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화
씨맥의 저격
오정환의 방송.
익히 인기BJ인 그의 시청자는 당연히 한둘이 아니다.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던 일이다 보니 금방 불이 번진다.
─개소리 대전ㅋㅋㅋㅋㅋㅋㅋㅋ
─몰아치는 씨지맥! 되받아치는 오정환!
─씨소리 vs 환소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차별난사 vs 배추평등넌팔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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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랭커였던 내가 롤에서는 브론즈 티어?
오정환의 행보는 이세계물을 연상시킬 만큼 의아함을 자아냈다.
가장 밑바닥인 브론즈 티어부터 시작해 파죽지세로 플래티넘으로 올라갔다.
단순히 배치 운이 안 좋았어서.
그렇게 보기에는 기괴할 정도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오정환 해명 방송 요약. txt
――――――――――――――――――――――――――――――+ Q. 왜 마이만 잘함?
A. 내가 RPG 존나 잘 돔
Q. 왜 딴 거 하면 짐?
A. 팀운도 없었고, 숙련도가 부족함. 근데 대충 감 잡힘시청자) 보황 스노우볼+――――――――――――――――――――――――――――――그렇다고 한다 └해명 깔끔한데?
└확실히 RPG 짬이 있더라
└정글로 라이너급 CS 처음 봄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이세계라 적응 못해버렸네
그 이유.
장본인이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게 먹혀드는 분위기다.
구체적인 설명을 들으니 납득이 간다.
마이플스토리가 장난으로 볼 게 아니구나.
효율적인 정글링 루트가 정글 유저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마이플스토리가 진짜 먹힐 만도 한 게(설명有)
「마이 장인 웹툰 풀캠프 3분 30초. jpg」
「오정환 마이 풀캠프 3분 12초. jpg」
장인이랑 비교해도 근 20초 차이임
심지어 체력 관리도 더 좋음
└정글몹 상대로 와리가리 준나 침
└저게 된다고?
└오 저건 진지하게 배울 만하네
└괜히 메이플 원탑 먹은 게 아니지ㅋㅋㅋ
이외 여러가지 잡다한 설명들.
와 닿지 않는 것도 많긴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째서 메이플에서 독보적인 랭커로 군림할 수 있었는지.
만류귀종까진 아니어도 확실히 특별한 게 보인다.
"……."
씨지맥의 방송에도 전달이 된다.
시청자가 링크 걸어준 영상을 눈 깜빡이는 것조차 잊은 채 집중해서 훑어본다.
과연 해명을 받아들일 것인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영상 시청을 끝낸 씨지맥의 입이 드디어 떨어진다.
"자기가 못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진짜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 말은 역으로 자기가 못하는 걸 아는 순간, 그 사람은 더 이상 못하는 사람이 아닌 거지."
―오~
―그럴 듯한 개소리다!
―그럼 오정환은 못하는 사람이 아니네?
―거의 펀쿨섹좌급 명언ㄷㄷ
긍정적인 쪽이다.
한사코 우기는 느낌은 없다.
실제 여론도 오정환쪽으로 기울어지고 있고, 이 정도 선에서 납득하는 것이 서로간에 Win―Win이 된다.
"근데 여전히 난 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분이 플래 실력이었으면 내가 이런 말까지 했을까 솔직히?"
애초에 이기고 지는 것에 목적이 없어서 문제다.
씨지맥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고, 자신의 직업이 하필 BJ다 보니 일이 크게 번졌다.
─오동통통너구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그러면 결국 오정환은 대리다 이거임?
"이게 설명이 또 필요하나? 의자가 아무리 크기를 바꾸고 재질을 바꿔도 냉장고가 될 수 없는 거잖아."
―냉장고론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
―삼성 의문의 1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소리 ON
―씨지맥 오정환 싸움 수준 ㄹㅇ 실화냐?
곧 죽어도 고집을 꺾고 싶지 않다.
그에 따라 화제에 장작이 더 넣어지며 꺼져 가던 불씨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난다.
