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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278화 (278/846)

278화

개맥주.

초기 롤판에서 가장 유명했던 정글BJ다.

'대체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는데.'

러이갓은 그래도 뜰 만하니까 떴다.

성공이라는 게 당연히 운도 있지만, 실력이 없으면 거머쥘 수 없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개맥주님이 학살 중입니다!

그 실력이 없다.

딱히 비하를 하는 게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게임적으로도, 방송적으로도.'

애매하다.

인성도 많이 갈렸다.

물론 그런 BJ가 한둘은 아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끼룩끼룩! 끼룩끼룩!

패는 데에 뒤끝이 없다.

끠들스틱의 궁극기.

벽을 넘어 깜짝 등장해 애꾸사자를 다이브 친다.

「몸부림쳐라!」

개서스의 호응까지.

공포+쇠약의 확정CC 연계는 갱킹이 실패할 여지를 없애버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물론 1킬.

상대는 벌써 3킬을 먹고, 바텀 포탑까지 파괴했다.

'근데 그게 뭐.'

리심은 확실히 초반에 이득 보기가 좋다.

체급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개맥주팀.

라이너의 스펙이 매우 훌륭하다.

프로까지 껴있다고 하니 아군이 당할 만도 하다.

찰칵!

하지만 그 말이 게임의 패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카정을 치며 정글링 차이를 벌렸고, 방금의 킬로 탑라인 구도도 풀었다.

'이제 개서스를 못 막지.'

리심의 단점.

그 첫 번째는 바로 조합이다.

탑&정글이 둘 다 AD면 개서스 같은 픽을 못 막는다.

따악! 따악!

프리 파밍.

딱밤을 딱딱 찍으며 스택을 쌓는다.

좀 더 크면 혼자 딜탱을 다 하며 사이드를 휘어잡을 수 있다.

―개서스 큰다

―탑이 희망……

―응 그전에 개맥주가 다 터트려ㅋㅋㅋㅋㅋ

―ㅈㄱㅊㅇ

물론 그전에 터트리면 된다.

개서스란 농사꾼픽이 안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고, 리심은 그걸 하기에 최적화된 픽이다.

"천천히. 후반 가면 이기니까 조급하게만 안 하면 돼요."

얼핏 보기에는 말이다.

게임의 구도.

보이는 킬 차이만큼 불리하지 않다.

'포블도, 포골도 없던 시절이라.'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속도가 더디다.

일단 탑은 풀었고, 원딜도 그렇게 개망한 건 아니다.

「초록색, 좋은데~?」

여름의 눈물 겨운 희생.

코물쥐는 밀려오는 CS를 받아먹으며 연명하고 있다.

1차 포탑이 없어도 파밍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도 말린 건 말린 거지.'

어디까지나 위안이다.

줄 건 줘!

생명 연장의 꿈 같은 소리다.

그럼에도 승리를 확신하는 건.

「리심 Lv6― CS 27 ― 3/0/0」

「끠들스틱 Lv8― CS 65 ― 1/0/0」

정글 차이.

단순히 성장 격차를 말하는 게 아니다.

AP정글러가 라이너급으로 성장을 해버렸다.

'징동 게이밍이라는 팀이 있는데.'

LPL이라는 중국 리그의 프로팀이다.

강팀으로 평판이 자자하지만 자국 리그 내에서는 체급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 강팀이 어떻게?

팀이 가진 한 가지 특색 때문이다.

정글러가 캐리픽을 들고 라이너급으로 성장을 한다.

크롸라라라―!

용 한타.

5 대 5의 대치 구도는 얼핏 볼품이 없다.

아군 라이너의 레벨링도, 아이템도 한 단계씩 뒤쳐져 있다.

―이걸 싸움?

―그냥 주고 파밍하지……

―줄 건 줘!

―지금 한타 하면 무조건 질 텐데

입롤 한타라도 나오지 않는 이상 당연히 진다.

그래야만 하지만 이 징동이라는 팀은 신기하게도 체급 차이가 전혀 안 느껴진다.

꾸엑! 꺅! 꺅! 꺅!

끠들스틱의 E스킬.

본래라면 찰과상 정도에 지나지 않아야 할 부메랑이 적들 사이를 묵직하게 튕긴다.

'라이너급 성장을 해버리면 존재감이 다르거든.'

CC기에서 끝나는 것과, 데미지로 유효타를 주는 건 아예 다른 이야기다.

아군 라이너의 부족한 존재감을 충분히 메꿔줄 수 있다.

어흥!

시작해버리는 한타.

적 애꾸사자의 이니시로 걸린다.

성장 차이가 나니 일단 걸면 이기리라는 판단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실제로 틀린 판단은 아니다.

