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화
─다대기님, 별풍선 101개 감사합니다!
피닉스김 자기가 오더한다고 함ㅋㅋㅋㅋㅋ
첫 세트를 이기고 준비 시간.
잠시 켜둔 후원 메세지가 벌써부터 불똥이 튀긴다.
'수금해야지.'
솔직히 할 만하다. 경기 중에는 꺼놓으니까.
별풍선이라는 게 분위기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포기하는 셈이니 말이다.
"너무 분위기 타신 거 아닌가? 군계일학이라는 사자성어가 왜 만들어졌는지 어원을 조사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군계일학 아시는구나!
―그냥 욕을 해……
―그 '조류'
―닭대가리는 조연이라고얔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자존심을 많이 건든 모양이다.
실력이라는 건 발전 가능한 것이고, 패배를 통해 깨닫는 바가 생기기도 한다.
'근데 한 번쯤 생각이라는 걸 해봐야 돼.'
그 깨달은 거.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모를까?
사실은 트루먼 쇼처럼 자신 빼고 전부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 확률은 십중팔구조차 아니다.
아무리 닥터 스트레인지라도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보고 올 수는 없다.
─멸치볶음존맛탱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김종우 별명이 15분 고전파임 방심하면 안됨
"100개 감사합니다. 깜빡하고 후원 못 껐네. 게임 시작했기 때문에 집중하겠습니다."
―15분 고전파ㅋㅋㅋㅋㅋㅋㅋ
―보급형임?
―배터리 어중간하네
―근데 전판 보니까 라인전은 존나 세긴 하더라 ㄷㄷ
게임이 시작한다.
스탠스는 전판과 비슷하다.
적 미드의 지능이 안타까운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것이 말마따나 쉬운 일이 아니다.
쿠우사들이 쿠우를 먹다가 체하는 일이 왕왕 있듯이 말이다.
'소풍 갔는데 쿠우가 손이랑 입에 다 묻어서 엄청 찝찝했던 기억이 있지.'
그냥 돌려서 따는 게 아니라 분유병처럼 쪽쪽 빨아 마시는 구조였다.
파워에이드짭인 네버스탑을 시작으로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이다.
<아……, 이게 이렇게 죽네.>
그리고 현재.
미드는 그냥 존나 센 게 9할이다.
무식한 닭대가리의 공격에 의진맨이 그만 쪼이고 말았다.
'시골에 가보면 닭이 진짜 무섭긴 하잖아.'
맨날 배민이나 쿠팡이츠로 시켜 먹으니까 만만해 보이지.
실물을 보면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이 쳐진다.
꼬꼬댁! 꼬꼬댁! 하면서 무섭게 째려본다.
마찬가지로 피닉스김.
닭대가리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닭한테 제대로 쪼이면 피 나는 정도로 안 끝난다.
구륵!
콰락!
코리아나의 QW 견제가 묵직하다.
솔킬로 인해 라인전 격차가 벌어지자 단순히 힘들다는 아쉬운 소리로 끝날 상황이 아니다.
'뭐, 상관은 없지만.'
미드라는 라인은 정말 중요하다.
게임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캐리력까지 가진 약간 불공평한 라인이다.
현재 시즌2, 3에는 그것이 더하다.
핑크 와드가 가진 가치.
그 이전에 미드가 가진 가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꺼져~ 내 거니까."
―ㅋㅋㅋㅋㅋ
―랄루 담당일찐ㅋㅋㅋㅋㅋㅋ
―다 뺏어먹네
―이이잉~ 기모링~!
정글.
이 안에서 만들어지는 질서는 미니언이라는 방패막이 뒤에서 엣헴거리는 자칭 황족들이 이해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이쿠, 이쿠!
음파각을 노리는 척 앞무빙을 밟는다.
초가트는 뒷걸음질 치고, 강타를 쓸 수 있는 사거리에서 벗어난다.
'이때 이따다끼마스.'
강타도 쓰지 않고 Q평Q로 깔끔하게 늑대를 챙긴다.
카정.
정글러들이 가장 치를 떠는 행위가 눈앞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게 레벨 차가 나기 시작한다.
그 스노우볼은 단순히 한 웨이브 덜 먹은 게 아니다.
강타의 데미지는 레벨에 따라 상승하고.
쿠웅!
다음 카정부터는 균형이 무너진다.
그냥 대놓고 코 베어간다.
설렁설렁 다가가 큰 정글몹을 쏙 상납 받는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물론 아무런 코스트가 없는 건 아니다.
