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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256화 (256/846)

256화

로쿠도쿠.

전설적인 1세대 프로게이머다.

'사실 실력적으로는 별 볼일 없는데.'

냉정한 평가긴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이후의 미래까지 알고 있다 보니 단언할 만하다.

그래도 코치와 감독으로 전업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롤잘알이라는 수식어에 충분히 해당한다.

─뽀뽀마렵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상대 프로게이머 로쿠도쿠인데 어캄 ㄷㄷ

"어캄 나이트?"

―?

―싸대기 마렵네;;

―어캄 버스는 ㅇㅈ이지

―아니 진짠데 설마 로쿠도쿠 모르나?

그런 그가 상대로 걸렸다면 난감한 일이다.

얼핏 그렇게 보일 수 있으나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프로게이머니까 실력도 좋고, 운영이 되는 오더형 원딜이고 기타 등등.

그래봤자 숟가락은 숟가락이다.

퀴리릭!

프로 숟가락의 케이클린.

라인전 운용법을 잘 알고 있다.

Q스킬로 라인을 쭉쭉 푸쉬하며 견제까지 동시에 진행한다.

'그래서 어려워.'

내가 괜히 케이클린을 하면 안된다고 한 게 아니다.

라인전 이기는 걸 베이스로 정글 드리볼과 돌려깎기 운영까지 물 흐르듯 이어져야 한다.

물론 고급 숟가락.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플레이를 하겠지만 해내는 건 별개의 문제다.

과연 머릿속 플레이를 현실로 옮길 수 있을지.

"여보."

<낭군!>

"여보가 아침에 차려주는 밥 먹으면 진짜 맛있겠다."

<나 빵 먹는다.>

"……."

―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빵이지 ㅄ아

―어우 주접

―찬 투정하다 숟가락으로 처맞아봐야 정신 차리지 ㅉㅉ

대충 그런 이야기다.

* * *

진행되는 라인전.

시즌2는 물론 한국 서버가 생기기 이전부터 숱하게 진행해왔다.

'다딱이 도구 새끼들이 그럼 그렇지.'

마음에 안 든다.

팀에게 요구치가 높다.

서포터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해줘야 되는데.

"아니, X발 다딱이 새끼들은 이래서 다딱이라니까? 왜 싸움 걸 생각을 안 하지? 저쪽 시야는 왜 안 먹고? I don't get it!"

―그게 되면 프로하겠죠ㅋㅋㅋ

―진정해

―로쿠 빡쳤네

―이미 바텀 충분히 바르고 있음!

원하는 대로 게임이 되지 않는다.

단순한 라인전 리드, 무난한 승리가 아닌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 좀 시야 먹고, 견제 빡세게 넣다가 점화로 킬각 한 번 잡으면 되잖아? 왜 X발 앞에서 알짱거리기만 하는 거야!'

그럴 수 있는 길.

로쿠도쿠에게는 보인다.

같은 것을 보지 못하는 서포터에 대한 원망이 치솟는다.

아니, 백정 새끼.

정글러도 이기고 있는 바텀에 전혀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팀원이 없다.

탕! 탕!

조급한 로쿠도쿠는 한 발 더 내디딘다.

견제를 보다 빡세게 넣어 다이브 킬, 혹은 웨이브 이득이라도 볼 심산으로 말이다.

사거리 차이로 두들겨 팬다.

피지컬 차이가 이를 가능케 만든다.

적 미스 포텐의 체력을 유의미하게 빼놓긴 했지만.

'Fuck up!'

욕심이 됐다.

미니언 앞으로 한 발짝 나온 순간.

기다렸다는 듯 날아온 그랩에 식은땀이 흐른다.

─타락한열무김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랩 ㅇㅈ?

"……."

―올

―실수하니까 아가리 닫는 거봐ㅋㅋㅋㅋ

―방금 날카로웠다

―풀리츠는 그랩만 잘하면 되긴 하지

만약 맞았다면 포탑 안쪽으로 끌렸다.

딱히 그 아찔한 미래를 생각해서 입을 닫고 있는 것이 아니다.

[05:49] 로쿠도쿠 (케이클린): 차르반 4세 ― 생존

[05:50] 로쿠도쿠 (케이클린)님이 지원 요청을 보냄!

다음 그림.

미스 포텐의 체력을 빼놓았다

귀환 타이밍을 주지 않고 킬각을 본다면 점멸을 빠진 것 따윈 손해도 아니다.

아니, 설계다.

