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화
상상치도 못한 상황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은 전설적입니다……!
마이가 전장을 종횡무진 휘젓는다.
칼끝이 닿을 때마다 한 명씩 피의 이슬로 사라진다.
한두 번 해봤을 리 없다.
마이 본좌가 바로 자신이다.
평소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
자신이 아닌 오정환의 마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당하는 입장.
―이것도 추천즐찾 받으려는 큰 그림임?
―아ㅋㅋ 캐리할 때까지 추천 참는다
―다이아가 설마……
―캐리 가능한 건 맞음?
마이 장인이기에 그 파괴력을 더욱 절실히 체감한다.
그래도 브론즈 실버.
어떻게든 상대의 실수를 기대하며 카이팅해 봤지만.
사샤샤샥―!
타겟팅으로 뒤를 잡는다.
당황한 러이갓의 Q가 허공을 가른다.
비전의 쿨타임을 줄일 수 없게 된 시점에서 변수는 없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점멸로 도망가지만 금세 따라잡혀 토막 난다.
어설픈 카이팅이 통용될 만한 상성도, 상대도 아니었다.
심지어 아이템 차이.
양학의 필승 공식으로 삼던 CS가 역으로 밀린다.
압도적인 패배를 맞이했음에도 입가의 미소를 잃지 않는다.
"행님들 제가 죽은 이유가 뭔지 아시죠? 아 진짜 그짓말 아니라 추천즐찾 받으려고~!"
―네??
―추이갓 러하다……
―근데 ㄹㅇ 추천즐찾 받다가 제압킬 안 줬으면 몰랐음―믿는 놈들 뭔뎈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양학이라도 승률 100%는 없다.
이따금 불가피하게 지는 상황이 있고, 그조차 콘텐트로 승화시키는 게 러이갓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바로 남탓.
아군 나이즈가 적 풀리츠크랭커한테 끌린다.
그대로 아링의 유혹까지 맞고 펑―! 터져 죽어버린다.
"아 나이즈 뭐야~? 접착제 발랐나? 몸에 꿀 발라 놨어? 그랩이랑 유혹 다 처맞네 슈발!"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
불리한 상황이라면 더욱 나오기 쉽다.
굳이 지적하여 시청자들의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조성한다.
"행님들 나이즈 저 슈발 새끼 사람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추천즐찾 부탁드립니다~ 추천 누르면 내일 아리 같이 생긴 여자친구 생기고 안 누르면 앞으로 향후 10년간 모태솔로~!"
―ㄹㅇ 저걸 끌려주네
―아 찜찜해서 누른다 ㅅㅂ
―여친 안 생기기만 해봐라 ㅡㅡ
―롮잆좂
자신이 진 이유는 팀 차이다.
이를 부각시켜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든다.
그리고 다음 판에서 만회하면 그만이다.
'아니, 진짜로.'
아군이 조금만 자신을 지켜줬으면 딜각이 나올 수 있었다.
러이갓도 억울한 부분이 있고, 전력을 발휘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나의 검은 당신의 것이오.」
바로 AP마이를 안 한 것.
원딜러는 안정적인 캐리감이 좋다.
하지만 포텐셜에서 손색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음~ 끝났어 끝났어! 러이갓이 미드 마이 잡은 순간 Game Over. 오정환님 닷지 하셔야겠는데? 실버에서 러이갓 마이 만나면 트라우마 생겨서 롤 접는다 진짜로~!"
―님은 안 생김?
―러이갓은 본캐 다1이잖아
―이번에 캐리하나요?
―팞픖릾캆 쵮곲읪 빖젮잆 럾잆값
그에 반해 마이.
딱 한 명만 잡으면 나머지는 도미노다.
그 어마어마한 캐리력은 AP로 갔을 때 더욱 극대화된다.
'브실골에서 미드 마이 하면 진짜 끝났어.'
첫 단추를 꿰는 것이 어려운 챔피언이다.
브실골은 그 실수를 너무 잘해준다.
방금 전 쓰레기 같은 아군들처럼 말이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 외에 걸림돌이 있다면 라인전.
캐리력에 반비례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브실골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별풍이 내린다! 샤랴랄라라랄라~」
하물며 오정환.
마이를 제외하면 승률 0%라고 들었다.
러이갓의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었다.
─러빡이12호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마이 뺏기고 미드 옴ㅋㅋㅋㅋㅋ
"아하 러빡이가 CS 못먹게 막아삐네. 러빡아 달달하다~ 고맙다 러빡아 스무스하다."
―CS 1개 = 별풍 100개 ㄷㄷ
―이건 개이득이지ㅋ
―ㅁㅍ
―이 새끼는 말끝마다 핑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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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마이는 라인전 CS 챙기는 게 제한된다.
