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화
BJ흐난.
자신을 롤의 신이라 자칭하는 BJ다.
단순히 잘한다는 컨셉이 아닌, 스스로를 정말 신이라고 생각한다.
"스포해주까?"
글자 글대로 거룩하며 전지전능하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고, 그의 시청자(신도)들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시 흔갓!
―살다 살다 솔랭 스포는 처음 본다 ㄷㄷ
―믿음이 부족한 신도들이 보이네^^
―절름발이가 범인인가요??
그의 방송에서는 평범한 일이다.
상대가 바로 그 오정환이라고 하니 평소보다 곱절의 곱절의 곱절은 많은 관심이 쏠린다.
'그려.'
흐난도 모르지 않다.
신앙심이 부족한 무지한 이들이 많다.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통력을 증명해야 한다.
[02:05] 흐난 (배인)님이 위험 신호를 보냄!
[02:05] 흐난 (배인)님이 위험 신호를 보냄!
[02:06] 흐난 (배인): 토이치 ― 생존
두 번의 빽핑.
그 별거 아닌 신호가 분기점이 된다.
깜짝 놀란 코리아나가 두 걸음 빠지게 되었고.
「까꿍! 숨어 있는지 몰랐지?!」
토이치의 2렙갱이 무위로 돌아간다.
생각 없이 라인을 밀었다간 정말 죽었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흔교도10호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믿고 있었습니다 흔갓!
"미친씨빠크라스반나?! 개니시니아니다."
―대체 뭐라는 거야?
―한국말로 좀……
―흔국어 모르면 ㅂㄹㄱㅇ
―개니병시니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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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궁예의 관심법처럼 상대의 속을 들여다 본다.
일부 시청자 속의 마구니까지 들여다보며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물론 이는 우연이 아니다.
최근 커뮤니티의 주된 화제.
흐난도 관심을 가졌고, 오정환의 리플레이를 몇 개 돌려봤다.
'괜히 신이 아니다.'
이러한 분석력.
흐난이 자신을 롤의 신이라고 자칭하는 자신감의 근원이다.
토이치의 2렙갱.
레드를 먹고 바텀이나 미드를 찌르더라?
바텀은 사리고, 미드에 빽핑을 찍으면 완벽한 대처가 가능하다.
샤악!
그리고 본인의 실력.
원딜 챔피언 중에서 가장 나쁜 평가를 받고, 배인충이라는 악평까지 자자한 배인을 플레이한다.
자신만의 플레이 방식으로 말이다.
적 애씨와 쏘나가 아무리 격하게 견제를 해도 라인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
―아니 X발 천갑 5포ㅋㅋㅋㅋㅋㅋ
―개에바 아님?
―물약 빨면서 존나 잘 버티네
―닝겐노 배인와 단단데스네~
차후에는 원딜러의 첫템 선택지가 많아진다.
방패도 가고, 검도 가고, 롱소드나 부패도 심심찮고.
하지만 시즌2에는 무조건 도란검 아니면 트롤이라는 분위기였다.
오직 자신만이 다른 선택을 한다.
그것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나쁘다고 볼 선택도 아니니까.
「리글의 랜턴」 ― 1600 Gold
공격력 +23
방어력 +30
생명력 흡수 +12%
미니언과 몬스터 기본 공격 시 20%의 확률로 425의 추가 마법 피해를 입힙니다.
상위템이 있었다.
랜턴이 가진 추가 데미지가 라인 푸쉬가 느린 배인에게 굉장히 쏠쏠하다.
버티고, 파밍하는데 최적화돼있다.
"이거시바로시니아이태미여."
―ㅋㅋ
―ㅋㅋ
―ㅋㅋ
―왜 다 ㅋㅋ만 침? ㅋㅋ 안 치면 어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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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틀리진 않다.
누구나 해볼 법한 생각이다.
그것을 교리 혹은 신의 계시로 써먹지 않는다면 말이다.
납득하지 않는 자들은 모조리 철퇴.
혹은 자신의 관심법으로 마구니가 보이는 자들도 미리미리 걸러낸다.
'한 번 블랙은 영원한 블랙이여.'
그 수가 무려 1만 명에 달한다.
시청자들에게 받는 원성이 BJ흐난이 개노답 삼형제로 불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내가오또케이론골아나? 이게다미래서보고온잔며니다이마리여. 이로니까시니지."
