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어처구니없는 의심이 시발점이 된 화제.
아이러니하게도 맞아 떨어지며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슬슬 무서운 새끼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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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오정환
전적― 91승 30패
티어― PLATINUM Ⅰ 74LP
? 마이― 100%
? 구리가스― 30%
? 쏘나― 25%
? 또도박사― 23%
? 치비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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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 진짜 실력 맞춘 씨지맥
우리가 못 보는 무언가를 본 걸 수도 있음
└귀신도 보는 새끼 ㄷㄷ
└ㄹㅇ 대리임?
└대리는 시벌 인생챔+재능이겠지
└마이 100% 살벌하긴 하네……
결과적으로 말이다.
본인이 해명을 했고, 스토리텔링이 이어지며 그럴 만하다는 것이 대세 여론이다.
실제 드물지 않기도 한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실력이 늘어?
반대로 그렇지 않은 이가 더 드물던 시절이다.
─솔직히 오정환급이면 롤도 잘할 만하지
딴 겜 네임드들도 다 롤 시작하면 티어 빠르게 올림
만류귀종까진 아니어도 통하는 게 있다니까?
└내 말이
└정상급들은 다른 게 있음ㅇㅇ
└대체 어떤 부분이 대리 같냐니까 말 더듬더라ㅋㅋㅋㅋㅋ└팩트) 평소에도 더듬는다
한국 서버가 오픈한 지 끽해야 1년 지났다.
북미에서 넘어온 유저들조차 롤을 플레이한 지 2년이 안 되었다는 소리다.
초기 두각을 나타낸 랭커들은 대부분 재능파 아니면 타게임에서 이름을 날렸던 네임드.
씨지맥의 발언이 과하다고 느껴질 만도 하다.
─씨지맥이 오정환 괴롭히는 이유 떴다!
[씨지맥 멜론 아이디 캡처. jpg]
멜론닉 던파충전
―던―이었던 거임
└정공겜은 ㅇㅈ이지
└메던 대전이었눜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건 좀 실망인데;;
└그래서 진짜 이유가 뭐임?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여론은 확실히 오정환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님도 챌린저 1달만에 달았다면서 님은 되고 오정환은 안됨?
"아니……, 나는 스스로 의자라고 했잖아. 근데 그 분은 자기 입으로 냉장고라 한 거고, 너희들이 정말 냉장고로 보고 있으니까 내가 답답할 수밖에 없지 않아?"
―답답한 건 우리인데
―그놈의 의자학개론 ㅋㅋㅋ
―비유 업데이트 좀요
―C언어 중도 포기자 속출!
씨지맥으로선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싶다.
대중들이 자신과 같은 눈높이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단 한 가지 방법뿐이다.
의자가 아닌 냉장고라는 사실을 눈으로 보여준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직접 게임을 해서 말이다.
씨지맥은 자신의 부계정으로 오정환의 아이디를 대놓고 저격했다.
─어솔티드구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챌린저의 위엄을 보여주나요? ㅋㅋ
"그거는 의미가 없지. 나는 오정환 저분이 쇼한다는 걸 밝히고 싶은 거야."
물론 알고 있다.
저격을 해서 게임을 한두 판 이긴다?
오정환의 실력이 이러저러하다고 품평한다?
그것이 자신을 편 들어주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가 될지언정, 근본적인 증명이 될 수는 없다.
씨지맥은 저격을 하기에 앞서 철저한 준비를 마쳤다.
핫 둘 셋 넷!
뜀박질 준비를 끝낸 티몽이 달려든다.
패시브 은신을 풀고 빠른 공격 속도로 첫 스택을 쌓으려던 개서스를 견제한다.
촉! 촉!
아니, 죽일 기세로 팬다.
개서스는 화들짝 놀라 유체화를 켠다.
빈사 상태가 되어서야 포탑 안쪽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방금 점멸 쓰면 죽일 수 있었는데 일부러 안 죽였어. 왜 안 죽인지 알아? 오정환 반응 보려고. 내가 예측해줄게!"
―추한데ㅋㅋ
―아니 근데 일부러 안 죽인 거 맞는 거 같은데
―ㅁㅊㅋㅋㅋㅋㅋ
―형은 다 계획이 있구나?
고작해야 다이아 예티 구간.
최상위 챌린저 티어인 씨지맥에게 있어 어린애들 소꿉놀이에 불과하다.
'오정환 너도 분명 그럴 텐데?'
