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71화 (271/846)

271화

해설.

시청자 많은 BJ는 누구나 한 번씩은 해보는 것이다.

'조금 까놓고 말해서.'

날먹이기 때문이다.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콘텐츠를 짜는 게 힘든데, 중계 방송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콘텐츠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BJ와 함께 하는 걸 좋아한다.

해설들의 맹점 한두 개만 짚어주면 된다.

정말 간단하기 그지없지만.

─더블 킬!

트리플 킬!

고전파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모든 팀이 우리처럼 사활을 건 경기만 하는 건 아니다.

고전파팀 대 준우승2번이면우승팀.

한타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압도적인 양학이 그려진다.

"산드라! 와 방금 산드라 스킬이 예술로 들어가면서 한타 끝냈어요!"

―와

―역시 킹전파 ㄷㄷ

―혼자 세계관이 다른데?

―미쳤다

해설할 맛이 나는 경기력이다.

맹점을 짚을 줄 모르는 러너맨이 뻔한 부분만 뻔하게 말하고 있어서 문제지.

'예술로 들어갔는데 뭐 어쩌라고.'

굳이 스피커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다.

어설프게 전문 해설을 흉내 내다 보니 반응이 식상해진다.

한 명의 롤 유저로서 봤을 때.

해설자는 0 아니면 1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롤잘알이라 조목조목 따질 수 있는 거 아니면.

"괴물!"

"네?"

"지금 산드라 완전 괴물입니다!"

"그, 그렇죠;"

직관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좋다.

시청자들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말이다.

'축구 볼 때 축구공에 시선이 쏠리는 것처럼.'

롤에서도 가장 눈이 가는 부분이 있다.

현재는 그것이 미드.

안 그래도 전력 차이가 큰데 한타 대승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찰칵!

심지어 유명 네임드.

관심이 안 가기도 힘들다.

일거수일투족을 조명하기만 해도 충분하다.

"지금 아이템 보세요. 괴물이에요. 아무도 못 막습니다. 저 산드라는."

"그러네요. 벌써 라죽모가 떴네요!"

―자꾸 괴물이래ㅋㅋㅋㅋㅋ

―괴물!

―산드라 괴물처럼 크긴 함

―병신 같은데 재밌어……

사소한 것까지 말이다.

축구공을 든 사람이 게임의 주인공.

가장 알아듣기 쉬운 방식의 해설이다.

꽈득!

미드 라인.

고전파팀이 압박해나간다.

조금 특이하게도 메인 딜러인 산드라가 앞장서고 있다.

"지금 고전파가 물어보는 거예요."

"네? 물어봤다고요?"

"나라는 괴물을 막을 수 있겠어?"

"……."

주인공이라니까?

강팀충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강한 선수 시점으로 전능감을 맛보게 한다.

'해설이라는 게 생각보다 쉬워.'

시청자 시선에서 같이 공감해주고, 떠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어려운 건 어휘.

미래의 유행어를 몇 가지 빌려오는 것으로 간단하게 메꾼다.

"준우승팀 입장에서는 불편하거든요? 여기 내 앞마당인데!"

"게다가 지금 합류도 다 안됐잖아요?"

"노리려면 지금이 기회에요. 큰 그림 어딨냐 큰 그림……. 지금 랭가가 텔 들고 멀~리 돌아옵니다."

"어, 이거 덮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기준이 있으니 나머지를 설명하는 것도 손쉽다.

모든 움직임이 산드라의 영향을 받았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하면.

어흥!

몰입감도 더해진다.

마치 솔랭에서 잘 큰 느낌이다.

적들이 전부 자기 자신을 노려온다.

파바바밧―!

파아앙!

대처는 전혀 다르지만.

엉겨 붙어오는 랭가를 때리면서도 뒷라인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었다.

앞점멸 궁으로 스킬이 빠진 랄라를 터트린다.

단순한 킬 캐치가 아닌 한 단계 혹은 그보다 더 나아간 자신만의 킬각.

"와 산드라 스턴이 스턴이!"

"괴물! 진 괴외물!!"

―괴물ㅋㅋㅋㅋㅋㅋㅋ

―그놈의 괴물!

―아니

―진짜 괴물 맞네 괴물ㅋㅋㅋㅋ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그런 걸 어떻게 일일이 설명을 할 거야.

'솔직히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와~ X발! 이거 두 개 말고는 생각 안 나.'

분위기를 타면 된다.

랄라를 터트리고 바닥에 떨어진 다섯 개의 구체가 아름답게 퍼진다.

─더블 킬!

