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37화 (237/846)

237화

BJ 저격.

롤방송에서는 그리 드물지도 않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아니, 와~ 행님들 제 앞에서 마이를 하네요. 음~ 세상 많이 좋아졌어 많이 좋아졌어~."

―러이갓 앞에서 감히 마이를ㅋㅋㅋㅋㅋ

―이걸 저격 당하네

―저 새끼 뭔데 뺏어감 ㅡㅡ

―ㄹㅇㄱ

직접 했다.

방송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말이다.

시청자들의 수법을 알고 있다는 건, 써먹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건 주작도 아니지~ 그냥 우연이야 우연.'

우연을 가장한다.

롤로 넘어와서 조금 퇴색되긴 했어도, 여전히 인기BJ고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 오정환을 만나 박살 낸다?

고작 그 정도라면 어그로가 조금 끌리고 말 일이다.

롤BJ가 초보 게임BJ한테 인성질 하고 있네!

러이갓이 그리는 건 보다 큰 그림이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한다. 마이 유저로서 동질감을 표한다. 이는 당연히 실력자로서의 우월감이 전제된 것이다.

'같은 마이 유저면 잘하는 사람 방송 보는 거잖아. 음~ 느낌 알잖아.'

몇 판 발라준 후에 넌지시 물어볼 생각이다.

롤을 가르쳐주겠다.

아무리 유명BJ라 해도 롤판에서는 아직 애송이에 불과하다.

오정환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다. 실버 티어면 아직 한참은 배워야 한다. 최근 물이 올랐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갓버는 갓버.

피융!

샤락―!

이즈레알의 손끝이 빛난다.

QW가 미니언 사이를 뚫고 배인을 정확히 적중시킨다.

─롮잆좂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견제 미쳤다ㄷㄷ 다 맞네

"형 마이 하기 전에 원딜로 다이아1 찍은 사람이야 음~ 타겟팅이지 타겟팅 Q가 빗나간 적이 없어."

가볍게 농락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

마이를 안 해도 브실골 정도는 러이갓에게 문제가 안된다.

'방송 컨셉 때문에 마이를 하고 있는 거지.'

오히려 주력은 원딜러.

프로 선수들과 맞라인전도 서봤다.

초반에 터지지만 않는다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라인전까지 터트린다면 더더욱.

얼타며 덤블링을 구르고 있는 실버 배인을 앞점멸 Q평 점화로 찢어발긴다.

"미치따 딜계산! 프로게이머~ 오늘 LCK 보면서 이즈 하고 싶어서 손 근질근질해 죽는 줄 알았잖아."

―와 킬각 ㅁㅊ;

―러즈리얼은 진짜 LCK에서도 먹힐 듯

―마이 말고도 잘하네

―이분 원래 원딜이었음!

끽해야 브론즈 상위에서 실버 하위다.

다이아1 입장에서는 구별을 하기도 민망할 만큼 낮은 티어.

「별풍이 내린다! 샤랴랄라라랄라~」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저 대단하다.

자신이 고통 받는 구간을 학살해버린다.

감탄한 시청자가 별풍선을 쏘고 그 BGM이 울린다.

'진짜 양학이라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면 안 반할 수가 없지.'

러이갓은 그러한 심리를 꿰고 있다.

오정환의 시청자들도 예외가 아니고, 자신의 플레이를 본다면 매료될 수밖에 없다.

만약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면 우연이 조금 더 겹칠 뿐이다.

결과적으로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잼민이아이디님이 학살 중입니다!

애초에 그럴 가능성 자체가 없겠지만 말이다.

마이가 RPG를 하는 사이 바텀을 작살 내놓는다.

그 진풍경을 본다면 고티어에 대한 선망이 안 들기도 힘들다.

"이래서 내가 원딜을 안 해. 프로게이머 될까 봐! 이번에 SKT에서 프로팀 창단 한다는데 연락 자꾸 와서 죽겠다니까? 음~ 진짜로."

―진짜 연락 옴?

―믿는 새끼들 뭔데ㅋㅋㅋ

―러이갓 실력이면 진짜 프로게이머 데뷔해도 이상하지 않다 ―형 저도 대리 좀요!

시청자들은 더더욱 말이다.

아이디를 빌려서 대신 게임해준다.

티어는 쉽게 올리고, 양학 과정까지 즐기는 일석이조다 오정환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롤에서는 자신한테 안된다. 러이갓이 확신을 가지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생각의 속도!」

평화로웠던 거지 손을 놓고 있던 게 아니다.

