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화
상대가 고전파
방송은 곧 어그로.
그와 동시에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지향한다.
─코물쥐는코가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코물쥐는 좀 때려야 말을 들을 거 같은데……
"코물쥐를 존나 패라고요? 개 패듯이 패서 사람 만들면 1인분은 한다고요?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
―그렇게까진 말 안 했는데요;;
―ㅓㅜㅑ
―지건 마렵긴 하지
―본심이 나와버렸누ㅋㅋㅋㅋㅋㅋ
어찌저찌 결승전은 갔지만, 우승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인지하고 있다.
'근데 약자 포지션이라는 게 절대 나쁜 게 아니야.'
동정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혹시 모르는 언더독의 반란.
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회가 된다.
『오정환의 방송국』
─고전파팀 상대로 먹힐 만한 전략 짜왔음!
─현재 오정환팀의 문제점. txt
─여름좌 챔피언폭 한계 보인다
─봄이는 언제 오나요
.
.
.
이미 난리가 나있다.
내 방송의 고정 시청자들.
그 외에도 오지랖을 부리고 싶은 롤충들이 산더미처럼 와서 흔적을 남겼다.
'롤방송은 원래 훈수 두는 맛이야.'
롤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가 그러하다.
동네 기원이나 노인정에서 할아버지들 바둑 둘 때도 당사자들보다 옆에 있는 구경꾼이 더 시끄러운데.
"확실히 저희팀이 세진 않아요. 솔직히 운빨도 좀 있었어! 시청자들의 응원과 사랑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겠죠."
―아 X랄 노
―닭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정환이 별풍 받고 싶니?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잘하는 팀한테 뭐라고 할 거야?
괜히 한 마디 해봤자 입롤 한다고 핀잔밖에 안 듣는다.
'못하는 팀을 잘하게 해야 보람이 생기잖아.'
파랑이즈는 골드가 개발했다고 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런 요행 이전에 브레인스토밍은 이따금 맹점을 찔러준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시청자들의 몰입할 수 있는 포인트라는 것도 중요하다.
─롤방2년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개맥주는 훈수 두려면 100개씩 쏘고 하라고 함ㅋㅋ
"돈이 궁하신가 보네."
물론 민감한 BJ도 있다.
개인적으로 멍청한 자충수라고 생각한다.
'훈수 듣는 게 싫으면 게임 방송 못 해.'
롤방송을 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온다.
롤을 잘하는 사람이든, 못하든 사람이든 가끔씩 마려울 때가 있다.
그냥 궁 박으면 되는 거 아님?
미니맵을 살피지 못하고 말했다.
반대로 BJ가 타이밍을 못 잰 경우도 심심찮다.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면 진 빠진다. 과민반응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면 된다.
가끔 정색하고 X랄하는 찐따들에게만 지건 좀 날려주고.
<이이잉~ 기모링~!>
"지건 이 새끼야!"
―범인 등장ㅋㅋㅋㅋㅋㅋㅋ
―'나 강림'
―광대가 돼버렸누
―팩트) 태생이 광대다
그렇게 처맞을 팀원은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누구 한 명의 문제라고 탓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팀게임인데.'
개개인의 전력이 떨어진다고, 꼭 그 팀이 약한 것은 아니다.
프로 리그에서도 반례가 셀 수도 없이 많다.
아예 기준 미달이면 모를까. 최소한의 자격 요건은 갖췄다.
문제는 단 하나, 상대가 너무 강하다는 사실이다.
─어우고 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Araboza
탑― 썸데이
정글― 뱅기
원딜― 끠글렛
서폿― 꽃게랑
팀 전원 챌린저 20위 내
심지어 두 명은 프로 경험 있음
이 모든 걸 다 뚫어도 미드가 고전파 ㄷㄷ
└고전팤ㅋㅋㅋㅋㅋㅋ
└고전파 입갤하면 끝나지
└LCK에도 이런 먼치킨팀은 없을 텐데……
└어차피 우승 고전파팀!
커뮤니티의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다.
오히려 저평가를 받고 있다.
고전파팀이 가진 진짜 저력.
'저팀이 롤챔스 우승하고, 롤드컵 우승하고, 전설의 한 페이지를 찍거든.'
