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76화 (276/846)

276화

리심의 본좌?

러너리그.

무려 32팀으로 시작된 대장정도 벌써 4강으로 추려졌다.

당장 우승 후보를 따지는데 열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정환 리심 마지막 한타 장면 0.25배속. gif [892] +1201

하나의 게시글이 유독 높은 조회수를 보인다.

때아닌 논쟁이 커뮤니티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와 콤보 미쳤네;

└점멸을 왜 쓴 거임?

└겉멋충ㅋㅋㅋㅋㅋㅋㅋ

└손 꼬여서 점멸 누른 거 같은데

플레이가 너무 훌륭해서?

그런 슈퍼 플레이 장면들이 캡처되어 올라오는 경우는 심심찮다.

특히 LCK가 하는 날에는 거의 반드시 있고, 러너리그에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고작 그 정도의 일이었다면 화제가 될 리 없다.

이상하다.

플레이가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의 범주를 넘어섰다.

이~쿠우!

찬다.

그 직전에 이어진 음파각과 와드 방호는 훌륭했다.

상대로 하여금 반응할 여지를 주지 않는 깔끔한 기습이다.

이쿠!

파앙!

문제는 그 이후.

앞점멸로 따라간다.

QQ를 쓰면 되는데 어째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포인트다.

"여기서, 여기서……, 그래! 아~ 봐봐. 내 말이 맞지?"

―아

―진짜네

―X발 저기서 평타 치려고 점멸을ㅋㅋㅋㅋㅋㅋ

―E도 쓴 거 아님?

BJ개맥주의 방송.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아니, 그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항이다.

'개맥주죠 시펄!'

희한한 콤보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고.

심지어 자신이 참가하고 있는 러너리그라는 대회에서 말이다.

─개로담근소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리심 본좌가 보시기에 별로인가요?

"별로고 나발이고 저런 겉멋에 찌든 플레이는 할 필요가 없지!"

―소신 발언 ㄷㄷ

―상대 오정환인데

―응 개맥주야

―아ㅋㅋ 개맥주가 ㅈ으로 보이냐고

리심으로 화제가 된다?

리심의 본좌가 바로 자신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보여주기식 플레이나 해대고.'

보라인지 빨강인지 이상한 방송을 하는 BJ라고는 들었다.

롤판에서도 시답잖은 짓을 하며 어그로를 끈다.

근본 있는 프로게이머 출신인 개맥주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정환이 리심으로 끈 어그로를 저격하게 된 이유다.

─前프로 개맥주가 평가하는 오정환 리심. RealFact

[개맥주 띠꺼운 표정. jpg]

"겉멋"

"점멸 왜 씀?"

"아껴야 잘 산다"

└겉멋충ㅋㅋㅋㅋㅋㅋㅋ

└막 쓰다 똥됨ㅋㅋㅋㅋㅋㅋ

└나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었구나

└전프로 말이니 맞겠지 ㅇㅇ

BJ들의 위상.

아무래도 썩 높지 않았던 시기다.

개노답 삼형제의 패악질도 패악질이지만, 근본력이란 면에서 워낙 부족했다.

그 근본력이 충만하다.

무려 프로게이머 출신. 커뮤니티에서도 개맥주의 이야기는 공신력이 받쳐준다고 보고 있다.

─개맥주 모르는 뉴비들 필독

『워크판에 2명의 천재가 있는데, 한 명은 노력하는 천재 장재호고, 다른 한 명은 노력하지 않는 천재 개맥주이다』

이거임

└아 X랄 노

└어딜 안드로장이랑 비비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쳐줘야 B급

└그래도 꽤 잘했던 선수는 맞지

와우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1세대 e스포츠로 불리우던 게임이다.

한국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않았지만 몇몇 선수는 인지도가 있다.

그중 한 명이다.

이름값이 있다 보니 前프로로서 예우를 받는다.

리심 장인으로서의 실력과 한 가지 밈이 합쳐지며 탑급BJ가 되었다.

─리심 와드방호 개맥주가 개발한 건가요?

드립인가요 진짠가요?

원래 다 QQ진입 했었는데 와드방호가 발견된 후로 리신이 OP가 된 거라는데 걍 드립이죠?

└사실입니다 그것 뿐인가요 ? 르풀랑이 W두 번 쓰면 원래 자리로 이동한다는 것도 갓맥주님이 발견하셨습니다 └롤을 개맥주가 만들었다면서요?

