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괴물과 닭대가리
러너맨과 오정환.
최근 파프리카TV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BJ다.
그 둘의 합방 소식은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또 괴물ㅋㅋㅋㅋㅋㅋㅋㅋ
─고전파가 왜 자꾸 물어보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2]
─아아앜 괴물!
─고전파 해설 듣고 빡친다고 생각하면 개추 [7] +13
.
.
.
그도 그런데 예상 외의 방송적 흥행까지 겹쳤다.
오정환의 해설.
병맛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착착 달라붙는 매력이 있다.
─오정환식 해설이 LCK에서 했으면 문제인데
러너리그에서는 문제 없지
괴물! 나라는 괴물!
존나 흥겹자너~
└ㄹㅇㅋㅋ
└LCK에서 저 X랄하면 시청자들 가만히 안 있지
└용준좌 옆에서 저걸 어케 하냐고ㅋㅋㅋ
└팩트) 엄피컨 보다는 낫다
왠지 어디서 한 번 들어본 것처럼 말이다.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이슈화되는데 이른다.
안 그래도 주목받고 있던 경기에서.
고전파팀은 러너리그에 출전한 모든 팀을 통틀어 최강이라 평 받는다.
─오정환 때문에 괴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음ㅋㅋ이제 고전파 보면 괴물부터 생각날 듯 └아아앜 괴물!!
└해설은 안 하고 괴물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괴물 같이 잘하긴 했지
└이미지 메이킹으로 조져버리눜ㅋㅋㅋㅋ
챌린저 1위가 속해있다.
소속된 팀원도 전원 챌린저.
그것도 천상계에서 괴물이라 불리는 이들뿐이다.
진짜 괴물로 만들었다.
해설이 옥의 티라 불리던 러너리그이기에 일련의 화제는 더더욱 입소문을 탄다.
[00:10] [전체] 챌린저 (이즈레알): 와 괴물이다!
[00:12] [전체] 고전파 (르풀랑): 가장 외로운 괴물(몬스터)은?
[00:13] [전체] 고전파 (르풀랑): 솔로몬ㅋㅋ
[00:15] [전체] 챌린저 (이즈레알): ……
장본인의 귀에도 들어갈 만큼 말이다.
워낙 좁은 바닥인 천상계이고, 잘 들어맞는 별명이다 보니 금방 유행을 탄다.
'아니……, 그럼 나는 뭔데?'
일련의 광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챌린저 랭킹 2위에 빛나는 김종우는 최근 솔로랭크 채팅창이 심각히 거슬린다.
[00:20] [전체] 챌린저 (이즈레알): 헐 닭대가리도 있네
[00:22] [전체] 고전파 (르풀랑): 가장 말을 잘 듣는 닭은?
[00:23] [전체] 고전파 (르풀랑): 네네치킨ㅋㅋ
[00:26] [전체] 챌린저 (이즈레알): 고전파님 개그 정말 재미없습니다. 그만해주세요
[00:29] [전체] 고전파 (르풀랑): 알겠습니다
오정환의 발언.
그 대상은 고전파만이 아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 썰방송에서 자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닭대가리라고?'
어떻게 보면 필연이다.
오정환팀과는 8강에서 만난다.
그쪽도 의식하고 있을 거고, 자신의 실력을 생각한다면 당연하다.
챌린저 2위.
러너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
고전파에 버금가는, 아니 사실 그 이상의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고 자신한다.
─퍼스트 블러드!
고전파님이 챌린저님을 처치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저평가.
이 정도면 악의적이라고 봐도 되는 수준이다.
안 그래도 고전파에게 경쟁 심리를 느끼던 김종우는 과민하다.
─오정환의 피닉스킴 평가. official
러너: 피닉스팀 어떻게 평가해? 다음 상대잖아
정환: 아 그팀
채팅창 반응) 김종우! 김종우! 롤갤 대리! 롤갤 대리!
러너: 미드, 정글이 존나 세거든!
정환: 세긴 세더라고요
러너: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정환: 근데 뭐라 해야 하지…… 미드가 좀 닭대가리?
채팅창 반응) 김종우? 김종우? 닭갤 대가리? 닭갤 대가리?
└그 대가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 반응이 개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쟤 대리함?
└팀 이름부터가 피닉스팀KR임
자칫 잘못하면 고전파의 괴물처럼 별명이 정착될지도 모른다.
그것도 좋은 쪽 별명이 아닌, 대놓고 놀리기 위해 만든 멸칭이 말이다.
