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게 있다.
애매하게 아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지식에 근자감을 가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학사: 난 무엇이든 다 안다.
석사: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
박사: 난 아무것도 모른다.
교수: 난 진짜 ㅈ도 모르는데 내가 말하면 다들 믿는다.
+――――――――――――――――――――――――――――――――
흔한 유머로 이런 게 있다.
대학에서 전공을 졸업하고 나름 전문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ㅈ문가에 지나지 않다.
롤로 비유하자면 이럴 것이다.
――――――――――――――――――――――――――――――――+다마: 난 무엇이든 다 안다.
그챌: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
프로게이머: 난 아무것도 모른다.
클끼리: 난 진짜 ㅈ도 모르는데 내가 말하면 다들 믿는다.
+――――――――――――――――――――――――――――――――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해설자들도 매 시즌 예측을 하는데 10년 동안 맞춘 적이 단 한 번이 없다.
몰라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03:25] 미드의코물쥐 (르풀랑): 내 말 맞지?
[03:27] 미드의코물쥐 (르풀랑): 오면 무조건 딴다니까
근데 다이아들은 신기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난다.
자신의 말이 정말로 옳아서 결과가 좋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물론 맞을 때도 있어.'
다이아쯤 되면 그래도 낫 놓고 ㄱ자는 안다.
문제가 있다면 ㄱ자밖에 모른다는 부분이다.
[03:30] 탑의코물쥐 (람블): 리심 ― 생존
[03:30] 탑의코물쥐 (람블): 리심 ― 생존
[03:31] 탑의코물쥐 (람블): 리심 ― 생존
마우스 연타 버그라도 걸린 듯한 아군 탑처럼 말이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심통이 잔뜩 났다.
─라임오렌지나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미드 퍼블 땄는데 지가 안 사리고ㅋㅋㅋ
"그러게나 말입니다."
―ㄹㅇ
―탑신병자특
―팀에 저런 새끼 꼭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닉부터 씹악질이네
브실골은 커녕 언랭인 시청자들도 안다.
다이아인 저 유저가 스스로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나름 천상계라는 티어에서 말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정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역갱으로 2대2 터트리면 그 다음부터는 내가 솔킬 따거나 로밍 가서 게임 이겨야지. 이런 생각하고 있었을 게 뻔해.'
브실골플 유저들은 게임을 주도적으로 하지 않는다.
롤이라는 게임에 확실한 자기 주관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다.
다이아 유저들은 주도적으로 해야 올라간다는 걸 배웠다. 수백판의 게임 경험 속에서 승리 공식이란 정답을 찾아냈다.
하나의 정답이라는 달콤한 과실에 푹 빠진 것이다.
고집스런 자기 주관은 자만심으로 연결되기 쉽고, 자만심은 이기심과 아주 친한 감정이다.
─아군이 또 당했습니다!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주고 싶다.
문제가 있다면 저러한 생각을 나머지 네 명의 팀원들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아는 그래서 누가 더 터트리냐의 싸움이야.'
줄 건 줘!
그런 개념이 없다.
줄 건 줘라는 걸 우습게 보기 쉽지만, 그것도 절도 있는 운영의 한 갈래고 수준이 받쳐주지 않으면 시행하기 힘들다.
안 줄 것까지 다 줘버린다.
자기만의 승리 공식이 무너진 애들은 똥을 2배, 3배씩 싸면서 게임을 돌이킬 수 없을 지경으로 터트린다.
사앗……!
미드 라인.
르풀랑의 금빛 사슬이 이어진다.
아군이 병신 짓을 한다는 건, 그만큼 적들도 병신 짓에 거리낌이 없다는 소리다.
하아!
이쿠, 이쿠!
속박된 자드를 향해 음파가 적중한다.
그림자를 생각없이 쓰는 시점에서 갱각이 너무 잘 나온다.
─수박가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피지컬이 있어서 그런가 와드 방호 개깔끔하네 ㄷㄷ
"연습해보니 할 만하더라고요."
물론 그냥 나오는 건 아니다.
플레이가 매우 깔끔해야 한다.
르풀랑의 머릿속에 있는 두루뭉술한 킬각을.
'실현시켜 주는 거지.'
내 실력으로 말이다.
다이아부터는 슬슬 게임에 스노우볼이라는 개념이 생긴다.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면 '잘한다'를 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물론 원하는 대로 해줘도 못하는 새끼들이 있다.