─오피셜) 씨지맥 입장 정리. txt
――――――――――――――――――――――――――――――+
1. 의자는 냉장고가 될 수 없다
2. 폭탄 목걸이가 걸렸으면 같은 대답 못했다
3. 평행 우주의 오정환도 마이 승률 90% 이상일 것
+――――――――――――――――――――――――――――――나는 이해 못하겠고 그냥 고대로 갖다 적음└그놈의 야탄 코걸이……
└한국형 IS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우주까지 가버린다고?
└누가 누가 더 개소리 잘하는지 대결하냐 씹것ㅋㅋㅋㅋㅋㅋㅋ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미친놈으로 소문난 BJ.
특유의 4차원적인 화법과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인성으로 개판 싸움을 만든다.
─오정환팬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디아도 1등으로 깨고 원래 잘하는 게이머에요!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는데 당연히 알지. 근데 오정환 님은 플래 실력이 아니라니까? 잘해봤자 다이아라고? 하;; 그건 견해의 차이가 아니라 잘 모르는 거야."
―뚝심 보소
―답답해 뒤지겄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 짱 먹어라
―팩트) 씨지맥 똥은 존나게 굵다
그의 이해하지 못할 언행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팝콘을 살 만한 일. 롤유저들의 심심함을 타파해주고 있다.
씨지맥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자신이 가진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개인적인 앙심도 포함된다.
'감히 티확찢을 해?'
방송을 끈 씨지맥은 분노를 곱씹는다.
단순한 의문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을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게 된 데는 계기가 있다.
오비도비.
다른 유저들에게는 일개 트롤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적어도 씨지맥에게 있어서는 동포와도 같은 유저다.
'트롤러로서도, 티몽 유저로서도 원수를 갚아주마.'
개노답 삼형제.
초기 롤판에서 BJ들의 이미지를 시멘트 바닥에 갈아 넣은 수준으로 만든 이들을 부르는 통칭이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그 셋 사이에 유대 관계는 없다.
대표하는 챔피언들로 인해 엮였다.
러이갓이 마이에 자부심을 느낀다면, 티몽은 씨지맥의 역린이다.
오비도비 사건은 기폭제가 되기 충분했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플래티넘 축하혀 어제 일 있어서ㅎㅎ
<아 회장님 당연히 믿고 있었죠~ 미션풍 감사합니다!>
오정환의 행태 또한.
미션까지 받으며 방송 수익을 달달하게 땡긴다.
롤BJ들의 주콘텐츠이기도 한 만큼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너 여기 티어 아니잖아?'
자신의 생각이 틀릴 리가 없다.
그 확고한 믿음을 증명하고 싶다.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이 움직여야 한다.
타닥, 탁!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얼마 전 일어난 논란으로 인해 처박아두었던 아이디를 다시 꺼내 든다.
「'티모는과학입니다' 계정에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씨지맥이 티몽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였다.
* * *
사실 게임을 잘하는 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다.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 두 가지를 이으면 돼.'
대부분의 유저들이 게임에 들어가면 정신이 없다.
당장 눈앞에 놓인 일에 급급해서 진짜 해야 할 일은 놓치고 만다.
그래서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목표를 안다는 건 길이 보인다는 거고, 더 나아가 방향성이 확립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실력이 없어도 똑바로만 간다면 느릴지언정 언젠가 도착한다.
브실골처럼 이상하게 지는 일은 사라진다.
사샤샤샥―!
그리고 플래티넘.
한 끼에 짜장면+짬뽕+탕수육 풀세트로 안 먹고 효율적으로 나눠 먹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같은 실수를 또 안 저지르면 올라가게 돼있다.
'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야.'
승률 50%만 나와도 티어가 올라가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엘릭 형제가 감탄할 만한 이상향이다.
등가교환의 법칙을 정면으로 위배해버린다.
그렇게 가다 보면 대충 상위 0.01%부터 막힌다.
그 이상은 확실히 재능이나 운빨이 필요하다.
이전 생에서도 걸었기에 양심이 찔리진 않지만.
―오 정글 카이팅
―마이플스토리 할 만하네
―진짜 의식해서 보니 다르긴 하다 ㄷㄷ
―씨지맥 방송 보고 옴!
확실히 다른 부분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저기서 화제를 보고 온 시청자들이 감탄하고 있는 바와는 전혀 다르다.
'닝 챌린지라는 게 있는데.'