'닭이 얼마나 똑똑한 동물인지 알아?'
자신이 좋아하는 치킨에 대한 모독까지.
김종우는 화가 대가리 끝까지 날 수밖에 없다.
이미 커뮤니티에서 떠들썩하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있다.
─김종우 닭대가리 별명 ㄹㅇ 잘 만든 게ㅋㅋㅋㅋ
이 새끼 가끔 방송 켜서 떠드는 거 들으면
진짜 좀 덜떨어져 보임
└서울대보다 챌린저 가는 게 어렵다는 새끼임
└중졸
글쓴이― 중졸임? 그냥 말해본 건데 소름이네 ㄷㄷ
└굽네치킨에서 배달 알바도 해서 딱 맞음ㅋㅋㅋ
만약 녀석에게 진다면.
놀리기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어떤 짓을 할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도발까지 받은 시점에서 질 생각은 없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고전파님이 학살 중입니다!
철저하게 이긴다.
오정환팀의 미드라이너인 의진맨은 솔로랭크에서도 몇 번 만나봤다.
명백히 자신의 아래에 있는 사냥감에 불과하다.
'아, 뭐야? 바텀 왜 터졌어?'
고전파는 확실히 자신의 라이벌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실력을 가졌다.
이렇게 팀 차이가 날 때는 게임을 질 수 있다.
하지만 오정환팀.
전력적인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
미드 차이까지 낸다면 게임을 이기는 건 정말 쉽다.
'그런 새끼가 감히 날 평가질을 한다고?'
고작해야 랭킹 한 단계 차이 나는 녀석은 괴물이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같잖은 도발을 한 걸 후회하게 만들겠다.
한 점의 방심도 없이 박살 낸다.
* * *
오정환의 폭탄 발언.
김종우의 격한 반응.
그에 따라 커뮤니티는 축제 분위기다.
─오정환이랑 김종우 붙는다ㄱㄱㄱㄱㄱ +1
─이거 진 쪽 어케 됨? [7]
─치킨 시켰다 질문 받는다 [2] ―1
─오늘 누가 이기든 갤 100% 터진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
.
어느 쪽이 이기든 자신들은 알 바 아니니까.
팝콘이나 치킨 하나씩 들고 구경만 하면 된다.
─김종우 입장에서는 빡칠 만하지 ㅇㅇ
[현재 챌린저 랭킹. jpg]
랭킹 2위가 ㅈ으로 보임?
고전파랑 맞라인전 해서 솔킬 딸 수 있는 몇 안되는 미드가 김종우임다1 하위권따리가 입을 턴다?
오우쒯
딱밤 마렵지ㅋㅋㅋㅋ
└고전파 솔킬을 딴다고??
└솔랭에서는 뭐……
└근데 오정환은 재능충이라 아직 모름
└아직 몰라봤자 챌린저밖에 더 되냐 김종우는 2위인뎈ㅋㅋㅋㅋㅋ
오정환의 기세는 물론 대단하다.
전 시즌 우승팀이자,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씨지맥팀을 잡아냈다.
하지만 그뿐.
우승 '후보'팀에 불과하다.
인기가 아닌 순수 실력, 랭킹으로 따졌을 때 더 높게 책정되는 팀들이 있다.
─꾸엑꾸엑님, 별풍선 101개 감사합니다!
코봉이는 오정환팀이 이길 거라고 봄?
"꾸엑꾸엑형 LOL개 감사합니다! 어, 글쎄요. 그거 어려운 질문이네."
―피닉스김 괴물 못돼서 삐짐ㅋㅋ
―솔직히 에바임
―이건 오정환이 너무 방송각 봤다
―티어는 피닉스팀인데……
피닉스팀은 그중 하나.
천외천인 고전파팀을 제외하면 그 다음이다.
팀장인 피닉스킴이 무려 챌린저 랭킹 2위에 빛난다.
'난감하긴 해.'
오정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
돌발적인 방송을 즐겨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챌린저 2위한테 그런 막말을 할 줄이야?
러너맨의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랭커다.
다이아도 하늘 같을지언데, 그보다 훨씬 위라는 챌린저는 아예 다른 세상 사람이다.
"그래도 자신이 있으니까 한 말이겠죠? 씨지맥팀도 이긴 거 보면 아예 현실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이다.
덕분에 방송 어그로가 엄청나게 쏠렸다.
오정환이 왜 그런 사고를 치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LOL) 러너맨. 러너리그 8강! 오정환팀 vs 피닉스팀KR」_ ?41, 892명 시청
평소 이상의 시청자가 벌써 몰리고 있다.