파밍기가 Q스킬 딱 하나 뿐인데 돌진기의 성격을 지녔다.
괜히 CS 하나에 욕심 내는 순간 딜교환 당하고 걸레짝 된다.
'CC 걸리고 갱까지 오면 크~.'
그 자리에서 끔살이다.
라인전 뿐만 아니라 갱킹에도 취약하고 여러가지 난점이 많은데.
파앙!
브실골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
구리가스의 술통이 마이의 체력바를 찔끔 줄인다.
'음~ 편해 편해. 브실골은 이유가 있지.'
상대가 미드 마이다?
하드CC를 가진 챔피언을 픽하는 게 상식이다. 오정환은 이를 몰랐고, 덕분에 라인전이 매우 수월하다.
간간히 예리하게 들어오는 술통이 거슬리긴 하지만 괜찮다.
어지간한 견제는 몸으로 받아내는 터프함을 가진 게 바로 AP마이다.
"헤헷 명상 중에 써봐야 안 아프다 병신아 방어마저 올라간다."
―오 피 차는 거봐
―힐량 미쳤네
―진짜 개사기 스킬임ㅋㅋㅋ
―아픈데?
무려 +4.0AP 계수의 힐량을 자랑하는 명상.
하드CC에 걸리면 끊기는 게 흠이지만 이렇듯 구리가스가 상대면.
사샤샤샥―!
파앙!
갱킹의 위험 없이 프리 파밍이 가능하다.
캐리는 따놓은 당상.
AP마이 특유의 펜타 킬을 보여주며 미드 차이를 과시할 생각이었는데.
'어?'
가랑비에 옷 젖듯 체력이 점점 깎인다.
명상을 써도 풀피에는 한없이 부족하다.
안 그래도 위험 신호가 머릿속을 세차게 때리던 차에.
파앙!
투웅!
발밑에 깔린 술통이 터진다.
그리고 배치기 점멸이 이어진다.
당황한 러이갓은 점멸을 썼지만 느려져 있다.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추천즐찾 받기 위함은 아니었다.
* * *
LOL은 긴 역사를 가진 게임이다.
시대에 따라 메타와 패치 사항이 현저히 다르다.
'그러다 보니 과거딸도 심한 편이지.'
리메이크 전에 뭐뭐가 사기였다!
이거 잡으면 브론즈도 다이아 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은 택도 없는 과장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거품이 많이 붙은 게 AP마이.
정글로는 쓸 수가 없으니 무조건 미드인데 라인전 능력이 처참하다.
사샤샤샥―!
파앙!
마이의 알파 슬래쉬가 돌아감과 동시에 술통이 굴러가 터진다. 무빙을 할 여지도 없이 정확하게 적중한다.
'타겟팅 돌진기니까.'
사용한 미니언 위치로 되돌아온다.
그 점만 알면 논타겟 견제를 100% 명중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위이이잉……!
마이의 명상.
5초 동안 체력을 무지막지 회복시킨다.
방어력도 엄청나게 올라서 견제가 무용지물인 것 같지만.
파앙!
명상이 끝남과 동시에 터진다.
미리 굴려 놓은 술통이 말이다.
클릭 한 번으로 터트리는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다.
'대신 끊지는 못하는데.'
마찬가지로 리메이크 이전.
구리가스가 한창 미드로 쓰이던 시절이다.
배치기가 스턴이 아닌 둔화인 게 다소 아쉽기는 해도.
투웅!
파아앙―!
기본적인 스킬 구조는 마찬가지다.
배치기로 접근해 술통 폭탄을 터트린다.
뒤에서 밍기적대던 마이와 대면할 시간이다.
「신속하게!」
궁극기를 켜고 부리나케 도망가지만 3, 2, 1.
미리 굴려 놓은 덕에 바로 쿨타임이 돌아온다.
두 번째 술통이 볼링공처럼 굴러가 스트라이크한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러이갓 시청자 아이디로 개발리네ㅋㅋㅋㅋㅋㅋ
"추천즐찾에 환장하셨으면 어쩔 수 없지."
―그냥 실력이지 ㅉㅉ
―저거 별풍 받고 하는 거던데
―진짜 다1은 맞음?
―저 ㅈ사기 챔피언으로 지네ㅋㅋㅋㅋㅋㅋㅋ
알파로 짤짤이를 넣으며 체력이 달면 명상으로 풀피.
AP마이의 라인전 메커니즘을 듣기만 하면 정말 사기 같다.
'실제로 하면 당연히 아니라는 거지.'
흔히 말하는 고티어 가면 안 먹힌다~.
그런 류의 챔피언들은 다 이유가 있다.