RPG의 성과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레벨링을 마친 마이가 러이갓의 뒤를 잡는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오정환님이 잼민이아이디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432G)

순식간에 잡고 지나간다.

자칫 폼을 구길 수 있는 상황.

러이갓은 당황하지 않고 그조차 콘텐츠로 이용한다.

"아 슈발 마이 뭔데! 행님들 제가 왜 죽으신지 아시죠 ? 아니, 진짜로 지금 5천 명이나 보고 있으신데 추천이 너~~무 안 올라가요. 진짜 그짓말 아니라 저기 와드로 마이 오는 거 봤는데 추천 받으려고 죽었다니까?"

―응 아니야

―진짜 이거 설득 당함ㅋㅋㅋㅋㅋㅋ

―옛다 추천!

―원래 추천 안 하는데 러이갓 방송은 추천 매일 할 수밖에 없어

실제로 별 일이 아니기도 하다.

똑같이 커도 파일럿의 수준 차이가 하늘과 땅.

그리고 러이갓은 양학의 필승 공식을 알고 있다.

'CS 수급 능력이 다른데 음~.'

낮은 티어 유저들은 CS를 못 챙긴다.

무엇보다 딜러.

후반 캐리력에 있어 미드와 원딜은 서로가 1등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포지션이다.

정글러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된다.

무난하게 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자신이 이기게 되는 구도다.

러이갓이 가지고 있는 확신이 근간부터 흔들린다.

─닭껍질튀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이 CS 더 많은데?

"…뭐?"

* * *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러이갓을 존경한다.

'물론 과거형이긴 한데.'

팔이 안으로 굽고 아니고 이전에 귀감이라는 게 있다.

이는 사회적 귀감과, 직업 내에서의 귀감이 다르게 나뉜다.

대중들이 정의롭고 의협심 넘치는 변호사를 원해도, 실제 변호사들의 워너비는 그 반대인 리갈하이 코미카도인 것처럼 말이다.

─롮잆좂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러이갓 추천즐찾 받으려고 죽은 건데 자만 ㄴㄴ

"아 그래요? 하긴 방심 안 했으면 저 같은 롤린이한테 안 죽었겠죠."

―추천즐찾은 X발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원래 맨날 하는 변명임

―러빡이들 개깝치네

―러이갓 방송 보다 보면 귀엽긴 해

고작 그 정도의 이유로 존경까지 했을 리 없다.

사실 그는 내가 BJ를 시작하게 된 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상당히 충격을 받았지.'

당시 러이갓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고, 파프리카TV 대상도 받고 어쩌고저쩌고.

그런 표면적인 이유로 후한 평가를 할 만큼 내가 바보는 아니다.

시청자들을 엄청 신경 쓴다.

그 마음이 진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절댓값 자체는 확실했다.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건빵 채팅이나 별풍선을 쏜 시청자들의 아이디.

─롮잆좂개싫음님, 별풍선 101개 감사합니다!

캬 이러면 팬갑 해야지ㅋㅋㅋㅋ

"LOL개로 팬가입 감사합니다. 러이갓 따면 팬가입 한다더니 진짜 하시네."

―헐 그걸 기억함?

―에이 설마

―채팅창 올라가는 속도를 보셈ㅋㅋㅋㅋㅋㅋㅋ

―닉 개악질

내가 신경을 쓰게 된 건 그래야 된다고 처음부터 알았던 게 아니라, 그걸 받는 시청자들이 감동하게 된다는 사실을 러이갓을 통해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영향을 받았다는 거고.'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하루이틀만에 된 게 아니고.

러이갓을 제외하면 그게 되는 방송인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BJ 한 명이지만, BJ 입장에서는 수천·수만 명이다.

일일이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걸 해냈으니 충격이다.

차후에 추해지긴 해도 한때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BJ.

그만한 자리에 오른 건 보기 좋게 속이기만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는 소리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양학만 해서.

시즌2에 대리를 해서.

욕설과 남탓, 내로남불이 너무 심해서.

러이갓이 몰락한 이유?

사실 그런 걸로 뭐라 하기에는 롤판 프로와 BJ의 절반이 사라질 만한 이슈거리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가 못 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튜브가 뒤집히는 병크를 터트린 것까지 포함된다.

'그런 병크 터트리고도 활동하는 방송인들 겁나 많아.'

