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69화 (269/846)

269화

하이브리드 챔피언이라는 게 있다.

'LOL식 너프로 다 골로 가긴 하는데.'

적응형 파편이다 뭐다.

규격화를 시킨 18년도 이후로는 사장된다.

그렇게 해야 될 만큼 많이 해먹은 것도 사실이다.

뻐엉―!

카서트의 궁극기.

그것도 2렙궁.

마관신까지 갖춰지면 중반 한타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딜러진들은 맞는 순간 반피라서.'

한타 성립이 안될 정도다.

근접 챔피언인 이블퀸은 아무리 실드가 있어도 딜각이 안 나올 지경인데.

─오정환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더블 킬!

브루저로 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쏟아지는 딜을 버티며 W리셋으로 전장을 헤집는다.

─트리플 킬!

그리고 다시 은신.

도망가는 적 배인을 최단 거리로 쫓아가 뒷라인을 점부 섬멸시킨다.

'AP면 당연히 마관신이 강제되지.'

그렇게 안 가면 딜이 안 박히니까.

하지만 하이브리드 템트리는 자유도가 높다.

닌탑, 그리고 주술포식자.

가성비 좋게 탱킹력을 상승시키고, 부족한 딜은 평타에서 보충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스킬에 AD계수가 있다 보니 가능한 선택이다.

앞라인에서 씨지맥의 앨리스가 다소 깽판을 쳐놓은 모양이다.

챠라락!

찰! 콱!

빠른 속도로 접근해 선빵을 친다.

말화이트와 라인전을 했다 보니 마법 저항력이 상당히 높지만.

찰싹! 찰싹!

평타로 때려 죽인다.

E스킬의 효과로 공격 속도가 두 배.

이블퀸 특유의 싸대기 모션으로 정신 없이 몰아친다.

─쿼드라 킬!

높은 AD빨로 억지(?) 시너지가 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뭐 이딴 챔피언이 있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이브리드가 원래 이런 맛이야.'

방어가 높으면 마법딜이 아프고, 마저가 높으면 물리딜이 아프다.

못 컸을 때는 이도 저도 아니지만, 잘 커버리면 탱커도 버티지 못한다.

혼자 딜탱에 지속딜까지 다 돼다 보니 캐리력이 어마무시하다.

한 번 주인공이 되면 멱살 캐리가 가능한 몇 안되는 정글 챔피언이다.

찰칵!

라안드리의 고통.

시즌3을 대표하는 OP아이템을 두 개나 두른다.

이블퀸은 아이템 시너지가 가장 잘 나오는 챔피언이다.

'끝났지.'

그리고 스킬 메커니즘.

아무리 브루저가 잘 커도 한계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괜히 막 신나서 혼자 들어갔다가는 낙동강 오리알 되기 딱 좋다.

상대도 어? 조심해야겠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긴장을 한다.

그 대비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사기성을 지니고 있다.

[25:10] 오정환 (이블퀸)님이 킴로랜 (카서트)을 지목!

[25:11] 오정환 (이블퀸)님이 cgvMax (거미여왕)을 지목!

패시브 은신 말이다.

게임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건 시야가 많다는 거고, 상대의 와드 위치도 어림 짐작할 수 있다.

'한 술 더 떠서 일반 와드는 무시하니까.'

파파라치 마냥 적팀을 따라다닌다.

못 컸을 때는 인간 와드라는 소리도 듣지만 잘 컸을 때는 최상의 이니시각을 쉽게 잡는다.

쿠확―!

마치 맵핵처럼.

이블퀸의 5인궁이 적을 적신다.

피격시킨 챔피언의 수에 비례해 1천이 넘어가는 보호막이 생성된다.

'%뎀이라 안 그래도 아픈데.'

도마뱀에 라안드리의 도트딜까지 들어간다.

불판 위의 버터처럼 자글자글 녹으며 혼비백산 흩어지는 적들을.

─오정환님은 전설적입니다!

하나씩 정리한다.

그리고 킬리셋.

다시 빨라지며 견제기로 맞은 둔화까지 떨쳐낸다.

'미쳤다니까?'

지속딜이 되는 딜탱에, 이니시가 가능하고, 킬리셋이라 캐리력도 발군이다.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의 손에 들리면 게임을 정말 혼자 하는 수준이다.

─아군을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당연하게도 아군도 있다.

패잔병들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은 한타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 * *

오정환팀 대 씨지맥팀의 경기.

예상치 못한 결과와 더불어 그 후폭풍까지 만만찮을 수밖에 없었다.