차후 롤드컵을 우승하게 되는 IG의 정글러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단점이 하나 있다. 정글링 도는 속도가 유난히 느리다고 놀림 받았다.
다른 선수들은 칼부까지 2분 50초면 돌더라. 너는 왜 3분이나 걸리냐?
그게 멍청하고 띨빵해서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사샤샤샥―!
써컹! 써컹!
알파를 긁고 평타를 썰며 이동한다.
정글몹의 공격을 캔슬시키기 위함임과 동시에, 다음 나아갈 동선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의 눈에 보이는 건 정글링을 하는 장면 딱 하나겠지만, 정글러의 머릿속에서는 최소 수십 가지 경우의 수가 초 단위로 째깍째깍 바뀌어.'
다이아 이하 정글러들처럼 정글몹 배부르게 먹었으니 갱킹 한 번 가볼까?
이런 식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이는 곧 정글러의 실력과도 직결된다.
닝의 장점인 날카로운 갱킹.
정글링을 하면서 갱각을 계속 그려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부작용으로 정글링 속도가 ㅈ망한 거지.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미드 라인.
처절한 1 대 1 끝에 아군이 패배하고 만다.
몸에 점화가 붙은 채로 유유히 라인을 미는 끠즈를 향해.
사샤샤샥―!
점멸 알파가 아름답게 그어진다.
레드가 묻은 평타로 쓱― 베자 딸피가 남은 체력이 마저 타들어간다.
"꽁킬 좋네요."
―ㅅㅅ
―미드똥 치워버리기~
―개꿀이네
―갱값도 ㄱㄱㄱㄱ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우연, 혹은 상대의 실수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플래티넘에 온 이후부터는 보다 다채로운 동선을 밟고 있다.
'브실골은 솔킬을 따였는데 적이 풀피거나, 점멸이 있거나, 와드 위치를 모르거나 상상치도 못한 변수가 도사려서 감히 갈 수가 없었던 거고.'
솔로랭크의 특성상 부캐나 대리가 아닌 이상 비슷한 실력끼리 잡힌다.
그리고 상성을 봤을 때 초반에 격하게 싸우는 구도가 있다.
끠즈 대 아링.
누구 한 명 골로 가도 이상하지 않다.
그 전조가 보였기 때문에 동선을 점점 미드쪽을 틀면서 커버각을 잡은 것이다.
정글링 속도가 빠른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씨지맥이 위화감을 느낀 것도 무리는 아니다.
느꼈다고 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지옥에서온고라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은 이런 것도 의심함ㅋㅋ 마이할 때만 운빨 좋다고
―그냥 방송 어그로 끌려는 거지
―그 새끼 원래 이상함
―또 입이 근질근질 한가벼?
―패드립 일발 장전!
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있어도, 어느 정도인지 계산을 하는 건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게임이라는 게 상황마다 다르다 보니 운빨의 여지도 크게 작용한다.
'안타깝지만 뭐 어쩌겠어.'
유쾌하게 방송적으로 풀고 싶다.
근데 시청자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해도 아니고, 순수 100% 본인이 쌓은 업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플래티넘에 와서는 더욱 수월하다.
브실골처럼 RPG 후 하드캐리라는 원패턴에 기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승승장구 할수록 씨지맥의 속은 타들어갈지도 모른다.
'설명은 못 하겠는데 분명히 뭔가 있거든.'
정글링과 갱킹을 양립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다.
높은 숙련도와 게임 이해도가 받쳐줘야 간신히 시도해볼 수 있다.
위화감의 정체.
설명을 못 한다면 결국 의미는 없다.
여론도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되니 나로서는 편하다.
─리오레큰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다이아 승격 미션 5천 개 콜?
"마침 회장님도 1만 개 거셨는데 당연히 받죠. 실패하면 제가 씨지맥님한테 찾아가서 대가리 박겠습니다. 그렇게 띄워줬는데 다이아도 못 간다고."
―아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이중으로 맥이네
―역시 인성
―씨지맥 화병 걸리겠눜ㅋㅋㅋㅋㅋ
다소의 트러블.
방송 콘텐츠로 승화시키면 그만이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다이아 승격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티모는과학입니다?'
오비도비 시즌2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