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이블퀸.
시즌2 말 최고 존엄의 OP로 손 꼽히던 미드픽이다.
"근데 이게 데파가 너프 되면서 티어가 내려가긴 했거든요? 아~ 형님들! 저도 해설인데 당연히 조사해오죠!"
―오~
―코봉이!
―옛날처럼 시원하게 암살이 안돼더라
―한타는 라안드리가 더 좋음
시즌3으로 오며 애매해지긴 했다.
직접적인 너프는 없었지만 아이템 시너지.
죽음의 불타는 손아귀, 통칭 죽불손이 리메이크 된 영향이다.
'선템으로 가봤자 폭딜이 안 나와.'
그래서 라안드리의 고통을 올리는 추세다.
옵션도 좋고 %뎀이라서 나쁘지 않다.
한타는 더 좋아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고통, 희열, 그리고 평화…….」
그럴 거면 차라리 대놓고 한타픽을 하지.
로랜은 미드 이블퀸으로 챌린저 2위도 찍어봤다.
그만큼 챔피언 이해도가 깊고, 상대법도 꿰고 있다.
<어, 형?!>
<왜 카서트 했어요? 로밍챔 하기로 해놓고서.>
"아~~~ 손이 미끄러졌네! 어이쿠, 어떡하지? 어쩔 수 없네. 카서트 해야겠다~."
물론 팀원은 허락을 안 하겠지만 말이다.
조합상의 이유로 로밍챔인 이블퀸, 트페, 다이아나 셋 중 하나를 하기로 말을 맞췄다.
'꺼져 병신들아.'
정신이 나갔다.
맨날 솔랭에서 탈주하고 갖다 박는 새끼가 알면 뭘 안다고.
그러니까 진 거잖아.
이해 못 할 개소리를 지껄여온다.
우승 후보팀이라 웃으면서 받아준 거지.
당연히 이해도, 존중도 할 생각이 없다.
'이 게임은 내가 캐리해야 돼.'
팀이고 나발이고 혼자 다 처먹어서 말이다.
시즌2에는 가장 잘 먹히던 방식이다. 시즌3에는 두 가지 변화 때문에 못 쓰게 됐다.
하나는 정글몹의 강화, 다른 하나는 미드 메타.
암살 챔피언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렇듯 이블퀸이 상대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인전도 약하다.
암살력도 떨어졌다.
무난하게 성장하면 더티 파밍도 가능하고, 한타에서 캐리만 하면 되는데.
<설마 또?>
<이블퀸까지 정글로 돌리려나 본데…….>
"……."
당연히 현실은 비비디 바비디 부가 아니었다.
* * *
미드&탑 챔피언을 정글로 쓰는 것.
딱히 드문 일도 아니다.
'정확히는 너프된 후에 정글로 도망가는 거지.'
라인전을 하기 힘들 만큼 스펙이 망가진다.
하지만 스킬 메커니즘은 좋고, 이를 살릴 방법을 강구하다 포지션 변경이 고려된다.
그러니까 너프 되기 전에 쓰면 얼마나 좋았냐는 이야기다.
찰! 콱!
츄륵!
카정.
적 정글에 들어가서 정글러를 죽이는 행위.
간단한 만큼 예상하기 쉽고, 리스크도 큰 편이긴 하지만.
「근력의 영약」 ― 250 Gold
효과: 3분 동안 챔피언 레벨에 따라 체력이 120~235, 공격력이 15 증가합니다.
「마력의 영약」 ― 250 Gold
효과: 3분 동안 챔피언 레벨에 따라 주문력이 25~40 오르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10% 감소합니다.
성공만 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두 가지 시작 아이템이 킬캐치 확률을 비약적으로 상승 시켜준다.
'1렙부터 먹을 수 있는 영약인데.'
2개를 한 번에 먹고 풀콤보를 박으면 죽기 싫어도 죽을 수밖에 없다.
불가항력의 데미지가 레드를 먹고 있던 차르반 4세를 덮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것도 은신.
이블퀸은 카정에 특화된 챔피언이다.
영약 스타트는 그 사기성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물론 3분이 지나면 500원이 증발하는 셈이지.'
뽕을 있는 대로 뽑아야 한다.
현재 흘러가는 게임의 상황은 나에게 있어 아주 유익하다.
취익!
탑라인.
씨지맥의 앨리스가 라인을 푸쉬한다.
Q견제를 박으며 라인전을 리드하고 있다.
'이럴 때 정글러 입장에서 난처하긴 해.'
아군 호응이 애매하다. 적 정글러의 역갱도 우려된다.
팀 게임의 경우 의도적인 상황 조성도 가능하다.