쓸려 나가는 아군들.

성장도 성장이지만 실력적인 면에서도 손색이 있다.

끼룩끼룩! 끼룩끼룩!

그 격차를 안 보이게 만드는 게 마술.

끠들스틱의 궁극기가 적진 한복판에 떨어진다.

광역 데미지가 스치는 적들을 무차별하게 갈아버린다.

이~쿠우!

물론 상대도 바보가 아니다.

내 궁극기를 의식하고 있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리심이 와드 방호로 접근한다.

차낼 생각.

공포를 걸면 늦는다.

범의 일격과 캐스팅이 같이 끝나며 전장 이탈을 막을 수 없는데.

띠이잉……!

라이너급 성장이다.

조냐의 모래시계가 이른 타이밍에 갖춰졌다.

차낼 것을 전제로 들어온 리심과 적팀들은 그대로 갈려나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데미지로 말이다.

방호나 약간의 실드로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 와중에 발밑에 덫을 까는 로쿠도쿠의 판단은 훌륭하지만.

―아닠ㅋㅋㅋㅋㅋ

―피가 차는데?

―케잉 씹노딜ㅋㅋㅋㅋㅋㅋ

―로쿠도쿠 뭐하누ㅋㅋㅋㅋㅋ

숟가락은 솔로 라이너가 아니다.

오히려 레벨링이 앞서며, 조냐의 모래시계도 방템으로 분류된다.

까꿍!

덫이 풀리자마자 앞점멸 공포.

지속 시간이 무려 3초에 달한다.

공포가 가진 CC기로서의 효과도 다르던 시절이다.

'공포를 걸면 적이 자동으로 도망치는 패치가 끠들스틱의 관짝에 못을 박았지.'

빨대를 꽂으면 움직일 수 없는 끠들스틱의 특성과 역시너지가 난다.

빨대 자체의 거리도 짧아지며 고인화가 되지만 현재는 그렇게 되기 이전.

─트리플 킬!

오정환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숟가락질을 말뚝딜로 찍어 눌러 터트린다.

* * *

승리를 확신했던 게임.

용 한타가 패배해버린 것은 팀 내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흥분하니까 영어가 나오나요?

―지가 말뚝딜 꼴아박고 씹ㅋㅋㅋㅋㅋ

―로쿠도쿠 인성 어디 안 갔누

―은퇴하자 형

분명 이기는 각이었는데.

뭔가 기묘하게 아다리가 어긋나며 게임이 비벼지고 말았다.

<피들 조냐 체크하는 거 기본 아니야? Are you kidding me?>

<정글이라서…….>

<그걸 변명이라고 하냐고!>

<진정하세요 게임 진 거 아니잖아요;;>

바텀 차이로 스무스하게 굳히는 게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운영의 흐름을 팀원들이 말아 먹었다.

다혈질인 로쿠도쿠가 날뛰는 와중에서도.

'이 게임은 내가 집도해야지.'

개맥주로서는 오히려 나쁘지 않다.

원딜이 너무 캐리해버리면 정글러의 존재감이 묻힌다.

약간의 위기.

이를 자신이 극복한다면?

게임의 스포트라이트가 자연스럽게 옮겨온다.

따악! 따악!

사이드 라인.

개서스가 스택을 쌓고 있다.

자신이 어디까지 온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어흥!

애꾸사자가 먼저 들어가 시동을 건다.

단단한 표피에 긁혔다는 느낌도 들지 않지만 상관없다.

하아!

이~쿠우!

속박만 걸면 되니까.

음파를 맞히고 들어가 미끄러진다.

와드 방호로 개서스의 뒤를 잡고 차버린다.

―와!

―이거지 X발ㅋㅋㅋㅋㅋㅋㅋ

―인섹킥 지렸다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갓맥주!

아군을 향해 배달.

서포터의 백업과 합쳐지며 개서스를 깔끔하게 잡아낸다.

'이게 리심이지.'

채팅창 반응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LCK에서 어쩌다 한 번 나오면 커뮤니티가 터져 나가는 슈퍼 플레이.

찰칵!

인섹과 댄디 같은 S급 프로게이머들이 가끔 해낸다.

하지만 자신이 하려는 건 그 이상이다.

「새까만 양날 도끼」 ― 3000 Gold

체력 +250

공격력 +50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10%

방어구 관통력 +15

적 챔피언에게 물리 피해를 입히면 적의 방어력이 4초 동안 7.5% 감소합니다. (최대 4번 중첩)

딜리심.

대회에서는 항상 빨장에 솔라리만 간다.

그런 미적지근한 탱킹이 아닌, 높은 계수를 활용한 화끈한 한 방을 보여준다.

「살금살금!」

이렇듯 말이다.

