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화
코물쥐는 못하는 원딜러가 아니다.
'애초에 못하면 다1에 안 있지.'
물론 실력은 상대적인 거고, 다1 안에서도 고수, 정상, 폐급이 나눠지지만 그래도 기본기가 일정 이상은 된다는 방증이다.
아니, 그 이상으로 괜찮다.
생각보다 라인전도 잘해.
생각보다 한타도 잘해.
생각보다 합류도 잘해.
문제는 이게 다 생각보다라는 점이다.
"근데 어떡하죠?"
<뭐가? 뭐가요?>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돼야 하는데 탑분이 한국말을 아예 못하시니까."
<竹島は日本の領土.>
"자꾸 아베 정부의 입장도 대변하시고."
팀랭크.
지난 번에 하던 것의 연속이지만 수준이 훨씬 높다.
다이아1이 모여 5승 0패로 배치를 끝내면 MMR이 엄청나게 뻥튀기된다.
단순히 체급 차이로 찍어 누른다?
이전까지의 패턴이 먹히지 않게 된다는 소리다.
팀랭크 전문팀을 상대로 이기려면 우리도 팀게임을 해야 한다.
<자이스키형 말은 제가 통역하겠습니다!>
"일본어 되세요?"
<페이트 제로 감상하면서 일본어를 좀 배워 가지고.>
"아, 네."
―페이트 제로는 킹정이짘ㅋㅋㅋㅋ
―네다^^
―우웩!
―코물쥐 씹덕이었음? 호감이네
물론 일일이 피드백을 주고 받자는 건 아니다.
그 정도까지는 갈 필요도 없다.
'기본적으로 레이드랑 똑같아.'
자기 역할을 알고 수행하면 된다. 다른 포지션은 큰 걱정 안 한다. 코물쥐는 알아도 못해서 문제지.
<아니, 진짜 저도 씹덕 극혐이에요.>
"그래요?"
<페이트는 씹덕 맞는데 페이트 제로는 아니에요. 재밌어!>
"네다씹."
저 페이트 제로에 보면 나의 몸은 검으로 되어있다.
그런 개소리를 지껄이는 캐릭터가 하나 굴러다닌다.
'코물쥐는 몸이 숟가락으로 되어있어.'
분명히 괜찮게 한다.
팀 입장에서 그렇게 나쁜 원딜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올라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팀랭크 6번째 판.
배치가 끝났기 때문인지 수준이 높다.
다이아 1, 2티어가 혼합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적당히 템포 조절하면서 시찰해볼까.'
이러한 팀 게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 보니 대충 안다.
솔랭 전사가 팀게임을 하면 십중팔구 소극적으로 변한다.
솔랭처럼 안되면 말고~
그런 식의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회에서 LC게이가 왜 나오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초록색, 좋은데~?」
바텀 라인.
무난하게 흘러간다.
라인전이 센 타입도 아니고, 픽도 아니다 보니 기대도 없긴 했지만.
'그럼 무난하게 커서 캐리할 수 있는 실력이야?'
아니면 적절한타이밍에 합류해서 운영적으로 터트릴 수 있나?
조금 신기할 정도로 어느 것 하나도 해당 사항이 없다.
잔인한 것은 안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내가 괜히 승리 공식을 누누이 강조한 게 아니다.
"바텀 갱각 나오는데."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미드 갱각도 나오거든요? 바텀 킬 주면 캐리할 수 있어요?"
<아, 하죠. 하죠. 예…….>
솔랭이었으면 박박 우겼을 코물쥐의 말꼬리가 축 늘어진다. 팀게임에서 킬을 몰아준다는 건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코물쥐의 문제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야.'
수천, 수만 판을 하고도 같은 티어를 맴돈다.
얼핏 자기 수준에서 잘 논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상계에서는 오히려 특이하다.
적어도 한 번은 온다.
자신을 위한 메타가.
이때 흐름만 잘 타면 챌린저도, 랭커도 꿈이 아니다.
근데 코물쥐는 향후 10년이 넘도록 자기 구간에 짱박혀있다.
뉴트리아 마냥.
오랫동안 게임을 해왔음에도 전성기라는 게 없었다.
쿵!
여름의 날카로운 호응.
기다렸다는 듯 내리치는 점멸Q가 적 배인을 띄운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갱킹을 성공시킨다.
'이런 게 없잖아.'
잘하는 게 있어야 메타 시너지에 힘입어 점수가 오를 수 있다.
팀 입장에서도 기대하는 플레이가 생긴다.
반대로 솔랭에서는 아군한테 기대 안 한다.
