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사실 정글 양학은 상당히 힘들다.
높은 구간은 사정이 낫지만 낮은 구간을 할 때는 정말 죽을 맛이다.
'근거도 없이 정글 부르는 애들이 하도 많아서.'
편하게 정글링을 돌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
그 점에 있어서도 대비책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티모로골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진짜 RPG만 도네ㅋㅋㅋㅋㅋ
"1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마이는 당연히 RPG죠."
―마이플스토리~
―롤에서도 RPG를 하는 당신은 도덕책……
―마이충 다 됐누
―ㄹㅇㅋㅋ 갱 왜 감?
그것은 바로 갱을 가지 않는 것이다.
롤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뭔 개씹소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게임이 아니잖아.'
정글러의 캐리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아군을 키워서 뿌듯함을 맛보는 거고, 다른 하나는 글자 그대로 혼자 다 때려 부순다.
게임의 상황은 유동적이다.
어느 한쪽을 맹목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 양학에 있어서는 무조건 후자를 선택해야 돼서 문제지.
[05:12] 클템수제자 (이랠리야): 마이 ― 생존
[05:12] 클템수제자 (이랠리야): 마이 ― 생존
[05:15] 클템수제자 (이랠리야): 마이 ㅄ임?
이런 소리를 듣더라도 말이다
그 라인이 또 갱을 받지 못해서 심술이 잔뜩 났다.
'저런 라인에 갱까지 가면 어떻게 되겠어?'
신이 나서 하루종일 딜교환 한다.
라이너 버릇만 나빠진다.
첫 단추를 꿰어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사샤샤샥―!
갱킹 갈 시간을 아끼고 아껴 정글링에 힘을 준다.
마치 메이플을 하듯 RPG만 오지게 도는 것이다.
─롤하는기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탑 가면 진짜 잡았을 거 같은데
"아 그래요? 제가 정글 아직 초보라서."
설사 진짜 갱각이 나와도 말이다.
나라고 갱각을 모르는 게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초반에 다 터트릴 수 있다.
'근데 그게 의미가 있겠냐고.'
아군 키우면 뭐 해?
자신의 강력함을 자랑하다 제압킬만 내줄 텐데.
브실골에서 라인전은 게임의 승패와 연관이 없다.
실제로 이 점 때문에 양학을 정글로 하진 않는다. 솔로 라인을 할 때보다 승률이 무조건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사샤샤샥―!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결.
정글 양학의 첫 번째는 자기 성장이다.
현지인들이 불만을 토하던 뭐 하던 가장 승리에 가깝다.
「이랠리야 ― CS 41 ― 0/2/0」
「마이 ― CS 57 ― 0/0/1」
「구리가스 ― CS 52 ― 1/0/0」
「이즈레알 ― CS 38 ― 0/3/0」
「랄라 ― CS 5 ― 0/2/0」
물론 빅뱅 승리 말고.
그건 버닝썬과 연결되는 위험한 사항이다.
평범한 승리를 취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인 CS가 만족스럽다.
'옛날에는 정글러 CS 낮은 게 당연했지.'
대회에서는 20분에 정글 CS가 50개도 안되고 그랬다.
그 이유가 메타나 여러가지 상황도 있지만 가장 큰 건 확립되지 않아서다.
「생각의 속도!」
성장형 정글러.
이기적으로 보일 만큼 확실한 주관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정글링이 쌓이고 쌓였을 때 라이너를 압도하는 포텐셜을 보인다.
탈캉!
사샤샤샥―!
투망으로 도망가는 케이클린을 알파로 따라가 붙는다.
맞아봤자 둔화 무시일 뿐더러 애초에 이속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스펠도 체크해뒀고.'
아군이 뒤졌다는 건 상대가 무언가 썼다는 뜻이다.
적 바텀은 점멸이 빠져있다. 정글을 돌며 체크해두었고, 돌아오기 직전의 타이밍에 수거해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오정환님이 풍덕고원딜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432G)
―와 미쳤다
―RPG의 힘ㅋㅋㅋㅋㅋㅋ
―롤충……, 넘들아……, 이게……, 메이플이다…….
―갱킹 오졌다!
이건 갱을 간 게 아니다. 킬을 먹으러 온 거지.
정글 캠프 리젠 기다리는 겸해서 대포 미니언 하나 먹었다는 느낌이다.
