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업보.
한국 사회는 잘난 척하는 사람을 배척한다.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세계적 트렌드에서는 사실 어긋난다.
자기 PR의 시대가 된 현대 사회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
지나친 겸손을 강요하는 문화는 자존감을 낮추고, 개인의 개성을 깎아내리는 부작용이 생긴다.
―아니 신이라며 ㅄ앜ㅋㅋㅋㅋㅋㅋㅋ
―신도 모르는 게 있음? 신도 모르는 게 있음? 신도 모르는 게 있음?
―얘는 지면 맨날 저격 때문이래
―흔하다 추난아……
물론 그 대상이 신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BJ흐난의 방송.
오정환과 이뤄진 대결 구도의 후폭풍은 작을 수가 없었다.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이아 티어는 한 번 만나면 계속 만난다.
이후 두 차례 더 게임을 했음에도 연거푸 패배를 기록했다.
"요카면블래기여."
그럼에도 무덤덤하다.
확고한 신념이 이를 가능케 만든다.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롤의 신인 자신이 졌을 리가 없다.
─여캠방물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 새끼는 지도 욕하면서 내로남불 지리네
"나는시니고, 너네닝가니고."
―유료 블랙ㄷㄷ
―코건 몰랐네
―아 신이면 해도 되지ㅋㅋㅋㅋㅋㅋ
―ㄱㄴㅅㄴㅇㄴㄷ
보다 유려한 근거를 제시했다면 오해가 싹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행동을 신이라는 이름 하에 정당화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email protected]#$."
물론 설명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게임 내에서도, 게임이 끝난 후에도 여러가지 떠들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나친 사투리.
아니, 그 이상의 무언가.
차분히 말해도 알아듣기가 힘들 정도로 발음이 불분명하다.
그런데 게임을 지고 있다.
흥분에 차있으니 발음이 더욱 뭉개진다.
결국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은 정보는 신이라는 것과 욕설 내로남불 뿐이다.
―응 ㄴㅇㅁ
―신이면 저격 데리고도 이기등갘ㅋㅋㅋㅋㅋㅋㅋㅋ
―삐슝빠슝! 롤을 못 이기는 롤의 신이 있다?
―ㄱㄴㅂㅅㄴㅇㄴㄷ
채팅창에 X랄이 날 수밖에 없다.
감정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하던 흐난도 점점 어그로 시청자의 상대에 지친다.
"내가애시닌지아나? 여기선내가시니여."
솔직하게 화가 나기도 한다.
자신이 신인데.
신성모독자들이 저리 줄을 섰으니 오른뺨을 맞았을 때 왼뺨을 내미는 박애종파가 아닌 이상 실력 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
─채팅창을 얼렸습니다.
BJ와 매니저만 채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나쁜시청자님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어그로시청자님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충신지빡이3님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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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을 얼리고 일일이 단죄에 들어간다.
신의 권능에 의해 해당 시청자들은 두 번 다시 신을 영접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다.
"반나? 개니시니아니다."
사람을 신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공포가 바로 신인 거다.
어떤 짭신의 말을 그대로 이행하며 자신을 경애하게 만들려 했으나.
―미쳤나
―BJ가 미쳤어요!
―이 새끼는 컨셉이 아니라 진짜 지가 신인 줄 알아
―응 강퇴해봐 무빙으로 다 피함~
평소였다면 진정했을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도 있다.
지나친 자기애와 자기 과시를 뺀다면 선구자적인 롤지식을 알려주는 착한 아재다.
기존 시청자들에게는 말이다.
아무래도 어그로가 끌렸다. 대부분이 유입이고, 흐난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무신론자가 절대 다수다.
못된시청자님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사악한시청자님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억울한시청자님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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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신의 철퇴가 내려진다.
그 향연은 5분 10분으로 끝나지 않았다.
채팅창을 역주행하며 불온한 발언을 일삼은 이들을 전부 처단한다.
전부 말이다.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가 수천 명.
누적 시청자를 합하면 만 단위에 달한다.
그렇게 흐난방의 블랙리스트가 1천 명가량 추가되었다.
─아니 흐난 어이가 없네ㅋㅋㅋㅋㅋ
나 진짜 ㅋㅋ 말고 채팅 친 적도 없는데
팬이었는데 ㅅㅂ
배신감 오진다
└풀어 달라 해
글쓴이― 풀어준 적이 없으심;;
└한 번 블랙은 영원한 블랙이여~
└왜 저러는 거야? 또라인가?
