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화
―ㅇ
―아
―시작했냐?
―리심 노밴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숱한 관심 속에서 시작된다.
커뮤니티에서 시발점이 된 화제는, 당사자들을 거쳐 더욱 더 크게 불타올랐다.
─꾸웨에엑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코봉이형 오늘 진짜 멸망전임ㅋㅋ
"꾸웨에엑형 100개 감사합니다! 저도 들었죠~ 양쪽 다 리심 밴을 할 생각이 없다던데."
그 여파는 당연히 러너리그에 미친다.
방송을 키자마자 쏟아지는 시청자.
채팅창과 후원 메세지의 반응.
'음…….'
러너맨으로서는 당황스럽다.
자신도 당사자가 된 셈이니까.
대회의 운영을 맡고 있는 만큼 모른 척할 수도 없다.
"근데 말이 그렇다는 거고 리심 밴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요즘 1티어잖아. 어 그래? 나는 골드라서 몰랐네;;"
―절대 아니지
―둘 다 자존심 존나 세서 절대 그럴 일 없음
―코봉이형은 잠깐 나가있어……
―아 리심 밴하면 민심 감당 못하짘ㅋㅋㅋㅋㅋㅋㅋ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닭대가리 사태 말이다.
그때도 당황스럽긴 했어도 방송적으로는 분명 이득이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겠지.'
다소 찜찜하긴 해도 그 효과가 입증된 마당이다.
일일이 태클을 걸기도 그렇고, 건다면 양쪽 다 걸어야 되는데 말리는 것도 쉽지 않다.
─항상응원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러너형은 이번에도 중립이야?
"나는 해설자잖아. 한쪽 편을 들면 안되기도 하고. 두 분 다 잘하시는데 감히 예측이 안되지."
가만히 있는 게 상책.
닭대가리때도 그렇게 대응했다.
하지만 그런 밋밋한 결정이 시청자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러너맨 이 새끼는 해설 대체 왜 하냐?
맨날 모른데
ㅈ도 모르면 해설을 왜 하냐고?
왜 그 자리에 앉아있냐?
치킨도 반반만 시켜 먹을 새끼 ㅉㅉ
└돈 냈으니까
└막줄 씹인정ㅋㅋㅋㅋㅋ
└해설자 입장에서는 저게 맞지 않나?
글쓴이― 아니 X발 LCK해설하세요? 강팀준도 강팀 빠는 마당에 아마리그 해설자가 주관이 없어
커뮤니티에서는 소소한 논란이 된다.
반응이 재미가 없으니까.
엄 대 엄은 그나마 설명이라도 있지, 붙어봐야 알겠다고 하는 건 지나가던 초등학생도 한다.
'아니, 그럼 뭐 어떡해.'
장본인으로서는 마땅히 답이 없다.
한쪽 편을 든다?
편파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고, 혹시라도 틀리면 조림 돌림 당하면서 티어가 낮아서라고 대차게 까인다.
─연어초밥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어그로들 쳐내!
"연어초밥형 200개 감사합니다! 좀 부산스럽긴 하네요. 형들 너무 과몰입 하지 말고 재미있게 경기 시청합시다!"
―부산?
―갑자기 지역 비하 뭐죠 ㅡㅡ
―부산놈들 이럴 줄 알았다!
―?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하다.
과몰입 시청자.
BJ의 일거수일투족을 과할 정도로 꼬치꼬치 참견한다.
그렇기에 무감각해지기 쉽다.
당장 와 닿지는 않는 일이니 말이다.
러너맨은 별일이겠거니 하며 대회를 진행한다.
* * *
베팅.
원정 도박에서나 쓰일 만한 용어 같지만 사실은 실생활 곳곳에 스며 들어있다.
'하다 못해 교실에서 판치기하는 것도 도박이고.'
그렇게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 아니더라도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베팅이다.
―이걸 진짜로 여네ㅋㅋㅋㅋㅋ
―개맥주 리심을 살려?
―아 통수 안 때리냐고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밴하고 마이 하지
그런 자극적인 맛.
좋아하는 것은 보라판이나 롤판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인방 시청자들이 가진 공통된 특징이다.
'방송이라는 게 원래 그래.'
무슨 아나운서가 아니잖아?
허구헌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 문제점임과 동시에 매력이다.
방송을 하는 BJ가 잘 살리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힘들다고 포기한다는 건, 경쟁에서 도태되겠다는 의미와 같다.
─롤방큰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글 차이 내면 천 개!
"경기 승패랑 상관없이요? 조건이 좀 애매하긴 한데……."
