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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279화 (279/846)

279화

개맥주팀의 일방적인 승리 같았던 게임.

끼룩끼룩! 끼룩끼룩!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돌이킬 수 없게 터져버렸다.

눈치챘을 때는 이미 격차가 하늘과 땅.

"괴물! 지금 끠들스틱 완전히 괴물이에요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아앜 괴물!

―나라는 괴물을 막을 수 있겠냐곸ㅋㅋㅋ

―괴물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존나 찰져

끠들스틱의 후진입이 한타를 마무리한다.

까마귀떼가 적진 한복판을 휘저으니 상대가 닿기가 무섭게 갈려나간다.

실버인 러너맨의 눈에도 확실하게 보인다.

시청자들도 지금 누가 캐리를 하고 있는지 헷갈릴 여지가 없을 정도로.

「리심 Lv11― CS 77 ― 5/1/4」

「끠들스틱 Lv15― CS 169 ― 4/0/3」

대놓고 보이니까 말이다.

KDA는 큰 차이가 없지만 다른 지표가 비교를 불허한다.

엄청나게 성장을 했다.

어지간한 차이면 정글러가 세봤자~.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가게 된다.

"오정환님이 RPG가……. 아니, 정글링이라고 해야 하나? 진짜 언제 저렇게 먹었나 싶을 정도로 잘 드신단 말이야."

―진짜 마술 같이 먹음

―개신기함

―정글 CS 100개 차잌ㅋㅋㅋㅋㅋ

―정글 4렙차 ㄷㄷ

오정환의 정글은 특이하다.

마이플스토리?

장난삼아 하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진지한 의문을 자아낸다.

─끠들 CS 왜 저럼?

아니 X발 무슨 미드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거 다 처먹고 다님

└만들어서 먹어

└메이플 출신이잖아

└노다가겜 만렙 찍으려면 저 정도는 해야짘ㅋㅋㅋㅋㅋㅋㅋ

커뮤니티에서도.

물론 게임을 하다 보면 정글이 유난히 잘 큰 판도 있다. 리심만 해도 킬을 쓸어 담으면서 캐리를 하는 듯이 보였다.

고오오……!

근본적으로 다르다.

잠복을 하고 있던 끠들스틱이 궁극기를 외운다.

1.5초의 정신 집중이 끝나고 짧은 거리를 도약해 적 케이클린의 코앞에 나타난다.

탈캉―!

케이클린은 침착하게 투망을 쏜다.

공포를 수은으로 풀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는 것까지 완벽하다.

가히 프로게이머 다운 교과서적인 대응이지만.

―피들딜 봐

―와

―업진살 마냥 녹아버리네ㅋㅋㅋㅋㅋ

―로쿠도쿠 은퇴각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딜로 찍어 누르니 의미가 없다.

본래라면 침묵과 공포 때문에 성가신 정도인 끠들스틱 정글이 그냥 세다.

<형 멘탈 잡아요;;>

<끠들 벌써 16렙이야. 미쳤어.>

아이템도 아이템이지만 레벨.

3렙궁의 데미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괴랄하다.

물론 아이템만 따지면 개맥주의 리심도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

[21:39] 개맥주 (리심)님이 자이스키 (개서스)을 지목!

킬을 잘 먹었으니까.

딜각만 나오면 충분히 원딜 정도는 때려잡는다.

장기로 삼는 콤보나 배달도 도움이 안되는 건 아니다.

하아!

이~쿠우!

고립된 개서스에게 날아간다.

바로 와드 방호를 타고, 범의 일격으로 개서스의 엉덩이를 후려친다.

이 같은 배달.

이미 한 번 재미를 보았다.

또 쓰기에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나서 문제지.

그르릉―!

매우 컸다.

스택도 쌓을 만큼 쌓이고, 몸도 엄청나게 단단하다.

유체화를 켜고 역으로 딱밤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괴물ㅋㅋㅋㅋㅋ

―개물 등장

―진짜 광견ㅋㅋㅋㅋㅋㅋㅋ

―후지산 시바견이 ㅈ으로 보이더냐??

긁어 부스럼.

그런 섬뜩한 생각이 들게 된다.

간신히 제압을 하긴 하지만 손해가 없을 수가 없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결국 서포터를 데려간다.

그렇게 개맥주팀이 미친개 한 마리에 진땀을 빼는 사이.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원딜이 잘렸다.

탑이 어그로를 끈다.

바론이 넘어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김동숙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글 차이 ㅈ되는데?

"어……, 음. 개맥주님도 잘하시긴 하는데 이게 참 후반되니까 리심이 힘을 못 쓰네."

―또 간 봐?