워낙 많은 수를 처리하다 보니 손가락이 엇나갈 때도 있다.
하지만 그조차 신의 안배.
관심법으로 보았을 때 사악한 마구니가 껴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의 권능을 의심하는 일부 시청자들이 억울함을 제기하며 BJ흐난의 평가를 나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흐난 본인도 해명을 안 한다.
그렇게 쌓여간 오해다.
─현 시각 오정환 vs 롤의 神 싸움 요약. jpg
――――――――――――――――――――――――――――+흔넬: 나는 신이야! 겨우 '브론즈 출신' 한 마리 따위!!
흔넬: 이 신의 '예지 능력'으로 짓뭉개지 못한다며 말이 안되지!!
환피: 신, 신 거 되게 시끄럽게 떠드네!!
환피: 무엇 하나 예상하지도 못하는 신이 어디에 있냐아앗!
뻐어엉!!
+――――――――――――――――――――――――――――에넬 패는 루피처럼 패버림
└파프리카TV 유일신 갓 · 흐난 ㄷㄷ
└무엇 하나 예상하지 못하는 신ㅋㅋㅋㅋㅋㅋㅋㅋ
└고무다카라!
└ㄹㅇ 브론즈 출신이라 예지 못했네
반대로 오정환.
신을 자칭하는 사이비 교주에게 한 방 먹였다.
BJ흐난에게 여러 이유로 이를 가는 유저들이 무척 많다.
커뮤니티에서 팝콘거리가 된다.
그 이상으로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천상계 BJ들과 네임드 유저들에게는 특히 말이다.
'흐난님을? 동선을 진짜 특이하게 짜긴 하나 보네.'
'오……, 마이플스토리가 예능으로 볼 게 아닌가?'
'봤나? 괜히 병신이 아니다 키킥.'
신에게 결레를 범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도 그럴게 천상계 유저들에게는 그냥 팀원A.
자기랑 점수도 비슷한 인간이 신이다 뭐다 하면서 평가질 하니 화가 난다.
─화난개구락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글로 오정환 어떰??
"아니, 진짜 농담으로 볼 게 아닌 게 롤의 신을 꺾으셨잖아. 진짜 메이플에서 괜히 짱먹은 게 아니시긴 한가 봐."
―로리신ㄷㄷ
―로리신은 ㅇㅈ이지
―ㅓㅜㅑ
―오정환은 진짜 그냥 RPG 유저가 아님!
오정환의 행보.
솔직하게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게이머들, 특히 롤유저들은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메이플 유저도 한 달이면 천상계라고?
자신들이 쌓아 올린 것들이 과소평가 받는 기분이 들고, 그것이 곧 오정환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졌다.
롤판에 적응하지 못하고 붕 떠있었다. 흐난을 꺾은 것을 계기로 점점 마음을 연다.
이는 이제 곧 열리게 되는 러너리그에 긍정적인 영향을 시사한다.
─오정환 선수 자격으로 러너리그 참가 신청 넣었음
――――――――――――――――――――――――――――+아이디― 오정환
전적― 112승 35패
티어― DIAMOND Ⅰ 0LP
? 리심― 93%
? 마이― 100%
? 토이치― 91%
? 구리가스― 39%
? 쏘나― 0%
+――――――――――――――――――――――――――――자격 요건 충족됨 ㅇㅇ
└모스트3 승률 미쳤네
└씨지맥이 대리 드립 할 만한데?
└씨지맥 당신은 도덕책 어떤 싸움을……
└게임 존나 특이하게 하는데 잘함ㅋㅋㅋㅋㅋ
일반 유저들의 평가.
BJ들을 비롯한 네임드들의 발언에 크게 좌우된다.
차후에는 보는 눈이 누적되지만 현재는 그조차도 빈약하다.
마이플스토리 아님?
와 RPG만 돌아도 게임을 이기네!
팀운이 좋아서 승승장구한다고 진지하게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정환 누가 데려갈 것 같냐? [7] +1
─오정환 무력 개쩜 ㄹㅇ
─아니 진짜 오정환 누가 좀 다듬으면 프로 해도 될 기세인데ㅋㅋㅋㅋ [3] +7─러너리그 다크호스 킹정환이다 [15] +10.
