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화
집들이
최근 파프리카TV의 대세는 명백하다.
돈슨 게임의 병크와 보라판의 쇠퇴까지 겹치며 따질 것도 없어졌다.
안 그래도 흥행하던 롤판의 급부상으로 이어진다.
일반 시청자들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영리한물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씨맥님 이번에도 우승하시나요?
"func enterleague {maketeam(lol) if (carry == goodteam) }."
―뭐라는 거야?
―씨언어 모르는 뉴비들 많네ㅋㅋ
―잘은 모르지만 똑똑해 보인다
―역시 씨지맥 ㄷㄷ
러너리그.
수많은 롤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한 번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나는 우승 말고는 해본 적이 없어.'
씨지맥은 러너리그 시즌1의 우승자다.
기껏해야 수백 명에 불과했던 시청자가 우승을 기점으로 수십 배 늘어났다.
만 명도 우습게 넘보는 대기업BJ가 된 것이다.
그러한 씨지맥의 성공 신화는 다른 롤BJ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러너리그 참가팀 게시판』
─롤티처팀입니다. 가족 같은 팀원들 구합니다
─코물쥐팀입니다. 원딜 왕자 키워줄 도구와 백정 구합니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어이 정글! 탑솔러 어서 오고~
.
.
.
수많은 BJ들, 천상계 네임드들이 참가 신청을 한 이유다.
그 수가 족히 수백 명.
러너리그 시즌2는 전 시즌 이상의 흥행이 예고된 상태다.
─러너리그 참가팀들 벌써 치열하네
점수 높은 BJ들 서로 모셔가려고 신경전 장난 아님 ㄷㄷ└당연하지 └까놓고 챌린저 몇 명 모시냐의 싸움인데ㅋㅋㅋㅋㅋㅋㅋ글쓴이― 챌린저랑 다1이 그렇게 차이가 크나?
└최상위 50명이 ㅈ으로 보이냐
이미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로드 오브 레전드는 철저한 팀게임.
즉, 좋은 팀원을 가져간 쪽의 승리 확률이 올라간다.
솔로랭크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
대회에서는 얼마든지 선정할 수 있다.
그 여파는 정식 대회보다 더할 수밖에 없다.
─챌린저 다1 차이 모르는 롤린이들 필독
현재 프리시즌 MMR기준
챌린저 50등― 2350점
다이아1 0LP― 1960점
400점 차이면 대충 실버 플래 차이라고 보면 됨
└ㅁㅊ
└겨우 티어 한 단계 차이인데?
└챌린저가 다이아 우습게 볼 만하누
└다이아1은 50점부터 ㅇㅈ임
프로가 될 만한 인재를 선별한 게 아닌, 그냥저냥한 아마추어들이 뒤섞여있다.
참가 신청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수준 차가 역력하다.
명단만 보더라도 얼추 우승팀이 짐작될 만큼 말이다.
커뮤니티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밀어주고 있는 팀은 두 팀.
─씨지맥 아니면 고전파팀이 무조건 우승하겠는데?
딴 건 둘째 치고 팀원들이 미쳤음
전원 챌린저 아니면 다이아1 90점 이상임ㅋㅋㅋㅋ
└마음만 먹으면 챌린저 다는 애들일 걸?
└쟤넨 LCK 나가야 됨
└팀장들 이름값도 지리지
└진짜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다른 팀들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인이 날고 기어도 팀 게임인 이상 팀빨을 무조건 탄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 아니 맞서기 위해서는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전력이 요구된다.
안 그래도 좁은 등용문이 더욱 선별된다.
─파인애플피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글 오정환 별로임?
"아, 오정환님…… 잘하긴 하지. 앞으로 훨씬 더 올라가실 것 같고. 근데 하;;"
―다1 턱걸이는 안된다?
―아니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해 ㅡㅡ
―억까 ㄴㄴ
―패치노트 안 본 애들 많네
하지만 다크호스.
여러 사건을 계기로 주목 받게 된 오정환은 분명 가치가 있다.
현재 티어 이상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는데.
─롤충필독) 프리시즌 정글 대격변 패치 요약. txt
? 정글
? 개요
― 전체 정글 캠프의 초기 난이도가 상승하였습니다.
― 중립 몬스터 처치의 난이도와 보상이 각 캠프의 대형 몬스터 위주로 재분배 되었습니다.
