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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282화 (282/846)

282화

더 나이트메어

"프로게이머요?"

최근 연락이 좀 잦게 온다.

이런 제의 자체는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지만.

'클끼리도 그렇고.'

애초에 일정 티어 이상은 넌지시 받는다.

이름이 알려지는 계기가 있었다면 더욱 말이다.

<오정환님의 피지컬에서 저희가 가능성을 봤거든요!>

"아, 예."

<주전 기용을 조건으로 저희팀에서 한 번……, 생각 좀 해보시겠습니까?>

근데 그런 건 다 아님 말고 식이다.

이전에 전화를 걸었던 클끼리처럼 직접적으로 제안하는 일은 웬만하면 없다.

그렇게 웬만하면 없어야 하는 일이 잦다.

커뮤니티에서의 소란이 분기점이 됐다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죄송합니다."

<네?>

"제가 프로에 뜻이 없어서."

<아니, 저기 잠깐…….>

귀찮은 전화를 끊는다.

롤 유저인 이상, 그것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이상 프로는 누구나 한 번은 꿈꿔본다.

'그냥 꿈.'

그저 ^꿈^이다.

현실의 벽은 높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한때 콧대가 높았을 때 시도해본 적이 있다.

아주 본격적으로 하진 않더라도 방송 콘텐츠 겸해서 해보면 괜찮지 않을까?

BJ들끼리 팀을 결성해 프로의 문을 두들겼다.

'챌코에서 좀 이겼다고 너무 신을 냈지.'

1부팀들은 격이 달랐다.

그중에서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숙의 시간을 보내다 18시즌에 복귀한 레전설과 테디의 S랭크 더 플라잉 사미라는 악몽 그 자체였다.

"오빠."

"왜."

"저랑 있는데 자꾸 전화 받아요."

"오는데 뭐 어떡해."

"하필 지금?"

"그러게."

"몰라요. 나 삐짐~."

리아가 분홍색의 살찐 고양이 인형을 안고 침대 위에서 앙탈을 부린다.

170cm에 가까운 장신으로 다리를 휘적거리는데 맞으면 이빨 나갈까 봐 무섭다.

'여하튼.'

리아네 집에 왔다.

공사가 끝나고, 진짜로 이사를 온 것이다.

시공을 포함해 여러가지 도와줬다 보니 내부는 낯익지만.

촤압―

몸의 크기에 비하면 얇은 발목을 꼭 잡아 몸부림을 멈춘다.

입술을 삼키며, 체중을 실어 그대로 고꾸라뜨린다.

균형이 무너진 탓에 기묘한 자세가 된다.

"아앙♡"

"왜."

"저 외로웠어요."

"근데."

"오늘 하루종일 놀아줄 거죠~ 그쵸?"

지긋이 눈동자로 나를 핥아온다.

습기 찬 달콤한 숨이 목덜미를 간지럽힌다.

어지간히 욕구 불만인 건 상태만 봐도 알 수 있다.

'물품도.'

리아의 개인 가구와 물품을 들여놨다.

개중에는 평범한 것들도 있지만, 주의를 잘 살피면 독특한 것들도 몇 개 보인다.

"이거."

"아!"

"왜?"

"아, 아니; 그냥요."

쿠션이다.

긴 원통 모양의 사람 키 반만 한 크기.

집에 하나쯤 있어도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안고 자기 딱 좋잖아.'

푹신하면서도 약간 딱딱해서 가지고 노는 맛이 있다.

가끔씩 다른 용도로 쓰는 여자들을 봐서 그렇지.

"그냥 쿠션…인데."

"그래?"

"아! 잠깐, 잠깐 아아앙! 씨이……."

맨 아래에서 조금 윗부분.

코를 갖다 대고 쓰읍―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리아가 어쩔 줄 몰라하며 말린다.

'사실 별 냄새가 나진 않는데.'

장본인 입장에서는 매우 찔릴 수 있다.

떠본 거였는데 제대로 들어맞은 듯 엄청나게 부끄러워한다.

"와~ 지린내가 막."

"거짓말이죠?"

"맡아볼래?"

화난 척, 정색한 척 적반하장을 하며 쿠션을 뺏어 코에 갖다 댄다.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렇게 외로웠어?"

"진짜……, 몰라요. 나빴어!"

고개를 돌리며 삐진 척을 한다.

반응이 귀엽고, 너무 뻔해서 놀리는 맛이 일품이다.

'근데 뭐 혼자 사는 여자들이 다 그렇지.'

