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84화 (284/846)

284화

<2012 LOL 챔피언스 코리아 윈터 시즌의 결승전을 지금부터! 여러분의 뜨거운 환호! 함성과 함께 시자아아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당연한 외침과 함께 막을 올린다.

러너리그와 같은 시기.

LCK 윈터 시즌도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양대학교 올림픽 체육관에서 캐스터 진용준 인사드립니다.>

<해설 김서준 인사드립니다.>

<해설 강민철입니다.>

롤팬이라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롤챔스.

그 결승전의 자리는 당연히 뜨겁다.

1만 명의 관중들이 함께하고 있다.

웅성웅성!

밴픽이 시작함과 동시에 시끌벅적해진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화두.

바로 얼밤의 밴픽에 관해서다.

<명실상부 LCK 최고의 명문팀 중 하나고, 한국에 롤드컵 준우승의 영광을 안겨준 얼밤이지만~ 최근 기세가 예전 같지 말이 있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풀세트의 치열한 접전을 반복하며 결승전에 올라왔다 보니 많은 팬분들이 불안해 하는 시선이 있습니다.>

김서준 해설의 말대로다.

불안하다. 생긴 것부터 말하는 것까지 전부 말이다.

태생이 그러한 팀.

하지만 실력으로 보여줬다.

그렇게 경기력으로 증명했던 시즌2는 이제 저물었다.

―클끼리특) 아모모함

―코끼리는 똥을 우장창창 싸죠!

―ㅈㄱㅊㅇ

―이이잉~ 기모링~!

육식 정글러를 못한다.

솔랭이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대회 무대에서는 상대팀이 약점을 후벼 팔 수 있다.

우우우우~!

소속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악질로 소문난 얼밤팬들의 야유 소리가 들려온다.

결승전 상대팀인 나진 스워드의 노골적인 저격밴.

<쇈밴은 클끼리 선수의 정글쇈 저격에 무게가 있어 보이는데요?>

<동의합니다. 아모모, 스캐너까지 잘랐다는 건 정글 챔피언폭 싸움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

얼밤의 정글러 클끼리.

그 이름에 걸맞게 코끼리처럼 묵직한 스타일의 초식 정글러지만, 육식 정글러를 못한다는 단점을 지녔다.

'이 간나 새끼들이?'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인지하고 있다.

상대가 저격밴을 해올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그래서 오정환을 영입하고 싶었다.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

RPG를 잘하는 것 보면 초식 정글러도 소화할 기량이 충분하다.

"야 리심 줘."

"진짜로? 아 진심?"

"리심으로 3버프 컨트롤할 거니까 리심 내놔!"

"오~"

하지만 거부했다.

다른 팀에서도 그를 탐낸다고 한다.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넋 놓고 있을 클끼리가 아니었다.

'내가 하면 되지.'

이래 봬도 프로게이머다.

초식 정글러로 세계를 주름잡았고, 마음만 먹으면 육식 정글러도 못할 것은 없다.

막말로 아마추어도 날아다니는데.

오정환의 플레이는 클끼리에게 영감을 주었다.

솔랭에서도, 스크림에서도 연습을 했고 이제는 보여줄 일만 남았다.

"어, 뭐지? 형 리심이 안 골라져!"

"리 띄고 심! 리 띄고 심! 이 간나 새끼야!!"

희망사항으로 막을 내린다.

* * *

LCK.

롤챔스는 한국 롤팬들의 축제다.

그 결승전이 시작하기가 무섭게 커뮤니티가 달아오른다.

─트롤킹 정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걱정 ㄴㄴ 트롤킹 쓸만함 [5] +10

─준비해온 픽일 가능성 있냐? [7]

─빠레기 이 새끼 클끼리 싫어서 트롤킹픽ㅋㅋㅋㅋㅋㅋ [3] +1.

.

.

보기 드문 챔피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비주류픽은 경기의 조미료가 되고, 모든 롤팬들이 환영하는 바다.

<준비해온 픽일까요? 혹시 밴픽 실수일 가능성도…….>

<결승이지 않겠습니까~? 클끼리 선수도 무언가 생각이 있겠죠!>

해설진의 열띤 실드와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채 2분을 채우지 못하고 마무리된다.

─퍼스트 블러드!

대형 동물답게 똥을 우장창창 싸재낀다.

선취점부터 내리 3데스를 꼴아박으며 패배의 일등공신.

'…….'

하지만 불가피한 사태였을 뿐이다.

멘탈이 나가버린 클끼리도 사고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리 띄고 심이야 리 띄고 심. 이 간나 새끼야!"