─오정환팀vs씨지맥팀 한 짤 요약. jpg

[적당한 합성짤. jpg]

오정환한테 벽 느낀 씨지맥과 로랜

└느낄 만하짘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이 혼자 박살을 내놓더라

└로랜 쟤 챌린전 맞냐?

└아니 수준 차 너무 나던데

그냥 게임이 터져버렸다.

솔로랭크에서도 자주 경험하기 힘든 똥 밟은 판.

대회에서 나왔으니 난리가 안 나기도 힘들다.

물론 흔한 일이다.

씨지맥의 멘탈을 감안하면.

그 과정이 워낙 버라이어티 하다 보니 여파가 길게 이어진다.

─오늘자 롤갤 웃음벨. Real

[씨지맥 사진. jpg]

"씨언어"

챌린저가 말하니까 뭔가 있는 줄 알았지만

그냥 생각나는 개소리 씨부린 거였음

└스포는 X발ㅋㅋㅋㅋㅋㅋ

└'롤알못'

└이런 새끼가 시즌1은 어케 우승했지?

└빈집털이한 거지 ㄹㅇ

워낙 뱉은 말이 많았다.

상대의 밴픽을 꿰뚫어보고, 조합 차이로 게임을 끝낸다며 호언장담까지 했다.

맞기는 커녕 처맞기만 했다.

처참할 정도로 무너지자 웃음거리다.

비난적인 여론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씨지맥은 원피스로 따지면 이 새끼지ㅋ

[우솝짤. jpg]

"내겐!!! 8000명의 부하가 있다!!!"

"난 이스트 블루 최고의 괴력으로 알려진 사나이."

말만 번지르르한 새끼……

실속은 하나도 없는 새끼……

대단하다 우솝맥!

└어딜 씨지맥을 갓우솝한테 비비누?

└응 2부부터 어른 되고 개세져

└까고 보니 씹거품ㅋㅋㅋ

└우솝의 거짓말은 전부 현실이 됐다던데 Hoxy……?

어중이떠중이면 모를까.

러너리그 시즌1의 우승자다.

유력한 우승 후보팀이다 보니 모였던 기대도 크다.

16강의 광탈.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이전 발언들의 신뢰도 지극히 줄어든다.

─지금까지 존나 억울했던 새끼……. jpg

[오정환 사진. jpg]

롤을 보황한테 배워서 브론즈 가고

RPG+피지컬로 다이아 찍었더니

우솝맥한테 대리라고 욕 먹은

―갓정환―

└보황한테 배웠으면 면죄부 줘야지

└어떻게 롤선생이 실버냐고야~~

└씨지맥은 진짜 겜 보는 눈 ㅄ이네

└메전드라 RPG 잘하고, 피지컬이 좋을 뿐인데 의심 받음ㅋㅋㅋㅋㅋ

둘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시발점.

씨지맥의 선견지명이 썩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이 경기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증명이 된다.

무엇보다 패자는 말이 없다.

져버린 시점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승리의 이유에 대한 조금 진지한 분석도 나온다.

─정글 앨리스랑 이블퀸이 사실 꿀챔인 거 아닐까?

오정환 하는 거 보니까 존나 좋아 보이던데

└방송 안 봄? 밴카드 부족해서 뺏어온 건데

글쓴이― 러너형 방송에서 봤음……

└작정하고 정글 돌면 못 도는 챔이 어딨눜ㅋㅋㅋㅋ

└팩트) 오정환은 마이, 토이치도 하는 놈이다^^

오정환팀이 밴픽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상대의 주력 카드를 빼앗아왔다.

그 뿐이면 예상 가능했겠지만, 아예 다른 포지션으로 꼬았다.

당연히 화제가 된다.

가벼운 수준으로 말이다.

진지하게 보기에는 픽도, 템트리도 예능에 가깝다.

─오정환 이블퀸 템트리가 레전드임ㅋㅋ

[2센트 중반 사진. jpg]

도마뱀, 라안드리, 워모프

템트리 몰라서 요즘 OP템 돈 나오는 대로 올림

└ㄹㅇ이네

└저 3신기 올리면 안 세기도 힘듬

└그냥 오정환이 존나 잘함

└챌린저 꿈나무가 이런 느낌인가?

그리 드물지도 않은 반응이다.

뉴메타에 대해 보수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특히 정답 사회인 한국에서는 템트리가 조금만 달라도 훈수를 두는 경우가 심심찮다.

'그건 그렇다 치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오정환의 실력.

더 이상 요행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이목을 모으고 있다.

프로의 눈에 들 정도로 말이다.

숙소에서 러너리그를 시청하던 클끼리는 문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로쿠도쿠 팀 구한다는 소식 들었어?"

