음 놓고 저지르는 것이다.
펑이조의 경우 단풍잎에 인생 ㅈ박았으니 조심스러울 만하다.
그렇게만 보기에는 뒷사정이 존재한다.
과거 패악질을 저질렀다. 단풍잎과 던파로 불법 도박 방송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과거 일이고, 전역 후에 본인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사람이 살면서 실수 한 번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철꾸라지급 미친 짓이 아니고, 뉘우치지 않고 반복하는 게 아닌 이상 말이다.
동종업자다 보니 시선이 관대하다. 팔이 안으로 굽는 감이 있다.
근데 그걸 돈슨도 똑같이 생각하느냐? 묻는다면 그래줄지 의문이다.
지금이야 잠잠하지만 틀어질 일이 생겼을 때 그때도 잠잠이 있어줄지는 정말 돈슨밖에 모른다.
"제가 지금 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이게 정말 큰일이긴 해요. 까놓고 말해서 유저들을 대놓고 엿 맥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진짜 큰일인데 BJ들이 너무 입 닥치고 있음
―오정환밖에 없다……
―BJ대표로 돈슨에게 항의 가나요?
몇백만 유튜버들도 과거 사건 하나 터지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대에 펑이조가 예외가 될 확률?
일부 급식충과 잼민이가 옹호를 해주겠지만 메인 콘텐츠를 못하게 된 시점에서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영구정지 시킬 명분이 너무 차고 넘친다.
펑이조는 돈슨에게 목줄을 잡혀있는 것이다.
본인의 명예와 밥줄을 위해서는 무슨 사건이 터져도 입 다물고, 전적으로 돈슨에게 협력해야 한다.
'솔직히 그 정도로 대가리가 굴러갈 것 같진 않긴 한데.'
결과론적인 의미에서는 마찬가지다.
펑이조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다.
그에 반해 나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유저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지른 캐시를 무위로 돌린다? 그런 꼬라지를 넋 놓고 봐줄 만큼 착한 성격이 아니다.
옛말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게 있다.
"님들 템 복사하는 방법이 있는 거 알아요?"
내 취미이자 특기가 사고 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