└LOL 대주주가 개맥주죠

└리심의 메타를 개맥주님이 만드신 거죠 선구자심 ^0^

몇 가지 창의적인 콤보들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소문에 살이 붙으며 리심은 개맥주!

프로게이머 인섹과 함께 최고의 리심 플레이어로 평가 받는다.

─허리띠졸라매고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럼 개맥주님이면 저때 어떻게 판단했음?

"어 100개면 대답해줄 만하지. 어디 보자……, 음! 나였으면 올 때까지 좀 더 기다려서 Q평E평RQ평E! 개맥주 콤보 박아버리거나 와드방호로 배달을 하지 않았을까?"

―Q평E평RQ평E는 ㅇㅈ이지

―저 콤보들을 정말 개맥주가 만든 거임?

―별풍 쏴야 대답해주네

―개소주죠 시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떡밥을 물었다.

의아한 플레이, 그 정도로 끝날 수 있던 영상이 대형 화제로 번지게 된 건 필연이다.

'저걸 의식해서 플레이했다고? 그럴 리가 없지.'

물론 알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맞는 플레이.

코리아나를 순삭시키고, 한타를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하다. 손 한 번 꼬였으면 그냥 스로잉이다.

자신조차 저런 플레이를 시도한 적은 없다. 어쩌다 뽀록이 터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리심 장인으로서의 자격지심이 오정환을 인정하지 못하게 만든다.

─현다이아) 오정환 리심 영상 계속 돌려봤는데

점멸 왜 쓴지 모르겠다

그 이전에 그냥 오바 같아

배달하려다 손 꼬인 거 아님?

└나도 그 생각함

└겨우 평타 때리려고 점멸 쓰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배달하면 리심 그 자리에서 죽을 텐데

글쓴이― 그님티?

개맥주로서는 단순한 꼬장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리심의 본좌.

개맥주가 오정환의 플레이를 깎아내리니 일반 유저들도 그런가? 한다.

그냥 차기만 했다면 감탄하고 말 포인트다.

아니, 훌륭했다

3인 당구를 성공하며 리심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런데 의아한 점멸 판단.

개맥주의 겉멋 저격.

두 가지가 합쳐지며 커뮤니티의 여론이 급격하게 변한다.

─오정환 그냥 인섹킥 하려다 실패한 거 같은데?

마음만 앞서서

앞점멸 했다가 이미 차버려서 평타 때리고 만 거 아님? ㅋ└그거라니까 └이이잉~ 기모링~!

└아 코물쥐충 새끼들 존나 할 거 없어서 그딴 거 따라하냐?

└진짜 좀 애매하긴 함

긴가민가 하고 있었다.

굳이 점멸 써야 되냐?

개씹에바참치 터는 각 아니냐?

내심 가지고 있던 생각을 대변해주었다.

리심 장인의 확언이라는 근거가 생기자 마음껏 비판할 수 있다.

커뮤니티에 어그로가 생긴다.

* * *

QQ와드방호R.

와드 방호로 상대의 뒤를 잡아 궁극기로 배달하는 행위도 롤 초창기에는 문화 충격이었다.

이걸 행한 선수의 아이디를 따 '인섹킥'이라는 고유명사화가 되었을 정도다.

'사실 별건 아니지만.'

차후에는 말이다.

골드만 돼도 그 정도 플레이는 한다.

애초에 그다지 실용적인 플레이도 아니다.

─연근조림덮밥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 무냐고!

"100개 감사합니다. 저도 일단 추천글 보긴 했어요."

―봤다고?

―그걸 보넼ㅋㅋㅋㅋㅋㅋㅋㅋ

―이이잉~ 기모링~!

―솔직히 뽀록 아님?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화제.

당연히 체크하고 있고, 그에 따른 반응도 알고 있다.

'그게 일인데.'

방송 어그로 말이다.

보라판과 마찬가지다.

방송 콘텐츠로 써먹는 건 BJ의 기본 소양이다.

이~쿠우!

차낸다.

문제의 영상.

시청자들과, 어그로에 끌려온 유입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본다.

"여기서 Q평E평RQ평E를 하거나 배달을 한다고요? 개맥주님이 진짜 그랬어?"

―ㅇㅇ

―개맥주 콤보 모름?

―배달하는 게 맞았지

―방송에서 존나 깠음ㅋㅋㅋㅋㅋ

상대팀이 오고 있다.

와드로 체크가 되었고, 코리아나 옆에 최소 두 명 이상의 적들이 있다.

'여기서 배달을 하면 어떻게 되겠어?'

성공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

적진 한복판.

그대로 CC 연계 당해서 골로 가는 생명 단축의 지름길이다.