―?
―아니 진짜 자기가 무슨 신인 줄 아나
―알아듣는 애들이 더 웃기네ㅋㅋㅋ
―신성모독은 블랙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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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옹고집.
자신의 말은 무조건 맞다!
독불장군 같은 모습은 소통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달갑지 않을 만도 하다.
그렇기에 신도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개소리 같지만 그럴 듯해!
실제로 오정환의 동선을 예측했고, 게임을 원하는 대로 풀어가고 있다.
상체가 터지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성장한 배인이 캐리할 판이 깔린다.
자신의 위대함을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아슬아슬 버티고 있던 둑이 무너진다.
* * *
당연히 현지인과는 다르다.
승리 공식이라는 건 틀어졌을 때 상응하는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지만.
'그건 어설플 때의 이야기고.'
세상에 100%는 있을 수가 없다.
신이 내린 수준의 프로게이머가 최전성기에 솔로랭크를 돌려도 승률 100%는 불가능하다.
낮은 구간이면 모를까.
나름 천상계라는 다이아부터는 말이다.
다이아 2티어는 차후로 따지면 다이아1에서 마스터 사이에 해당한다.
「초록색, 좋은데?」
그렇기에 가능한 것도 있다.
적 정글에 대놓고 들어가서 칼부를 빼먹는다.
스캐너가 군침을 뚝뚝 흘리며 강타각을 노리지만.
'어림도 없지.'
레벨 차이.
풀스택 e딜까지 합하자 스틸의 여지가 없다.
눈 뜨고 코 베는 느낌으로 적 정글을 서리해 간다.
─minimini2000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스캐너 인생 망했네ㅋㅋ
―위쪽 정글 계속 털림ㅋㅋ
―진짜 잔인하다……
―ㅁㄷㅊㅇ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그것이 가능한 이유.
다름 아닌 미드 주도권이다.
첫갱을 실패하긴 했어도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미드에 투자를 했다는 개념으로 해석하면 되니까.'
코리아나의 체력과 마나를 빼줬다.
미드 선푸쉬를 할 수 없게 되고, 초반 라인 푸쉬가 약점인 르풀랑은 발이 풀린다.
내가 적 정글에 들어가면?
아군 백업이 무조건 먼저 도착한다. 계속 백업을 부르는 형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해간다.
그리고 레벨링.
젠이 된 아군 정글을 여유롭게 빼먹는다. 십중팔구 아래쪽 정글에 있을 스캐너의 위치를 찍어주며.
'상대가 대놓고 가드를 올리면 똑같이 템포 조절하면 돼.'
무식하게 뚫으려다가는 역풍을 맞는다.
실제로 다이아 티어에서는 드물기는 커녕 거의 매판 일어나는 일이다.
승리 공식을 하나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더 알고 있고, 상황에 맞춰 최선의 수를 다시 조립하며 나아간다.
쨍그랑!
체크메이트까지.
또다시 칼부.
독병을 던져 적을 견제하며 유유히 카정을 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스캐너는 미쳐 돌아간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자기 정글을 지키려고 하게 되고.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어설프게 백업 온 코리아나까지 잡는다.
이미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2 대 2는 매우 싱겁게 막이 내린다.
'판단 차이까지 나는데.'
조금 느린 스노우볼.
하지만 완성되었을 때의 크기는 결국 같다.
미드&정글을 터트리고 라이너급의 성장을 마친다.
평소보다 조금 부족하지만 괜찮다.
그 이상으로 상대 정글이 망하게 만들었다.
지금 나온 레드를 눈치 보면서 허겁지겁 챙길 텐데.
─오정환 (토이치)님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유유히 솔용을 마친다.
현재 용은 190Gold×5의 글로벌 골드를 가져다주며 초반 스노우볼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친다.
'적 정글 동선이 아예 뻔하게 보여버리잖아.'
망한 정글러는 그럴 수밖에 없다.
그걸 기반으로 천천히 굳이 조급해 하지 않고 격차를 벌려나가는 것도 실력이다.
물론 빨라야 할 때도 있다.
조합상 초반에 유리한 게 당연한 권리인데 그걸 못 살리는 경우가 대회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템포 조절.
그만큼 어려운 개념이다.
특히 솔랭의 경우 아군 때문에 속 터지는 경우도 있지만.
