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87화 (287/846)

287화

고전파는 잘한다.

굳이 설명을 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근데 지금의 고전파와 미래의 고전파는 달라.'

차후에는 완전체형 플레이어.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전부 아우르는 약점이 없는 선수가 된다.

"이거 미드 다이브각 한 번 나오겠는데? 여름이 몸 좀 대면."

―ㅓㅜㅑ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죠!

―야해……

―음란마귀 씌인 놈들 뭔데?

현재는 그렇게 되기 이전이다.

미래의 선수 중에서 따지면 더샤이나 쵸비에 가까운 성향을 지녔다.

'그것도 혼자.'

시즌2의 S급 미드들은 대부분 수비적인 성향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프로겐으로, 23분에 CS 300개를 챙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분당 CS를 몇 개 먹냐가 강함의 지표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순수한 무력으로 박살 내고 다닌 고전파는 컬쳐 쇼크였지만.

구워어어―!

당연하게도 파훼법은 나온다.

여름의 광우스타가 궁극기를 켜고 퇴로를 막는다.

앞에서는 나와 의진맨이 포위망을 완성해간다.

파아앙!

성대하게 날뛴다.

산드라의 스턴각이 절묘하다.

구체가 양옆으로 퍼지며 다수를 한 번에 노린다.

꽈득!

파바바바밧―!

그리고 궁극기.

도주는 커녕 앞으로 나아가 의진맨의 나이즈를 향해 풀딜을 박아 넣는다.

순간적으로 역킬각을 쟀다.

산다라를 잡아도 본전인 상황이다.

만약 여름이 탈진을 걸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거센 반항을 예상하고 있었다.

탈진을 쓰라고 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며 고전파를 또다시 깔끔하게 잡는다.

―ㅈ전팤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또 당해?

―잔인하다

―3인갱은 킹쩔 수 없지 ㄹㅇ

강력한 라인전.

어지간한 갱은 갱승을 낼 무력이 있어도 3인갱은 이야기가 다르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파훼법이 아니고 과투자이긴 한데.'

차후 3년간 대고전파 전용 전략이 되는 미드 파기다.

심하면 1렙부터 4인갱을 해버리기도 한다. 극도의 공격성을 가진 고전파는 당해준다.

그와 맞물리며 성장하게 된다.

사리는 능력과, 상대의 의도를 읽는 능력이 발달한다.

고전파에게 '세체미끼'라는 별명이 생기게 되는 연유다.

찰칵!

현재는 그렇게 되기 이전.

미드를 집중적으로 판 것이 보람을 맺는다.

킬&어시를 챙기며 성장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11:01] 코물쥐 (토이치)님이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내가 존재감을 갖기 시작했으니까.

상대가 아무리 라이너가 세도 정글러가 일정 이상 성장하면 압박을 주기 힘들다.

적 정글 차르반 4세가 카정에 들어왔다.

본래라면 눈 뜨고 다 내줘야 한다.

적 라이너가 미아이니 말이다.

하아!

파앙!

그럴 필요가 없다.

음파를 맞히고 들어간다.

일반 스킬을 풀콤보로 박고 상대가 깃창을 긋는 시점에.

'샤악 와드방호로 빠지는 거지.'

고작해야 음파 맞히고 평E한 정도.

그것만으로도 차르반이 반피가 나간다.

또 한 번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써늘한 예감이 스칠 것이다.

적의 포위망 한 곳에 구멍이 생긴다. 정글 압박 계획이 무산된다.

불편함 없이 정글링을 돌 수 있게 되었다.

이쿠, 이쿠!

내 성장이 막히지 않는다.

딜템을 가는 리심의 특성상 반드시 충족돼야 하는 요건이다.

'라이너들도 풀렸고.'

3인갱을 간 미드는 물론, 사이드도 나를 압박하기 위해 턴을 소모했다.

그만큼 라이너들의 숨통이 트인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물론 모든 구멍을 틀어막을 수는 없다.

상대팀과의 전력 격차는 절대적이고, 요행 한두 번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칙쇼오오오~~!!>

―아니 와

―이게 죽네

―5스택 단두대는 못 참지ㅋ

―탑 CS 차이 봐

특히 탑라인.

고전파팀의 탑솔러는 썬데이다.

SKY T1의 탑 임팩트와는 성향이 180도 다르다.

'임팩트가 묵직한 방패 느낌이면 썬데이는 칼챔 장인이지.'