하, 제발 못하지만 마라.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나쁜 원딜은 아니라는 것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게임은 이긴다.
아직은 수준 차이가 난다.
바텀 갱킹에 미드 솔킬까지 더해지자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서렌 치네요."
<아 쉽지~.>
<簡? じゃない.>
<캐뤼~!>
그것이 앞으로는 안 먹힐 뿐.
프로 대회에서 해설자들이 괜히 승리 공식~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팀 게임 한 번 뛰어보면 절감해.'
막막한 안갯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솔로랭크야 서로 다 팀원들이 어떤지 모르지만 팀 게임은 서로를 안다.
중심과 방향성을 잡은 팀.
그냥 막무가내로 부딪히는 팀.
둘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첫 판은 연습이고. 슬슬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잖아요."
<竹島…….>
<대충 예.>
"우리도 이제 솔랭식 스타일 말고 팀플레이를 해야 될 것 같거든요?"
―맞지
―다른 팀들은 벌써 함
―자이스키는 뭐라는 거임?
―다케시마 아시는구나! 대나무섬이라는 뜻으로 독도에는 대나무는 커녕 일반 나무도 자라기 겁.나.어.렵.습.니. 다
누구나 알고 있는 개념이다.
실제로 하는 게 골치 아플 뿐.
가장 간단한 길은 LCK에도 많이 나오는 바로 그것이다.
"코물쥐님."
<이이잉~ 기모링~!>
"바텀 키워주면 캐리할 자신 있죠?"
<아 그런 걸 뭘 물어요~ 원딜 차이 딱 대!>
<저도, 탑도 스타일상 버티는 게 좀 더 편하긴 해요. 물론 딸 수 있으면 따고.>
원딜 키우기.
모든 원딜러들의 로망.
첫 판을 이기고 자신감이 차오른 모양이다.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광경을 체험시켜준다.
'한번 해봐.'
주제 파악부터 시킨다.
* * *
오정환팀과 마찬가지로 진행된다.
러너리그 참가자들이 꾸린 각각의 팀들도 당연히 연습을 한다.
─오쿠좌 캐리력 미쳤는데?
─씨지맥 ㅈㅅ 2스택ㅋㅋㅋㅋㅋㅋ
─고전파 연습 귀찮다 선언ㅋㅋㅋㅋㅋㅋㅋㅋ
─빼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 ㄷㄷ
.
.
.
대부분의 팀에는 BJ가 한 명씩은 껴있다.
연습의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피닉스팀KR 존나 웃기네ㅋㅋㅋㅋ
랄루: 아 정글 그만 좀 빼먹으라고!!
피닉스김: 빼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
랄루: ?
실시간 개소리 싸대는 중ㅋㅋ
└역시 롤갤 대표 염색팀ㄷㄷ
└똥이 입으로 나오누
└코리아나 하면 QWE 마렵긴 하지ㅋ
└얘네 팀명부터가 대리 대놓고 홍보함
잘하는 팀원끼리 뭉쳤다고 끝이 아니다.
일련의 사실은 LCK만 보더라도 모르기가 더 힘들다.
아니, 당연하다. 팀게임에 팀워크가 빠질 수 없다.
최근 시청자들이 가장 주목해서 보고 있는 포인트다.
─현재 러너리그 우승 후보팀들 요약. txt
씨지맥팀― 미드&탑 돌아가면서 캐리 중ㄷㄷ
고전파팀― 연습 필요성 못 느껴
피닉스팀― 더티 파밍 때문에 내분 났는데 컨셉 같고 미드&정글이 개셈원딜킹팀― 오쿠 키우기로 가닥 잡은 듯.
.
.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아마추어 중에서 탑급의 인재들이 모였다.
러너리그의 상위권팀들은 사실상 프로에 준한다.
시청자들의 관심도 진지하다.
네임드들이 모였을 때 시너지.
팬들 입장에서는 항상 궁금해 마지않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Best Comment]― 챌린저팀들 빡연습하는데 왜 아무것도 안 하는 고전파팀이 제일 세보이냐? 乃174└ㄹㅇㅋㅋ
└근데 저러다 한 번 데일 거 같음
└내 생각에는 저 팀으로 러너리그 우승하고 롤챔스 우승하고 롤드컵 제패한 뒤 무패 우승도 한 번 찍을 거 같은데?
└X랄 마라 고갈 새끼야 말이 되냐 그게
└지가 써놓고도 웃길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러너리그의 연습 과정은 커뮤니티의 최대 화두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이 쏠리는 팀.
연이은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팬을 모은 오정환팀임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물론 기대치가 높지는 않다. 챌린저가 단 한 명도 없을 뿐더러 여성 유저까지 꼈다. 예능 쪽에 초점을 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보고 있지만.
