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81화 (281/846)

281화

잘 큰 세코.

치지지직!

가시적인, 보다 이해하기 쉬운 데미지를 자랑한다.

뒤통수 평타 한 방에 짜릿하게 터지는 스태틱.

"아아앜 괴물! 세코 데미지 완전 괴물이에요!"

―괴물 씹ㅋㅋㅋㅋㅋ

―다 괴물이여

―괴물 ㅇㅈㅇㅈ

―세코도 괴물 같이 컸네

그냥 강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콤보가 시작됐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개맥주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혼자 다니는 적을 하나씩 끊어 먹는다.

그렇게 킬이 쌓이고 쌓이자 갖추어지는 아이템.

'인피 떴다. 이제 ㅈ된 줄 알아라.'

개맥주는 미니맵을 향해 눈동자를 굴린다.

리심의 위치.

알기만 하면 바로 모가지를 딸 수 있다.

─랑데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리심 지금 우리 블루 기어옴ㅋㅋㅋㅋㅋ

약간의 꼼수.

개맥주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블루쪽으로 동선을 바꾼다.

'이 새끼 또 카정 하러 기어 들어왔네.'

RPG충.

단순히 정글링만 도는 게 아니다.

은근슬쩍 자신의 정글까지 빼먹고 있고, 안 그래도 거슬리던 참이다.

퍼억!

치지지직!

블루를 먹고 있는 리심의 뒤통수를 친다.

무극의 대검의 효과로 스태틱 데미지까지 뻥튀기 된다.

딜리심은 그것만으로도 반피.

이~쿠우!

차내도 상관없다.

방호를 쓴 것을 체크했다.

분신과 함께 독단검으로 느려진 리심을 추격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쿠!

이쿠!

리심의 체력이 뭉텅뭉텅 차오른다.

분신이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평타에 맞아 터진다.

'……어?'

뭔가 이상한 조짐을 느끼고 도주를 택한 판단은 맞았다. 음파가 날아올 걸 예상해 상자를 깐 것도.

―헐

―뭐야?

―와……

―아니 강타로 박스 지울 생각을 하네

음파가 도달하기 직전.

천둥 같이 떨어진 강타가 상자를 부순다.

리심의 묵직한 발차기를 맞은 세코의 턱이 으스러진다.

─적은 전설적입니다……!

오정환님이 개맥주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432G)

마치 그런 광경.

킬을 먹고 두른 삐까번쩍한 템이 우습게도 1 대 1이 작살이 난다.

"아니 방금 형들 봤어? 강타로 상자 지운 거?!"

―ㅇㅇ

―나도 봄

―진짜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미쳤음ㅋㅋㅋㅋㅋㅋ

―괴물!

시즌3의 시청자들도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피지컬.

감탄을 자아내며 게임의 종지부를 향해 달린다.

이~쿠우!

물론 잊지 않는다.

미드 라인의 대치 상황.

갑작스레 들어간 리심이 또 채팅창의 갈고리를 수집한다.

―?

―어

―??

―?

―뭔데

―내가 뭘 본 거냐

―리심 음파 맞히고 점멸방호로 들어가서 당구킥 하고 공명의 이격으로 케이클린 마무리하는 거 실화냐??

종종 있다.

리심의 스킬 매커니즘상 말이다.

적을 뻥―! 멀리 차버리며 밀려난 대상과 부딪힌 적들은 같은 피해를 입으며 에어본 당한다.

"어……, 뭐지? 괴물이라고 소리 치는 거 말고는 뭐라 할 말이 안 떠오르네;;"

―괴물!

―아몰랑!

―나라는 괴물을 막을 수 있겠어?

―으아앜 괴물!

운이 좋으면 꼬치 꿰듯이 유사 말파궁이 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론상.

워낙 피격 범위가 좁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 여겨지는데.

─오정환님은 전설적입니다……!

더블 킬!

우연이라 보기에는 절묘한 일이었다.

* * *

이~쿠우!

리심의 궁극기.

차낸 상대를 아주 멀리 밀어낸다.

그러한 점에서 착안해 생긴 것이 바로 인섹킥과 같은 배달 콤보다.

└각도 지린다……

└롤영상으로 소름 돋긴 첨이네;

└3번 보니까 드디어 이해됨

└저걸 의식해서 하는 게 가능하다고?

몇몇 리심 장인과 프로게이머들을 중심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냥 넉백 스킬로 알았는데 저런 신기한 활용법이 있네!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예 차원이 다른 플레이가 수만 명이 지켜보는 대회에서 펼쳐진 것이다.