"알았어 이 간나 형새끼야 이번에는 제대로 줄게."

만회하면 된다.

결승전은 다전제.

실력이 아닌 실수로 졌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당신의 뜻대로 싸우겠소!」

진행되는 2세트.

역시나 초식 정글러를 저격밴 해왔다.

리심을 준비해온 클끼리의 판단 자체는 분명 옳다.

이~쿠우!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뿐.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진로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나마 변명거리가 있다는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리심 뭐하누?

─클끼리님???

─방금 리심 앞점멸 이유 아는 사람 [2]

─클끼리 저 새끼 남파 공작원 맞다니까? [15] +32

.

.

.

갑작스러운 리심의 앞점멸.

이후 이어진 정체불명의 존재감 증명으로 팽팽했던 게임이 크게 기운다.

<아니! 어……. 리심이 한 건 크게 했죠?>

<동의합니다.>

<…….>

―이, 이게 뭐누

―말잇못

―동의? 어 보감~

―강존야 의문의 1승!

한타가 시작하면 으아앜! 괴성을 지르는 게 LCK 해설의 국룰.

워낙 당황스러운 리심의 기행으로 강제적인 침묵이 이어진다.

<클끼리 선수가 인섹킥을 하려다가 실패한 것 같죠?>

<구도를 볼 때 배달은 좀 힘들어 보였습니다.>

<동의합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플레이.

단 하나의 전제 하라면 혹시 모른다.

동의만 하고 있던 김서준이 먼저 운을 뗀다.

<어떤 아마추어 리심 장인이.>

<리심 장인이요?>

<슈퍼 플레이를 한 장면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있는데 혹시 그걸 노렸던 게…….>

―아마추어 리심 장인ㅋㅋㅋㅋㅋ

―오정환 아시는구나!

―그거 개쩔던데

―병 형신이야……?

수십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LCK의 결승전.

의문의 플레이는 이목을 모을 수밖에 없다.

그 유일한 해명 답안이 제시된 것이다.

하아!

이~쿠우!

리심이 음파를 맞혀 놓는다.

그리고 찬다.

인섹킥, 혹은 Q평E평RQ평E 같은 콤보는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대회면 모를까.

솔랭은 부담감이 적다. 안되면 말고식으로 하다가 슈퍼 플레이가 간간히 터지는데.

[Best Comment]― 이게 그 김서준 해설이 언급한 리신인가요? 乃892

[Best Comment]― 뽀록이 아니라 노리고 했다는 게 개신기…… 乃674

[Best Comment]― 성지순례 왔습니다^^ 乃482

같은 대회 무대다. 역대급의 아마추어 리그라고 주목받고 있다. 그만한 장에서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플레이.

<여기서 점멸로 탱커를 차서 원딜을 당구로 띄운다고요? 와~ 그건 동네 당구장에서도 잘 안 나오는 플레인데?!>

―당구장……

―아재요

―용준좌 문화 충격ㅋㅋㅋㅋㅋ

―누구는 리심으로 포킹만 하는뎈ㅋㅋㅋㅋㅋㅋ

믿기지 않을 만도 하다.

말로만 들으면 말이다.

대체 어떤 식으로 플레이를 한 건지 LCK 윈터 결승 수십만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다.

'…….'

그럴수록 러너맨의 목은 타들어간다.

대회의 흥행?

주최자인 그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속보다.

문제는 방향성.

고전파팀이 이기는데 올인을 했다.

화제를 듣고, 오정환의 플레이를 다시 체크해보니 소름이 돋는다.

아만보라는 게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실버, 골드에 지나지 않던 러너맨도 대회를 진행하며 개안이 되었다.

그냥 천외천 같던 천상계 유저들 사이에서도 실력이 나뉜다. 그들조차 놀랄 만한 슈퍼 플레이가 존재한다. 오정환의 것도 그중 하나.

─코카충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형 정배 갈 거임? 수정 ㄴㄴ?

"코카충형 100개 감사합니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 안 하죠~."

―ㅋㅋㅋㅋㅋ

―형 솔직히 좀 쫄리지?

―오정환 리심 주면 ㅈ된다……

―응 상대 고전파야

하지만 그런 슈퍼 플레이를 일상처럼 하는 선수도 있다.

고전파.

그 세 글자는 거대한 벽과 같은 존재감을 가졌다.

이제서야 겨우 균형이 맞게 됐다는 느낌이다.

LCK 결승전 무대에서 언급되며 러너리그 결승전에 대한 화제가 덩달아 불타오른다.

─러너리그가 LCK보다 수준이 높음? [31] +2

─오정환 리심 vs 클끼리 리심 [10] +25

─대단하다 ㅈ씨케이!