─Americano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미드랑 정글 교환하면 개이득 아님?

"잘 큰 제가 죽는 게 정말 이득일까요? 코리아나가 점멸 반응이라도 하는 순간 그냥 개죽음이고."

괜히 실용적이지 않은 플레이라고 한 게 아니다.

가진 모든 스킬과 기력을 써야 가능한데, 그에 반해 리턴은 딱 하나 배달뿐이다.

'그럴 거면 딜템 안 올리지.'

탱템 올려서 1초라도 더 버티겠지.

아니, 그 이전에 리심 말고 다른 탱커 챔피언을 해서 CC기 셔틀이라도 하겠지.

리심으로 1인분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캐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탄생하게 된 게 극단적인 점멸 콤보다.

이쿠!

파앙!

차자마자 바로 앞점멸 평타.

땅치기로 광역딜까지 먹이고, Q 2타로 따라가 확정 평타를 한 번 더 먹인다.

─오정환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풀피 코리아나가 반항도 못하고 터진다.

발로 차버린 에어본 상태에서 뒤질 때까지 처맞은 결과다.

'사실 콤보랄 것까진 없는데.'

무슨 철권해?

스트리트 파이터 해?

LOL은 상대가 샌드백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냥 상황에 맞춰서 물 흐르듯 사용하면 된다.

그것이 QWR평EQ평이었을 뿐이다.

모든 것을 불태우는 초극딜.

─이건귀하군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뭐지? 난 사고가 안 따라간다 ㄷㄷ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체력 최대한 깎고 Q 2타 박은 거예요."

―점멸로 따라가서 때리지

―?

―상상도 못한 정체!

―겨우 평타 치려고 점멸을 왜 써ㅋㅋㅋㅋㅋㅋㅋ

겨우가 아니다.

리심의 Q.

그 2타는 상대의 체력이 낮을수록 더 세게 박힌다.

'한가롭게 Q평E평RQ평E 하면 맞아주지도 않을 테고.'

상대가 개병신이 아닌데!

체력이 급속도로 다는데!

그때 점멸 누르는 건 지나가던 브론즈도 한다.

그렇다.

점멸을 쓰기 전에, 아니 쓰더라도 무조건 죽도록 극딜을 박은 것이다.

특히 리심 유저한테는 중요한 능력이다.

"개맥주님이 말한 대로 하면 코리아나가 반응해요. 아무리 닭대가리라도 챌린저 2위인데."

―닭대가리 또 맞눜ㅋㅋㅋㅋㅋㅋㅋㅋ

―야무치가 죽었어……

―다시 봐도 모르겠네

―납득은 하겠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렇게 해야 한다.

리심은 챔피언 특성상 초반에 이득 보기 쉽지만, 게임을 마무리 짓기에는 한끗이 아쉽다.

'근데 유리한 상황에서 누구 한 명 점멸로 끊으면.'

바론 등 추가 스노우볼로 굴러가며 게임의 결정타를 박는 흐름이 된다.

클리드라는 선수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로 많이 참고했다.

─더심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나는 암만 봐도 과투자 같음……

"예,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저도 그냥 하다 보니까 나온 거라 너무 의미 부여하진 마세요."

과투자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나라고 딱히 의식해서 멋있는 장면을 보여줘야지! 하고 끼부린 게 아니다.

그냥 하다 보니 나온 거지.

문제는 현시점.

인섹킥만 해도 눈동자가 봄이 마냥 땡그래지던 시절이다. 특이한 짓이라고 이슈가 돼도 이상하지 않다.

'기왕 됐으면 써먹어야지.'

개맥주의 지적도 현시점에서는 실용성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LOL이 상향 평준화 될수록 유저들이 영악해진다.

어? 배달한다고?

이거 플 반응해서 리심 받아먹어야지.

혹은 초시계나 빛망플 활용해서 역슈퍼 플레이가 터지는 일도 심심찮다.

신규 챔피언들도 워낙 사기적인 것만 나온다.

그런 척박한 메타에서 리심 유저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에 익힌 생존기 같은 플레이라 할 수 있다.

"혀 길어지지 말고 그냥 한 번 붙어보면 알겠죠. 개맥주님 시청자 있으면 전하세요. 서로 리심 노밴전 한 번 가자고."

―혀 길어지지 말고ㅋㅋㅋㅋㅋ

―인생은 실전이지 ㄹㅇ

―선전포고 ㄷㄷ

―아 시비 걸었으면 업보 회수하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전력의 3할 정도 써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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