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화
개인 방송.
그 파급력은 이따금 상상을 초월한다.
─2 대 떡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브론즈팀 대 챌린저팀 예능전 맞지?
─저 실력으로 대리했냐……
─롤갤 대리팀X 닭갤 대가리팀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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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만 명에 가까운 실시간 시청자를 기록했다.
커뮤니티에 2차로 퍼지며 또 그 배 이상의 방송적 영향력을 미친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일동은 선언합니다
[8.15 광복절 독립 만세짤. jpg]
롤갤에서 악질적인 대리를 일삼던 피닉스팀으로부터 해방되었음을 선언합니다 피닉스팀은 버스 기사가 아니라 유모차 기사였습니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일동―
└바로 손절ㅋ
└가차 없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 전까지 롤갤 대표팀이라고 빨던 놈 아님?
└쪽팔린데 손절해야지 ㄹㅇㅋㅋ
접전이 아니라 정전.
컴퓨터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아무것도 못하고 패배했다.
32강에서 걸러졌어야 할 허접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으니 욕을 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괜찮아. 괜찮아.'
아무래도 상관없다.
랄루는 자신이 애용하는 커뮤니티의 상황을 보며 피식피식 웃는다.
쪽팔려서 눈코입이 다 사라질 만한 패배를 하긴 했어도 실질적인 이득을 챙겼다.
『피닉스팀 대리 문의 게시판』
№. 1 여기가 소문의 대리팀 맞나요?
№. 2 홍보 보고 왔습니다
№. 3 안녕하세요 그래도 브론즈 양학은 가능하시죠?
랄루가 운영하는 대리 사이트.
대리 문의가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당초 의도했던 대로 홍보라는 성과를 톡톡히 거뒀다.
돈만 주면 티어를 올려준다고? 대리 게임의 존재를 몰랐던 이들은 혹한다.
시청자가 워낙 많았다 보니 한 줌만 걸려도 엄청나다.
'어라?'
모든 것이 의도한 대로.
충분히 만족을 할 만한 수준이다.
룰루랄라 신바람이 난 랄루가 부작용을 눈치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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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ining!
불법정보(사이트)에 대한 차단 안내
귀하가 접속하려고 하는 사이트는 법률상 금지하는 불법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어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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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
음지 장사가 양지로 나가버린 후폭풍.
유명해진다는 게 비단 좋은 쪽의 일만은 아니었다.
─방통위에 피닉스 대리 신고했다 ㅍㅌㅊ?
――――――――――――――――――――――――――――――+불법 사업체 신고합니다^^불철주야 국민의 권익과 국가의 번영, 그리고 정의의 실현이라는 선진국으로 향하는 3신기를 갈고 닦으시는 관계자분께 알려드립니다 최근 LOL이라는 게임에서 불법 대리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ㅠㅠ(중략)
+――――――――――――――――――――――――――――――└X발 필력 보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놈의 불철주야
└일할 맛 나겠네
└근데 이게 신고한다고 되냐?
눈엣가시로 보는 사람들이 당연히 생긴다.
몇몇 유저들이 신고를 하기 시작했고, 쌓이고 쌓이자 담당 부서에서도 진지하게 처리를 한다.
─롤갤 대리 사이트 터졌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닉스대리. com 이거 막힌 거임?
─랄루 본캐도 정지 먹었네 ㅋㅋ
─나만 아니면 돼애애애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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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유저들의 신고로 애지중지 운영하던 대리 사이트가 폐쇄된다.
그에 따라 홍보 효과로 모이던 대리 매물과 본인의 챌린저 아이디까지 하루 아침에 잃는다.
'아이구 멍청한 새끼 낄낄.'
일련의 상황을 비웃으며 지켜본다.
랄루가 타격을 입으면 일거리를 잃는 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김종우는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BlueSky007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랄루 정지 먹었다던데 어칾?
"요즘 대리 그런 거 하는 사람이 어딨다고~ 나처럼 정직하게 돈을 벌어야지."
―??
―아ㅋㅋ 바로 손절 쳐야지
―니 팀 버려?
―랄루랑 선 긋고 세탁기 돌리자 형
자신은 다른 돈줄이 있으니까.