공격적인 챔피언과 공격적인 성향.

전형적인 탑신병자라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챌린저의 손에서 펼쳐진다는 건 의미가 무겁다.

막강한 캐리력을 갖출 수 있다는 소리니까.

더불어 다리우트 같은 챔피언이 한 번 크면 정글러 입장에서 갱각이 더럽게 까다롭다.

이~쿠우!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진다.

와드방호로 접근해 일단 찬다.

날아간 방향에 그대로 말화이트 궁극기가 꽂힌다.

─오정환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붕붕― 공중제비를 돌다가 사망한다.

잘 큰 리심의 폭딜이 갱승각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킨다.

'이러면 사이드에서도 압박이 덜할 테고.'

다리우트 하나 때문에 게임이 질질 끌려다니지 않는다.

궁박꼼.

말화이트 궁 박히고, 리심 음파 맞는 순간 뒤진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으니 말이다.

[16:59] 오정환 (리심): 드래곤 ― 0:41 후 재생성

[16:59] 오정환 (리심): 드래곤 ― 0:41 후 재생성

그렇게 과정은 완벽하게 풀었다.

그것이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아서 문제지.

롤이라는 게임은 결국 한타를 피할 수 없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비비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

운영은 강팀의 특권이다.

LC게이~~~ 킬이 하나도 안 터지고 누워버리는 프로식 운영도 역설적으로 서로 잘하니까 가능하다.

못하면 서로 실수가 나오며 뜬금 킬이 터진다.

이렇듯 개개인의 능력 격차가 크다면 더욱 그러하다.

정면 한타만이 상대의 운영과 슈퍼 플레이를 방지할 족쇄.

―용 떴다!

―보여주나?

―전설의 더 플라잉 리심ㄷㄷ

―클끼리 (두근)

당연하게도 쉽지 않다.

상대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의식하고 있을 것이고, 기회 비용을 생각하면 섣불리 시도하기 힘들다.

'고전파를 키운 명감독 김정균이 괜히 뭐 하려고 하지 마 제발 너 오늘 보여줄 거 없어라고 선수를 다그친 게 아니지.'

리스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게임 자체를 말아먹을 수 있다.

프로 대회에서 괜히 안정적인 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게 아니다.

그걸 하지 않으면 못 이기는 상황.

만약 선수였다면 목이 바짝바짝 말랐을 것이다.

실패조차 콘텐츠화시킬 수 있는 BJ이기에 오히려 짜릿하다.

[17:38] 오정환 (리심)님이 끠글렛 (배인)을 지목!

물론 성공을 하는 편이 더욱 좋다.

그리고 오해하기 쉽지만 김정균 감독의 명언은 사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보여줄 거면 결승에서 보여주라고 하셨지.'

때마침 결승이다.

* * *

진행되는 결승전.

'…….'

생각보다 압도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아니, 킬 스코어는 오히려 뒤쳐진다.

―챌린저가 다딱이랑 맞파밍?

―코물쥐의 실력을 인정하시나요??

―아ㅋㅋ 어금니 꽉 물었네

―이이잉~ 기모링~!

일부 시청자들이 어그로를 끌 만도 하다.

자존심 강한 원딜러들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끠글렛의 평소 성격이라면 인상을 찌푸리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표정을 굳힌 채 반응해주지 않고 있다.

<어차피 한타 가면 우리가 이겨요. 긴장하지 말고 느긋하게 보세요.>

―?

―가오 보소

―ㄹㅇㅋㅋ만 치라고

―님들 블랙 당해요!

비교라는 것도 어느 정도 급이 맞는 사람들끼리 이야기지. 다이아에서 즐겜 하다가 한 번 죽었다고 다이아가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게임이라는 게 킬이 다가 아니야.'

CS 차이.

라인전 주도권.

게임 시작부터 지금까지 쭉 잡고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라인도 전부 다.

한두 번의 죽음으로 입은 내상은 이미 치유한지 오래다.

초반에 터질뻔했던 게임이 정상 궤도에 올라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마음속 소리를 굳이 입밖으로 구질구질하게 내뱉을 필요가 없다.

크롸라라라―!

실력으로 증명하면 되니까.

용 한타.

젠이 되는 타이밍에 맞춰 합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콰락―!

아주 합리적으로.

썬데이의 다리우트가 탑라인을 밀고 내려온다.