한국 최초의 롤드컵 우승.
그 외에도 전설적인 일화가 아니라 전설 그 자체가 돼버리는 팀이다.
SKT T1이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데뷔해서 말이다.
러너리그는 그들이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낸 첫 번째 대회다.
"저희가 결승전을 앞두고 있잖아요."
<쥐엔장~ 믿고 있었다구~!>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한 번 거둬보죠!>
그걸 모르는 현 시점에서는 그냥 잘하는 아마추어팀.
으쌰으쌰 해보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근데 진짜로 승산이 있어.'
확실히 터무니없다.
이기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넋 놓고 있을 수준까진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청자님들도 말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면 승산이 희박해요."
<자신 없어요?>
"자신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라이너들이 ㅈ같이 못하잖아 특히 너!"
―아앗
―코물쥐 눈치 없눜ㅋㅋㅋㅋㅋ
―숟가락 차이
―정환이도 인지하고 있었구나
일단 멤버가 완벽히 같은 게 아니다.
탑이야 똑같이 잘하는 선수지만, 서포터는 무명으로 끝나는 아마추어.
'바텀이 공략해볼 건덕지가 있다는 건데.'
문제는 바텀이 약점인 건 마찬가지다.
코물쥐도 코물쥐고, 여름도 제 역할을 간신히 소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실력적으로 진취가 있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된다.
그래서 특별 강사를 초빙해두었다.
"뭐라고요?"
―로쿠도쿠??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예절 주입 잘됐네
―쪽팔리긴 한가 봐ㅋ
현직 프로.
실력적으로는 이미 나한테 두 번이나 패퇴했지만 게임 강사, 그것도 바텀쪽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전문가지.'
특히 현 시점에서는 말이다.
미래의 지식?
그런 게 있다고 해도 현재 메타를 가장 잘 알고, 현재 유저에게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현역이다.
우리팀 바텀의 코칭을 부탁했다.
이런 기회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 리 만무하다.
로쿠도쿠로서는 나름의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레드카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로쿠도쿠가 정환이 존나 까던데ㅋㅋ
"에이~ 방송을 하다 보면 원래 본심과는 다른 말이 나올 때가 있어요. 로쿠도쿠님도 악의적인 의도로 한 말은 아닐 거예요."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까놓고 나로서는 알 바 아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만 되면 그만이다.
<로쿠도쿠님? 저한테 원딜 배우러 오셨구나.>
<준결승 졌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요. 상대가 나잖아~ 비가 오면 옷이 젖듯이 당연한 거야.>
―흥분하니까 영어ㅋㅋㅋㅋㅋ
―이건 못 참지
―살인 나도 무죈데?
―피껏솟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물쥐에게 원딜의 기본적인 관점을 가르쳐준다.
권위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어서, 프로게이머의 말이니 좀 더 귀담아 들을 것이다.
'여름이랑도 대화가 좀 더 수월한 것 같고.'
언어가 직통으로 통하니 말이다.
성격은 조금 괴팍할지언정 강사로서는 적절한 인선이다.
물론 고작 며칠로 좁혀질 격차가 아닌 것도 맞다.
─3년차서당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진짜 열심히 하시네 고전파팀은 따로 연습도 안 한다던데
"100개 감사합니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상대가 매우 방심하고 있다.
아니,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다.
'특별히 우리팀만 그런 게 아니라.'
참가 시점부터 그랬다고 한다. 처음에는 오만이라는 소리도 나왔고, 저러다가 떨어진다는 비난도 들었지만 결과는 모든 이들의 입을 다물게 만든다.
지나친 실력.
다른 팀에는 한 명도 드문 챌린저가 무려 다섯 명이다. 이미 자신들은 아마추어 레벨이 아니라고 과시하고 있다.
<여기 챌린저 저밖에 없어서 모르실 것 같은데……. 챌린저 구간에서도 고전파 만나면 게임 이겼다 소리 나와요.>
얼마 전 챌린저로 승격한 의진맨.
현재는 커트 라인이 상위 50명이다.
그 얼마 안 되는 괴물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나뉜다.
'프로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게 고전파였고.'