러너리그의 흥행이 낙수 효과로 떨어지며 간간히 하던 방송에 시청자가 부쩍 늘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대리 게임하면 안 되지. 나쁜놈들이야.'
시즌2까지는 해도 됐다.
양심이 조금 찔릴 뿐 제재의 대상은 아니었다.
시즌3에 들어 게임사가 칼을 빼들었고, 대리가 불법이라 인식되는 분위기다.
이제부터 안 하면 되는 일.
개인 방송에 집중해서 돈도 벌고, 차근차근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한다.
러너리그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말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다소 쪽은 팔렸다.
그래도 챌린저는 챌린저고, 무력이라는 가시적인 실력을 가졌다.
놀리러 온 시청자들까지 감화된다.
―와
―이게 챌린전가 ㄷㄷ
―김종우가 대가리가 닭이라서 그렇지 피지컬 하나는 개쩜―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미드 솔킬.
솔랭을 돌리면 거의 매판 딴다.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그조차도 엄청나게 놀랄 거리다.
그도 그럴 게 챌린저.
프로게이머를 만나는 일도 심심치 않다.
비슷한 수준의 BJ도 거의 없던 시절이다.
김종우의 방송은 수요가 있다.
닭대가리라는 게 일종의 밈이 되어서 캐릭터적으로도 차별화되었다.
'방송 거 쉽네~.'
본인도 자신감이 붙는다.
그냥 실력 좀 보여주고, 입 좀 털면 알아서 빨아준다.
세상에 이렇게 쉬운 일이 없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방송할 걸 그랬당~ 나 랄루 알기 전까지 알바했거등. 너희들 굽네치킨 좋아행?"
―좋아하지
―고추바사삭 개존맛ㅋㅋㅋㅋㅋㅋ
―양이 너무 적어
―응 창렬
나쁜 친구가 자신을 대리의 길에 꼬드기기 전.
생활비 등이 필요하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아이구 바보 같은 놈들.'
배달 알바.
그러다 보니 알고 있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불평이 귀엽게 느껴진다.
"내가 굽네치킨 배달을 했거등. 내가 왜 굽네치킨을 했냐면 이게 빼먹기가 존나 좋아. 포장이 그래 가지고. 학원가에서 맨날 배달할 때 어? 밥을 안 먹고 간 다음 하나씩 빼먹었엉. 그래서 굽네가 양이 적은 거양!"
신이 나서 설명을 한다.
수많은 시청자 앞에서 자신이 과거에 고생을 한 경험담을 늘어놓는 이 느낌.
약간 자수성가한 것 같다.
들뜰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안 말해도 될 부분까지 털어놓고 만다.
"배달 끝내고 딱 돌아가면 사장님이 닭 한 마리 해줘 어? 그러면 이제 친구 불러 가지고 같이 먹는 거지 낄낄낄!"
―?
―사탄: 아 그건 좀;;
―사장님은 뭔 죄야……
―형 이건 좀 아닌 거 가텨
그것이 옳은 짓인지.
경험과 상식이 무르익지 못한 김종우는 판단하지 못한다. 적어도 자기 친구들은 그랬으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배달을 해봐서 아는데 배달하는 새끼들 분명히 다 빼먹어. 어? 안 빼먹을 수가 없어. 이거는 빼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야!"
되도 않는 변명을 한다.
그것도 수많은 시청자 앞에서 말이다.
그 스노우볼은 법적 체계가 애매한 랄루와 달리 더 크게 굴러간다.
─러너리그가 낳은 희대의 닭대가리 근황. jpg
[피닉스김 굽네치킨 발언 요약. jpg]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 다릅니다
범죄가 곧 생활 방식입니다
└진짜 닭대가리네
└배달거지 새끼 ㅉㅉ
└저걸 X발 자랑스럽게 말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
└능지 처참
명백한 범법 행위이니 당연하다.
단순히 방송을 안 한다고 해결될 수 있을 만한 사태가 아니었다.
* * *
방송을 하다 보면 이따금 생긴다.
기본적으로 팔이 안으로 굽긴 하지만, 이번 굽은 조금 다르게 볼 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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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피닉스김입니다. 일전에 개인 방송에서 치킨 배달 서비스 관련하여 굽네치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드리기 위해 사과문을 작성했습니다.