─어차피 우승은 고전파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

.

.

고전파는 누구인지.

오정환은 또 뭐하는 사람인지.

본래 일어났을 화제보다 비교가 안되게 커져 간다.

* * *

얼밤은 나진 스워드를 상대로 0 대 3의 완패를 기록한다.

익히 알고 있던 역사와 다른 것이 없지만.

하아!

리심의 애절한 외침이 대치 구도의 답답함을 대변해준다. 열심히 날리는 음파는 글자 그대로 포킹에 불과하다.

―무자비한 포킹이네

―포킹 리심ㅋㅋㅋㅋㅋㅋㅋ

―저럴 거면 리심 왜 함?

―대단하다 88라인!

시청자들의 비웃음도 일부 공감이 된다.

한 명의 리심 유저로서는 다른 공감대가 생긴다.

'어쩔 방도가 없어.'

대치 구도.

5 대 5의 정면 한타.

리심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제한돼있다.

기껏해야 방호 셔틀, 적 브루저 한 번 차주기.

그걸로 이길 수 없다면?

적 딜러의 배달을 노려봐야 한다.

이~쿠우!

그 각이 안 나온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진다.

앞점멸을 한 클끼리의 판단도 일부 이해는 된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형 리심 따라하려다 ㅈ됐대ㅋㅋㅋ

"에이, 다른 생각이 있으셨겠지. 전자 두뇌인데. 뭐, 고장 나셨을 수도 있지만."

―고장ㅋㅋㅋㅋㅋㅋ

―이걸 맥이네

―같은 리심 다른 느낌

―인간, 죽인다……

그런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여러가지 응용기가 만들어졌다. 굉장히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고, 리심 자체도 손가락에 잘 맞아야 한다.

'그 손가락이 부족하셔서.'

리심의 3대 학파 중 하나인 포킹학파의 권위자다.

액션이 큰 플레이는 안 하시는 편이고, 코끼리는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

<아오 진짜 눈 썩긴 하더라.>

"네?"

<클끼리님 다른 건 잘하시는데 리심은……, 우리팀 백정이 저렇게 했으면 지건 날렸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숟가락'

―나 강림!

―콧구멍에 지건 쑤시고 싶네 ^오^

그 코끼리만도 못하다.

그중에서도 심각함이 도를 넘은 실력을 가진 반인륜적 원딜이 입을 연다.

'그런 상황에서는 실수할 만해.'

안 차면 게임 지니까.

굳이 따지면 저런 상황까지 간 게 잘못이다.

리심을 들고 초반에 이득을 못 본 것이 가장 큰 패인이다.

현재 리심의 포지션.

소위 말하는 징검다리 역할이 전부였다.

초반에 이득 보고, 후반 가서 앞라인 잡아주는 탱커하고.

여기에 +로 개인기 자신 있으면 배달하는 정도.

그런데 원딜이 원딜 같지도 않은 거눙이니 한타에 확신이 없어 무리를 했을 것이다.

"너 같은 새끼 때문에 정글러가 힘든 거잖아!"

<이이잉~ 기모링~!>

―오우 쉣ㅋㅋ

―어그로형 원딜러ㅋㅋㅋㅋㅋ

―거눙이나 코물쥐나

―정글러의 비애가 느껴지네

답답해서 찬 거지.

안 차면 답이 없으니까.

마찬가지로 한 대 걷어차고 싶다.

'너무 신이 났어.'

풀이 잔뜩 죽어 울려고 하던 게 엊그제 같다. 반인륜적 원딜러가 많이 컸다.

실제로 큰 게 사실이고, 실력적으로 진취가 있었다.

특히 팀게임적으로 방해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그 정도가 고작.

결승전 무대는 버스 타는 정도로 넘어설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제가 진짜 로쿠도쿠님한테 코칭을 받으면서, 아 코칭 아시죠?>

"네."

<프로들이 쓰는 용어인데, 제가 이미 프로급 반열에 든 것 같거든요? 아 혹시 프로팀들이 나 보고 입단 테스트 보라고 하면 어떡하지? 나는 지금 당장 스트리머가 좋은데.>

"……."

―아니 씹ㅋㅋㅋㅋㅋㅋㅋㅋ

―행복회로 터지겠누

―돌아버린 것인가?

―스트리머는 무슨 스트리퍼 같은 새끼가 ㅉㅉ

충신지빡이님이 매니저가 되셨습니다!

한 번 더 자극이 필요하다.

새로운 우물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숟가락은 때려야 말을 듣지.'

쿨타임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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