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화
숟가락을 분지르는 법
철은 온도에 따라 팽창한다.
기찻길 사이에 있는 틈새는 이러한 금속의 특성 때문으로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철로가 늘어날 것을 대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숟가락의 기분이 어떨지는 확인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솔솔솔 솔솔솔 솔솔솔 솔솔솔 시시시 시시시♬」
숟가락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어떤 창의적인 징징거림을 해올지.
유리 겔러가 어째서 항상 숟가락을 휘었는지 온갖 생각이 교차하던 차.
<여보세요…….>
조금 맥아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화를 받은 코물쥐는 숟가락 들 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일어났어요? 왜 이렇게 죽는 목소리야."
<말도 마세요. 진짜 죽을 것 같아요.>
다이아1을 못 찍은 걸 빌미로 어쩌고저쩌고.
숟가락 특유의 무논리를 구사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필연이지.'
남을 신경 쓰기에는 자기 앞가림도 힘든 형편이다.
수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공언을 한 여파.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이 궁금해요?"
<아이씨……, 친추 50개씩 와있고 솔랭 돌리면 팀이 패드립 하고 너무 힘들어요.>
여름의 티어가 올라갈수록 코물쥐의 입지는 작아진다.
개중에는 잘못된 팬심으로 나쁜 관심을 주는 이들도 있다.
'근데 뭐 자업자득이잖아.'
이 시절 코물쥐는 스트리머가 아니다.
오히려 스트리머의 게임을 저격해서 방송을 훼방하는 악질 유저로 악명이 높았다.
나쁜 이미지 + 나쁜 행동.
두 가지가 겹치며 일어났다.
적어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 억울한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큰 소리 쳤으면 감수하셔야죠."
<아, 근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죠. 어쩌다 커뮤니티에 내 아이디 보이면 다 욕이야.>
그가 욕을 먹는 이유는 실력적인 부분도 있지만 BJ팬들의 원성도 한몫한다.
거기에 밉상짓까지 했으니 욕을 안 먹기도 힘들지.
'욕을 먹는다는 게 진짜 상상 이상으로 힘들어.'
괜히 보라판에서 싸움이 나고, BJ들 중에 우울증이 많고, 가끔씩 극단적인 사태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게 아니다.
악의라는 것이 피부를 찌른다.
본인이 그 짓을 했다 보니 동정의 여지가 없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을 했겠지만 나는 BJ다.
사건이 일어나면 방송으로 살릴 수 있는지부터 체크한다.
"욕 먹는 게 그렇게 싫어요? 나는 맨날 먹는데."
<님은 BJ니까…… 익숙하니까 그렇죠. 저는 살면서 욕은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먹은 게 끝이에요.>
"그럼 님도 BJ 하세요."
<……네?>
간단한 이야기다.
* * *
여름의 급부상과 반비례하는 화제.
코물쥐는 커뮤니티에서 타격감 있는 샌드백 역할을 도맡고 있다.
─코물쥐 존나 웃긴 게ㅋㅋㅋㅋㅋ
아무리 티어 올리기 전이었다고 해도
지랑 똑같은 실력대인 여름한테 하루종일 징징댐
└ㄹㅇ
└팩트) 그 새끼는 솔랭에서도 그런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 거지
└원래 못하는 새끼들이 남탓 많이 함ㅋ
내뱉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의 실력을 평가 절하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 행실부터가 눈밖에 나있었다.
오정환팀의 악당 포지션.
팀의 인지도가 상승할수록 할 일도 많아졌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무겁다고 느껴질 만큼 말이다.
『'코물쥐' 검색 결과』
─코물쥐는 왜 나대는 거냐?
─코물쥐 vs 여름좌 승률 비교
─이 와중에 코물쥐 3연퍀ㅋㅋㅋㅋㅋㅋ
─솔랭에서 코물쥐 같은 원딜 만나면 무조건 짐
.
.
.
커뮤니티다.
단어를 골라서 사용할 리 없다.
남들이 까니 나도 까는 깨진 유리창 여파가 심각하다.
그렇게 본의치 않게 인지도가 쌓인다.
그 방향은 부정적.
하지만 방송이라는 것은 항상 어그로로부터 시작된다.
「LOL) 코물쥐. The World Class AD Carry 방송 시작합니다.」_ ?1, 135명 시청
코물쥐의 방송 데뷔.