적 포탑에 웨이브를 박아 넣었다.

<가능하면 묶어두려고 했는데 쟤가 빼버린다.>

<한타를 무조건 할 생각인가 보네 어쩔 수 없지.>

라인 이득까지 상정한다.

빠듯하게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은 챌린저들이 가지는 공통된 습관이다.

'여기서 한타까지 이기면 그대로 게임 굳는 거지.'

괜히 다이아와 속도감이 다른 게 아니다.

끠글렛은 썩소를 지으며 한타 포지셔닝을 살핀다.

이쿠, 이쿠!

와드를 지우고 있는 리심.

경기 시작 전 마음 먹었던 일은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봤자 음파 안 맞아주고, 앞점멸 했을 때 점멸로 각도 틀어주면 돼.'

그 대처법 또한.

영상은 정말 흥미로웠다.

그와 동시에 실망감이 차올랐다.

챌린저가 다섯 명이다. 아니, 사실상 프로팀이다.

SKT T1에서 전설을 써내릴 예정이다.

적어도 끠글렛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들의 실력이라면 그 누가 상대라도 질 리가 없다.

<말파궁, 말파궁 의식해.>

<쟤네 팔 짧아. 쟤네가 들어오게 돼있어.>

팀플레이 이전에 습관화가 돼있다. 자신이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애초에 안 뭉쳐있으면 입롤 한타각이 안 나오지.'

괜히 연습을 안 한 게 아니다. 하지 않아도 완벽하니까.

고작해야 아마추어 상대로 연습을 하는 것은 체면이 안 선다.

하아!

이따금 날아오는 음파.

가볍게 피해준다.

저딴 걸 맞아주는 게 등신 짓거리다.

―오

―다 피하네

―오정환이 당구 찰 각 안 주려고ㅋㅋㅋㅋㅋ

―챌린저 배인은 다르구나

대치 구도는 유리하다.

한타 이해도도 훨씬 높아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챵! 챵! 타앙!

역으로 용을 친다.

상대에 대한 도발.

온다면 한타를 하는 거고, 안 오면 용을 먹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다.

하아!

올 리가 없다.

음파를 안 맞아주고 있으니까.

상대 입장에서는 이렇다 할 변수가 없을 것이다.

'이게 챌린저야.'

격차의 차이.

강민철 해설이 그토록 부르짖는 이유가 있다.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상대는 벽을 느끼고 좌절하게 돼있다.

도전을 한다면 무참하게 박살을 내줄 뿐.

끠글렛의 눈에는 보인다.

오정환의 리심이 드디어 움직일 생각이다.

'무리수 두긴.'

발차기의 경로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리심이 행할 수 있는 경우의 수까지 전부 말이다.

자신한테 음파를 맞히지 못했다.

기껏해야 당구킥.

조급해 하지 말고 차내는 시점에 적당히 점멸과 함께 궁극기로 쓸어담는다.

무난하게 큰 배인.

자신이 라인전을 압도하지 못한 건 결코 실수가 아니다.

배인 자체가 원래 한타 캐리에 최적화돼있는데.

'어, X발?!'

그럴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끠글렛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적진을 향해 추진력을 얻은 뒤였다.

꽈아앙─!

말화이트의 막을 수 없는 힘이 꽂힌다.

그대로 다시 공중제비.

갑작스러운 포지셔닝 변경에 당황한 건 아군도 마찬가지였다.

「시궁창 맛 좀 봐라!」

진영이 완전히 무너졌으니까.

말화이트의 궁극기에 앞라인도 휘말렸다.

토이치의 프리딜각이 잡히고 만다.

─적 더블 킬!

어떻게 부랴부랴 주워담을 수 있는 아비규환이 아니다. 원딜러가 순삭이 되고, 앞라인도 같이 쓸리고 있다.

'ㅈ됐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오만했던 자신감 만큼 머릿속에 패닉이 차오르는 것도 한순간이다.

모공을 통해 쫙 뿜어져 나오는 식은땀이 멘탈을 바스러뜨리려던 찰나에.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때아닌 승전보가 울려온다.

게임을 집어던진 끠글렛마저 어리둥절하다.

한타는 선수들도, 보는 수만 명의 시청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고전파 강림

―고전파 해버렸다……

―이게 고전판가??

―고전파! 고전파! 고전파! 고전파! 고전파!

단 한 사람을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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