미드 라인.
백업을 배제하고 라인전에 힘을 준 피닉스김이 의진맨을 또 솔킬 땄다.
―미드 ㅈ됨
―아
―닭대가리 존나 센데?
―15분 고전파라 할 만하네 ㄹㅇ
순수하게 무력이 센 유저도 위협적이다.
라이너가 솔킬 따이기 시작하면 정글 입장에서 한숨이 나온다.
'딱 하나 아무래도 상관없는 곳이 있지.'
바로 탑.
게임의 승패에 별 지장이 없는 그들만의 세상이다.
한쪽이 승리를 거머쥐어도 다른 라인에 영향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쿠우!
같은 맥락이다.
바텀 라인.
적 정글의 시야를 장악했다.
빙 돌아가 뒤를 칠 갱루트가 확보된다.
쾅!
타다당!
배달한 미스 포텐이 띄워진다.
크레이브즈가 면상샷을 갈기자 주마등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 서포터를 몰아내고 라인 이득까지 크게 챙긴다.
이 모든 것이 정글 구도가 무너진 것부터 구른 스노우볼이다.
'아무리 미드라도 미드 역할을 모르면 탑이랑 똑같아.'
카정을 방치하고.
시야도 그냥 주고.
그러니까 사이드 갱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피닉스김님이 학살 중입니다!
미드가 또 당해봤자 게임 승패에는 별 연관이 없다.
탑에서 학살 찍고 내려와도 잘 큰 바텀이 이랏샤이마셰 해주듯이 말이다.
'어차피 쟤는 곧 있으면 죽을 거야.'
이제 바텀이 망했으니 서포터의 발이 풀린다.
돌아다니다가 누구 한 명 쿵쾅! 거리 주는 순간 요단강 건너는 거지.
구륵!
콰락!
그럴 각이 벌써 보인다.
미드 라인.
코리아나의 견제에 감정이 실려 보이는 건 괜한 억측이 아닐 것이다.
'빡쳤겠지.'
나는 잘하는데!
나는 라인전 이겼는데!
이대로 한타 가면 내가 궁으로 어쩌고저쩌고.
화가 잔뜩 나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좁은 시야가 더 좁아진다.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소리고.
쿵쾅!
여름의 광우스타가 들어간다.
점멸로 벽을 넘어 WQ.
이성은 잃었어도 생존 본능은 남아있다는 듯 코리아나는 피해낸다.
하아!
상관이 없다.
생존기가 없는 챔피언.
미니언에 음파를 맞히고 날아가 자연스럽게 미끄러진다.
파앙!
이쿠, 이쿠!
점멸+방호.
찰싹 달라붙어 엉덩이를 툭툭 친다.
코리아나가 어쩔 수 없이 충격파를 쓰는 타이밍에.
이~쿠우!
걷어찬다.
공기팡이 돼버린다.
날아간 종착지에는 의진맨의 카서트가 기다리고 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의진맨님이 피닉스김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432G)
워낙 성장이 준수해 반항이 거셌다.
카서트도 공을 피하지 못했으면 그만 죽을 뻔했다.
하지만 과정이 어찌 됐건 결과는 예정된 대로다.
"난 키워서 먹어."
―이걸?
―아니 개억지로 잡넼ㅋㅋㅋㅋㅋㅋㅋㅋ
―잡았는데 손해 같아
―메이플 레이드 하는 것도 아니고ㅋㅋㅋㅋㅋㅋ
조금 과투자가 되더라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잡기만 하면 개이득인 상황이다.
'얘만 잡으면 게임이 끝나니까.'
정글 터졌고, 바텀 터졌고, 탑은 어차피 상관이 없고.
유일한 동앗줄인 미드가 무너지며 제압킬까지 내줬다.
단순히 죽은 게 문제가 아니다.
전 라인이 레벨 차이가 극심하다.
줄 건 줘! 안 줄 것까지 다 줘버린 여파다.
쿵!
구워어어―!
게임 구도도 이미 다 풀려버렸다.
광우스타가 바텀에 로밍을 온 것처럼 나타나 생다이브를 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여름이 몸을 댄다.
보수적인 몰몬교 신자이자 트럼프 지지자로서 거부감이 일 수 있는 플레이도 팀을 위해 훌륭히 소화한다.
"적팀이 우리팀을 위해 오더를 해주나 봐요. 그게 아니면 이럴 수가 없는데?"