─웬만하면 로쿠도쿠 존나 못했다고 까고 싶은데

저렇게 당하면 키보드 박살 내도 무죄지ㅋㅋㅋㅋㅋㅋ

└ㄹㅇ 샷건 마렵지

└ㅈ같은 건 아군 탓할 수도 없음ㅋㅋㅋㅋㅋ

└나였으면 그냥 허탈해서 웃음밖에 안 나올 듯

└인방충 거르고 지리긴 하더라

엄청난 화제가 된다.

엄청.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별 기대 없이 지켜본 아마추어 대회다.

숨 막히는 난전이 된 것만 해도 만족이다.

그런데 진짜 프로리그에서도 나오지 않는 눈물의 똥꼬쇼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오정환 리심 콤보 뭐임?

저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거야?

된다면 왜 프로게이머들은 안 함?

└별풍 미션 오지게 걸려있어서 어금니 꽉 깨물고 한 거임└바로 그거였눜ㅋㅋㅋㅋㅋㅋ

└우문현답 씹ㅋㅋㅋㅋㅋ

└입롤 콤보인데 운 좋게 성공했나 봄

단순한 우연.

혹은 운 좋게 터진 뽀록.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한 수준이다.

실력으로 인정하기에 어울릴 만한 이름값?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은 일반BJ에 불과하다.

─따끈따끈한 오정환 오피셜 가져옴. txt

――――――――――――――――――――――――――――――+ Q. 콤보 의식해서 한 거임?

A. 한타에서 한 거? 각 보이니까 찼다

Q. 실패하면 어쩌려고?

A. 당구 300 치면 누구나 함

시청자) 299라 못하네 ㄲㅂ

+――――――――――――――――――――――――――――――└당구에 299가 어딨어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드립이지

└오정환 답변은 진심 같은데 당구 친다고 당구킥도 잘 찰 수가 있나?

└이 새끼 천상계에서 마이플스토리도 하는 놈임ㅋㅋㅋ

그것도 게임을 시작한지 한 달 남짓한 새내기.

워낙 재능충들이 많이 유입된 LOL의 특성상 드문 일은 아니지만 조금 유별나다.

마이플스토리.

RPG로 특화된 정글 스타일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이상의 어처구니없는 답변이 커뮤니티에 또 한 차례 불을 지핀다.

─오정환은 다른 게임의 『T.O.P』이었어서 그런지

롤 보는 시각이 『Special+』한 듯

롤에서 『Maple』과 『Pocketbal』이라니?

이건 『The Genius』의 플레이일 수밖에 없잖아!

└말투 개ㅈ같네

└이 새끼 씹덕임 내가 봄

└어그로 개 잘 끄네 ㅂㄷㅂㄷ

└삼도수군통제사

당구를 잘한다고 당구킥을 잘해?

메이플 잘하면 정글링도 잘하겠네!

실제로 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본인의 오피셜도 그렇다고 한다. 한동안은 논란이 사그라들기 힘든 화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일동은 선언합니다

[8.15 광복절 독립 만세짤. jpg]

Q평E평RQ평E?

리심 본좌?

거품 잔뜩 낀 오락실형 정글러의 강점기에서 해방을 선언합니다 인싸겜 메이플과 당구마스터 오정환을 적극 지지함을 선언합니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일동―

└오락실형 정글렄ㅋㅋㅋㅋㅋㅋㅋ

└↓↘→ + 공격 이 X랄 하는 것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Q평E평 우리집 100평 ㅅㅂ놈아

└100평은 ㅇㅈ이지

논란이 종결된다.

리심 장인.

그 명예로운 타이틀이 개맥주에서 오정환으로 옮겨오게 되는 순간이다.

반박할 수 없는 확실한 승리.

무엇보다 실력으로 증명했다는 게 크다.

소위 말하는 '정글 차이'를 여실히 과시했다.

─C언어마스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님은 이번 사태 어떻게 보시나요?

"――― a/src/vte.c

+++ b/src/vte.c

@@ ―399, 6 +399, 7 @@ void vte_close(void)

g_free(vf);

/* free the vte widget before unloading vte module * this prevents a segfault on X close window if the message window is hidden */+ g_signal_handlers_disconnect_by_func(vc―>vte, G_CALLBACK(vte_start), NULL);

gtk_widget_destroy(vc―>vte);

gtk_widget_destroy(vc―>menu);

g_object_unref(vc―>menu);."