그가 빠른 속도로 티어를 상승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RPG만이 아니다.
정글 동선이 깔끔하며 세련되었다. 마치 상위 티어의 정글러들처럼 말이다. 시청자들의 눈은 속여도 자신은 못 속인다.
씨지맥은 대포 웨이브 라인을 밀고 모습을 숨긴다.
"이러면 개서스는 쫄아서 못 나와. 개서스가 상상 속의 티몽과 싸우고 있을 때 나는 w키고 빠르게 미드로 가는 거지."
―상상 속의 티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유 봐 X발
―잘은 모르겠지만 챌린저가 하는 말이니 맞겠지
―그럴 듯하긴 한데?
오정환은 풀캠프를 돌고 탑이나 미드를 찌른다.
탑 균형이 무너졌으니 십중팔구 미드.
아니, 기다리면 반드시 올 것이다.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한단 말이야.'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신과 판단이 일치한다. 지금까지 돌려본 리플레이 전부 말이다. 이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단순한 피지컬이나 센스 플레이면 몰라도 게임 이해도는 티어와 판수에 비례한다.
재능이 있다고 하루아침에 기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정찰대의 규율을 깔보지 마시길!」
부쉬에 숨어 대기한다.
탑 미아를 속일 수 있는 시간은 20초 남짓.
오정환 특유의 빠른 정글링이라면 슬슬 도착할 것이다.
아군 정글러도 자신의 핑을 보고 있다.
미드&정글 2 대 2 싸움이 벌어졌을 때 개서스의 뒤통수를 친 것처럼 은신을 풀고 킬을 딴다.
―안 오는데?
―??
―개서스 프리 파밍 개꿀띠~
―씨지맥님?
첫 단추부터 무너져 내린다.
* * *
브실골은 알 수 없는 티어다.
풍수지리적으로도 그렇고, 터가 안 좋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에 반해 플래티넘.
못한다.
적어도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말이다.
이 말인즉, 플레이가 굉장히 정직하다는 소리다.
'그래서 정글 동선을 짜기가 굉장히 편한데.
그 똑같은 방식이 마스터, 챌린저 가서도 먹힐 리가 없다.
동선을 알고 있는데 어째서?
내가 안다는 건 상대도 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샤샤샥―!
알파 슬래쉬가 돌아간다.
쌍둥이 골렘과 사투를 벌인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군 정글이 아닌 상대 정글이다.
─어화둥둥김삿갓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레드 안 먹고 뭐함?
"먹고 싶은 기분이 아니에요."
―??
―환소리 ON
―카정 루트 좀 뜬금없는데
―이러다 걸리면 어쩌려고 ㄷㄷ
블루쪽 캠프를 돌고 적 골렘.
리젠되는 유령까지 먹고 귀환한다.
상체에서 일어날 일이 대충 짐작되기 때문이다.
'천상계에서는 미리 흐름을 읽고 예측의 예측을 해야 돼.'
소위 말하는 그거 말이다.
쿠치키 뱌쿠야 vs 조마리 루루.
블리치에 나오는 숨 막히는 자강두천.
내가 널 베었다
→ 사실 그건 내 분신이었지, 이번엔 내가 널 벤다
→ 나도 그건 잔상이었다, 이 틈을 노려 다시 벤다
→ 사실 그것도 분신이었지ㅋ
무한 반복되는 희대의 명장면이다.
마찬가지로 예측의 예측을 하는 것이 천상계의 묘미다.
사샤샤샥―!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 정글에 가지 않았다.
다행히 정글몹을 털진 않은 듯 남아있는 레드를 챙긴다.
'만약 털렸다면 적 정글 빼먹었으니 쌤쌤인 셈 치는 거지.'
최소 손해는 보지 않는 판단이다.
상대의 대처가 미흡했다면 엄청난 이득이 된다.
정글간의 성장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고.
[05:10] 오정환 (마이)님이 티모는과학입니다 (티몽)을 지목!
힘으로 찍어 누르는 갱킹 타이밍이 나온다.
모르긴 몰라도 뻘짓을 한 듯 티몽의 레벨이 한 단계 뒤쳐져 있다.
'짜장면+짬뽕+탕수육 풀세트로 시켜 먹었으면 한 끼 굶어야 하지 않겠어?'
라인도 밀리고 있다.
나를 견제하는 데 턴을 쓴 대가다.
제아무리 챌린저라 하더라도 땅을 파서 돈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써컹! 써컹!