상대법을 알기만 하면 파훼가 간단하다.
반대로 상대법을 모르는 브실골에서는 신의 챔피언이다.
소문에 살이 붙으며 신격화까지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물론 킬딸.
미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라인은 팽팽하다.
딱히 로밍을 가지 않았기 때문도 있거니와.
'애초에 신경을 안 써.'
미드 균형이 무너지면 그걸 중심으로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솔랭은 미드&정글 게임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글 싸움이 유리해지고, 탑과 바텀은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미드 캐리력이 좋은 게 로밍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재능이 뛰어난 브실골 유저들.
눈앞에서 총알이 지나가도 개의치 않는다.
실제로 로밍을 가지도 않았다 보니 다른 라인은 고만고만하다.
─마이외길인생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한타 가면 마이 못 말리는데ㄷㄷ
"그래요? AP마이는 많이 다르나?"
―ㅇㅇ Q가 개셈
―아군이 죽어주면 욕 나옴ㅋㅋㅋㅋㅋㅋㅋ
―캐리력은 정글보다 쩔지
―AP마이 이래서 밴해야 되는데……
한타에 가면 비벼질 여지가 있다.
마이가 킬딸을 한 번 하는 순간 어떻게 되는지.
최근 많이 해왔으니 방식은 달라도 잘 아는 입장이다.
'그러니까야.'
사파 챔피언.
플레이 방식이 독특한 챔피언들을 그리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정점인 AP마이는 승리 조건이 매우 특수하다.
궁극기를 켠 채로 킬을 따야 한다.
얼핏 다른 킬딸류 챔피언과 비슷해 보이지만 어시스트가 아닌 무조건 킬이어야 하고, 궁극기를 켜야 한다는 점도.
투웅!
파앙!
한타 페이즈 직전.
지나가던 마이에게 시비를 건다.
배치기 점멸로 그냥 일단 박고 본다.
「신속하게!」
내뺄 수밖에 없다.
둔화 무시인 궁극기를 켜고 뒤도 안 돌아본 채 도망간다.
적당히 술통 폭탄을 던지자.
'점멸 써야지.'
동시에 적들도 밀어서 호응을 커트한다.
얼핏 스펠과 궁극기 교환.
그 가치를 따졌을 때 하늘과 땅이라서 문제다.
궁극기가 없으면 킬 초기화가 안 된다.
점멸이 없으면 킬딸을 치기 힘들어진다.
약점을 핀 포인트로 저격하는 것이 너무 쉽다.
─아군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용 한타.
아예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다.
괜히 고개를 기웃거리던 적 서포터까지 1+1로 데려간다.
'AP마이는 상대가 대처법을 알면 할 게 없어.'
딜링기가 Q스킬에 붙은 300(+1.0AP) 하나 뿐이다.
단일 스킬로서 매우 강력하긴 한데 글자 그대로 단 하나다.
심지어 돌진기라 짤짤이도 못 넣는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니 아군이 판 만들어줄 때까지 손가락 빨면서 계속 기다려야 된다.
[18:30] [전체] 여친님봐줘요 (크레이브즈): 미드 차이 개씹에바참치 터는 각 ㅇㅈ?
[18:33] [전체] 앙심해띠 (귤플랭크): 너네 미드 다1임
[18:35] [전체] 여친님봐줘요 (크레이브즈): 아 X랄노
[18:39] [전체] qorhvkdy (개서스): 대리 받았나 보네ㅋㅋㅋㅋㅋ
그래서 욕을 먹은 것이기도 하다.
팀 입장에서는 안 빡치기도 힘들다.
이렇듯 망했을 때 욕을 먹게 되는 것은 인과응보다.
[22:59] 적 팀이 찬성 4표 반대 0표로 항복에 동의했습니다!
분열 끝에 서렌을 친다.
두 번째 게임까지 깔끔하게 승리한다.
'사실 좀 오바하긴 했는데.'
앞점멸 킬각.
다이아도 반응하기 힘든 칼타이밍이었다.
브론즈답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말았지만.
─곰돌탱이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러이갓 이 새끼 지도 대리 받은 거였눜ㅋㅋㅋㅋㅋ
"5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아니, 뭐 추천즐찾에 목숨 거셨을 수도 있죠."
―저딴 게 다이아1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리(하는 중)
―그놈의 추천즐찾ㅋㅋㅋ
―이건 ㄹㅇ 추천즐찾 지껄이면 싸대기 마렵지
그런 걸 신경 쓸 만한 상황이다.
롤유저라면 화가 안 날 수가 없는 양학.
그 장본인을 무참히 무너뜨렸으니 말이다.
'이참에 AP마이도 시작해볼까.'
아이덴티티를 빼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