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화
롮잆좂
<2012 LOL 윈터 시즌을 지금부터! 여러분의 뜨거운 환호! 함성과 함께 시자아아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롤드컵은 끝났지만 대회는 끊이지 않는다.
스프링과 섬머 외에도 윈터 시즌이 존재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LCK의 최대 화두는 누가 뭐라 해도.
─마이 뽕맛 미쳤는데?
진짜 1킬만 하면 다 쓸어 담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1킬 만들기 위해 ㅈ빠지는 팀원들을 생각해
글쓴이― ㄴㅇㅁ
└훌륭한 마이충의 표본이로군
└훈훈하네
바로 마이라는 챔피언이다.
챔피언 자체는 지극히 비주류로 픽률도 낮고, 승률도 변변찮지만 인지도 하나만큼은 손가락에 꼽힌다.
이른바 충(蟲) 챔피언.
오버워치의 한조, 히오스의 일리단처럼 팀이 잡았을 때 신뢰도가 바닥이다.
그리고 한 가지 독특한 플레이 방식이 더해진 결과다.
─마이는 진짜 정글이든 미드든 못 봐주겠는 게
정글은 백도어충이고
미드는 킬딸충 앰뒤새들임
└착한 패드립 ㅇㅈ
└아 살아 계시면 못하지ㅋㅋㅋㅋㅋ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글쓴이― 그냥 미드 달림
백도어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스플릿 푸쉬의 하위 호환으로 목적이 단 하나밖에 없다는 차별성을 가진다.
적의 포탑을 부수겠다.
여차할 때 합류한다거나, 적을 1 대 1로 이긴다거나, 사이드 어그로를 끄는 등의 계획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마이충 씹새끼들은 어차피 포탑도 못 밀면
한타 합류나 하지
다 이긴 거 마이충 하나 때문에 지네
└그럴 거면 마이를 왜 함?
글쓴이― X발아
└현문우답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ㅇㅈ 합류할 거면 마이 안 하지~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정글러는 레벨과 아이템이 라이너에 비해 빈약하다.
그런데 마이는 레벨과 아이템이 받쳐져야 강해지는 평타 딜러다.
팀 입장에서는 정말 벌레 같은 챔피언.
오죽하면 롤에서 RPG하냐며 마이플스토리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그것이 현실화되자 롤유저들도 얼떨떨하다.
─롤 시작한 오정환 근황. jpg
―――――――――――――――――――――+
아이디― 오정환
전적― 20승 13패
티어― BRONZE Ⅰ 0LP
? 마이― 100%
? 말화이트― 0%
? 쏘나― 0%
? 치비르― 0%
? 또도박사― 0%
+―――――――――――――――――――――
[오정환 방송 클립. avi]
마이 시작한 이후로 티어 수직 상승ㄷㄷ
└누구한테 버스 탐?
글쓴이― 보황이랑 듀오한 거 다 지고 혼자 솔큐하더니 이김└아니 왜 마이 말고 0%인데 └진짜가 나타났다!
메이플스토리 최고의 인기BJ.
그 외에도 구석구석 잘 알려졌지만 롤 유저들 입장에서는 옆동네 아저씨다.
끽해야 메이플을 하는구나~ 어디서 들어본 정도다.
그런 BJ가 롤을 시작했다.
박힌 돌들 입장에서는 콧방귀가 뀌어진다.
자신들이 개고생했던 것처럼 당연히 처음에는 ㅈ박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의 속도!」
빠르다.
인지했을 때는 이미 사라져버린 후다.
그런 판정과 효과를 지닌 알파 슬래쉬가 원딜러의 몸을 종잇장처럼 찢는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리고 마이.
첫 킬은 나머지 트리플 킬을 위한 추진력에 불과하다.
그러한 스킬 구조를 가졌기에 여러가지 패널티가 주렁주렁 붙어있다.
[Best Comment]― 마이플스토리라고 무시할 게 아닌 게 마이 20판 승률 100%임 매판 멱살 잡고 캐리한다는 거 └현지인이 저 승률이 가능하다고……?
└팩트) 오정환식 보라다
└솔랭에서 보라 찍누ㅋㅋㅋ
물론 드문 일도 아니다.
롤이라는 게임의 특성상 흥하는 판이 있다.
굳이 양학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지인들도 수십 킬씩 먹을 때가 생긴다.
매판 이어지고 있으니 순수한 롤팬 입장에서도 관심이 안 가기가 힘들다.