.
.
바뀐 분위기에 힘입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
무시할 수 없는 티어가 된 것도 한몫하며 롤판 팬들에게 오정환의 이미지가 수직 상승한다.
* * *
콘텐츠 다각화.
개인 방송인에게 있어 큰 모험이다.
특히 게임BJ들은 섣불리 시도했다가는 방송 자체가 난관을 맞을 수 있다.
'뭐, 나한테는 해당 사항이 아니지만.'
딱히 자만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가지를 해왔다.
굳이 게임 분야를 제외해도 보라, 먹방 기타 등등 정말 여러가지를 말이다.
충분히 성공했다.
그렇게 말을 해도 되는 입장이다.
이는 고정팬층이 확립된 덕분이기도 하며, 하나의 패턴화를 시켰기 때문이다.
"아직은 냄새가 덜 빠졌긴 한데……, 유해한 성분은 아니니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창문 열어두고 하시면 금방 빠질 거예요. 길어도 한 1~2주?"
판교의 집.
방음 및 여러가지 시공을 끝내고 정식 입주하기로 했다.
그 시공을 맡은 업체의 대표에게 시시콜콜한 설명을 듣고 있다.
"혹시 생활하시면서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 혹은 추가 보완하고 싶은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좀 원하는 게 많아서 귀찮았죠?"
"하~ 저는 괜찮은데 아무래도 직원들이."
"……."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귀찮은데 대충 해야지~.
나중에 아쉬운 점 생기면 다시 공사하기도 뭣하고 끙끙거리며 안고 살아야 한다.
"그래도 나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아, 그래요?"
"여친이 엄청 예쁘시다고! 올 때마다 매번 맛있는 간식거리 사와 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해달랍니다."
"알겠습니다. 책임지고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여친이 좀 많다고 하던데……, 이건 무슨 소리죠?"
"……."
끙끙거리는 소리가 나면 곤란하기도 하다.
보완 시공을 철저하게 했으니 리아가 아무리 난리법석을 떨어도 괜찮을 것이다.
'BJ들에게는 사생활이 정말 중요해.'
비싸게 군다기보다는 혹시 모를 루머 때문이다.
별거 아닌 일이 과대 해석되면 골치 아프다.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잘 공사했다.
이곳 판교.
내 활동의 중심지가 될 것이며 BJ사회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미 쥬아가 입주했고, 리아도 차차 이사를 준비 중이다.
"여친은 아니고 여자인 친구에요. 직장 동료 같은 느낌."
"아~ 근데 무슨 일을 하시길래 미인을 그렇게 많이 아세요?"
"개인 방송이라고 BJ 들어보셨어요?"
"알죠! 그 말로만 듣던 여캠?"
1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파프리카TV도 많이 변했다.
대외적인 인지도.
본래 알고 있던 흐름보다도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뭐, 내 지분이 없다고 할 수 없지.'
딱히 자뻑이 아니다.
BJ로서의 입지가 탄탄하다.
하지만 그만큼 유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최고의 자리라는 건 달성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배의 배는 힘든 법이다.
그렇기에 패턴화를 시킨 것은 의미가 있다.
"그 친구 집도 공사를 해야 되는데."
"네, 그렇겠죠!"
"이번에 시공을 너무 잘해주셔서 또 부탁을 드리고 싶거든요?"
"음~ 혹시 다른 BJ분들 또 오세요?"
"아무래도 판교가 교통이 좋잖아요.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한테는 특히 좋고."
시공처럼 말이다.
확실히 보증된 업자.
다른 일거리를 소개해준다면 나를 매개로 좀 더 싸게싸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지.'
지금까지 성공을 했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기대치라는 게 있고, 이를 충족시키면 다른 콘텐츠도 쉽게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예, 그럼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야 감사하죠~ 저희가 소규모 업체긴 하지만 실력은 이미 보신 대로 확실합니다."
"그렇더라고요."
"장인 정신으로, 끝까지 책임지고, 완벽하게 만족시켜 드릴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롤판에서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이미 내디뎠다.
그다음 걸음을 생각해야 할 때다.
'전문 분야지.'
롤BJ들끼리 치르는 팀게임.
대회라고 쓰고, 정치판이라고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