어째서 유독 러이갓만 묻혔을까.

아무리 한때여도 존경까지 한 BJ다.

같은 BJ로서도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샤라라락―!

정조준 사격이 지나간다.

배인(이었던 것)의 시체만이 남는다.

마치 타겟팅 같은 스킬 적중률이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잼민이아이디님이 학살 중입니다!

바텀에서 또다시 적신호가 울려온다.

양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존재감으로서 증명하고 있다.

'근데 어설퍼.'

단순한 티어 차이에 의한 농락.

게임에 줏대가 있을 티어가 아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는 능력이 빈약하다.

「잘 보고 배우게!」

점멸이 실쿨일 타이밍.

한참 방심하고 있을 때를 노려 수거해간다.

꽁킬과 더불어 무르익은 제압킬까지.

사샤샤샥―!

타겟팅 같은 게 아닌 진짜 타겟팅이다.

어설프게 카이팅을 해오지만 알파로 그어진 시점에서 뭘 해도 죽은 목숨이다.

―컷!

―러이갓 소리 지르고 난리 남ㅋㅋㅋㅋㅋㅋㅋ

―담당일찐 ON

―이걸 또 당해주네

차후에는 얼마나 더 어설퍼졌겠냐는 이야기다.

다이아1만 해도 높은 티어가 아닌데 다이아도 못 찍을 정도가 됐다면.

'나이가 들면 실력적 퇴보는 있을 수 있어.'

개인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BJ들이 겪는 것이다.

러이갓은 그 정도가 더 심했고, 주콘텐츠인 양학을 못할 지경에 이른다.

이를 극복할 의지가 없다.

그것만 해도 충분한 사유가 된다.

게임 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균열이 가있었다.

─살사소스매니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또 추천즐찾 받으려고 죽었나 보넼ㅋㅋㅋㅋㅋㅋㅋ

"저 덕분에 추천즐찾 많이 받겠네요 부럽다."

여러가지 유행어와 독창적인 캐릭터성.

스스로 봉인하고 유행어는 철꾸라지, 유튜브는 보황을 하염없이 베꼈다.

'행님들 제가 왜 맛집에 왔을까요? 아니 진짜로 차 타고 3시간 넘게 걸렸는데 구독자분들 궁금해할까 봐 와봤어~ 평소 하던 식으로만 했어도 기존팬들이 떨어져 나갔겠냐고.'

미운 정이 있어서라도 보지.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 하루종일 싸우는 이유가 팬들도 자부심이 있기 때문인데 짭BJ를 행세를 하면서 기존팬들이 다 떨어져 나갔다.

여러 의미로 많은 것을 배운 BJ다.

BJ의 시작으로도, 반면교사로서도 말이다.

한때 찬란했던 BJ의 말로를 혼자 알고 있는 것은 참 슬프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타 페이즈가 도래한다.

나와 러이갓의 캐리력 대결.

그렇게 볼 만한 상황은 이미 아니다.

'브실골한테나 타겟팅으로 맞히는 거지.'

궁극기를 켠다.

이동 속도가 빨라진다.

날아오는 QW를 살짝 틀어 피하며.

사샤샤샥―!

이탈시킨다.

기세에 쫄아 뒷비전을 한 시점에서 한타 딜각이 안 나온다.

'대충 코물쥐 상위 호환이야.'

아군부터 적당히 요리한다.

충분한 CS와 두 번의 제압킬은 칼끝에 힘을 실어준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그 광경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원딜러에게 포지셔닝은 생명.

그것이 무너진 시점에서 결말은 정해졌다.

억지로 딜을 하려 한다면?

데프트급 카이팅을 보유한 게 아닌 이상 죽는다.

아니, 데프트도 레고를 삼킬 만한 상황이다.

사샤샤샥―!

100% 킬 초기화.

확정 타겟의 돌진기로 붙어서 썬다.

명상 평캔과 패시브에 의한 3연격이 예리하게 난도질한다.

─트리플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점멸로 도망치는 러이갓을 마무리했을 때는 아군이 쿼드라 킬을 스틸해버린 후였다.

그조차 아쉽지도 않은 상황이다.

―러이갓 사망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 장인이 마이한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학 당하고 있눜ㅋㅋㅋㅋㅋ

―러이갓 다이아1인데 ㄷㄷ

한때나마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BJ.

그의 방송은 수많은 팬들에게 아픈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이번 생에서는 고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추억은 추억으로 묻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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