부채꼴로 퍼진 광역 스턴에 휘말린다. 산드라를 물던 랭가도, 따라오던 원딜러와 정글도.

가볍게 땅을 잡아 뜯자 케이클린이 죽는다.

성장 격차와 피지컬이 더해지며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후욱!

물론 적진 한가운데.

스스로 파고든 셈이다.

기절에서 깨어난 아모모가 붕대를 날린다.

"고전파가 말합니다. 느려."

"느, 느려요 저게?"

"고개 휙 돌려서 가볍게 피했어요. 붕대 궤적이 고전파의 견문색 패기에 완전히 읽혔습니다!"

―오소이ㅋㅋㅋㅋㅋㅋ

―견문색ㅋㅋㅋㅋㅋ

―자꾸 왜 말을 하는뎈ㅋㅋㅋㅋㅋㅋ

―아니 해설에 빵 터지긴 처음이네

미사여구.

흔히 듣는 해설 방식이다.

차후 LCK에서는 스탠다드하게 자리 잡는다.

'사실 K―해설가만 그렇게 하긴 하는데.'

LCS, LEC, LPL 등 다른 리그에서는 다르다.

방금 같은 상황도 포커싱 순서와 판단의 기발함에 대해 설명했을 것이다.

"랭가가 악착같이 따라붙어 보지만 본대 왔죠. 한나 슈퍼 세이브!"

"와~."

"이러면 세상이 원망스럽죠."

"아니, 말 진짜 재밌게 잘하시네요……."

말 진짜 재밌게 잘하는 분의 유행어를 베껴왔으니 당연하다.

차후에 잘 먹히게 되니 현재도 잘 먹힐 수밖에 없다.

'옳고 그른지는 둘째 치고.'

재미에 포커스가 맞춰진 해설.

그만큼 전문성은 떨어지게 된다.

해외 해설과의 질적 격차로 비판도 많이 받는다.

해설자들이 예측·분석을 하는데 죄다 틀려.

오죽하면 사주팔자로 예상하는 사람의 정확도가 더 위라고도 조롱한다.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인 해설은 지루하다는 소리도 있고.

적어도 러너맨에게는 필요하다.

"준우승팀 지금 초―비상입니다! 지금 산드라 막을 사람 있어? 손 들어봐. 하면 손 드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코어템 2배 차이 나요 2배 차이!"

―초비상ㅋㅋㅋㅋㅋ

―아 X발 말하는 거봐ㅋㅋㅋ

―LCK에서 저따구로 말하면 개웃길 듯

―용준좌한테 한 대 맞지ㅋ

실력과 상관없이 할 수 있으니까.

너무 고통 받길래 도와주고 싶었다.

그도 클라스가 있는 방송인이니 참고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고전파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흘러가는 게임.

산드라는 더욱 괴물 같이 날뛰고 있다. 보다 감정 이입해서 띄워주기만 하면 된다.

"야 이리와 봐. 뭐 어쩔 건데!"

"듣다 보니 진짜 산드라가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네."

"무빙에서 느껴지지 않아요?"

자신의 피지컬을 믿고 또 앞장선다. 그것도 전보다 훨씬 강해져서 말이다.

어떻게든 저지선을 그어보려는 탱커를 골로 보낸다.

고전파팀의 완벽한 대승으로 경기가 막을 내린다.

미드 위주로 언급했지만 사실 다른 라인도 체급 차이가 하늘과 땅이었다.

─코가대단하다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정환님 해설 맛깔나게 잘하시네요ㅋㅋㅋㅋㅋ

"그럼 제 방송에 입금을……, 아니 천 개 감사합니다."

―네?

―존나 능글맞네ㅋㅋㅋㅋ

―ㅇㅈㅇㅈ

―정환님 방송 안 봤는데 인기 있으신 이유가 있네요!

겸사겸사 내 이미지도.

언제까지나 굴러들어 온 돌로 있을 수 없다.

시청자층이 다른 타BJ와의 합방은 좋은 홍보 기회가 된다.

'특히 러너방은 골수 롤 시청자가 많고.'

러너리그가 흥행 중이니 더더욱이다.

방송적으로 활약해서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게임 외적인 부분은 보라판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무른 롤판이다.

"오늘 해설 진짜 수고하셨습니다."

"아뇨 딱 한 경기했는데요 뭐."

"그 한 경기가 진짜~ 시청자형들도 인정하지? 옆에서 듣는데 내가 다 재밌더라!"

물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는 건데, 정치질만 하니 곪아 터지기밖에 안 한다.

'그래서 보라판이 망한 것 같기도 해.'

고인물.