로쿠도쿠의 핑을 듣고 정글러가 온다.

차르반 4세가 드디어 갱다운 갱을 실현시킨다.

쿠! 챠앙!

깃창이 그어진다.

미스 포텐을 예쁘게 띄운다.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그려진 것에 만족하며 덫 호응을 하려던 찰나.

퍼억!

풀리츠크랭커의 핵펀치가 안면을 강타한다.

점멸 펀치와 코앞에서 연계하는 그랩은 피격 당한 시점에서 피할 수 없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어진 리심의 음파.

역갱까지 당하며 큰 손해를 본다.

미스 포텐을 데려간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전설의7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0.5 매라 인정하십니까?

"Shut up! 고철 깡통은 그냥 뽀록이야 뽀록!"

―개빡쳤네

―뽀록에 뒤진 프로게이머가 있다?

―오정환 역갱이 지렸지

―로피셜) 매라는 뽀록이다 ㄷㄷ

완벽하게 게임을 굴리지 못한 탓이다.

자신이 핑을 찍기 전에 갱각을 봤고, 그 이전에 서포터가 라인 압박을 제대로 했다면.

'아 매라 새끼 풀츠 하지 말라니까. 충 양산시키고 있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게 없다.

하지만 게임은 진행되고 있고, 여전히 할 만한 것은 사실이다.

CS 차이를 벌려뒀다.

정글러도 슬슬 말을 듣기 시작한다.

풀리츠도 점멸이 빠졌으니 다음 교전에서 반드시 이긴다.

퀴리릭!

케이클린이 가진 픽의 이점.

푸쉬력과 사거리 차이로 상대를 점점 몰아넣는다.

유리한 바텀 구도를 만들어두었으면 나머지는 백업 싸움.

[08:11] 로쿠도쿠 (케이클린)님이 지원 요청을 보냄!

[08:11] 로쿠도쿠 (케이클린)님이 지원 요청을 보냄!

[08:13] 일반백정 (차르반 4세): 바텀 왜케 징징댐

[08:14] 일반황족 (트와이스 페이크): 로쿠도쿠임

[08:15] 일반황족 (트와이스 페이크): 오더 듣자

[08:17] 일반백정 (차르반 4세): 그럼 ㅇㅈ

미드&정글을 불러 조져 놓는다.

트페가 시야를 밝히고, 차르반이 몸을 대고 자신이 딜각을 잡으면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다.

'적 정글이 있든 말든.'

시청자들은 잘한다, 부캐다 호들갑을 떨지만 프로게이머인 자신의 눈에는 별 차이 없는 다딱이 한 명이다.

라인전 설계부터 이어진 오더 한 번이면 결정타를 박을 수 있다.

점멸도 돌아왔기 때문에 변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쿠우!

갑작스레 번쩍이는 화면.

마우스를 움직였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아니,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

"What the Fuck?!"

―뭐야?

―방금 왜 죽음?

―????

―배달 당한 거임?

눈 뜨고 코 베이듯 배달 당했으니까.

프로게이머든, 일반인의 눈이든 별 차이는 없었다.

* * *

숟가락이 가진 존재 의의.

식사를 하기 위함임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빵이든 밥이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근데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자꾸 투정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

외국은 몰라도 한국에서는 대가리를 한 대 맞는 게 불문율이다.

이~쿠우!

이렇듯 말이다.

바텀 다이브.

미드&정글을 부른 설계는 괜찮지만 그 장본인이 빈틈 투성이다.

점멸+ 와드 방호로 접근한다.

그리고 범의 일격.

음파를 맞히고 다시 제 위치로 돌아와 버릇없는 숟가락을 꺾어버린다.

─샘표참기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뭐임? 번쩍 하더니 케잉 골로 가네 ㄷㄷ

"100개 감사합니다. 인섹킥 아시잖아요. 비슷한 거예요."

―인섹킥 한 거임?

―?

―뭔가 다른데

―뭐지 리플레이 보고 싶네 ㄷㄷ

식사(게임) 중에 숟가락이 할 수 있는 건 어떤 반찬을 먹을까 뻗는 것 뿐이다.

지가 요리사도 아니고, 미식가도 아니고 깨작깨작 하고 있으면 처맞아야지.

'물론 맞은 방법이 조금 억울할 수도 있어.'

갑자기 숟가락이 날아와서 대가리에 꽂혔으니까.

인섹킥 비스무리한 것.

표현 자체는 맞지만 조금 미래의 것이다.