―상관있지
―어딜 날로 먹으려곸ㅋㅋㅋㅋㅋㅋ
―라이너특) 지면 무조건 정글 탓임
―ㅈㄱㅊㅇ
물론 경쟁이라는 것이 정말 ㅈ같다.
이겼을 때는 몰라도 졌을 때는 힘들다.
후폭풍이 쟌넨 다타나~ 하고 넘길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수천 명이 쏟아내는 비난.
납득할 수 있게 말하면 모를까.
보나 마나 다이아도 못 찍어봤을 잼민이들이 되도 않는 걸로 지적하면 뒷목 땡긴다.
'그런 부담감을 짊어질 줄 알아야 돼.'
일류BJ라면 반드시다.
리스크가 크다는 건, 리턴이 달달하다의 동의어다.
나는 하는 걸 선택했고, 이 베팅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다.
진행되는 밴픽.
개맥주팀은 블루팀의 이점을 활용해 리심을 선픽으로 가져갔다.
<쟤네 리심 가져갔네.>
<정글 먼저 잡아드릴 거 있어요?>
"전 됐고, 라인 가져가고 싶은 거 있으면 먼저 뽑아요."
그것이 함정 카드라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리심은 분명 무난한 선픽 카드이긴 하지만.
'못하는 리심은 애매하기 짝이 없지.'
그 점을 인지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 * *
개맥주의 방송.
마찬가지의 상황이 반대로 펼쳐지고 있다.
─롤방큰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글 차이 내면 천 개!
"미션이에요? 미션 주시면 당연히 받죠~! 100개도 감사합니다."
―와 천 개 미션
―천 개면 10만?
―저분 정환이 방에도 걸었는데ㅋㅋㅋㅋ
―이긴 쪽이 내 편이지 ㄹㅇ
순수한 팬이나 자신만의 분석력.
그런 명확한 기준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팝콘만 뜯어도 장땡인 사람이 더 많다.
중립 세력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 기회다.
경쟁의 재미가 어떤 것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개맥주다.
'귀여운 새끼.'
프로게이머.
게임으로 하는 경쟁이 곧 직업이었다.
아무리 종목이 달라도 경험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당신의 뜻대로, 싸우겠소!」
하물며 실전이다.
솔로랭크가 아닌 대회.
부담감을 짊어지는데 있어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수 있다.
―캬
―리심 칼픽ㅋㅋㅋㅋㅋㅋ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개맥주 리심은 ㅇㅈ이지
시청자들의 반응이 터져 나온다.
팬들이 원하는 것.
프로게이머들은 당연히 의식하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려고 한다.
'BJ는 그걸 하면 돈이 되고.'
해줄 맛이 난다.
심지어 리심이다.
자신이 가장 주력으로 삼는 챔피언을 잡았으니 자신감도 배가 된다.
<형 저 AP 가져가야 하죠?>
"뭘 해도 이기지."
<개맥주 리심 든든합니다!>
<근데 진짜 프로들도 형 리심 참고하더라고요~.>
아군이 무슨 픽을 하든 말이다.
리심에 한해서는 자신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
리심 노밴전은 오히려 제안하고 싶었을 정도다.
'멍청한 새끼.'
방송이 어그로다?
보라판이 그런 짓을 하는 곳이라고는 들었다.
게임판에서는 적어도 이겨야 의미가 있다. 밴픽 구도까지 포함해서.
블루팀은 선픽이라는 게 가능하다. 제 딴에는 카운터를 염려해 꺼릴 거라 생각했겠지만 자신의 리심은 다르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진행되는 첫 세트.
레드 리시를 받으며 전 라인을 쭉 살핀다.
개맥주의 뱀눈에 유난히 거슬리는 녀석이 보인다.
「초록색, 좋은데~?」
멍청한 쥐새끼.
생각 없이 라인을 밀고 있다.
코물쥐라는 닉네임은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솔랭에서 저 새끼 만나면 바텀갱이 필승이야.'
최근 좀 발전했다고는 들었다.
그래봤자 코물쥐는 코물쥐고, 자신이 리심을 잡은 이상 시궁창쥐에 불과하다.
파앙!
2렙 갱킹.
딜교환에 열중한 코물쥐의 뒤를 친다.
점멸E로 확실하게 슬로우부터 걸어 발을 묶는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 바텀 듀오의 호응이 더해지며 잡는다.
물론 자신의 음파가 적중했으니 가능한 킬각이었다.
―이걸 갱각을 보네 ㄷㄷ
―음파각 미쳤다 진짜
―바로 정글 차이 내버리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먼저 슬로우를 걸고 음파각을 좁혔다.