괜히 갔다가 역갱을 맞는다?
그대로 게임이 터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어서 골머리를 싸매야 하는데.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것도 정글러가 천당에 있지 않을 때 하는 투정이다.
은신으로 뒤를 덮친다.
맞딜을 해와봤자 2영약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뭐, 결국 생각대로 안 된 거지?'
씨지맥의 플레이는 말리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른 시간에 풀린다.
2킬을 마시고 라이너급 성장을 한 이블퀸. 영약이 아직 꺼지기 직전이다. 심지어 레벨 비례라 오버 스펙으로 강해졌다.
아군 트페의 호응까지 받자.
띠잉―!
점멸 골카.
1초의 짧은 스턴이지만 충분하다.
은신을 풀고 달려가 EQ 풀콤보로 유린한다.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카서트의 패시브.
죽은 상태에서 벽을 깔고 동귀어진을 노린다.
이블퀸을 상대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짓이다.
'W가 킬어시 초기화거든.'
이속 증가와 더불어 둔화 해제의 효과가 달려있다.
포탑에 맞으면서도 아주 안정적으로 빠져 나온다.
<すげ? ~~!!>
<또 터졌네.>
<정환님이 초반에 작정하고 터트리니까 게임이 그냥 성립이 안되는데?>
"상대 주요픽 카운터 칠 겸해본 건데 생각보다 좋네요."
<기모링!>
―앨리스, 이블퀸 둘 다 상대 모1 가져온 건데ㅋㅋㅋㅋㅋ―이게 먹히네
―신기하다
―그냥 정환이가 뭘 해도 잘하는 듯?
밴픽 카운터 효과는 효과대로 보면서 말이다.
상대도 나름 어쩌고저쩌고 고심을 했겠지만 별 일은 아니다.
'OP가 왜 OP인지 알아?'
대충 써도 존나 세기 때문이다.
세밀하게 화력 조절을 하고, 아이템 시너지까지 합하면 잔인한 수준이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 ― 2300 Gold
공격력 +50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10%
5초당 체력 재생 +14
5초당 마나 재생 +7
몬스터에 대한 피해량이 25% 증가합니다.
공격 적중시 3초에 걸쳐 15~66의 추가 고정 피해를 입힙니다.
시즌3의 정글 아이템.
이블퀸과 엄청난 시너지를 자랑한다.
암살력은 조금 떨어져도 지속딜과 특히 정글링이 비약적이다.
'QQQQ로 이동하면서 다 쓸어먹고 다니면 성장 속도가 엄청나서.'
성장형 정글이라는 게 별 게 아니다.
동시에 갱각을 볼 수 있으면 잘하는 정글이고, 못 보면 그냥 RPG하는 유사 마이다.
쿠확―!
그 무식한 성장력을 바탕으로 무식한 갱킹.
이블퀸의 궁극기가 적 바텀 듀오를 집어삼킨다.
광역 둔화와 함께 나 자신에게는 실드가 씌워진다.
'리메이크 전에는 이런 딜탱 느낌이었지.'
하이브리드 지속딜을 박는.
킬어시 리셋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적 원딜을 죽이고, 서포터를 잡고, 포탑을 유유히 빠져 나온다.
─오정환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아군이 당했습니다!
마이처럼 초하이리스크 초하이리턴은 아니지만, 로우리스크 하이리턴 정도는 된다.
W스킬의 이속 증폭 효과가 지속딜 컨셉과 맞아 떨어진다.
<칙쇼오오오~~~!!>
탑 라인.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변수가 일어난다.
탑솔러의 자존심을 건 일기토에서 씨지맥의 앨리스가 한 끗 차이로 승리했다.
―난닷테?!
―5252 마지카요……
―와 챌린저는 챌린저네
―거미줄 활용 미쳤다;
한국에서는 광복절, 일본에서는 종전 기념일을 맞이한 일본 순사처럼 자이스키가 고함을 칠 만도 하다.
그의 팬덤도 감탄하며 인정하고 있는 패배.
하지만 광복절 후에도 남아있는 친일파처럼 여전히 지난 1세트의 영광을 잊지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달랐다는 사실을 역사를 거울 삼아 배우지 못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씨지맥님이 학살 중입니다!
또다시 맞다이를 뜨다 패배한다.
백업을 간 의진맨까지 앨리스의 줄타기 핑퐁에 농락 당한다.
<코노야로~~~!!>
<아 카서트 궁극기 생각을 못했네…… 골카가 거미줄에 씹혀 가지고;>
씨지맥의 슈퍼 플레이.
아군의 나쁜 판단까지 겹치며 큰 실점을 내준다.
정글 입장에서 허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상관없지.'