상체에서 싸움이 워낙 빈번했던 탓에 양측 정글러가 하체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음에도.
[08:20] 원딜의코물쥐 (토이치): 우리 정글 없음?
[08:22] 원딜의코물쥐 (토이치): 게임 이기는 법을 모르네 에혀
불만이 가득 차있다.
지들끼리 2 대 2를 하다가 처발린 다음 무안하니까 그 책임을 정글 탓으로 전가하는 것이다.
'솔랭에서 꿀팁이 있다면 원딜 말은 그냥 개무시하는 게 좋아.'
게임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숟가락의 티어는 피지컬에 정직하게 비례한다.
그 말인즉, 다른 포지션보다 뇌지컬이 빈약하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킬을 먹이면 캐리할 실력이 되는 티어대냐?
그것도 아니다.
원딜은 롤이라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다이아 원딜은 대우를 해줄 이유가 1도 없다.
파앗!
파앗!
적 원딜도 마찬가지다.
르풀랑의 이동기를 도움닫기 삼아 빠르게 바텀에 도착한다.
비전이 있다고 깝치는 이즈레알을 향해.
이~쿠우!
앞점멸로 일단 차고 음파를 날리며 와드 방호로 따라간다.
당황한 이즈레알은 비전이며 점멸이며 가지고 있는 걸 전부 털어놓지만.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음파를 맞혀 놓은 시점에서 무슨 생X랄을 해도 죽는다.
잘 큰 원딜러가 죽자 서포터와 백업을 온 적 정글러까지 할인 행사가 진행된다.
이렇듯 잘 죽어준다.
키워줄 만한 가치가 없다.
다이아 티어에서 바텀은 킬 자판기 같은 곳이다.
―와 ㅁㅊ
―방호 왜 썼지?
―점멸 까비
―마이충 아니랄까 봐 겉멋 배워왔네 ㅉㅉ
물론 불가항력인 측면도 있다.
리심이 정말 마이만큼, 어떤 면에서는 마이 이상으로 홍대병 걸리기 쉬운 챔피언이다.
'근데 나름의 미학이라는 게 있어.'
장인이 되는 기준 말이다.
서로 점멸이 있는 상황에서의 확정킬이라고 생각한다.
리심 특유의 초반 장악력과 더해지자 초반 스노우볼이 아주 격하게 굴러간다.
콰락―!
그렇게 게임 속도가 빨라지면 실수가 나오기도 쉽다.
탑 라인.
2킬을 먹은 다리우트가 솔킬을 따기 위해 안달이 나있다.
'하체가 박살 났으니까 지라도 킬 따서 캐리하고 싶은 거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다이아부터는 서로 교전 욕심이 많다.
심리를 읽고, 실수를 캐치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파멸의 비를 맞아라!」
드디어 온 갱킹에 신이 난 람블이 호응한다.
하지만 역킬각을 보고 있다.
섣불리 들어갔다가는 멍청한 탑솔러와 세트로 죽기 딱 좋다.
하아!
상대의 스킬이 빠졌을 때.
미리 각을 좁혀 맞혀둔 음파를 통해 달라붙는다.
기다리고 있다는 듯 도끼를 휘두르는 걸.
이쿠, 이쿠!
파앙!
와드 방호로 도끼날 안쪽으로 파고들어 팬다.
패시브 풀스택 묻고 궁극기에 원콤 나는 것만 조심하면 안전하게 잡을 수 있다.
─Cart만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걸 잡네ㄷㄷ ㅈ될 뻔
"겁나 키워 놓긴 했네요."
―망한 라인 갱 가는 거 아닌데
―정글 십계명 모름?
―모쿠자 모르시는구나!
―아무튼 잡으면 됐짘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말이 있었다.
모쿠자의 정글 10계명.
틀린 이론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낡은 이론인 것도 사실이다.
'정글러가 백정일 때 생긴 이론이지.'
성장이 빈약하고, 피지컬도 부족하다.
그러니까 아무리 유리한 게임에서도 정글러가 가지는 힘이 라이너에 미치지 못한다.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글 동선의 최적화는 당연하고, 피지컬적인 부분도 모자라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아니, 필수 사항이다.
차후에는 말이다.
화락!
챠라락―!
망한 자드.
어느새 탑에 백업을 왔다.