사거리 900지점에 와드를 선입력하고 점멸+방호.

상대가 반응할 틈을 주지 않고 거리를 좁히는 잡기술의 응용이다.

<낭군!>

"여보."

<나 잘했다?>

"사랑해."

<?>

물론 이는 여름이 박은 와드에서 이어진 것이다.

앞선 교전의 승리 후 장악한 시야를 통해 적의 움직임을 미리 감지했다.

그래서 일점 돌파를 할 수 있었다.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케잉을 차버렸다.

여름이 그랩으로 엄호해주며 생존까지 이어졌다.

'와드를 기준으로 게임을 하면 다 보이게 돼있어.'

마챌 유저들은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특출나게 좋아서?

그럴 리가 없다.

만약 그렇다면 유망주들이 프로씬 가서 고생하지도 않겠지.

솔랭 운영은 와드 하나로 끝이다.

와드를 박는 법과, 이용하는 법을 깨치자 운영과 플레이도 발전에 가속도가 붙는다.

퀴리릭!

두 번 죽은 케이클린.

여전히 라인을 밀고 있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슬슬 풀리츠의 앞무빙이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총도 살살 맞으면 안 아프잖아.'

근접 서포터의 기본적인 라인전 노하우다.

상대가 앞무빙에 쫄아서 한 발 뒤로 뺐다?

평타 한 방을 덜 넣었다는 소리다.

여름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이전부터 롤을 해오면서 말이다.

더욱이 풀리츠크랭커는 그녀의 모스트1 챔피언.

뚜루룽~♬

부스터를 켜고 위협한다.

상대의 무빙을 제한시킨다.

빼는 척 방심을 시키고 기회를 한 번.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어디까지나 확률 문제다.

롤은 가챠겜이니까.

그중에서도 가장 운빨을 심하게 타는 챔피언이다.

―여름좌 솔킬ㄷㄷ

―저걸 그랩을 맞히네

―로쿠도쿠 뽀록 터진 거라고 X랄함ㅋㅋㅋㅋㅋ

―걔는 매라신 그랩도 뽀록이래

시야와 주도권 등.

기타 여러가지를 통해 확률을 높일 뿐이다.

차곡차곡 단계를 밟았으니 운이라 볼 게 아니다.

'물론 매라는 뽀록이야.'

원래 안 맞는 건데 실력으로 맞혔으니 뽀록 맞지.

말도 안되는 그랩을 성공시켜 게임을 캐리한다.

여름은 할 수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기본기를 착실하게 쌓아나가고 조커 카드를 하나 들려주는 것.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또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빨리 보람을 맺고 있다.

적 숟가락의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전설의7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로쿠도쿠 자존심 때문에 인정 안 하는 중ㅋㅋㅋㅋㅋ

"그래요? 누가 봐도 그냥 잘하는데 왜 논란이 나는 건지 모르겠어. 시기하는 건가?"

―여혐이라

―로쿠도쿠 그 새끼 명언 많음ㅋㅋ

―부러워서 그러는 거지

―요즘 세상에 남녀를 구분하네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생각을 하냐?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엄밀히 따졌을 때 틀린 말이 아니다.

여자는 체력이 부족하다.

남자만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무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내린 내용이니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은 킹쩔 수 없지.'

그 외에도 여성을 우습게 보는 사회적 편견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Sanhujoriwon 등 전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관으로 장시간 억류하기도 한다.

일개 국민인 내가 아니라고 한다고 아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구분하는 것도 애매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여보."

<낭군!>

"피곤하면 내일 할까?"

<아니다! 아니다! 나 팔팔하다.>

"내일 PC방에서 만나서 오붓하게 하는 것도 괜찮으니까."

"……."

―딱 걸렸쥬?

―작작 좀 주접 떨지 ㅉㅉ

―ㅋ

―선 그이는 거 사이닼ㅋㅋㅋㅋㅋㅋㅋ

외국 여자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상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성별을 떠나서 충분히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방법도 알고.'

여성 유저들은 공격적인 플레이에 능하다.

게임을 못한다고 의존적이고 수비적인 플레이를 시키는 건 악수.

이는 바둑과 장기의 여류 기사들을 통해 검증이 된 사실이다.

롤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다는 걸 이전 생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았다.

다이아1을 향한 여정.

단순한 버스가 아닌 진짜 실력이 무르익고 있다.

다른 쪽은 여전히 시간을 들여야 할 듯하지만.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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