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오정환의 방송.
롤판에서도 서서히 확장해나가던 그의 존재감이 퍼엉―! 터지는 계기가 된다.
─오비도비 40데스 돌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킬 관여 100%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롤 vs 캐리 숨 막힌다!
─숟가락 새끼가 더 트롤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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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 말이다
오정환은 분명 손꼽히는 인기BJ고, 파프리카TV 보는 시청자라면 낯이 익다.
그 말이 롤판에서의 흥행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반발을 사기도 한다.
면제겜 새끼가 롤에서 뭐 하냐?
은근히 무시 어린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일동은 선언합니다
[악수하는 짤. jpg]
비록 면제겜 메이플이지만 그 안에서 홀로 고고히 빛났으며 LOL에서도 전설적인 행보를 이어나가는 오정환을 롤BJ로 인정합니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일동―
└펑이조 같은 애랑 다름
└오정환은 아싸비, 자리삽니다 같은 올드 랭커 출신이지 ㅇㅇ└근본 있구만
└오비도비 캐리판 개멋졌음ㅋㅋㅋㅋ
롤유저들이 격공할 만한 사건.
게임을 하다 보면 간간히 고의 트롤을 겪는다.
한 명이 대놓고 게임을 안 하는데 어떻게 이겨?
사샤샤샥―!
마이의 형체가 사라진다.
대상 지정 불가의 반 무적 공격기.
알파 슬래쉬로 다섯 명의 적을 헤집는다.
─펜타 킬!
전설의 출현!
마무리……!
다시 나타났을 때는 시체 뿐이다.
킬리셋이라는 특유의 임팩트에 트롤판이라는 열악한 상황이 합쳐지자 이슈가 안되기도 힘들다.
이종격투기 ― 「롤로 넘어간 오정환 근황ㅋㅋㅋㅋㅋㅋ」
樂 SOCCER ― 「마이플스토리는 현존했다! (Feat. 오정환)」
도탁스(DOTAX) ― 「메이플 고수가 롤에서 마이를 하면 벌어지는 일.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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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커뮤니티에도 말이다.
기존 국산 게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LOL의 인기가 치솟기도 했거니와, 뭔 일만 터졌다 하면 단골처럼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BJ다.
[Best Comment]― 진짜 만류귀종인가? 메이플 잘하니까 마이플도 잘하네 乃74└사실상 같은 게임이잖앜ㅋㅋㅋㅋㅋ
└사실상도르ㅋㅋㅋㅋㅋㅋ
└ㄹㅇ RPG만 잘 돌면 되지
오정환은 친숙한 대상이다. 대세 게임이 변한 현 시국에서도 잘 나간다고 하니 반갑다.
그렇게 화제가 커져 가면 커져 갈수록.
"오정환은 지금 메소드 연기 중이라니까?"
―끈질기네
―맥형 이건 좀 아닌 거 같혀
―근데 씨지맥이라 모름
―메소드 연기 아시는구나! 배역을 맡은 배우가 해당 배역에 몰입하여 연기력에 중점을 두어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연기법으로 겁.나.어.렵.습.니.다.
씨지맥의 주장도 점점 강해진다.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면 모를까.
대중들이 속고 있다는 사실을 좌시하기가 힘들다.
'왜 의자를 보고 냉장고로 느끼는 거지?'
그런 성격이다.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처럼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고 굳게 믿는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현시각 오정환 관련 씨지맥 폭탄 발언ㄷㄷ
청자A :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음?
청자B : 아니면 뒷감당 어케 하려고 그러냐?
씨지맥 : 내 목에 폭탄 목걸이가 걸려도 똑같이 말할 것이다 └진짜 폭탄 발언이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탄 갓걸이는 ㅇㅈ이지
└그러다 터지면 어쩌려고
└씨지맥이 인성이 빻았긴 해도 롤 관련해서는 믿을 만하긴 한데……
배수진을 치고 말이다.
씨지맥의 장대한 각오에 설득력과 꿀잼을 느낀 유저들로 인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다.
오정환의 갑작스러운 성장.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면 모를까 너무 빠른 속도로 잘해지고 있다.
─나만못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로 쏘우에 나오는 폭탄 목걸이가 걸려도 오정환 대리라고 말할 수 있음??
"그게 왜? 너는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는 열등한 사람인가?"
―오오!
―병신 같지만 멋있다
―씨지맥이 진짜 우리 같은 일반인이랑 보는 눈이 틀리긴 해―씨지맥 코인 탑승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재미.