'원래는 이런 뻔한타이밍에 안 당해주는데.'
정글링을 포기하지 않는 갱킹은 예측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브실골 라이너들은 쿨해서 개의치 않고 잘 당해준다.
사샤샤샥―!
킬을 먹자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다.
정글링이 엄청 빨라졌음은 물론, 지나가다 적 정글러를 만나게 되면.
─적을 처치했습니다!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단단한 또도 박사가 순두부처럼 물컹하게 썰린다.
레벨 차이, 템 차이와 더불어 평타 딜러가 가진 특권이다.
'바로 캐리력이지.'
스킬 딜러가 정직하게 강해진다면 평타 딜러는 어느 순간 막을 수가 없어진다.
딜 포텐셜이 곱하기의 개념으로 기하급수 상승해서.
타항!
「황혼이 진다!」
놀고 있는 아군 미드와 달리 부지런히 백업을 왔다.
화살처럼 쏘아진 다이아나가 풀콤보를 박는다.
명상을 썼음에도 체력바가 쭉― 위험하게 깎인다.
반대로 말하면 그뿐이다.
스킬을 다 쏟고 나면 현자 타임.
평타 딜러의 쇼타임을 온몸으로 받아낼 시간이다.
─설빙치즈떡볶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마이플스토리 미쳤다;;
"팬가입 감사합니다. 평소처럼 하니까 게임이 쉽네요."
―평소처럼ㅋㅋㅋ
―메이플은 ㅇㅈ이지
―아니 왜 되는데
―이게 그 만류귀종인가 뭐시기냐??
당연하게도 RPG랑 AOS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하지만 분명 비슷한 부분도 있고, 캐릭터를 컨트롤한다는 것 자체는 일맥상통하다.
'특히 레이드 같은 거.'
공대장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하라는 대로 곧잘 따라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가르쳐도 쇠귀에 경 읽기인 사람도 있다.
하물며 나는 수익성을 위해서 높은 난이도를 요구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답답해 뒤질 만도 했던 것이다.
롤만 봐도 세상에는 재능충이 90%니까.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그런 선천적인 재능을 노력으로 따라잡는 건 무리가 있다.
나 자신의 주제를 인정하고 본래 있던 티어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사샤샤샥―!
아군의 스로잉을 기회삼아 파고든다.
깜짝 놀란 케이클린이 바로 투망을 쓰지만 알파 슬래쉬의 우월한 판정에 의해.
'원래는 자기 위치에 덫 깔고 마이가 나타났을 때 투망을 써야 하는데.'
재능충의 생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서포터와 멀어져 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마이가 날뛰기에도.
─더블 킬!
트리플 킬!
무식하게 잘 큰 평타 딜러의 위엄.
한타 딜링을 혼자 하고도 남는다.
킬 초기화로 어그로 핑퐁까지 해결되자 싹 다 쓸어담는다.
"거의 빅뱅 초기에 라테일 혼자 잡던 그 느낌 나네요."
―와
―진짜 게임 혼자 하네
―????? 브론즈 맞음?
―브론즈니까 순진하게 RPG만 돌고 캐리하짘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브론즈도 할 수 있는 플레이다. 얼핏 그렇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성장형 정글러가 초기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섬광, 포식자, 총 든 마이로 계보를 이으면서 운영 방식이 발전한 거거든.'
조금만 어긋나도 그냥 갱킹 안 가는 정글러다.
정글러가 피지컬이 필요 없다는 선입견을 만든 쓰레기 냄새 나는 어떤 분의 영향력도 크게 작용했다.
라인전을 하지 않는 제3 포지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
라이너 피 빨아먹은 책임감을 가지고 플레이 메이킹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22:48] [전체] 풍덕고원딜 (케이클린): 정글 차 역겹다
[22:52] [전체] 명령들으면안함 (또도 박사): 바텀이 대줘서ㅋ
[22:53] [전체] 명령들으면안함 (또도 박사): 니 애미 마냥
[22:55] [전체] 풍덕고원딜 (케이클린): 급식 새끼 패드립 박는 거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
[22:57] [전체] LJS2077 (다이아나): 둘 다 리폿 좀
[22:59] 적 팀이 찬성 5표 반대 0표로 항복에 동의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마이플스토리.