―닭대가리가 오덬ㅋㅋㅋㅋㅋㅋㅋ
―그 '조류'
―15분 고전파 어디 감?
―아 15분 지났자너ㅋㅋㅋㅋㅋ
15분 어쩌고 소리 나오는 건 결국 라인전도르라는 뜻이다.
롤이라는 게임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임이 아니다.
해야 하는 걸 하는 게임이지.
'그 해야 하는 것도 당장 정하는 게 아니라 밑그림부터 그리는 거고.'
그림을 그릴 때도 밑그림을 괜히 그리는 게 아니듯이 말이다. 당장에 급급하면 어지간히 센스가 있는 게 아닌 이상 결과물이 꼬인다.
물론 무력이 세면 여유가 생긴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솔로랭크에서는 그것이 마스터키가 되는 경우도 있다.
「육신은 이미 너를 버렸다!」
여긴 솔로랭크가 아니라서 문제지.
카서트가 W로 슬로우벽을 친다.
코리아나는 비비적대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아!
파앙!
음파를 맞히고 날아가 땅을 친다.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스캐너가 튀어 나온다.
6레벨을 찍고 미드라이너가 원하는 백정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말이다.
이~쿠우!
일단 차낸다.
경로에 있던 스캐너가 붕─ 뜬다.
에어본 상태가 풀리고 나면 점멸궁이라도 박을 심산이겠지만.
쿵쾅!
이미 끝난 게임이다.
광우스타가 어느새 합류해 WQ를 박아버린다.
적당히 기다렸다 음파로 재진입해 카서트의 지원과 함께 마무리한다.
'너는 닭이야. 두루미가 아니라니까?'
무력은 센데 게임은 이길 줄 모른다.
자신의 생각에는 라인전 이기고, 한타 가서 파괴하면 미드 차이로 터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과정이라는 게 당연히 있다.
―미드 3킬 먹고 내리 2데슼ㅋㅋㅋㅋㅋㅋ
―중계) 방금 역갱 오더였다
―ㅈ망
―진짜 닭대가리 맞네
머리가 나쁜 상대.
오더까지 해주자 게임 이기는 게 너무 편해진다.
전 맵에 시야가 생생하니 이제는 굳히는 일만 남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오더라는 게 절대 쉽지가 않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조별 과제도 조율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마챌급 팀게임은 닥치고 솔랭처럼 하는 게 나을 때도 있을 정도다.
미드가 이기적으로 하고 싶다.
확실한 방향성을 정해주니 터트리기도 한결 쉬워진다.
첫 세트보다 훨씬 빠르게 스노우볼을 굳힌다.
"카서트 궁 선창 해요."
<네? 벌써?>
더 빨리.
용한타가 이루어진다.
상대 입장에서는 싸울 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다른 방법을 모르니 아모른직다 하고 모였다.
하아!
희망을 분쇄해준다.
음파를 던지며 와드 방호.
부쉬에서 튀어나가 적 코리아나의 코앞에 당도한다.
이~쿠우!
이쿠!
바로 차내자 뒤에 있던 두 명의 적까지 꼬치 꿰인다.
하지만 순삭을 하는 건 힘들고, 리심궁의 특성상 이니시도 애매한데.
─오정환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죽일 수만 있으면 상관없다.
약간의 응용기.
혹시 몰라 요구한 카서스의 궁극기를 더할 필요도 없이 코리아나가 찍소리도 못하고 터진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그리고 나는 코리아나를 보드처럼 타고 반대쪽으로 빠졌다. 그나마 잘 큰 미드까지 잘린 상황에서 상대는 승산이 있을 리가 없다.
―???
―아니 저게 원콤이 나네
―번쩍 했는데
―점멸을 어케 쓴 거야
아군이 억지로 호응해도 충분히 쓸어담는 한타다.
그 시발점이 조금 의문을 자아내는 듯하다.
채팅창의 반응이 뜨겁게 올라간다.
'여하튼.'
게임은 끝났다.
방금 전 한타로 최소한의 억지력마저 잃었다.
바론을 먹듯, 미드를 밀든 글자 그대로 시간 문제다.
그럼에도 서렌을 치지 않고 버티는 이유.
대리팀을 홍보하기 위함이라고 들었다.
홍보 효과가 정말 있을지는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런 닭대가리들한테 돈 주고 대리 받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대단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작 당할 듯
―ㄹㅇㅋㅋ
―롤강의도 한다던데 수강자들 현탐 씨게 오겠다
앞으로는 사업이 썩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