천재는 다르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남들은 숱한 경험, 혹은 선구자들을 통해 배우는 내용을 그냥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비벼볼 부분은 팀워크뿐이에요.>
"현실적으로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저 블루 좀 주세요. 저 진짜 블루 먹은 적 손에 꼽는 것 같아요.>
"……."
―블뤀ㅋㅋㅋㅋㅋㅋ
―왜 정글이 처먹냐고!
―서러웠다 의진맨!
―이걸 이제야 말하네ㅋ
승산이 희박한 승부.
그렇기에 방송적으로는 더욱 의미가 있다.
'강하게 커야 잘해지는 거지.'
상대가 프로로서 격의 차이를 과시한다면, 나는 BJ로서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
* * *
소소한 논란이 된다.
─개맥주 경기 때 존나 웃겼는데ㅋㅋ
누가 지적하면 티어 물어보고, 건빵이면 강퇴하다가
2경기때 게임 싸해지기 시작하니까
상대 정보 알려주는 거 개잘들음ㅋㅋㅋ
└ㄹㅇ?
글쓴이― 다시보기 보셈ㅋ
└부정행위 저질렀다는 거 아님?
└응 그러고도 졌어~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야기.
결과가 반대였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었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이 없게 승부가 났다.
─런닝하는러너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혹시 개맥주 귀맵 이슈 보셨나요??
"예, 봤습니다. 아 근데…… 이제 와서 들추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잖아요."
―또 중립?
―아ㅋㅋ 귀맵 하고도 졌으면 확인 사살이지
―코봉이형……
―같은 라인이라고 봐주는 거 아니야?
주최자인 러너맨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단순한 가십거리면 모를까.
불미스러운 이슈가 터지는 건 당연히 꺼려진다.
'개맥주형도 어쩌다 들은 거겠지.'
패배를 한 마당에 굳이 책잡을 필요가 없다.
팔도 안으로 굽다 보니 쉬쉬하며 넘어가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러너맨 이 새끼는 왜 이렇게 방송이 밋밋하냐?
원래 이런 사건 터지면
"시청자 형님들을 대신해서 제가 정의를 집행하겠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조져버리는 게 꿀잼 아님?
└박쥐맨이라
└원래 노잼+착한 컨셉의 방송임ㅋㅋㅋ
└나만 느낀 게 아니구나
└그냥 오정환 보셈 방송감 ㅆㅅㅌㅊ
하지만 자신의 코도 석자다.
시청자들의 편 가르기 요구.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밀어붙인 것이 악수로 작용했다.
그 반사 이익을 오정환이 보고 있다.
탑급 보라BJ.
롤판에서도 무서울 정도로 기세를 키워가는 그의 행보는 경쟁자로서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형들 말도 알겠어. 개맥주님한테 공식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물어볼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회 참가하는 BJ들은 경기 중에 채팅창을 얼려놓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대책을 마련해볼게."
―깔끔하네
―대놓고 귀에 들리는데 어쩔 수 없었지
―ㄱㅊ은 듯?
―거눙 그 새끼처럼 지가 본 것도 아니고ㅋ
아직 늦지 않았다.
러너리그는 엄청나게 흥행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역대급 아마추어 대회의 진행자이자 주최자다.
'결승은 확실히 베팅을 해야겠어.'
사건들을 겪으면 깨닫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면, 자신도 BJ로서 맞춰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펩시충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1천 개 미션! 결승 우승팀 누가 될 거 같음?
"펩시충형 100개 감사합니다! 음……, 저는요. 지금까지 본 경기들을 토대로 고전파팀의 우승을 강력하게 점쳐보겠습니다. 아, 물론 편파를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오~
―우리 러너맨이 달라졌어요!
―이거지
―박쥐짓 안 하니까 얼마나 시원하고 좋아ㅋㅋ
맞추기만 하면 되니까.
우려됐던 것은 맞추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지만 결승전은 사실상 우승팀이 정해졌다고 보는 게 옳다.
'그도 그럴 게 고전파인데.'
아예 프로 데뷔가 확정됐다.
주장인 고전파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그렇다고 한다.
심지어 전원이 챌린저.
사적인 감정을 떠나서 이건 어떻게 변수가 없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