아무리 낮은 티어더라도 승률 100%.
그 비결에 대해 의문이 쏟아진다.
─저거 그냥 연패구간 연승구간임ㅋㅋ
배치 10연패로 브론즈 떨어지고
낮은 티어 + 연승구간빨로 뽀록 터진 거임
└솔랭 유저면 알지
└그거 감안해도 20연승은 에반데?
글쓴이― 응 뽀록임
└아무튼 뽀록임!
단순한 우연.
지나가다 번개 맞을 확률도 있는 마당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까진 없다.
항상 그러한 행보를 밟고 다녀서 문제다.
─라이스버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딴 건 못하는데 마이는 왜캐 잘함?
"RPG만 돌면 되니까 편해서?"
―마이플스토리 모름?
―「익듁하니까」
―롤충들 어리둥절행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 메이플 안 해봤냐고~
화제는 점점 커져 간다.
승리가 쌓이고, 티어가 오를수록 진지함도 한층 더해질 수밖에 없다.
─마이가 진짜 개꿀 챔프인 거 아님? [12] ―5
─오정환 방송 봤는데 진짜 RPG밖에 안 함 [5]
─오정환식 마이 하다가 욕 먹었다 ㅅㅂ [7] +2
─???: RPG 500배 +1
.
.
.
물론 여전히 장난스러운 분위기다.
요행이라는 건 누구나 생길 수 있고, 절대적인 티어 자체가 매우 낮다.
그조차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
'오정환한테 방송 어그로가 뺏기면 안 되지.'
그 요행을 밑천으로 성공했다.
러이갓은 LCK에 미드 마이가 나온 사건을 계기로 인기BJ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이전부터 경쟁자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고 있었다.
실력적으로 부족해도 오정환은 인기BJ.
방송이라는 게 또 모르는 일이다. 미리미리 대처해서 나쁠 것은 없다.
타닥, 탁!
자신의 메일함.
네이버에 접속해 클릭하자 주르륵 뜬다.
개중에는 스팸 메일도 있고, 광고 메일도 있고 쓸데없는 것도 많지만.
『받은 메일함 1892/2274』
「흥춘이에요! 아이디/비번 보냈슴다」
「별풍선 200개 쏜 러빡이입니다 승급 좀요~」
「형 저 진짜 돈 없는데 승격전 좀 젭라 ㅠㅠ」
.
.
.
가장 많이 오는 건 팬들에게서다.
정확히는 대리 문의.
양학이란 콘텐츠는 보기보다 제한 사항이 많다.
본계정으로 할 수가 없다. 부캐를 키워봤자 오래 못 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올라가는데 매번 키우는 건 힘들다.
'별풍선 받고 시청자 티어도 올려주면 일석이조 아니야?'
그래서 시청자들의 아이디로 게임을 하고 있다.
소정의 별풍선을 받고 티어를 대신 올려주는 것이다.
원하는 이들이 줄을 섰다. 메일함을 찾아보면 족히 100개가 넘는다. 개중에는 오정환과 비슷한 점수대도 존재한다.
<이 판 이기면 승급전 뜰 거 같은데? 아닌가?>
―MMR 좋아서 될 듯?
―승급이 아니라 승격임!
―와 실버를 가네
―아니 마이플스토리 먹히는 거 뭔데
마음만 먹으면 같은 큐에 걸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른바 저격.
러이갓은 이를 실현할 계획을 세운다.
* * *
큰 그림이라는 게 마음만 앞선다고 완성될 리 없다.
마찬가지로 마이도 성장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다.
─고소한참기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팬댄 안 감? 마이는 팬댄인데
"팬댄도 좋죠. 근데 그건 나중에."
―장인들은 3팬댄도 감ㅋㅋㅋ
―그러게
―정환이 템트리 좀 희한하긴 해
―브론즈라 그렇지ㅋ
LOL은 심오한 구석이 있다.
룬특과 템트리에 따라 같은 챔피언임에도 성능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나중에도 무슨 아이템 올리냐로 꿀챔이 결정되기도 하는데.'
현재 시점에서도 당연하다.
과거이다 보니 체계가 안 잡힌 측면도 크다.
보편적인 템트리인 팬댄을 거르고 내가 선택한 아이템은.
「새까만 양날 도끼」 ― 2865 Gold
공격력 +55
공격속도 +30%
기본 공격 시 대상의 방어력을 5초 동안 15만큼 감소시킵니다. (최대 3번 중첩)
확실한 초반 효율을 자랑한다.