멍청한 쥐새끼가 기어오고 있다.

근처에 핑크 와드가 박혀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하아!

이쿠!

음파를 던지고 평타.

부쉬에서 깜짝 등장하자 시궁창쥐는 당황해서 이리저리 무빙을 치지만 의미가 없다.

―Q평E평RQ평E!

―Q평E평 우리집 몇평ㅋㅋㅋㅋㅋㅋ

―와 존나 세

―이래서 개맥주 개맥주 하는구나 ㄷㄷ

확실하게 죽었으니까.

딜 넣을 거 다 넣고서 Q 2타로 따라가서 마무리하면 된다.

'차고서 뭐 점멸? 입롤은 시펄 프로게이머여.'

프로게이머도 안 하는 짓이다.

그런 허무맹랑한 쇼가 아닌, 진짜 리심 권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그 시도가 성공했다.

개맥주의 두 번의 슈퍼 플레이.

자칫 애매할 뻔했던 전황을 다시 뒤집는다.

─코터트리고싶다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이게 리심이지ㅋㅋ 갓맥주 ㅇㅈ합니다

"500개 감사합니다 코터트리고싶다님! 이게 리심이죠. 다 이긴 게임에서 겉멋 콤보 넣는 게 리심이 아니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보라BJ 저격

―그 면제겜 저격?

―아ㅋㅋ 개맥주 리심 보고 배우라고~

시청자들의 민심.

자신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이 보인다.

딱 한 번만 더 쐐기를 박으면 저 이상의 별풍선이 굴러들어 올 것이다.

크롸라라라―!

용 한타에서.

확실히 이전 한타는 아쉬운 감이 있었다.

'내가 점멸만 있었어도.'

훨씬 과감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그 아쉬움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왔다.

[23:19] 개맥주 (리심)님이 코물쥐 (토이치)을 지목!

원딜러를 찢어발기면 게임을 질 수가 없다.

기다란 코가 시야에서 아른거린다.

'저 멍청한 쥐새끼 진짜.'

엉덩이를 그냥 뻐엉―! 차버리면 죽고 나서 에이스 견제~ 이 X랄할 게 뻔하다.

지가 처대줬다고는 추호도 생각 안 하고 말이다.

참교육할 새끼가 많다.

겸사겸사 시간을 줄인다.

개맥주의 음파가 코물쥐에게 적중한다.

이~쿠우!

머릿속 그림은 완벽하다.

날아가서 방호를 타고 배달, 그리고 점멸로 퇴로를 만든다.

현실은 달랐을 뿐이다.

분명 찼다.

하지만 방향이 엉뚱하다.

'어, 시펄?!'

직전에 점멸을 써버려서.

상대의 판단을 칭찬할 때가 아니다.

부랴부랴 점멸을 써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적에게 당했습니다!

의진맨님이 개맥주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500G)

안된다.

적진 한복판.

진영도 전혀 무너지지 않아 그대로 점사 당해 죽는다.

―개맥주님?

―??

―이, 이게 뭐누……

―으악 내 눈!

시청자들의 채팅.

애써 무시하려고 해도 실눈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오정환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바로 정글 차이였다.

* * *

천상계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리심이 킬을 먹으면 게임을 진다고.'

심지어 LCK 해설들까지 심심찮게 언급한다.

차후에는 완전히 사라지며, 낮은 티어에서만 쓰이는 말이 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의진맨님이 개맥주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500G)

바로 이것 때문에.

배달을 하러 온 리심이 고맙게도 음식만 놓고 사라졌다.

―이걸 던져주네

―리심님?

―니가 인섹이냐곸ㅋㅋㅋㅋㅋㅋ

―개맥주? 개맥주? 개맥주? 개맥주? 개맥주?

어처구니없는 스로잉.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아니,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필연이다.

<아 진짜네. ㅈ될 뻔했네…….>

"점멸 네이스!"

<정환님이 말해주셔서 의식을 좀 하고 있었죠.>

리심 못하는 애들이 한 번씩 하는 실수니까.

그냥 못하는 애가 실수하지 않도록 반응을 하게 했다.

'미리 알고 있으면 못할 수가 없지.'

아무리 코가 대단해도 말이다.

리심이 들어온 순간 바로 점멸.

배달을 실패한 리심의 최후는 자명하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리고 리심을 살리려는 적팀들.

끠들스틱의 궁극기가 전부 갈아버린다.

예상했던 대로 리심의 캐리 욕심이 화근이 된다.

―ㅁㅊ

―싹 쓸리네ㅋㅋㅋㅋㅋㅋ

―ㅈㄱㅊㅇ

―이래서 프로들이 리심으로 딜템 가는 거 아니랬는데

확실히 이 시절에는 그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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