― 주요 정글 캠프 몬스터의 난이도와 보상이 상당히 증가하였습니다.
― 난이도와 접근성을 고려해, 3개의 주요 정글 캠프 (늑대, 망령, 골렘)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보상이 조정되었습니다.
개백정 메타 ON
└브실골 정글러 처형 당하는 소리 벌써 들리눜ㅋㅋㅋㅋ└아니 미친 거의 두 배가 세졌네 └정글링 가능?
└미드라이너 더티 막으려고 한 것 같은데 애꿎은 정글러들만 ㅈ된 듯
대규모 패치.
LOL이라는 게임에서는 그리 드물지도 않다.
프로게이머들도 영향을 받을지언데 한 가지 플레이 방식을 고집하는 아마추어들은 더하다.
실제로 점수가 크게 떡상하거나 떡락한다.
이번 패치로 정글러들의 순위 변동이 예상된다.
미소를 짓는 초식 정글러들에 반해 육식 정글러들은.
* * *
새롭게 장만한 집.
단순히 기분이 좋고 끝나는 건 BJ가 나아갈 길이 아니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성공했네 ㅎㅎ
"아 회장님…… 회장님 지분이 솔직히 반이죠. 아니, 그 이상이죠! 제 콘텐츠 대부분이 회장님의 후원으로 나온 건데. 회장님 덕분에 제가 많은 시청자분들을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헐겠다 헐겠어
―근데 ㄹㅇ이지ㅋㅋ
―정환이 방송 오래 본 애들은 인정한다
―늅늅!
당연히 방송 콘텐츠로 이용한다.
내가 그동안 작은 단칸방에서 생활해왔다는 시청자들은 안다.
'나는 별 생각 없는데.'
어디서 살든 잠 잘 자고, 밥 잘 먹고, 건강에 이상 없으면 되지.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정환이 클라스가 있잖아?
단칸방은 좀 아니지 않음?
그런 여론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고.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판교면 치안은 확실하네 갠방갤 씹새끼들ㅋㅋ
―와 뻥뻥 터지네
―오늘은 받아야지ㅋㅋㅋㅋㅋ
―진짜 심각하긴 했음 지들이 뭐 된 줄 알고 신상 털고 있고 ―응 니들 같은 그지들은 판교 못 와^^
과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거니와, 쓸데없이 티 내는 것 자체가 좋은 짓이 아니다.
'예를 들어 유재석 선생님이 못해도 수백 억은 있으실 텐데.'
돈 많다고 티를 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나?
떡볶이 먹으면서 몸에 고통을 줘서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켜 계속 먹게 만드는 나쁜 음식이라고 표정에라도 드러낸 적이 있냐는 말이다.
방송인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모습이 있고, 그에 맞춰서 변화를 하는 거지 멋대로 해나가도 되는 시기는 진작에 지났다.
─개추요청) 오정환집 찾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갠붕이 오정환집 찾음. jpg]
가끔 야방할 때 긴가민가 했는데
우리집 근처였눜ㅋㅋㅋㅋㅋ
└대학생이라 근처에 자취하나 보네
└ㄹㅇ 한국대생인가? ㄷㄷ
└지금은 휴학?
└철꾸라지는 똥푸산 대학교인데 이 새끼는 왜 가방끈 기누
유감스러운 사태가 있었다.
BJ의 집주소가 알려지는 게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치안과는 거리가 있는 대학가 인근의 동네다.
방송 중에 노크를 하고 도망가는 등.
실제로 별별 사고가 일어났다 보니 시청자들도 원했고, 나도 그에 따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옮겼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형 난 이게 한계야ㅠㅠ
"환이도 정말 고맙다~. 진짜 초창기부터 오래 봤지."
―크 열혈들 의리 보소
―짤풍으로 열혈 단 환이좌 ㄷㄷ
―벌써 2만 개 터진 듯?
―오늘 받은 거 다 합쳐도 판교서 1평도 못 사는데 깔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가 그러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도 나쁠 것은 없다.
아니, 그 이상으로 살리는 것이 나의 방송적 주특기다.
"아니, 자꾸 몇몇 시청자분들이 집값으로 어그로 끌고 그러는데."
보라BJ의 수익은 분명 많다.