─오정환팀은 뭔가 괜찮은 것 같으면서 애매하네
――――――――――――――――――――――――――――+팀(5v5): 오정환팀
전적― 12승 6패
티어― DIAMOND Ⅰ 17LP
+――――――――――――――――――――――――――――라인전 단계는 잘 푸는 거 같은데 항상 마무리가 아쉬움└12승 6패면 괜찮은 거 아님?
글쓴이― 배치 5승 포함
└아 그렇네
└사실상 이후로 반반했구나
그 말이 실력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크호스.
언더독의 유쾌한 반란을 내심 기대하는 팬들이 존재한다.
<잘 먹겠습니다!>
<네이스~.>
<너무 맛있다~!>
<다 죽여 cex~!>
<롤 너무 재밌어~.>
과정이 수월하기도 했다.
여름의 성장.
물이 오른 팀의 경기력.
원딜을 중심으로 한 팀워크 형성까지.
라인전 단계에서는 이겼다고 확신을 해도 될 만큼 분위기가 좋은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원딜러인 코물쥐를 폭풍 성장시킨다.
<어? 아 X발…….>
<아니, 아 아니!>
<어 아니?>
<와……, 이게 이렇게 돼버리네.>
<아니, 잠깐만?! 이게 닿아?>
그것이 의미가 없어서 문제다.
후반 캐리인 원딜러를 잘 키웠음에도 게임의 마무리가 지지부진하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아니, 이거 하…… 조금만 기다려주지. 저 올라오고 있었는데.>
<봤는데 바론 상대가 치고 있어서.>
<저희 안 들어가면 졌어요.>
<아니 그래도 하;;>
―지가 왜 답답해 해?
―아 혈압
―저 새끼 칼부 먹으면서 올라옴ㅋㅋㅋ
―코물쥐 또 너야?!
본인 빼고는 다 안다.
흡사 트루먼 쇼가 펼쳐진다. 명석했던 주인공과 달리 코물쥐는 상영 시간이 끝나가도 답을 찾지 못한다.
단순한 실수, 혹은 팀의 탓이다.
평소 하던 변명을 그대로 읊는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렇게 해서라도 결과가 나오면 괜찮겠지만.
<아, 레드 너무 빨리 먹는 거 아니에요?>
<드세요. 먹고 캐리하면 상관없죠. 캐리하면.>
영 신통치 않다.
괜한 자존심까지 내세우며 팀 분위기까지 일촉즉발의 사태로 만든다.
사실상의 시한 폭탄.
팀원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눈치 챈다.
지금이 폭풍 전 고요에 지나지 않다는 걸 말이다.
─피자배달부시비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상대 챌린저 오쿠 있는 원딜킹팀인데 캐리 가능?
<당연하지~ 우리가 조합도 좋고 내가 킬 한두 개만 먹으면 충분히 쓸어 담지.>
―??
―네?
―자신감 하나는 머단하네
―갈고리 수집가
하지만 자존심이 있다.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싶다.
잘하는 상대를 잡는다면 가능하다. 여름이 로쿠도쿠를 이겼듯 말이다.
챌린저 원딜 오쿠를 상대로 꿋꿋하게 내세운 선전포고는 방아쇠가 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아군을 죽이는.
원딜킹팀도 원딜 키우기 색깔의 팀이다.
한타는 양측의 원딜러를 지키는 구도로 귀결된다.
꾸웨엑!
퉤! 퉤! 퉤! 퉤!
오쿠의 꼬그모는 성난 알파카처럼 침을 찍찍 뱉는다.
코물쥐의 토이치는 매번 물리고 시작해 서바이벌부터 찍는다.
─코물쥐 씹새꺜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팀 다죽이눜ㅋㅋㅋㅋㅋㅋㅋㅋ
─무차별 홀로코스트 개시!
─???: 저만 지키면 이겨요
.
.
.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건 팀원들이다.
코물쥐를 살리기 위해 온갖 스킬과 스펠, 혹은 자신의 몸까지 던져가며 분전했지만 보람은 없다.
명백한 원딜 차이.
진짜 원딜 캐리팀과 만나자 빼도 박도 못한다.
제아무리 얼굴 가죽이 두꺼운 코물쥐도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숟가락죽이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분이 반인륜적 원딜 코틀러 맞나요?
"……."
└독일제국형 원딜러입니다만?
└죽음을 몰고 다니는 남자……
└KDA는 좋은데
└왜 팀원까지 죽이냐고 X발아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타격감 있는 샌드백 역할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