"내 알 바야?"

"크킄 진짜 가차 없죠."

"걘 이제 내 시선에서 아웃됨~."

팀 분위기.

쓰레기가 말을 하는 수준이다.

실제 실력도 저 새끼들이 정말 프로가 맞나 싶다.

'우리가 언제까지 프로할 수 있을 것 같아?'

LOL은 점점 상향 평준화가 되어간다.

더 이상 피지컬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운영은 짬으로 어찌저찌 때운다고 쳐도.

다른 팀들처럼 유망한 인재를 구하지 않는다면 얼밤의 전설도 끝이다.

얼밤.

시즌2를 주름잡은 게임단.

롤드컵 준우승까지 차지했지만 최근 기세가 애매모호하다.

"애들아."

"왜요, 쓰레기형."

"형 보고 쓰레기래 크크크킄."

"요즘 고전파도 프로 데뷔한다고 하고……, 우리도 피지컬 쌩쌩한 젊은 피가 필요하지 않겠니?"

메타의 격변.

치고 올라오는 신인들.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어도 시간 문제라는 위기 의식이 싹트고 있다.

'일단 당장 내가 힘들어.'

코끼리는 똥을 우장창창 싼다고 말이 많다.

코끼리 같은 묵직한 초식 정글러보다 날렵한 육식 정글러가 대세다.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클끼리도 인식한다.

경기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고, 은퇴를 상당히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형이 나가면 되겠네요 그럼."

"맞지! 맞지! 늙으면 죽어야지~."

"……."

팀원들은 모른다.

평소처럼 병신 같은 소리만 지껄일 줄 안다.

얼밤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도 한 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

'내가 고려장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후임자는 물색하고 가야지.'

팀의 맏형이자 창단 멤버.

그렇기에 생기는 책임감 같은 게 있다.

나머지가 싹 다 폐급이다 보니 자신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새로운 정글러가 필요하다.

팀원들의 부족한 피지컬을 보충해줄.

오정환의 플레이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나만 틀인 거 아니야. 거눙 너도 슬슬 위험한 거 몰라?"

"난 2년은 더 하지~."

"88올림픽에 태어난 개틀딱 크크크킄."

"……."

원딜탱을 하는 폐급 쓰레기 새끼.

운 좋게 워모프가 OP템이다 보니 수명이 연장되었을 뿐이다.

'원딜 메타 되면 원딜 차이로 게임 진다니까?'

똑같은 위기 상황.

아니, 더 열악하다.

자신이 딜을 해서 극복해버린 정글러가 있다.

신박하기 그지없다.

자신은 따라도 못할 플레이다.

오정환은 지금의 얼밤에 딱 필요한 인재다.

─오정환팀이 강할 수밖에 없는. EU

반인륜적 원딜

반인륜적 정글러

매 판마다 학살하는 팀원이 둘이나 있음ㄷㄷ

└전자는 트롤이잖아 X발아ㅋㅋㅋㅋㅋㅋ

└언럭키 거눙

└이 팀은 정글러가 메인이야

└코물쥐 딜량 보니 한숨 나오더라……

원딜러가 병신이니까.

그보다 더 병신 같은 새끼를 데리고도 활약하고 있다.

잘만 다듬으면 프로 레벨에서도 충분히 먹힐 만한 실력이다.

'우리는 그래도 원딜러만 병신이야.'

탑과 서포터는 훌륭하다.

공격적인 정글러를 영입한다면 재미있는 색깔의 팀이 탄생할 것만 같다.

물론 그 팀에는 자신이 없겠지만 말이다.

은퇴에 미련은 없다.

자신이 사라진 공백이 크지 않길 바랄 뿐이다.

다음 일자리도 슬슬 OGN과 이야기가 맞춰지고 있다.

'사람은 라인을 잘 타야 돼.'

프로게이머 다음은 해설자. 선수 출신 해설이 한 명도 없다.

블루 오션이고, 이미 몇 번 객원 해설로 나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정환도 마찬가지다.

BJ 같은 불안정한 직업 보다 인기팀에서 인기 선수로 활약하는 편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훨씬 좋을 것이다.

타닥, 탁!

이러한 생각을 자신만 할 리 없다.

다른 팀이 탐내기 전에 먼저 손을 써야 한다.

같은 정글러로서 그가 가진 잠재 능력을 인정한다.

고작 한 달만에 이만한 성장을 했다면 앞으로는 정말 스타급 인재로 발돋움할지도 모른다.

클끼리는 오정환을 포섭하기 위해 쪽지로 연락처를 남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