일반 회사원의 연봉을 아득히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0을 2개는 더 붙일 수 있다.
"나도 집값으로 어그로 끌고 싶어! 나도 이거 내 돈으로 산 거 아니라고 X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융자 받았눜ㅋㅋㅋㅋㅋㅋㅋ
―마이너스 통장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돈 나갈 곳도 많았고, 그렇게 작정하고 땡긴 것도 아니다.
말할 것도 없지만 집값 비싼 판교에서 39평짜리 집을 살 여력이 있을 리가 없다.
빌렸다.
쥬아에게.
이는 한 점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다.
타이밍을 봐서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민심을 잡을 수 있는 거지.'
특히 쥬아에게는 중요하다.
범상치 않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편 악당은 좋은 놈이라는 말처럼.
"제 사정이 딱하다고. 치안 좋은 데서 방송하라고 빌려주셨어요. 제 팬분들 한 번씩 가서 팬클럽 가입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보통 신세를 진 게 아니라."
―사정?
―괜히 텐프로 출신이 아니네 ㄷㄷ
―ㄹㅇ 요즘 쥬아 호감임
―아 사정은 쥬아좌 전문 분야 맞짘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은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하루이틀로 가능한 일은 아니어도,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면 충분히 말이다.
'겸사겸사 나도 수금 좀 하고.'
무리를 한 것이 맞다.
하지만 BJ가 시청자의 시선에 맞춘다는 것은, 시청자들도 BJ를 위해서 노력해준다는 것이다.
─보라큰손님, 별풍선 1472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자수성가할 만하지
"집들이풍 일사천리개 감사합니다! 저도 여기서 열심히 방송해서 갚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느낌.
시청자들 모두의 이벤트로 만든다.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원래 BJ의 성공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여하튼.'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
집들이의 콘텐츠의 준비도 서운하게 해놨을 리 없다.
딩동―♪
하나둘 도착한다.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의 정체는.
"오빠 봄이에요 봄이! 봄이가 왔다구요!"
"봄이가 왔어?"
"그런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네
―독보적인 캐릭터……
―봄이가 와썹!
급식을 잔뜩 먹은 봄이가 방방 뛴다.
다행히 방음 처리가 철저하게 되어있어 층간 소음은 문제가 없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집 멀어져서 봄이 자주 못 놀러 오나요? ㅠㅠ
"주말마다 올 거예요. 여기 현대 백화점이 바로 근처거든요. 데려가면 그냥 침 질질 흘리면서 돌아다닐 게 눈에 선하지 않아요?"
"아니에요. 저 그렇게 칠칠맞게 다니진 않아요!"
본래 살던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하지만 신분당선 타면 금방이고, 이만한 넓이의 집을 괜히 산 게 아니기도 하다.
'방학 때는 봄이 방이 되는 거지.'
봄이와의 동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좁디 좁은 자취방과 달리 여러가지 기구들을 준비해뒀기에 다람쥐처럼 굴릴 수 있다.
딩동―♪
물론 다른 기구들도 있다.
나의 여친들, 아니 이제는 확실하게 크루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가 엮인 BJ들이 하나둘 현관문을 두들긴다.
―와 쥬아좌
―여캠 인맥 보소
―리아도 왔네?
―급 떨어지는지 확인하러 왔누ㅋㅋㅋㅋ
집들이인데 당연히 지인을 초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리아, 쥬아는 물론 팬클럽 카페 회장인 서은과 하율이도 오랜만에 찾아왔다.
작은 단칸방에서 여기까지.
한 번 걸었던 행보이기에 큰 감흥은 없다.
그보다 중요한 건 같은 말로에 귀결되지 않는 것.
─롤충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시즌3 패치된 거 봄? 놀 때 아닌 거 같은데 ㄷㄷ
―아 롤충
―롤충 쳐내!
―롤방송 아닌데 그새를 못 참고 기어들어 왔네
―삭제해라 애송이
그 첫걸음이다.
최근 롤방송을 하고 있긴 해도, 여전히 내 방송의 주류 팬덤은 아닌 쪽이고 가끔은 다른 방송도 진행해야 한다.
물론 그쪽 화제가 급하다.
나도 소식을 전해 들었고, 당장 팀을 구하는 것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뭐.'
LOL은 시즌3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