도저히 상상할 수 있는 회화가 아니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선문답을 진지하게 떠들고 있으니 관심이 생긴다.
씨지맥의 노력이 꽃을 피운다.
커뮤니티에 주된 화제로 정착된다.
관련 게시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올 정도로 말이다.
─지금 오정환 상황이 딱 이거임ㅋㅋㅋㅋㅋㅋ
[흔한 이세계물 제목. JPG]
메이플 랭커였던 내가 롤에서는 브론즈 티어?
└바로 그거였눜ㅋㅋㅋㅋㅋ
└어이어이 저 녀석 너무 강하잖아!
└내용이 왜 보이는데?
└오정환 이 새끼 치트 능력 받았음 아무튼 그럼
씹고 뜯고 맛볼 거리.
자극적인 이슈를 원하는 건 보라판뿐만 아니라 롤판도 마찬가지다.
오정환의 방송에 롤 유저들의 이목이 쏠리게 된다.
* * *
씨지맥의 인성.
당시, 아니 최근 화제글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cgvMax 부계로 잠수 및 욕
[씨지맥 템 팔고 잠수짤. jpg]
잠수하고 트롤하면서
아군한테 패드립 욕질까지 함
진짜 부끄러운 줄 알아라 방송도 하는 새끼가
최근에도 하나 저지르신 모양이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는다.
BJ라는 직업 특성상 오해도 많이 받고, 별일도 아닌 걸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있지만.
[Best Comment]― 이런 건 양쪽 의견 다 들어봐야겠지만 대상이 씨지맥이라는 것에서 믿음이 간다 乃69└20분인데 cs34에 골드 보면 afk 확실함ㅋㅋㅋ
└씨지맥이야 원래 트롤러에 멘탈 쓰레기
└저런BJ 방송 보는 애들은 뭐 하는 애들일까?
└풍납2동 타이거 피씨방에 오시면 씨지맥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감안해도 어떻게 실드를 칠래야 칠 수가 없다기 보다는 들고 있는 실드로 한 대 치고 싶은 짓을 자행하고 다녔다.
아무리 최대한 씨지맥의 입장을 이해해주려고 해도.
'증거가 한 500개쯤 나올 텐데 굳이 부검을 해서 화룡점정을 찍을 필요는 없으니까.'
중요한 건 이 당시 유저들의 씨지맥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거의 그럼 그렇지 수준?
개노답 삼형제의 첫째로 자랑스럽게 이름을 올릴 만도 하다.
─방장문열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이 계속 님 저격하는데 가만히 있을 거임?
"어떻게 해야 오해가 풀릴까요? 이것 참 안타깝네."
―그냥 어그로 끄는 거임
―씨지맥 유명한 비매너 유저에요!
―무시하는 게 상책인데
―부러워서 그런 듯
사실 개노답 삼형제는 커녕 도씨 삼형제 쪽에 있는 게 밸런스에 맞다.
물론 차후에는 성공한 감독이 되고, 어른도 되고, 잘하게 되는데.
'그건 차후의 일이고.'
저지른 짓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같은 BJ고, 롤충으로서 팔이 굽어주고 싶지만 눈앞의 진실을 부정하는 건 일본이 역사 왜곡하는 거랑 하등 차이가 없기 때문에 나는 눈을 돌리지 않겠다.
"일단 저는 꿀리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게임사에 요청해서 제 명의의 계정을 전부 오픈해도 상관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이 간다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다.
애초에 찔리는 부분이 없다.
난 롤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원래 잘했으니까.
"제가 롤을 처음 하는 건 맞지만, 게임을 처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원래 하나 잘하면 다른 것도 쉽게 잘해지게 돼있어요."
―오 만류귀종?
―아니 무슨 무협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반데
―그래서 화산파냐 사천당가냐?
'서문세가다 씹새끼야.'
우리 봄이가 1대 장로라고.
롤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기본 원리만 알면 뭘 해도 쉽게 배운다.
롤이든 옵치든 배그든 말이다.
그거 뭐 외계인이 만들어?
롤은 라이엇 혹성에서 만들고, 옵치는 블리자드 혹성에서 만들고, 배그는 펍지 혹성에서 만들고 그런 게 아니잖아.
결국은 다 인간이 만든다.
그 말인즉, 핵심 구성은 또이또이하다는 소리다.
인간이 만든 게임인 이상 승리로 나아가는 방식이 전혀 색다를 수가 없다.