―이건 그냥 정글 차이짘ㅋㅋㅋㅋㅋ

―리심이 갖다 던짐

―ㄹㅇ 안 버스만 타도 몰랐다

정글 차이.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할 말이 있을 뿐이지.

'…….'

이건 이겼다.

승리를 확신했던 건 오만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게임이 생각대로 안 풀리면서 망했다.

─개맥주팬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형 이거 참견으로 들릴 수 있는데 딜템 올려서 망한 것 같아

"100개 감사합니다. 그 말도 일리가 없진 않아요."

―리심 유통기한 생각해야지

―러너도 뭐라 하더라

―ㄹㅇ

―건빵말은 무시하면서 ㅡㅡ

첫 번째 세트의 패배.

하지만 변명이 없는 건 아니다.

채팅창에서도 개맥주의 극성팬들이 나서 실드를 쳐준다.

'그래, 프로들이 그러는 건 이유가 있지.'

리심은 대회에서도 1티어 픽이다.

그 운용 방법이 솔로랭크와 다를 뿐.

절대 딜템을 가지 않고 탱템만 올린다.

「빨간 갈퀴손」 ― 700 Gold

방어력 +25

미니언 또는 몬스터에게 기본 공격시 25%의 확률로 300의 추가 마법 피해를 입힙니다.

정글템도 소위 '빨장'이라 불리는 아이템을 간다.

근데 자신은 초반을 잘 풀어놓고 너무 딜템에 치중했던 감이 있었다.

"솔직히 다 이긴 건데……, 탱템 가서 버스 타면 시청자들 재미없을까 봐 제가 좀 공격적으로 하다 실수를 했습니다."

―아

―하긴 대회 리심은 무조건 탱템 가야지

―양학도 아닌데 너무 방심했어 ㅇㅇ

―개맥주! 개맥주! 개맥주! 개맥주! 개맥주!

변명 이전에 실제로 그러하다.

정글 차이를 과시하려다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초반이 유리했던 게임을 굳히지 못했다.

'방심만 안 하면 내가 무조건 캐리하는 게임이지.'

그 과정이 조금 뜨뜻미지근해진다는 문제는 있다.

탱리심은 Q평E평RQ평E 같은 폭발적인 콤보가 불가능하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뱉어둔 말이다.

만약 리심을 뺏겨도 문제되지 않도록 드는 보험이다.

―헐

―이걸 뺏기네ㅋㅋㅋㅋㅋㅋ

―나대는데?

―세코로 짓뭉개주죠 개맥주님!

두 번째 세트의 밴픽.

첫 번째 세트와 반대로 진영이 잡힌다.

블루픽인 오정환팀은 아니나 다를까 가져갔다.

'이럴 줄 알았지.'

리심 노밴전.

약속을 이행한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리심을 뺏겨도 문제될 요소가 없기는 커녕 오히려 환영한다.

「마술 하나 보여줄까?」

카운터를 칠 수 있으니까.

개맥주의 두 번째 시그니처 픽이다.

똑같이 공격적이며, 스노우볼에는 훨씬 정평이 나있다.

그리고 리심에 대해 안다.

세코는 초반 동선이 굉장히 중요한 챔피언이고, 상대 픽에 대해 아는 만큼 역이용할 수 있다.

─롤방큰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글 캐리 천 개 또 걸고 최후의 승자한테 3천 개 갑니다~

"롤방큰손님 알겠습니다! 개맥주식 세코로 이번 판은 눈호강 시켜드리겠습니다."

―개맥주 세코는 인정이지!

―전설의 3라인 동시 갱킹 간다는 ㄷㄷ

―이걸 밴 안 하네ㅋ

―오정환 이 새끼 한 판 이겼다고 오만함

첫 세트에서 괜히 초반을 이긴 게 아니다.

상대팀은 라이너들이 다 소극적이고, 챔피언들도 라인전이 다 약하다.

'그렇게 초반 차이 내고 리심 따라다니면 끝나는 거지.'

서로 딜템을 가면 리심은 그냥 세코의 밥이다.

먼저 뒤통수 쌔리고 점화 거는 순간 1초만에 터져버린다.

문제는 탱템을 갈 경우.

그래서 심어둔 씨앗이다.

자신의 발언을 상대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프로 대회에서도 심심찮은 심리전이다.

인터뷰에서 초반 개싸움 기대된다~ 이래두면 신인들은 십중팔구 걸려든다.

팬들이 후반 지향형 운영전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방송 어그로로 밥 먹고 산다는 보라BJ인가 뭔가라면 아마 반드시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

이기든 지든 자신의 확실한 승리가 예정돼있다.

* * *

리심의 선구자.