밴픽을 시작하고, 인게임에 들어간다면 이 이상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해설자로서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승자 예측은 이쯤하고 바로 밴픽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에이
―이걸 빼네
―질 거 같으니까 손절각 보는 거야 형?
―빨리 게임이나 보자!
단두대 매치.
어느 쪽이 이기던 자신은 상관없다.
예상 이상의 방송 흥행만으로 러너맨은 만족한다.
* * *
도발.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
스포츠에서는 딱히 드문 일도 아니지만 자제를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왜냐맨 장민철이 있지.'
자살 토스로 유명하다.
목을 긋는 선세리머니를 하고 개쪽을 당한 적이 많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LOL에서도 심심찮다.
전챗으로 입을 털면 꼭 게임을 지는 징크스.
팀원들의 격한 반응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아니, 진짜 라인전 하는 건 난데…….>
"그렇죠, 님이죠. 제가 아니잖아요."
<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인성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
―넵?
―나만 아니면 돼애애애액~~!!
부담감이 장난 아니니까.
업보도 업보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잘하려고 너무 노력하다가 실수하는 일이 생긴다.
'안 하니만 못한 것도 사실이지.'
하물며 BJ.
당사자끼리만 아는 것이 아니다.
제3자라 할 수 있는 시청자들의 어그로도 엄청나게 쏠린다. 심하면 커뮤니티에 박제를 당하거나 밈 같은 게 조성된다.
흑역사를 제대로 써내릴 위험성이 있는 것도 맞는 말이다.
"제가 왜 닭대가리라고 했겠어요."
<왜 그랬는데요? 너무 알고 싶네.>
"혹시 그 투우 아세요 투우? 쿠우 말고."
맛있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 누구든 맛을 보면 이렇게~!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사실은 존나 맛없는 김빠진 환타맛 음료수다.
'바보한테 바보라고 하면 정말 화를 내거든.'
쿠우 새끼도 빡칠 것이 분명하다.
빨간색 천으로 쿠우를 몰며 가지고 놀듯, 피닉스김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멍청하고 띨빵하다.
우회적으로 표현하면 뇌세포가 부족하다.
그 점을 기준으로 게임을 풀면 매우 간단해진다.
"빡쳐 가지고 미드를 털려고 할 거란 말이에요."
<그, 그렇겠죠 아무래도…….>
"그러니까 수비적으로 안전벨트 꽉 메고 게임에 임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내가 풀면 된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
성난 쿠우를 이성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바로 피닉스김팀의 공략법이다.
말로 하면 매우 쉽다.
흥분한 짐승을 다루는 건 매우 어렵다.
스페인의 쿠우사만 해도 손에 꼽히는 위험한 직업이다.
타악!
탁!
미드 라인.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매미비아의 긴 평타 사거리를 활용한 견제에 고통 받고 있다.
<미드 진짜 좀 힘들어요.>
"봐줘요?"
<아니……, 일단 저 백업 절대 못 가요.>
게다가 피닉스김은 사람이다.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는다.
한 가닥의 이성 정도는 당연히 남아있다.
정말로 힘든 듯 의진맨이 평소 안 하던 약한 소리를 해온다.
챌린저 실력자를 상대로 버틴다는 것이 당연히 쉬울 리가 없다.
―의진맨만 불쌍하네
―김종우 다른 건 몰라도 라인전 하나는 겁나 센데 ㄷㄷ―미드 CS 허락 맡고 먹음ㅋㅋㅋㅋㅋ―왜 괜히 건드려서……
사실 도발을 했든, 안 했든 별 차이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실력 차.
의진맨도 그랜드 마스터급 미드이긴 해도, 챌린저 상위권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그러니까야.'
어차피 밀린다면 대놓고 밀리는 게 낫다.
어설프게 숨구멍을 트느니, 확실하게 가드를 올리는 것이 맞는 판단이다.
성이 난 상대가 공격에만 열을 올리게끔.
<괜히 벌집 들쑤신 것 같아요 진짜>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닭 대가리라고 하면…… 상대도 신경을 쓰겠죠.>
<せ? の~.>
일련의 의도.
어떻게 보면 뻔한 것도 사실이다.
가만히 듣던 쥐 대가리도 한 마디 보태고 있다.
'괜찮아.'
코물쥐도 알 만한 걸 상정하지 않았을 리 없다.
바보가 바보인 걸 알면 바보가 아니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