─바나나우유짱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카오스 잘하는 애들이 롤 잘하는 것처럼 메이플 해서 마이 잘하는 거잖아ㅋㅋ
"아니, 뭐 그것도 있는데. 비유를 들자면 5만원으로 중국집 음식만 시켜서 1주일을 어떻게 버티냐의 문제에요."
―환소리 ON
―씨소리 vs 환소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냉장고 비유 들었구나?
―누가 더 개소리 잘하나 대결ㄷㄷㄷㄷㄷㄷ
카오스 유저가 롤을 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오스와 롤은 대놓고 판박이라 보다 이해하기 쉬울 뿐이지.
'결국 기회비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쓰느냐야.'
주어진 여건은 똑같다.
5만원으로 1주일 알뜰하게 살자.
근데 어떤 사람은 첫날부터 짜장면, 짬뽕, 탕수육 다 시켜서 배부르게 꺼억―! 한다.
[01:35] 못하는도구(한나)님이 흡연충입니다 (애씨)님에게 퇴각 신호를 보냄!
[01:35] 못하는도구(한나)님이 흡연충입니다 (애씨)님에게 퇴각 신호를 보냄!
[01:37] 못하는도구(한나): 리시 안 함?
[01:40] 흡연충입니다 (애씨): ㅈㅅ
[01:41] 흡연충입니다 (애씨): 담배
우리 숟가락 새끼처럼 말이다.
플래티넘은 못하기 시작하는 티어이기 때문에 반면교사를 찾아보기 좋다.
'쟤는 이미 세트 메뉴 하나 시켜 먹은 거야.'
첫끼에 2만원 날렸다고.
인베를 안 봐서 초반 움직임에 제약이 붙고, 리시를 안 해줘서 정글러의 턴을 한 번 뺐다.
용어와 상황만 다를 뿐 모든 게임에 비슷한 개념이 존재한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물론 유동적이다.
5만원을 7만원으로 늘릴 수 있다.
자신이 기본기가 출중하다면 안될 것도 없다.
"아군 탑은 2만원이 더 생긴 거예요. 왜? 솔킬 땄으니까."
―재테크 하냐ㅋㅋㅋㅋㅋ
―씨소리에 비견될 만한데?
―오정환 원래 그럴 듯한 개소리 잘함
―솔킬 못 따면 못 벌겠네 그럼
그것이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에 정답이 하나만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고 재미없겠어?
사샤샤샥―!
잔돈 긁어모으는 방법도 많다.
정글링.
나는 지금 풀캠프를 거의 돌았지만, 적 리심은 끽해야 블루와 씨름하고 있을 것이다.
─치즈●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 RPG 속도가 비결이었네!
"예, 맞아요. 제가 메이플에서 사냥하는 거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킬 활용을 겁나 빠듯하게 해요. 고렙 되면 안 쓰는 2, 3차 스킬 같은 것도 굳이 쓰고."
마이플스토리가 단순히 드립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게 아예 대놓고 억지인데 밀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다.
'몹 체력이 1만 남았는데 10만 데미지 스킬을 쓰면 아깝잖아.'
묵직한 4차 스킬만 써도 사냥 속도에 큰 지장은 없다.
템빨로 커버 칠 수 있기도 하고.
그 쓰잘데기 없어 보이는 노력이 Zero에서 시작하는 롤에서는 결실을 맺는다.
파앙!
이쿠, 이쿠!
미드 라인.
시팅 겸해서 지나치던 부쉬에 리심이 숨어있다.
보통이라면 최소 점멸이 빠지는 상황이지만.
―리심을 이겨?
―마이 맞딜 미쳤네
―4렙
―진짜 RPG 잘해서 이겼음ㅋㅋㅋㅋㅋㅋㅋㅋ
레벨이 앞선다.
체력 관리도 잘돼있다.
어택땅으로 정글링을 돈 리심과 빠듯하게 온갖 똥꼬쇼를 부린 나의 차이다.
'물론 교전이 열린 건 설계지.'
3렙을 찍고 미드 갱을 노릴 것이다.
아군 탑이 솔킬을 따고 귀환했으니 정버프인 리심의 동선이 예측된다.
내가 강한타이밍에 싸우기 위해 일부러 낚여줬다.
알뜰하게 쓰는 법.
돈을 버는 법.
화끈하게 투자하는 법까지.
기회비용을 어떻게 살리고 활용하냐가 모든 게임의 요지다.
'다 용어만 다른 거야.'
이 사이사이에 있는 디테일은 판수가 해결해줄 문제다.
그 판수를 이미 쌓았다.
잘할 수밖에 없다.
굳이 이실직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RPG의 위력과 실력의 이유에 대한 설명의 의무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