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66화 (266/846)

266화

떡볶이 귀신은 배가 빵빵해져서 돌아갔다.

이것저것 많이 주워 먹고 자신의 행복 지수를 높였지만, 그와 반비례해 나의 행복 지수는 다소 낮아졌다.

─C언어포기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이 정환이는 의자고 비빔밥이라던데 어떻게 생각함?

"굉장히 난해한 질문이네요. 제가 철학 전공이 아니라 만족할 대답 못 드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

―대체 뭔 소리임?

―??????

―씨언어 배우라고~

―뭔 개소리야 씹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대회가 계속 진행된다.

힐링할 시간이 날아갔다.

봄이와의 힐링도 물론 좋지만 사람은 가끔 BBQ 황올 보다는 교촌 허니콤보에 레드 디핑소스를 추가해서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씨지맥이라면 이런 비유를 했을지도 모르지.'

여하튼 한 번 더 이기면 될 일이다.

그 상대팀.

개노답 삼형제의 맏형 포지션에 있는 대단한 씨지맥이 이끄는 우승 후보팀이었다.

<이이잉~ 기모링~!>

<독도와 우리땅데스.>

<저 판교에 운식당 오픈 할까 고민 중이거든요?>

그리고 우리팀은 개노답 쓰레기 새끼들이다.

못하는 것도 못하는 거지만 그 이상의 특별함을 간직했다.

'그나마 정상이 의진맨인데.'

차후에 LCK에 운식당을 오픈한다.

프로 데뷔 후, 갱킹에 워낙 당하다 보니 맛집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진다.

"다들 솔로랭크 점수 좀 올리셨어요?"

<아니, 그게…….>

"일단 아니로 시작한 시점에서 망한 건데?"

―아니시에이팅ㅋㅋㅋㅋㅋ

―'아니'가 나오면 팀이 싸운다

―들린다 들려……

―코물쥐 다2빙함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아마추어 기준에서는 나쁘지 않은 카드다.

나머지 두 사람의 존재감이 워낙 든든해서 그렇지.

'이기는 팀도 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인간들이지.'

팀에 있으면 일단 불안한 새끼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그런 부류다.

<전적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평타 이상 무조건 했거든요? 팀에 자꾸 병신이 한두 명 껴있어서…….>

"살인 사건 현장에 항상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 아닐까요?"

<…….>

―범인특) 혼자 범인인 거 모름

―킬딸러 새끼

―팩트로 패버리눜ㅋㅋㅋㅋㅋㅋ

―코난: 아 이걸 들키네

당연한 말이지만 정신 차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의 우연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듬는 과정.

'그게 쉬웠으면 롤과외가 대성하겠지.'

실제로 있다.

받으면 병신 취급 받을 뿐.

효력이 유튜브에서 병신TV 보는 거랑 별 차이 없다.

<오정환님은 솔로랭크 한 판도 안 돌리셨던데?>

"저는 현실랭크가 바빠서."

<…….>

근데 병신TV도 병신TV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흥미는 생기잖아?

즐기는 자가 어쩌고저쩌고 할 수도 있다.

승리의 달콤한 맛을 깨달은 팀원들.

지난 경기 이후 열과 성을 다해 연습을 했고, 점수와는 상관없이 유의미한 성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없을 수도 있고.'

실력이라는 게 원래 계단 밟듯이 상승하는 게 아니라 가끔씩 깨달음의 순간이 온다.

그 두루뭉실한 느낌을 잡으면 잘해지는 식이다.

시행착오를 겪은 나와 달리 팀원들은 요원하다.

성장 드라마가 그리 쉽게 이루어질 리가 없다.

애시당초 주어진 시간 자체가 너무 적다.

─씨지맥피해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이 밴픽만으로 게임 끝내버린 데요!

"진짜요? 라인전도 아니고 밴픽만으로? 그게 사실이면 진짜 무섭긴 하네."

―무슨 프로 게임도 아니고ㅋㅋㅋㅋ

―의자, 냉장고, 밴픽 메모……

―씨지맥 쟤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더라 ―C언어 모르는 애들 많누ㅋㅋ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만약 진짜 대회라면 밴픽과 조합에서 차이를 내는 걸 뜻한다.

'근데 나를 포함해서 다 아마추어인데.'

대놓고 망한 게 아닌 이상 별 의미 없다.

솔로랭크에서 조합 좋다고 무조건 이기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솔랭 유저면 다 안다.