문제가 된 영상에서 저의 태도는 불손함 그 자체였고, 굽네치킨 브랜드의 명예와 굽네치킨을 운영하시는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 점 정말 죄송합니다. 개인 방송에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던 도중 치킨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서 최대한 재밌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려고 하다가 저의 오만한 태도 때문에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 저는 진지하게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법을 몰라서 진심이 전달될까 송구스럽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굽네치킨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과 프랜차이즈 운영하시는 모든 분들, 굽네치킨의 모든 관계자 분들에게 저의 죄송한 마음이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의 잘못이 매우 컸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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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연예인처럼 소속사에서 관리를 받는 게 아닌 1인 미디어의 특성상 빈번하다.
과거 행적이 문제가 되어 논란이 되는 일 말이다.
─아벨리카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무슨 초딩이 쓴 거 같네ㅋㅋ
"너무 그러지 마세요. 진심이 묻어 나오는 좋은 사과문인데."
―닭대가리니까 당연하지ㅋㅋㅋ
―대체 어디까지 내다본 겁니까 센세……
―와
―세상에 얼마나 생각 없이 살면 저런 말을 하지?
스스로 불을 붙여서 문제다.
무슨 프로메테우스도 아니고.
불을 가져오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실언을 할 때가 가끔 있기는 해.'
실시간 방송의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게 있고, 상식의 범주를 너무 벗어나서는 안된다.
그 상식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우리 봄이가 학교에 잘 다니도록 하는 이유다.
기본적인 교양은 갖춰야 바보 같은 실수를 안 한다.
"근데 그건 빡친다. 굽네치킨 시키면 우리 봄이가 맨날 양이 적다고 징징댔는데 저분이 빼먹은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 식성은 ㅇㅈ이지
―굽네 양 진짜 적긴 함
―구운 거라 그런 줄 알았는데 설마?
굽네치킨 본사와 배달원 노조.
양측에 고소를 당한 피닉스김은 약 10억원 규모의 민사에도 휘말렸다고 한다.
장문의 사과문으로 선처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김찹쌀떡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저런 놈이 오더를 했다고 생각하니까 한숨이 나오네
"그래도 덕분에 쉽게 이겼죠."
알 바도 아니고.
너무 쉽게 이겨버려 김이 빠지긴 하지만 4강은 4강이다.
슬슬 우승이라는 목표가 현실로 다가온다.
유입 시청자도 꽤나 늘었다. 커뮤니티에서도 일상적으로 언급된다. 물론 설레발을 치기에는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2002 월드컵 4강 들어갔을 때.
이러다 진짜 우승하는 거 아니냐?
어림도 없지 하며 역대 월드컵 최단시간 골 기록을 갱신한 것처럼 말이다.
─오정환팀 4강 탈락 확정인 거 같은데?
그 쥐새끼 토이치 밴하는 순간 팔다리 잘리고
그 일본인 존재감 하나도 없고
의진맨도 그 닭대가리한테 처맞으며 서열 정리된 느낌이지 결국 정글이 캐리하는 팀인데 상대가 개맥주다?
오우쒯 게임 끝났지ㅋㅋ
└개맥주팀 만난다고?
글쓴이― 변수 없으면 아마?
└리심의 아버지 ㄷㄷ
└오정환도 리심 잘하긴 하던데 그래도 본좌는 못 이기지!
적어도 세간에서는 아직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닭대가리가 분전을 해줬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가지가지나뭇가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개맥주가 정환이 리심은 겉멋이라고 했음!
"아 그래요? 제가 좀 비주얼이 되긴 하죠."
―비주얼씹ㅋㅋㅋㅋㅋㅋㅋ
―말빨 안 지넼ㅋㅋㅋㅋㅋㅋㅋㅋ
―"보라짬"
―근데 ㄹㅇ 용한타에서 플 쓴 건 의아하긴 하더라
조금 더 팰 맛이 나는 샌드백으로.
본격적인 활약을 하기에는 워낙 기울어진 게임이었다.
미처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딱히 보여준 것도 없긴 하지만.'
겉보기에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