갱킹 타이밍까지 어우러지며 깔끔하게 선취점을 가져온다.
'맞춰주기 더럽게 빡세네.'
혼자 힘으로 이룬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로쿠도쿠.
오정환에게 참패를 당하고 입장이 애매해졌다.
친정팀에서 내쫓기듯이 나왔다.
북미에 가서도 성적을 내지 못했고, 팀 내 평판 또한 최악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
일개 아마추어도 아니고 갓 롤을 시작한 롤린이에게 깨졌으니 체면은 물론 평가까지 땅에 떨어졌다.
퀴리릭!
개맥주팀의 후보 카드로 참가하게 된 연유다.
로쿠도쿠의 케이클린이 라인을 거세게 푸쉬한다.
초반에 밀리는 척한 건 갱호응을 위한 연기에 불과하다.
'저딴 쥐새끼 상대로 라인전을 하다니 나도 떨어질 대로 떨어졌구나.'
한숨을 쉬면서도 마음을 다잡는다.
러너리그는 관계자들도 인정해주는 추세다. 우승을 하면 새로운 팀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고급 노동력을 빌려줄 의사가 있다. 결과론적인 의미에서 개맥주와 목표가 부합한다.
'이게 리심이지. RPG나 도는 새끼가 뭘 안다고.'
오정환을 이기는 것.
선취점을 낸 개맥주는 의기양양하다.
정글 차이와 더불어 리심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갱을 성공시키는 것만큼 가시적인 것이 없다.
그 첫 시도를 성공했고, 기세를 몰아 전 라인을 터트릴 예정이다.
'어라?'
약간의 브레이크.
블루가 없다.
다른 정글 캠프도 비어있고, 카정을 당했을 거라는 게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탑 갱각 한 번 나올 것 같은데요?>
"오케이~."
하지만 문제는 없다.
리심 하면 날카로운 초반갱.
초식 정글러는 꿈도 꿀 수 없는 데미지로 공격적인 갱킹이 가능하다.
'적 골렘이라도 털면서……, 어?'
탑라인을 시팅하고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없다.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아무리 기다려도 젠이 되지 않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래도 문제는 없다.
갱킹만 성공시키면.
기다리고 있던 보람이 꽃을 피우며 자이스키의 개서스를 잡아낼 수 있었다.
―탑까지?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벌써부터 정글 차이 나네ㅋㅋㅋㅋㅋ
―이게 리심 본좌인가?
다행히 말이다.
생각보다 탑에서 시간을 많이 버렸다.
성공시키지 못했다면 채팅창 반응이 어땠을지 써늘하다.
'뭐, 어때. 잡기만 하면 됐지.'
자신의 날카로운 정글러로서의 감이 가능케 했다.
그에 반해 오정환.
게임 시간 5분이 다 되도록 킬은 커녕 이렇다 할 유효타조차 먹이지 못하고 있다.
─적팀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조금 써늘한 알림이 떠오르지만 개의치 않는다.
채팅창은 여전히 갓맥주를 외치고 있고, 2킬이나 먹은 이상 갱각도 계속해서 보인다.
<바텀 다이브각 나옴.>
"다이브? 그게 돼?"
<로쿠도쿠님 오더인데 뭔가 있겠죠~.>
"쩝……, 가볼게."
팀원들도 잘한다.
영입에 공을 들인 보람이 있다.
오더가 되는 원딜이라는 소문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갱각이라는데 가야지.'
정글링 포기하고라도 간다.
일단 킬을 따고, 전 라인을 터트린다면 정글 차이로 이기는 게 맞으니까.
─적을 처치했습니다!
개맥주님이 학살 중입니다!
프로 원딜러 다운 깔끔한 갱호응.
개맥주의 리심이 따라가 점멸로 잡고 방호로 빠져 나온다.
<아 저 쥐새끼 못 잡은 거 아쉽네.>
프로게이머의 오더는 확실히 든든하다.
케틀이 툭툭 쳐놓은 포탑은 벌써 반피였고, 웨이브가 다 타기 전에 철거할 수 있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공짜는 아니었지만.
반대쪽에서 사고가 있었다.
오정환이 드디어 갱킹을 성공시켰다.
―오정환 갱성공ㅋㅋㅋㅋㅋㅋ
―응 3 대 1이야
―ㄹㅇ 정글 차이 존나 나네
―역시 리심은 개맥주다!
그래봤자 한 번.
자신은 바텀을 아예 터트려 놨다.
이제부터는 장기인 콤보들로 게임을 마무리하기만 하면 된다.
승리를 확신한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