상대팀 입장에서는 그 유리했던 게임이 어떻게 비벼졌는지도 모르니 내부 분열이 생긴다.
"롤 쉽네요. 별 거 없네~"
―아니 브론즈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버 가보셈 딴 세계임
―근데 마이는 인정
―이걸 정글 차이 소리를 치네 귀여운 브론즈 새끼들ㅋ
쉽게 쉽게 승리를 챙기고 있다.
흔히 충 챔피언.
마이충, 티모충, 배인충 하는 이유가 상대 멘탈 파괴하기 쉽기 때문도 있다.
'뽕맛이 있기는 해.'
야스오가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배치 10패에 이은 11연패가 무색하게도 마이를 하자마자 연승가도를 달리며 올라간다.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데.
LJS2077: 마이 겁나 커서 졌네
풍덕고원딜: 마이 뭐 러이갓임?
클템수제자: ㄹㅇ?
클템수제자: 나 욕했는데
풍덕고원딜: 아니, 너네 마이 러이갓이냐고
게임이 끝나고 결과창.
흥미로운 채팅 메세지가 눈길을 끈다.
'러이갓?'
겹치는 사람이 있었다.
* * *
LOL에는 수많은 챔피언이 있다.
돈슨이 방학마다 찍어내는 신규 직업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제임스 장인 추천 좀 해주세요
BJ든 랭커든 뭐든
관전하면서 배우게
└망치부인 ㄱㄱ
└제임스는 당연히 망치부인이지 ㅇㅇ
글쓴이― 아 X발년들아 제임스 장인 아니잖아 ㅡㅡ 괜히 갔다가 강퇴 당했네 └맞는데? "진보는 나의 힘"
대충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진가를 끌어내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RPG처럼 많이 한다고 실력이 느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치를 가진다.
한 우물 파듯 한 챔피언만 해온 장인.
단순한 경험만으로는 쌓을 수 없는 숨은 노하우와 운영 철학을 배우고 싶다.
─리오레큰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분이 마이 본좌임? 오정환보다?
"나보다 마이 잘하는 사람이 있다니 슈발 그게 뭔 대가리에 총 맞은 소리야~ 오정환? 근데 오정환이 누군데?"
그중에서도 마이는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얼마 전, 롤챔스 대회에 나와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 미드마이
2. 최현정
3. 첸
4. fc men
5. 슈퍼스타k5
6. 콘샐 미드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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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나오던 챔피언만 나오는 건 LCK 불변의 전통이다.
시즌2에도 여전히 지켜지고 있고, 팬들은 이에 염증을 느낀다.
그 고정 관념을 속 시원히 부숴주는 기용이었다.
미드 마이라는 파격적인 픽이 열쇠가 되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검에 오르며 난리가 났다.
특이한 충 챔피언 마이에 대한 관심이 수직 상승하는 계기였다.
―오정환도 롤함?
―걔가 누군데
―아 그 떡볶이녀
―단풍잎, 보라 하는 머기업BJ 있음 ㅇㅇ
러이갓은 그 낙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전부터 마이 장인으로 야금야금 유명세를 타고 있던 그에게 천운이 찾아온 것이다.
─우리집강아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메이플BJ인데 지금 롤에서 마이플스토리 중
"아~ 그 오정환님! 요즘 확실히 롤이 대세긴 하나 봐. 안 하던 사람들도 막 하고."
―꿀 빨라고ㅋ
―면제겜이나 하지
―숟가락 얹는 거 꼴 보기 싫네
―러이갓은 본캐 다1인데 롤알못 환견 수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보다 더 엄청난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최근 잠잠하긴 해도 오정환은 파프리카TV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초유명BJ다.
'이건 무조건 대박인데?'
양학을 하고 있을 뿐.
본 티어는 다이아1에 빛나는 러이갓이다.
브실골 현지인과 실력으로 비교하면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하물며 마이 장인으로서는 말할 것도 없다.
메이플 즐기는 마음으로 RPG 도는 마이충?
위협은커녕 귀여워서 쓰다듬어 주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BJ로서 가지는 영향력은 인정할 만하다. 콘샐이 했던 미드 마이의 영향으로 방송이 갑자기 확 떠버렸듯, 오정환과 엮이면 시청자 유입이 탄력받게 될 것이다.
"오정환님 지금 티어 어딘데?"
러이갓의 입꼬리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