<저 그럴 줄 알고 챔피언 폭 늘렸거든요!>

"그래요?"

<제가 다이아2로 강등된 이유가 안 하던 거 하다가……;;>

코물쥐의 구차한 변명은 별 가치가 없었다는 소리다.

일반적으로 밴픽 하나로 게임을 끝낸다는 건 허무맹랑한 소리다.

'일반적으로 말이야.'

하지만 특정팀에 대한 저격은 충분히 될 수 있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팀을 데리고 챌린저팀을 이긴다?

전략까진 아니어도 공략법은 필요하다. 하나쯤 준비해둔 게 있다는 이야기다.

상대가 씨지맥이라면 반드시 통한다. 천재과에 속하는 유저이기에 노릴 만한 허점도 있는 법이다.

* * *

일반적으로는 그러하다.

모든 픽이 끝나고, 미니언이 도착하고 나서야 시청자가 점점 는다.

「♪♬♪∼♪∼♬♪♬∼♬♪∼♩♪∼♩♬♪∼」

익숙한 BGM이 흘러나온다.

차후에는 여러가지 생기지만, 롤판 초기에는 밴픽 브금 하면 딱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근본 노래

―이거짘ㅋㅋㅋㅋㅋㅋ

―브금만 들어도 긴장감이 생기는 마술

―응 그래봤자 러너리그야

프로 리그도 아니고.

밴픽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없다.

재미있는 비주류픽이 나오거나, 저격밴으로 팔다리 자르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밴픽만으로 게임을 끝낸다고? 나는 솔직히 상상을 못하겠다……. 형들은 상상이 가?"

―조합적으로 카운터 친다는 의미 아님?

―ㄹㅇㅋㅋ

―씨지맥이면 모른다

―원래 천재의 생각은 알 수 없는 법이지 ㅇㅇ

현재까지 진행된 대회 양상.

시청자들도 본 게 있고, 해설을 맡은 러너맨은 더더욱이다.

그렇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는 선전포고다.

'뭐, 씨지맥은 씨지맥이니까.'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아이다.

그 천재성은 지인으로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한 명의 롤유저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쿠웅!

진행되는 밴픽 또한.

씨지맥팀이 첫 번째로 자른 챔피언.

커뮤니티에서도 예상을 하고 있던 흐름이다.

─토이치밴은 너무 뻔한 거 아님?

설마 저거 저격하려고 그 소란을 떤 건가ㅋㅋㅋ

└난 또 X발

└그럼 밴에서 할 게 저격 말고 뭐 있누?

글쓴이― 잘난 척하니까 그렇지ㅋㅋ

└방구석 롤붕이도 그 정도는 한다 이거야~

그도 그럴게 지난 32강.

1세트도 2세트도 토이치가 POG를 받았다.

상식적으로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enum { STATE0, STATE1, STATE2, STATE3}."

―아 그런 뜻이!

―코건 몰랐네

―난 걍 모르겠는데?

―역시 사고방식이 달라

상식적으로 사고하지 않을 뿐.

결과는 같아도, 귀결한 방식에서 상이한 차이를 보인다.

"나는 돈까스만큼 효율적인 음식이 없다고 생각해. 샐러드까지 포함하면 영양학적으로 완벽하면서 든든하잖아? 근데 이 돈까스라는 음식이 경양식과 일식으로 나뉘거든?"

평소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다.

식사를 맛보다 효율에서 찾는 씨지맥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근데 나는 일식이 좋아. 썰린 상태로 나오거든. 아니, 잘린 상태로 나오는 건 뭐든 좋아. 어차피 맛이 상관없다면 자른다는 귀찮은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쪽이 간단하고 편하지 않아? 내가 토이치를 밴한 것도 그런 맥락이야."

―돈까스는 일식 메모……

―써는 것도 써는 것 나름의 감성이 있는데

―써는 게 귀찮다잖아ㅋㅋㅋㅋㅋ

―그냥 C언어로 말하자 형

진행되는 경기의 밴픽에서 또한.

토이치를 먼저 밴한 것은 점심 때 돈까스를 먹은 선견지명이다.

'봐봐. 어차피 쟤네는 토이치를 선픽해도 정글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밴픽에서 이점이 있다고.'

토이치를 주고 카운터 친다?

원딜킹팀의 2세트처럼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변수가 되는 토이치를 자르면 경양식이든 일식이든 상관이 없다.

<아……, 앨리스 뺏겼네.>

<괜찮아요 형?>

"나는 후픽이 좀 더 좋아."