철꾸라지 같은 적폐 몇몇이 유망주들을 전부 잡아먹으며 호의호식한 결과다.

이제는 반복되지 않을 미래다.

─말미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팀도 저 괴물 상대해야 하지 않음? ㅋㅋ

"……."

―괴물ㅋㅋㅋㅋㅋㅋ

―나라는 괴물을 막을 수 있겠어?

―남 일이 아닌데

―견문색 패기 어쩔 거냐고~

당장 내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게임 내적인 부분은 보라판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빡센 롤판이다.

'그래서 재밌는 거고.'

스토리만 잘 쌓으면 양지와도 엮일 수 있다.

러너리그를 선수로 참가한 것.

단순히 BJ로서의 영향력을 고려한 처사만이 아니다.

"사실 그래서 초대한 거기도 하거든. 해설보다는 이쪽이 메인이었지!"

러너맨과의 합방.

그 또한 나를 부른 이유가 하나는 아니다.

일일 해설을 끝낸 후, 중간 점검에 들어가기로 했다.

'품평 말이야.'

슬슬 대회가 중반에 이르렀다.

거품 꺼질 팀은 꺼지고, 대략적인 수준이 정리되고 있다.

─진심모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러뽕 거르고 러너리그 LCK랑 수준 삐까 뜨지 않음?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제가 보기에도 고전파팀 같은 팀은 LCK나 롤드컵 가도 먹힐 것 같아요."

"아니, 롤드컵은 너무 나갔다~."

―롤드컵ㅋㅋㅋㅋ

―슬슬 무리수 던지네

―괴물?

―응 프로들은 훨씬 더 괴물이야^^

진짜 우승 후보팀 말이다.

체급이나 경기력을 봤을 때 감이 오는 팀들이 몇몇 보인다.

"나는 진짜 씨지맥팀……, 지인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솔직히 나는! 이길 줄 알았어."

"저요?"

"전 시즌 우승팀이기도 하고, 워낙 까놓고 티어 차이가 났잖아?"

가짜 우승 후보팀은 걸러지고.

그중 하나가 돼버린 씨지맥팀의 탈락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럴 수 있지.'

세간의 기대치부터가 달랐다.

티어도 티어지만 전 시즌 우승팀.

당연히 호성적을 낼 거라 기대하게 된다.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런 말은 보통 안 하는 게 좋긴 한데?"

"저희가 순수 실력으로 이겼다기 보다는 밴픽에서 많이 갈린 것 같긴 해요."

―밴픽ㅋㅋㅋㅋㅋㅋ

―그 롤알못

―이걸 '맥'인다고?

―밴픽만으로 게임 끝내버렸자너~

그만한 팀을 무참히 박살 냈다.

그냥 대놓고 팰 수도 있겠지만, 상대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는 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무 완벽한 계획을 짜려는 게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냥 체급 차이로 부딪혔으면 승산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탑에서 대놓고 스노우볼 굴리려는 픽을 하니까."

"아~ 음!"

"상체 싸움만 생각하면 돼서 게임이 상대적으로 편하더라고요."

성냥개비 6개로 정삼각형 6개 만들기.

이런 난센스 문제를 풀 때 너무 빡집중해서 계산하면 오히려 못 푼다.

'꼭 마지막에 한 끗 차이로 어긋나거든.'

씨지맥의 성격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아무리 존나게 잘난 사람이라도 맹점이 없을 수는 없다.

사람이니까.

인간이니까.

닝겐다카라.

천재일수록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기 쉽다.

사소한 변수 하나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져 내린다.

─포고스턱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앨리스, 이블퀸 뺏은 건?

"써보니까 초반에 엄청 세길래 써봤습니다."

"뺏어온 측면도 있고?"

"예, 뭐 당연하죠."

―오……

―밴픽 천재네

―씨지맥이 밴픽땜에 멘탈 터졌는데ㅋㅋ

―이런 게 진짜 롤잘알이지

그의 약점을 알고 있던 것이 진짜 승리 요인이다.

미드 탈론 교수님의 저서를 애독해두길 잘했다.

'여하튼.'

썰풀기 방송.

러너리그에 참여한 덕을 이중·삼중으로 볼 수 있다.

러너맨의 합방 제의를 수락한 건 확실한 목적이 있는 판단이다.

"그럼 다음 상대팀은 어떻게 생각해요?"

"다음 상대팀? 어디였죠?"

"그걸 모르면 어떡해~ 아! 여기 오느라 앞경기를 못 봤구나!"

당장의 미래를 위해서도.

제 발에 걸려 넘어주는 상대도 있지만, 덫을 설치해야 하는 짐승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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