위이잉……!
먼저 들어가서 평타를 썰고 레드를 묻힌다.
포탑과 티몽의 공격을 명상으로 받아내며 적절한타이밍에 턴 교체.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알파로 포탑 어그로를 빼며 개서스가 마무리하게 한다. 깔끔한 다이브로 킬은 물론 빅웨이브까지 박아버린다.
─노루는노라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 정환이 동선 예측한다고 생쇼하다가 멘탈 나감ㅋㅋㅋㅋㅋㅋ
"아 그래요? 하지만 어림도 없죠."
―궁예 되는 상상함 ㅋㅋㅋ
―킹림도 없지!
―추하네
―저러고도 우기면 레전드
탑솔러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상황이다.
챌린저고 나발이고 간에 한 번 당하는 순간 게임 흐름에서 완전히 이탈한다.
'특히 티몽 같은 챔피언은.'
괜히 기피 챔피언이 아니다.
한 번 망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아픈 약점은 쑤시고 또 쑤셔야 제맛이다.
「몸부림쳐라!」
개서스에게 콜을 해 숨어있었다.
허겁지겁 라인에 복귀하는 티몽을 향해 유체화를 켠 개서스가 쇠약을 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반항을 해봤자 레벨 차이.
6레벨을 찍은 개서스는 아무리 쳐도 안 죽는다.
양보까지 받으며 이번에는 내가 킬을 챙긴다.
"이건 예상을 못 하셨나 보네."
―키보드 전치 3주 예상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티몽 인생 망했네
―씨소리 떠드는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꼬우면 예상하라고~!
게임의 상황이라는 건 지극히 유동적이다.
솔랭에서는 초반에 얻은 이득으로 스노우볼이 휙휙 굴러가 버린다.
'물론 씨지맥이라는 걸 몰랐으면 평범하게 루트를 짰겠지.'
안다면 대처도 가능하다.
심리전이 기반된 정글 동선. 롤판 초창기인 지금은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
빠른 정글링과 더한다면 난이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강타를 버린 정글러도 있을 정도다.
차후 위대한 정글러라 추앙받는다.
물론 프로씬과 솔랭은 다르지만 유명 프로게이머조차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생각의 속도!」
지금의 씨지맥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
우주 끝까지 말린 상황이라면 더더욱이다.
아예 안드로메다까지 보내버리는 칼타이밍을 잡는다.
써컹! 써컹!
탑 2차 부쉬에 숨어있었다.
2번의 킬과 웨이브를 먹고 6레벨.
어금니 꽉 깨물고 라인에 복귀하는 티몽을 갈기갈기 토막낸다.
푸슉―!
사샤샤샥―!
맞고 시작한 티몽은 여유가 없다.
뒤를 돌았을 때 바로 알파를 돌리면 실명을 십중팔구 씹을 수 있다.
'이래서 천상계에서는 스노우볼이 팍팍 굴러가는데.'
여유가 없는 쪽은 스킬샷 타이밍도 뻔해진다.
그조차 엇박자를 트는 괴물들이 많지만 씨지맥은 해당 사항이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미드와 정글쪽에 무수히 많은 악수 요청, 아니 빽핑이 찍힌다.
킬 초기화로 궁극기를 다시 쓰자 위험할 것도 없이 빠져 나온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진짜 미친놈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 개 감사합니다! 왠지 여기 기다리고 있으면 순진하게 와서 죽어줄 것 같았어요."
―순진하겤ㅋㅋㅋㅋㅋ
―아니 씨지맥을 가지고 노네
―꼬우면 예상 해야지 ㄹㅇ
―이걸 어케 예상해 슈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극단적인 스노우볼.
얼핏 위험천만해 보여도 정교하게 잘 끼워 맞춰진 퍼즐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냥 어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예상을 해서 불만이라면 예상을 못 하게 만들어주면 되지.'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한다. 애매하게 알아봐서 생긴 문제라면, 아예 알아볼 수 없게 만든다.
단순한 우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참패를 시키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07:02] [전체] 티모는과학입니다 (티몽): ㅋㅋ 애미 디질 새끼 방플하네
[07:03] [전체] 오정환 (마이): 넵 욕질
[07:03] [전체] 오정환 (마이): 가차없죠
[07:05] [전체] 티모는과학입니다 (티몽): 니 애미가 널 낳은 게 가차없어
이 시절의 씨지맥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