그림자를 깔며 예리하게 던지는 표창을 와드 방호로 피하자.
구오오……!
궁극기로 따라붙는다.
이미 팥 없는 찐빵이다.
평타를 툭툭 교환하며 람블이 있는 쪽으로 드리볼한다.
킬각이 안 나오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
궁극기 그림자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예상 위치에 음파를 던지고.
─적을 처치했습니다!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범의 일격으로 마무리한다.
아무리 정글러가 라이너보다 레벨이 낮더라도 스킬샷 싸움에 따라 충분히 해볼 만하다.
'이것도 심리전의 일환인데.'
결국 라이너는 CS를 먹으러 돌아가야 한다.
그 강박 관념이 스킬샷 심리전에서 상당히 큰 어드밴티지로 작용한다.
막말로 정글러는 Q 못 맞히면 정글 돌러 가면 되니까.
그냥 한 번 해보는 느낌으로 해봤고, 성공하자 스노우볼이 더욱 커진다.
[14:59] [전체] 착한원딜러 (이즈레알): 정글 3렙차 유미 뒤짐?
[15:01] [전체] 착한탑솔러 (다리우트): 팀운 ㅈ같네
[15:10] 적 팀이 찬성 5표 반대 0표로 항복에 동의했습니다!
[15:11] [전체] 원딜의코물쥐 (토이치): 네이스~!
다이아 티어의 특성상 초반이 거의 전부다.
육식 정글러인 리심을 택한 이유고, 더 나아가면 정글러로 포지션을 굳힌 이유다.
'게임이라는 게 상황마다 다르잖아.'
탑을 풀어야 이기는 게임.
미드를 풀어야 이기는 게임.
바텀을 풀어야 이기는 게임.
기타 여러가지 있다고 쳤을 때 선택권이 누구한테 있을까?
대체 누가 게임의 방향성을 결정할까?
바로 정글이다.
─잘해야만별풍쏨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팬티값 물어주세요……
"1000개 팬가입 하셨는데 팬티값 정도는 물어드릴 수 있죠. 에르메스 같은 게 아닌 이상."
―리심도 괜찮게 하네
―겉멋 거르고 멋있긴 했다!
―인색킥 할 줄 앎?
―이러다 마이만큼 잘해지는 거 아님? ㅋㅋ
사실 피지컬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전장 선택권이다.
정글러가 가진 그 고유의 권한은 게임 구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리한 전장에서 매드무비 찍는 것보다, 유리한 전장에서 다 처맞으면서 미련하게 싸우는 게 훨씬 결과가 좋으니까.'
유리한 전장에서 매드무비를 찍는다면 더더욱이다.
다이아부터는 정글로 캐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다이아1로 향하는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 * *
러너리그.
시즌2의 개최 확정과 함께 롤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즌1의 거대한 흥행이 바탕되는 만큼 그 자체는 놀랄 것도 없다.
─오정환 러너리그 참가가 가능하다고 봄?
해설 말고 선수로 ㅇㅇ
지금 참가팀들 쭉 둘러보니까
최소 다1은 돼야 받는 분위기던데
└에바지
└그냥 지금부터 해설 준비하는 게 가장 현실성 있음
└재능은 확실히 있음 문제는 시간……
└일주일은 에바참치ㅋ
쟁쟁한 네임드들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런 기라성들을 제치고 가장 주목 받는 건 이제 막 롤을 시작한 한 명의 BJ였다.
오정환.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입지전적인 행보와, 상상 이상의 빠른 성장은 놀랍다.
그럼에도 회의론이 불거지는 건.
─오정환 원챔충 지적 받은 거 의식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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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오정환
전적― 102승 31패
티어― DIAMOND Ⅴ 94LP
? 마이― 100%
? 리심― 100%
? 토이치― 100%
? 구리가스― 30%
? 쏘나― 27%
+――――――――――――――――――――――――
챔피언폭 넓히는 중
방송 봤는데 꽤 잘함
근데 접수 마감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다1이 가능하나?
└그게 문제
└이제 사흘 남음ㅋㅋㅋㅋㅋ
└머기업인데 어떻게 그냥 껴주면 안되나?
글쓴이― 그럼 민심 ㅈ돼지
단순한 시간 문제다.
수많은 네임드와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대회.
특정인의 편의를 봐주고 두둔한다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숱한 우려와 관심 속에서 날짜는 당일을 향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