―정글이 벌써 2코어ㅋㅋㅋㅋ
―스캐너 탈주해도 무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랜턴이 싸긴 한데 그래도 미치긴 했네
―배인도 정글임?
캐리형 챔프를 잡은 자는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일하게 변수가 일어날 수 있었던 바텀도 조용한 탓에 여유마저 느껴진다.
'랜턴 배인이라…….'
다른 선택이지, 틀린 선택은 아니다.
플레이의 자유도에 한계를 둬버리면 롤이라는 게임의 가치는 수직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남들이 안 하는 건 이유가 있다.
배인으로 라인전 버티기!
그걸 했을 때 팀이 짊어지는 부담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살금살금!」
상체가 무너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게임이 굳혀지는 속도도 말이다.
만족할 만한 힘을 갖추게 됐다.
적 정글이 확실히 없는 걸 파악하고 포위에 들어간다.
바텀 1차 포탑 안에 가두리 양식장이 펼쳐진다.
「씹고 뜯고 맛보고! 으하하하하!!」
다이브를 칠 것도 없다.
우월한 사거리.
포탑의 수비 범위 밖에서 평타를 촥촥 쏴서 녹여버리다.
─오정한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풀스택 e를 터트려서 막타까지.
이러한 압도적인 사거리 차이 때문에 배인은 태생적으로 토이치를 이길 수 없다.
'만에 하나 버텼어도 정답은 아니었다는 거지.'
한타에 들어가면 딜각 잡는 순간 쓸려 나간다.
그래서 조급해야 했던 건 상대였고, 주도적으로 교전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게임의 상황은 유동적이다.
스타로 따지면 빌드 가위바위보 싸움.
항상 가위만 낸다고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08:50] [전체] 착한백정 (스캐너): 오픈
[08:52] [전체] 착한황족 (코리아나): 흐난 노친네 새끼 웹툰 보러 감ㅋㅋ
[08:55] [전체] 개복치형미드 (르풀랑): 왜?
[08:58] [전체] 착한백정 (스캐너): 아군 못한다고 저격이라네
[09:01] [전체] 개복치형미드 (르풀랑): ㄱㄴㅅㄴㅇㄴㄷ
이를 알 리가 없다.
하나의 정답을 찾았을 때 기존에 아다리가 맞던 것이 어긋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럴 수도 있어.'
아무래도 시즌2다.
게임 이해도가 아직 부족하던 시기다.
특히 배인에 대한 애착이 있다면 자기 점수 깎아가면서 하는 건 자유다.
못하는 사람이면 모를까.
마음만 먹으면 300등 내에도 들 수 있는 실력자다.
실제 프로게이머 섭외를 받았을 정도로 실력적으로는 모난 데가 없다.
─밍키는내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흐난 방송 염탐하고 왔는데 미드정글이 저격이라 졌대요!
"방플 다음은 저격이야? 요즘 보면 일루미나티가 실존하는 게 아닌가 별별 생각이 다 드네."
―저 새끼 원래 그럼
―나이 똥구멍으로 먹었나
―역시 개노답 삼형제!
―흐난특) 게임 지면 무조건 저격 탓함
다른 부분이 모나서 문제지.
유저들에게 숱한 원성을 살 만도 하다.
익힌 유명한지 채팅창 여론도 곱지가 않다.
'진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개노답 삼형제 중에서 러이갓은 천사야.'
나머지 양대 산맥이 워낙 걸출하다.
심심하면 게임하다가 웹툰 보러 가고, 팀에서 범인 찾고.
그들이 그러는 이유를 적어도 나는 이해한다.
아는 게 많아서 그렇다.
게임이 망한 이유가 무엇인지.
다른 유저들보다 훨씬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접근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게임?
저격, 방플 등도 민감하게 느낀다.
문제는 이렇게 이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을 때.
'싸그리 몰아버리니 사건이 안 생길 수가 있겠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이론적인 정립이 미흡하던 시기다.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운영을 꼬자 같은 결론에 귀결된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롤 인성겜이라고 소문으로는 들었는데 진짜 별별 새끼들 다 있네ㅋㅋㅋㅋ
"500개 감사합니다 먹튀님."
물론 그뿐이다.
누구처럼 패드립을 한 것도 아니고.
도를 넘은 일을 저지르진 않았다 보니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한국말을 할 줄 모르셨지.'
의사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