특히 여캠.

악성 시청자들이 성희롱을 엄청 할 텐데 욕구를 안 느끼기도 힘들다.

리아의 경우 그러한 성향이 조금 심각하다.

[꽃을든남자 제주 오이 수딩젤]

용량: 250ml / 가격: 5, 000원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다.

침대 옆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이 또한 얼핏 평범하게 보이는 물품이다.

"야."

"왜요."

"솔직히 말해봐. 이거 바르려고 산 거 아니지?"

"마, 맞는데요."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이미 빼박이다.

여캠쯤 하는 애가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의 물품을 굳이 다이소까지 가서 구입할 필요는 없다.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거지.'

길쭉한 모양.

오이 성분이 함유됐다는 사실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따금 다른 용도로 쓰는 나쁜 아이들이 있어서 문제지.

"이게 들어가냐?"

"자꾸 이상한 걸로 몰지 마요!"

"아니, 화장대에 들어가냐고. 너무 대용량이길래."

"……."

슬슬 자포자기한 듯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평소였으면 당황했겠지만 방안에 방음 처리를 잘해두었다.

'시공을 잘해뒀지.'

리아의 시공도 많이 신경을 썼다 보니 혼자 있을 때 많이 적적했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물품들을 구비해둔 것 보면 말이다.

"오빠 진짜 나빴어요."

"내가 왜?"

"다 오빠가 가르쳐주고. 나만 이상한 애 만들고."

책임감을 조금은 통감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기에는 원래부터 많이 발랑 까졌던 것 같기도 하고.

쪼옥, 쪽―

아무 대화 없이 5분 정도 가벼운 키스를 나눈다.

강제적인 침묵의 시간이 어색했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준다.

"헤헤……."

"왜 웃어. 실없게."

"오빠~ 저 들었어요."

"뭘?"

"요즘 외국애랑 논다고. 빠져 있다고."

"……."

감성적으로는 말이다.

여자들특.

마음에 꼭 담아두고 있음.

딱히 질투는 아닐 것이다. 집도 봐줬고, 시공도 도와줬다. 서운해 할 건덕지는 남기지 않았다.

"오빠 저두 큰데. 오빠 취향 됐다고 생각하는데~."

반쯤 삐진 어투로 치근덕대며 어필한다.

반질반질한 하얀 피부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살덩이도.

'탈한국 몸매긴 하지.'

그러면서도 지방은 부드럽게 퍼져있다.

커리큘럼을 짜서 관리해준 보람이 있는 맛있는 몸이다.

"여름이라고 했죠?"

"응."

"걔랑 하고 싶은 거예요? 도와드려요?"

"……무서운 소리 하지 마."

귀티 있는 외모와 달리 속은 무섭다.

무서워졌다.

이쪽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악녀가 돼야 한다.

'시킨 사람이 나니까 할 말은 없는데.'

무서운 소리를 해온다.

누가 보면 내가 나쁜 사람이라 오해할까 두렵다.

"난 이미 몸도 마음도 오빠꺼가 됐는데~."

"싫어?"

"오빠가 먹버 하면. 주기적으로 섭취해주세용♡"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것이다.

어깨에 손을 얹자 그 아래로 볼륨감 있는 살덩이가 잡힌다.

'내가 딱히 여자를 그런 쪽으로 보진 않아.'

그냥 친해지고 싶을 뿐이다.

남자들끼리도 땀 흘리면서 친해지는 것처럼, 여자와도 땀을 흘리면 친해지기 좋다.

"헤헤헹."

"아까 오이수딩젤 써봐."

"아, 진짜!"

"진짜로."

투덜거리지만 이미 할 마음 가득이다.

잡아서 건네주고, 심심한 입술을 먹어 치우자 어느새 손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내 입장에선 기 빨리는 것보단 낫긴 해.'

자가발전에 도가 틀수록 말이다.

* * *

러너리그.

본래도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온 탈아마추어급의 대회는 더욱 뜨거운 감자에 올랐다.

─치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로? 어디 팀인데?

<그건 대놓고 말할 수가 없는 부분이죠. 아 갑자기 맛밤이 땡기네.>

―갑자기?

―차갑게 드시나요? 뜨겁게 드시나요??

―네?

―아 대놓고만 안 말하면 인정이지ㅋㅋㅋㅋㅋ

진행 과정.

커뮤니티를 뒤집는 화제가 매번 터져 나왔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올라감에 따라 파급력이 커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 중심에는 항상 오정환이 있었다.