―와 씨언어!

―오늘은 나도 못 알아듣겠다

―말을 무슨 컴퓨터 용어처럼 복잡하게 함;

―씨지맥 개빡쳤네 ㄷㄷ

물론 새로운 논란이 태어날 수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다는 건 달가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시기하는 세력.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

씨지맥처럼 이전부터 늘고 물어지던 숙적도 있다.

─개추좀) 오정환 관련 씨지맥 오피셜 떴다

[씨맥 방송 클립. avi]

언어가 달라서 못 알아들음

└얘는 말을 진짜 못함

└C언어 1급 능력자 없냐?

└냉장고 비유보단 낫지ㅋㅋㅋㅋㅋ

└여름좌가 씨지맥보다 한국말 잘할 듯

그렇기에 의미가 크다.

개맥주가 가졌던 위치.

정글계의 거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

쉽게 시비 걸 수 없는 위상을 자랑하게 됐다.

러너리그.

프로 관계자도 주목하고 있는 역대급 아마추어 리그의 결승에 진출한 셈이니 당연하다.

그렇기에 반드시 우승하려 했다.

로쿠도쿠로서는 난감하게 되었다.

패배한 것만으로도 쪽팔린데, 매드무비의 일등 조연이 되고 말았다.

<로쿠도쿠 선수가 경력도 있으시고, 확실히 LCK에 당장 복귀를 하셔도 손색이 없는 원딜러시잖아요?>

<물론 믿죠. 근데 러너리그에서는 경기를 지셨다고.>

<…….>

오정환의 리심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

그 조회수만큼 자신이 죽는 모습이 관찰되었다는 뜻이다.

'Fuck!'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프로게이머가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 패배한 것만 해도 흑역사인데 동네방네 소문이 났다.

<저희가 걱정되는 건 로쿠도쿠 선수가 피지컬적으로 감퇴기에 접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건데.>

<그, 그건 아마추어 리그다 보니;>

<확실히 그런 감도 있죠. 최근 화제가 되는 그 리심 콤보가 프로 리그에서 나오는 건 힘들 테니…….>

하지만 워낙 화려했다.

프로 관계자들조차 입이 쩍 벌어지는 수준이었다.

허무하게 당했으면 모를까, 아무리 조연이라도 일등 조연이다.

'X발.'

원하는 결과하고는 당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노이즈 마케팅이 된 건 사실이고, 불가피하게 홍보가 됐다면 이용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일자리.

하물며 프로게이머다.

언제까지 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업계에서 살기 위해서는 인내도 필요하다.

<저희 나진에서는 로쿠도쿠 선수가 오시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 그게 로쿠도쿠 선수를 실력적으로는 신뢰하지만, 윗선에서는 여론에 잡음이 생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셔서.>

<…….>

그 인내.

준공인에 해당하는 프로게이머는 가져야 하는 측면이 있다.

비교적 여론이 너그러운 해외쪽은 몰라도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말이다.

'솔직히 로쿠도쿠는 평범한 카드인데, 오정환은 탐나지.'

그런 도의적인 측면만이 이유는 아니다.

클끼리가 똥을 우장창창 싸는 시대다.

초식 정글러의 해가 저물고, 육식 정글러들이 주목 받고 있다.

조연보다는 주연이 더욱 탐나는 법이다.

오정환이 뽐낸 리심의 피지컬.

인섹킥만 해도 감지덕지한데 그 이상을 해내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저보고 사과라도 하라고요?>

<아니, 그런 것까진 아니고요~ 당사자들간에 감정의 골이 있지 않다는 것만 대중들이 알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진지하게 영입을 권하고 싶다.

자신들의 팀으로 말이다.

그런데 팀원 중에 만약 껄끄러운 사람이 있다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것도 유분수다.

아쉬운 입장인 로쿠도쿠로서는 수긍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한 경기에 두 번을 했으면……."

"예, 각을 노리고 찬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패기가 참 좋네. 이런 애들이 크게 되지."

커뮤니티의 화제.

체크를 하는 건 나진 뿐만이 아니다.

다른 프로팀들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영입해서 키워보는 방향으로 가볼까요?"

"그래, LCK 운영의 진수를 가르쳐줘!"

"……."

현 시대는 물론, 차후까지 통틀어 전무후무한 스케일의 아마추어 리그.

프로팀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더욱 크게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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