캐리형 정글을 할 때는 즐길 거리가 있는 편이 낫다.
* * *
진행되는 2세트.
씨지맥의 도박수가 성공하며 전황을 뒤집는다.
'아니, 로랜 이 씹새끼가…….'
속은 뒤집어지기 직전이지만 말이다.
자신이 그린 게임 구도.
상대도 아니고 팀원이 자기 ㅈ대로 하다 망쳤다.
마치 탕수육은 부먹이 맛있다며 소스를 있는 대로 부어버린 느낌이다.
치솟는 분노 탓에 시야가 어두워져 갱까지 당했다.
"너희들 탕수육을 먹을 때 어째서 소스를 붓지 않는 게 중요한지 알아? 아니……, 부먹이 안된다는 건 아니야."
붓는 순간 돌이킬 수가 없다.
찍먹은 부먹이 가능하지만, 부먹은 찍먹이 불가능하다.
이 차이점을 모르는 멍청한 씹새끼가 해서는 안될 사고를 저질렀다.
"만약에 평행 우주가 있다면, 다른 우주에서 탑을 이긴 우리팀은 게임을 이겼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죽었어. 이 조합은 앞으로 한타를 이겨도 극복되지 않을 거야. 낭만, 전설이 끝났어. 앞으로 러너리그가 치러질 때마다 회자될 전무후무한 기록이 사라졌어. 우리는 평범해져 버렸어. 다들 그렇게 된 기분이 어때?"
<형 잘하고 있으면서 왜 그래요?>
<화난 건 알겠는데 일단 게임하죠.>
<저 컴공인데 그냥 C언어로 해주세요.>
―닥터 스트레인지 입갤ㄷㄷ
―1400만개의 미래를 다 보고 왔으면 ㅇㅈ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로랜도 당황함―그냥 스트레인지한 새끼 같은데?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자신이 탑을 이겨도 스노우볼이 안 굴러간다.
정글러의 움직임에도 힘이 안 실리고, 이후의 운영 또한 무식한 정면 한타밖에 안된다.
'모 오쪼라고요~!'
사고를 저지를 장본인.
로랜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어차피 대화가 통할 양반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자신의 목적은 상금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
적 트페가 한 번 던지고, 어시스트를 빨은 덕에 말린 것이 풀렸다.
"거 닥터 스트레인지 센세~."
<…….>
"우리 이제 한타 합시다~ 미래가 없으면 만들어나가는 게 히어로물의 정석 아니겠습니까? 헤헤헤……."
불만 많은 새끼는 닥치게 하고 자신이 캐리하면 된다.
그래서 뽑은 카서트.
Q 좀 잘 맞히고 궁 한 번 싹~ 뿌리면 혼자서도 한타 딜링을 끝낸다.
"우리 닥터 스트레인지 센세 말씀 잘 따라서 한타 이겨봅시다~! 늬에 늬에."
어차피 탱커인 씨지맥은 샌드백.
앞에서 상상 속의 슈퍼 플레이를 하던 말던 자신이 만들 한타에서 시다바리 역할만 해주면 된다.
'이블퀸이 잘 커봤자 Q 세 대 정도 맞히고 궁 쓰면 터져.'
근접 메이지의 한계가 있다.
적 미드도 트페라 한타가 별로고, 적 원딜은 이이잉~ 이 X랄하는 코만 큰 쥐새끼다.
자신이 캐리할 각이 충분히 나온다.
쿠확―!
이렇듯 들어와 주길 역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측면에서 튀어나온 이블퀸이 궁극기로 한타 개시의 신호를 알린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앞에서 최대한 Q를 쓰며 신나게 죽어준다.
신나게.
카서트는 죽어도 패시브로 7초 동안 되살아난다.
'딜 넣을 거 다 넣고, 앞라인 잡아주고, 마지막으로 궁까지. 닥터 스트레인지는 X발 지능 스트레인지겠지~.'
이블퀸으로 챌린저 2위.
단순히 운이 좋다고 가능할 리가 없다. 챔피언 이해도 하나는 프로게이머 이상이다.
이런 구도를 잡으면 이블퀸은 붕 뜬다.
적팀은 카서트 장판 탓에 호응도 못 한다. 옛날이었으면 원딜이라도 잡고 죽었겠지.
죽불손이 바뀐 여파로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이것이 미드 이블퀸 장인으로서 한타의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
뻐엉―!
결정타까지 떨어진다.
장송곡이 모든 적의 머리 위에서 터진다.
이걸로 이블퀸은 갔겠고, 잘난 씨지맥이 킬먹은 값을 해주면 되는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 트리플 킬!
뒷라인에서 14, 000, 605개의 미래 중 하나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