또다시 떡밥을 제공하며 커뮤니티가 불타오르는데 일조하고 있다.

─오정환 얼밤에 절대 가면 안되는데

클끼리한테 정글 배우면

리심으로 포킹하고 자빠질지도 모름

└강제 거세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이미 고자야

└진짜 얼밤에서 영입 제의 온 거임?

└다른 프로팀에서도 왔다더라……

프로 관계자의 주시.

아마추어 대회로 생각했던 러너리그의 주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프로급이다!

수준이 높다!

아무리 그러한 평가가 있어도, 절대 다수라 할 수 있는 일반 시청자들의 시선에는 글쎄올시다.

─나만 러너리그 수준 높다고 생각한 게 아니구나

32강 거르고 16강부터는 ㄹㅇ

우승팀은 LCK 시드 줘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봄

└LCK가 ㅈ으로 보이누……

└농담으로 볼 게 아닌데?

└일단 경기력은 러너리그>>LC게이임

└LC게이에서 포킹 리심 보는 것보단 낫지 ㄹㅇㅋㅋ

그런데 공식적인 인정이 떨어진 것이다.

상상으로나 해볼 법한, 아니 설마 있을까 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러너리그의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그럴듯한 뜬소문까지 퍼지며 말이다.

지금도 주목하는데 우승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승전에서 프로 관계자 눈에 들면

프로 데뷔할 수 있는 거 아님?

코물쥐 프로각 날카롭냐?

└아 X랄 노!

└선 넘네

└아니 그 새끼는 버스잖아

└눈에 띄는 활약을 해야 될까 말까지ㅋㅋㅋㅋㅋ

적어도 그 가능성이 0은 아니다.

작년 롤드컵 이후 확고부동한 대세 게임이 된 LOL.

판은 점점 커지고,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팬들은 목이 마르다.

그 시발점에 설 자격이 쥐어질 수 있다.

─코물쥐는코가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물쥐는 프로 제의 오면 어떻게 할 거임?

<안 그래도 그 생각하고 있었거든. 아~~ 어쩌나? 나의 재능을 아무렇게나 쓰면 안되는데.>

―드디어 미쳐버린 건가?

―……

―코 터트리고 싶네

―똥 닦는데 써도 될 것 같은데?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활약만 한다면 누구든지.

그 영예를 얻을 수 있는 건 이제 두 팀 뿐이다.

최종 우승팀을 정하는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러너리그의 가치가 높아진 것과 맞물려 화제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상당히 진지하고 심도 깊게 우승팀이 점쳐진다.

─오정환팀은 결국 우승은 못할 것 같은데

일단 바텀이 너무 하자 있음

여름좌가 분전해주긴 해도 라인전 약한 건 팩트고

후반에 원딜 캐리력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코물쥐임 ㅋ└그 쥐└이이잉~ 기모링~!

└원딜이 광대였구연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상체도 약함

그렇기에 더욱 이야기가 나온다.

오정환팀의 우승 가능성.

역설적으로 높지 않다고 보여지는 게 커뮤니티의 중론이다.

오정환의 실력이 주목받고 있는데 어째서?

LOL은 팀 게임이고, 팀원들의 활약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냥 상대가 너무 강하다.

─어우고 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Araboza

탑― 썬데이

정글― 뱅기

원딜― 끠글렛

서폿― 꽃게랑

팀 전원 챌린저 20위 내

심지어 두 명은 프로 경험 있음

이 모든 걸 다 뚫어도 미드가 고전파 ㄷㄷ

└고전팤ㅋㅋㅋㅋㅋㅋ

└고전파 입갤하면 끝나지

└LCK에도 이런 먼치킨팀은 없을 텐데……

└어차피 우승 고전파팀!

고전파팀.

참가를 표명한 시점에서 반쯤 우승이 확정된 수준이었다. 그러한 세간의 기대를 완벽히 부응하며 적당히 결승전에 올라왔다.

우승 후보라 불리던 팀들을 전부 양학하며 말이다.

우승 후보는 커녕 1승만 해도 감지덕지라 불리던 오정환팀이 어떻게 고군분투를 한다고 이길 상대가 아니다.

─태용이가 오정환팀 우승 방법 푼다 [7] ―5

─내 말 들으면 진짜 이김 ㄱㄱㄱ [3] ―2

─내가 보기에 고전파팀도 약점이 있음 [12] +3

─이거 이기면 거의 소년 만화급 아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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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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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최악의 조건.

매번 이겨내 온 오정환팀이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모인다.

롤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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