예고도 없는 시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벌떼처럼 몰린다.
─비둘기치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남탓쥐 방송 시작했누ㅋㅋㅋㅋㅋㅋㅋ
"팬가입 감사하긴 한데 뭐가 남탓이라는 거지? 내가 잘하는 원딜러니까 그 수준에 맞는 서포터를 원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
―헐
―상상 이상의 또라이네 ㄷㄷ
―진지하게 말해서 개웃겨!
오정환팀이 방송을 하고 있지 않다.
그 말인즉, 화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일 장소가 정해진다는 이야기다.
─코물쥐 이 새끼 진짜 '찐'인데?
컨셉인 줄 알았는데
진짜 자기가 잘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음
└진짜로?
└X발 그 실력에???
└진짜면 개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하게 남탓한 거였구나……
바이럴 마케팅.
시청자 몰아주기.
특정 BJ의 방송을 띄워주기 위해 이따금 쓰이는 전략이다.
하지만 결국 한계는 있다. 떠먹는 장본인이 잘해야 한다. 코물쥐는 어떤 면에서 천부적인 방송 재능을 가졌다.
[31:20] 잘하는백정 (아모모): 원딜님 님 물리면 짐
[31:23] 잘하는백정 (아모모): 토이치 점멸 ― 298초
[31:24] 잘하는백정 (아모모): 토이치 점멸 ― 297초
[31:24] 잘하는백정 (아모모): ???
"아 ㅇ치려다가 ㅈ같네! 아 왜 말을 걸어? 나 한타에서 죽으면 아모모 탓이야."
―네?
―이걸 남탓각을 보네
―d점멸이 이래서 위험합니다
―습관적 남탓……
남탓.
분명히 나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기BJ의 상당수가 남탓을 입에 달고 산다. 일반 유저A로서는 쓰레기 같은 성향도 BJ로서는 다를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코물쥐보면던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거 진짜 코에요?
"그럼 가짜코도 있어요?"
―저게 사람 코라고?
―와
―괜히 코물쥐가 아니었네
―콧구멍에 500원짜리 몇 개 들어가나요?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캐릭터성.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는 이를 신기하게 만드는 생김새가 방송의 분위기를 코믹하게 만든다.
─팔이 무슨 해골 뼈처럼 앙상하네
─다리에 겨드랑이털 붙여 놓은 거 맞지?
─코물쥐 쟤 왜 물을 코로 마시냐
─어떻게 사람 코가 저렇게 클 수가 있지 ㄷㄷ
.
.
.
커뮤니티의 열띤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자리 잡는다.
* * *
BJ.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말이다.
'뻔뻔해야 돼.'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결코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가히 비할 바 없는 인재다.
─코물쥐는코가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 코물쥐 실물 공개돼서 난리도 아님ㅋㅋ
"그래요? 잘생기셨나 보네."
―코 존나 큼!
―코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원딜 코가 대단하다
―보면 깜짝 놀랄 걸?
여러모로 말이다.
미래에 그가 스트리머로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딱히 대수롭지는 않다.
'진짜 놀랄 건 그게 가짜코였다는 사실이지.'
차후 2023년에 밝혀진다.
관심을 끌기 위해 다이소에서 샀다. 밝힐 타이밍이 늦어졌다고 용서를 구하게 된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연하다. 사람 코가 그렇게 생길 리가 없잖아.
콧구멍에 500원짜리가 5개는 들어가겠는데.
─환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연습한다면서 왜 이렇게 늦게 옴? ㅡㅡ
"어젯밤에 여름이 도저히 놔주지를 않더라구요. 내가 너무 좋다는데 어떡해."
―나 생방으로 봄
―ㅓㅜㅑ
―체력 쩔긴 하더라ㅋㅋ
―스키를 좋아하는 거 맞죠?
전신 성형이나 캠빨 등에 비하면 별 일은 아니다.
코가 대단한 건 그 만화가 하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방송이다.
어그로는 많을수록 좋다.
각자 방송을 하는 편이 여러가지 스토리도 짜이기 쉽다.
<방송 생각보다 재밌네요! 근데 나까지 방송하면 우리팀 다 방송하네?>
"자이스키님도 방송을 해요?"
<예, 그 형도 방송하죠! 니코니코 동화라는 곳에서.>
일본의 유튜브 같은 사이트다.