그뿐만 아니라 세코 녹텀 등 모든 육식 정글러들을 망라했다.

'정확히는 그런 이미지지.'

사실은 그냥 양학과 대리 전문 BJ였을 뿐인데 말이다.

양학은 원래 딜템 가서 때려잡는 게 좋고, 특이한 챔피언일수록 더 잘 먹히는 감이 있다.

[00:50] 여름다 (광우스타)님이 가고 있음!

러이갓의 AP마이처럼.

차이점이 있다면 그게 끝이었다.

아무런 사건사고가 터지지 않았음에도 소리 소문 없이 묻히게 된 이유일 것이다.

"쭉쭉 들어가요 쭉쭉."

<쭉쭉!>

"빵빵."

<?>

여름의 광우스타를 앞세운다.

초반 라인전을 반드시 지고 들어가는 정글 입장에서 정말 반갑지 않은 아군이다.

'하지만 인베 때는 이만큼 든든한 아군이 없지.'

뭐든 사용하기 나름이다.

특히 세코.

상위 티어에서 잘 사용이 안되는 이유가 있다.

까꿍!

양학만 주로 한다면 그 대처가 더욱 빈약하다.

1렙 인베로 적 블루에 들어가자 여기저기 세코의 상자가 튀어나온다.

―많이도 깔아 놨네

―노다지

―상자 골드 개꿀

―세코 이러면 ㅈ망한 거 아님?

세코는 빠른 정글링 후에 창의적인 동선으로 초반 갱킹을 성공시키는 정글러다.

이렇듯 상자를 부숴 놓으면 그 빠른 정글링부터 말리게 된다.

'그래서 늦베 대비를 잘 해둬야 되는데.'

양학만 하다 보면 감이 무뎌진다.

뻔히 보이는 약점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섭한 노릇이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물론 약점은 아군도 있다.

아니, 어느 정도 필연이었던 부분이다.

<이이잉~ 기모링…….>

―코만 큰 새끼 ㅉㅉ

―아오

―코물쥐 또 너야??

―퍼블 제조기 씹새끼야!

늦베 이후의 대처.

경험이 매우 많은 상대 바텀에 반해 아군 바텀은 영양소가 코에 쏠려있다.

'여름이 콧대가 정말 오똑하긴 해.'

키스하면 많이 신경 쓰일 것이다.

그런 희망 찬 미래를 위해서라도 게으를 수 없는 노릇이다.

꽝!

바텀 라인.

적 바텀이 빅 웨이브를 몰고 오고 있다.

갑작스런 여름의 점멸Q 호응은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아!

그렇게 두지 않을 뿐.

음파를 던지고 전광석화처럼 겹친다.

점멸 방호로 파고들어 케이클린을 평타로 툭 친다.

―?

―점멸 왜 쓰누ㅋㅋㅋㅋㅋㅋ

―또 겉멋

―여름 앞이라고 개폼 잡는 거 아님?

투망으로 도망가지만 QQ로 쫓아 마무리한다.

채팅창에서 일어나는 소란.

커뮤니티 때와 마찬가지로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점멸을 나중에 쓰면 안 되냐는 건데.'

미니언이 산더미다. 시간 끌리면 비벼지기 딱 좋다.

속전속결로 풀딜을 쏟아내는 것이 맞는 판단.

일일이 설명하기가 힘들다.

결과론적으로 둘 다 정답이 되었어도 이상하진 않으니 말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탑 라인.

세코가 초반 갱킹의 강력함을 살리며 킬을 내는데 성공한다.

'확실히 팀이 약하긴 하지.'

지금까지는 어찌쩌지 표가 안 났다.

다른 팀들도 팀게임이 처음이고, 아군이 워낙 버티는데 특화돼있다.

이를 뚫어내고도 남는 무력.

체급 차가 와 닿는 상대는 이기기가 힘들다.

리심처럼 후반 버스를 타는 챔피언이라면 더더욱이다.

찰칵!

통상적으로는.

킬을 먹고, 정글링을 마친 뒤 아이템을 산다.

채팅창이 벌써부터 소란스러워진다.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

―빨장 사시지 도마뱀 말고

―개맥주 망한 거 안 봄?

―학습 능력ㅋ

리심이 딜템을 올린다.

양학은 몰라도 팽팽한 게임에서는 패인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그러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

그만큼 어렵다.

Q평E평RQ평의 정직한 콤보를 맞아주는 라인전 단계는 몰라도, 한타 페이즈 이후에는 QQ로 들어갔다가 산화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의미가 있다.

학습 능력.

리심 장인들의 깨달음이 쌓이고 쌓인 결과물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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