<네, 그렇게 직관적으로 좀 말해주세요.>

물론 밴픽을 자신들만 할 리 없다.

상대도 자신들의 주력픽이 무엇인지, 어떻게 견제해야 하는지 연구를 해왔을 것이다.

"그거 알아? 거미는 곤충계 최고의 포식자이지만 거미줄 없는 거미는 피식자에 지나지 않다는 거?"

―갑자기?

―ㅇㅋㅇㅋ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큰 의미가 있겠죠

―만해!

앨리스는 씨지맥의 모스트1이다.

그래서 견제를 하는 것이 타당한 흐름이었지만 상대는 호기롭게도 밴을 하지 않았다.

대신 블루픽의 이점을 살려 뺏어갔다.

그조차 씨지맥이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했다.

「오늘 밤! 사냥을 나선다.」

픽이 박힌다.

랭가는 현메타의 1티어 탑솔러 중 하나.

하지만 앨리스보다는 한 단계 낮은 평가를 받는다.

'앨리스가 좋은 것도 나처럼 쓸 줄 알 때의 이야기지.'

씨지맥은 천상계에 탑앨리스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어떻게 써야 강력한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에 반해 상대 탑솔러.

일체탑을 자칭하는 자이스키는 머리가 나쁘다.

정말 저학력·무직의 극우인지는 몰라도 그거 하나는 확실하다.

"왜 내가 하는 앨리스가 최강이냐면 9/0/21 특성에서 경험치 보너스 찍고 선 2레벨을 무조건 먼저 찍는단 말이야. 이게 왜 중요한지 이해 못하는 애들은 앨리스 헛한 거야."

―나도 못함

―저렇게 찍으면 몸 너무 종이던데

―프로들은 디펜스 들어요!

―이이잉~ 기모링~!

앨리스는 1레벨이 약하다.

정확히는 푸쉬력이 보잘것없다.

그래서 상대에 따라 선 2레벨로 라인 주도권을 잡아야 할 때가 있다.

'넌 근데 디펜스 찍을 거잖아? 그리고 랭가한테 선 2렙 주고 처맞을 거잖아? 너의 학창 시절처럼.'

한국에 대한 망언을 일삼았다고 들었다.

평소 크게 애국에 뜻을 두진 않지만, 극우 일본인 하나 혼내준다고 생각하면 더욱 할 맛이 든다.

하물며 오정환팀.

반드시 찍어 눌러주기로 마음 먹었다.

밴픽만으로 게임을 끝내겠다는 건 되는 대로 뱉은 허언이 아니다.

─코봉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C언어 해석 감사합니다!

"코봉이형 100개 감사합니다! 제가 사실 잘 알아서 떠드는 게 아니라 스포를 들었어요. 지맥이랑 아는 사이잖아요."

―역시

―지인 찬스였네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코봉이 오늘따라 말 잘하더라

―이걸 예상을 했다고??

이러한 흐름의 밴픽이 될 것이다.

러너맨은 씨지맥에게 들은 바가 있다.

물론 여러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였지만 실현이 됐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단군의청춘부재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기왕 스포한 거 ㄱㄱ

"청춘부재 형님 500개 감사합니다! 주시면 해야죠, 미드가 로밍캐를 잡고 탑 주도권을 살려서 적 정글이 크지 못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밴픽은 물론 구체적인 인게임 내용까지 예상했다.

그것이 정말 맞고, 아니고를 떠나서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씨지맥이 진짜 뇌지컬 원탑 맞네

어떻게 저런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하면서 게임하지ㄷㄷ

└심지어 예상임

└왜 프로 안 함?

└프로 하면 무조건 LCK에서 우승할 듯!

└당연하지 준우승 같은 거 절대 안 하지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폭발한다.

씨지맥이 가진 4차원적 사고.

그것이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가 아닌, 천재성이라는 사실을 엿본 것이다.

―?

―탑가랜 같은데

―C언어 오류 났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럼 앨리스는 어디 가는 거임?

물론 현실은 생각한 대로 풀리는 비비디 바비디 부가 아니었다.

* * *

씨지맥.

차후 프로팀 감독까지 하게 된다.

독특한 언행에서 짐작할 수 있듯 새싹부터 다르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지.'

준우승은 정말 원 없이 해봤음에도 말이다. 그것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차후에 이유가 밝혀진다.

천재과에 속하기에 생기는 허점. 씨지맥은 태생적으로 무관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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