그 나라는 워낙 갈라파고스라서 방송적 접점을 찾기 힘들다는 게 아쉽다.
'언어의 장벽은 쓸데없이 높고.'
심지어 한 명이 아니다.
여름 또한 외국인.
하나의 팀으로서 합을 맞추기에 난해한 구석이 생긴다.
─롤방송만봄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다국적팀 미쳤네ㅋㅋㅋㅋㅋ
"2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한미일 연합ㅋㅋ
―여름이 티어가 문제가 아님
―아 진짜네
―급박할 때 의사소통 힘들어질 거 같은데……
그렇기에 방송으로 살리기는 더 훌륭하다.
그동안 여러가지 콘텐츠도 진행한 덕에 롤판에서도 인지도가 늘었다.
'한국인 두 명, 미국인 한 명, 일본인 한 명에 숟가락이 한 개라.'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보통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단순한 예능으로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 오셨어요? 한 명씩 대답 좀 해주실래요?>
<알겠다! I see.>
<分かる.>
<솔솔솔.>
<왔습니다!>
본격적인 팀 연습을 시작한다.
지난 번과 달리 여름도 다이아2라는 부족함 없는 자격을 손에 쥐었다.
─라면티백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오합지졸이 따로 없네
"오합지졸 무시하지 마세요."
물론 그것과 상관없이 한없이 부족하다.
팀의 전력은 평균을 밑돌고, 의사소통 문제도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근데 어차피 말이 안 통하게 돼있어.'
내가 프로게이머는 아니지만 경험이 많다.
특히 파프리카TV는 멸망전 등 BJ들의 대회가 숱하게 열린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
어차피 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차라리 말을 안 해주는 편이 속 편할 수 있다.
"근데 우리가 저번에 해보니까 합은 그런대로 잘 맞는 것 같아요."
<竹島は日本の領土.>
"안 본 동안 개인 기량도 물이 오르신 것 같고. 물론 독도는 우리땅."
그런 실례가 현실에서도 많다.
구체적으로는 아베 정권이라던가 스가 정권이라던가.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우리팀은 깔끔해.'
일단 탑은 말이 안 통한다.
여름은 내 사람이고, 의진맨도 그에 준한다.
소거법으로 따졌을 때 남는 것은 숟가락 하나.
<이이잉~ 기모링~!>
"우리가 이제 진지하게 팀의 시너지를 끌어올려야 하니까."
<이이잉~ 기모링~!>
"닥쳐 이 개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리액션 한다고 정신 없음
―빡치게 하는 재능 하나는 원탑임ㅋㅋ
굉장히 큰 문제다.
다른 포지션도 아니고 원딜.
후반 캐리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그걸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겠냐고.'
10킬을 먹여도 5데스 한 데프트보다 딜각을 못 잡는다.
그렇다고 소외시킨다?
레고 장판 위에서 온몸을 구른다.
그것이 코물쥐.
원딜러로서 가성비가 창렬이 형님도 정색할 수준이다.
솔랭에서도 폐급인 원딜을 데리고 대회에 참가한다.
"코물쥐님도 이제 평소처럼 남탓하고 그러면 안 돼요."
<아, 네…….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우리가 팀이잖아요.>
<네!>
"우리 모두의 탓이라고 생각을 하셔야 돼요."
<오~>
―오
―ㅇㅈㅇㅈ
―팀게임 기본 마인드가 다르네
―면제겜 공대장 괜히 한 게 아니지ㅋㅋㅋㅋ
근데 반대로 프로는 가능할까?
모든 프로 원딜러들이 데프트만큼 딜각을 잘 잡을까?
만약 비슷한 수준이 많았다면 무호흡 딜링, 일인군단 이런 독특한 별명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원딜러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꼭 데프트를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없다.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정점에 오를 수 있고, 코물쥐가 가야 할 방향은 적어도 그쪽과는 거리가 멀다.
"자이스키님 잘하시죠?"
<그 형 실력은 제가 보증하죠!>
"여름이도."
<아~ 리스펙트 합니다.>
"의진맨님은 이번에 다이아1 95점 찍었던데."
<그때는 먹방BJ이신 줄 알고……. 잘 몰라서 까불었습니다 헤헷.>
"우리 모두는 잘하니까 이제 못하면 다 코물쥐님 탓이에요. 아시겠어요?"
<?>
예절을 주입시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