시즌2에는 무시 받았던 감이 있는 템이지만, 마이 같은 공속 기반 암살자에게는 정말 좋다.
'여기에 요우무까지 올리면 거의 트루딜이야.'
물론 무시 받은 이유도 있다.
방어력 공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라위 같은 %방관템이 더 선호됐고, 특히 탱커를 잡을 때는 효율 차가 극명하다.
「뒤처지지 말게!」
마이에 한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궁극기를 켜고 원딜러에게 붙는다.
토이치가 독병을 뿌리며 의미 없는 저항을 해봤자.
─적을 처치했습니다!
장전해둔 패시브 2타와 명상 평캔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진다.
방어력이 45나 깎였으니 딜러진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딜이 박힌다.
'이렇게 한놈 족치면.'
나머지가 도미노다.
킬 초기화라는 마이의 특성이 백분 묻어나온다.
빠른 성장 과정과 합쳐지며 어마무시한 캐리력의 근원이 된다.
『승리』
승급전: Ⅴ____
가볍게 승리한다.
그렇게 말하는 과정 자체가 지친다.
사실 양학이라는 게 시청자들의 생각만큼 즐겁지 않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어차피 이길 건데.
승패를 알고 있는 게임이 흥미진진할 수 없는 법이다.
약자를 괴롭히는 게 취미인 사디스트라면 몰라도.
―헐
―상대 러이갓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큐 같은데?
―정환님 상대팀에 BJ 있대요!
그런 직업도 분명 있다.
아니, 무서운 언니들 말고.
큐가 잡하자마자 채팅창이 부쩍 시끄러워진다.
'러이갓이라니 반갑네.'
러이갓 아시는구나!
적당히 유명한 BJ면 반응도 안 했겠지만 아무래도 롤판 역사에서 빼놓을래야 빼놓을 수가 없는 이름이다.
파프리카TV를 대표하는 BJ가 되었으니 당연하다.
이러저러한 사정 끝에 업보가 쌓여 말아 먹게 돼서 그렇지.
─와박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러이갓 본캐 다1인데 어캄ㄷㄷ
"와 진짜요? 다1이면 보황형보다 잘하는 거 아닌가?"
―보황은 씹ㅋㅋㅋㅋㅋ
―다이아는 실버 사람으로 안 봄
―러이갓 존나 잘하는데 ㅈ됐네;;
―닷지해요!
현재 시점에서도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실력도 퇴보하기 전으로 본인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나중 기준으로 따지면 대충 코물쥐보다 잘하는 정도?'
적어도 그마~ 마스터 사이는 된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인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마이를 빼앗아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러이갓 마이 뺏겼다고 X랄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마이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흔히 말하는 원챔충.
주력 챔피언을 뺏기면 실력이 와장창 내려간다.
BJ간의 상도덕도 있어 닷지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한다고?'
게임이 시작하고 만다.
마이충이 마이를 못하면 방송 콘텐츠적인 의미가 퇴색된다.
그럼에도 한다는 건.
─티모로골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러이갓이 마이의 神은 자기라면서 검증해주겠다는데?
"아 그래요? 그거 영광이네."
―지가 뭔데?
―러이갓 마이 장인이에요!
―마이의 신이래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병신 아님?
충신지빡이님이 채팅금지1회가 되었습니다!
본캐 구간이면 모를까.
심해BJ로 알려진 나와 굳이 게임 할 이유가 없다.
실력 과시, 혹은 그와 비슷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방송 콘텐츠로 이용해 먹겠다는 거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유명BJ와 큐가 걸리면 시청자 어그로를 끌기 좋다. 파프리카TV는 어그로가 반인 만큼 나는 이해를 한다.
'원래부터 어그로를 잘 끄는 BJ이기도 하고.'
이런 사소한 인성 문제.
러이갓이 차후 최고의 BJ자리에서 끌어 내려진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애초부터 인성 관련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더 드물다.
그렇기에 더욱 의아한 일이다.
BJ가 사고를 치는 일은 이따금 생긴다.
그래도 팬덤이 탄탄하면 어찌저찌 복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러이갓은 그냥 완전히 몰락했다. 이전의 명성이 무색하게도 말이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해 상당히 진지하게 고찰했던 적이 있다.
'인성이 좋았던 BJ가 실망을 시킨 것도 아닌데 어째서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근본을 저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